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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이 제대로 인간적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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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없던 시절 이 책 저 책 기웃거리다 만난 책이다.작고하신 번역자 장익 주교를 몇 차례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읽었다. 책은 총 70쪽 분량으로 부담이 적다. 글씨가 커서 적은 부담마저 줄어든다.내용은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첫째는 저자가 1936년에 행한 연설문, 즉 당시 벨기에 자유 학술원 신입 회원으로 행한 동료 회원들의 환영사에 대한 답사다.그 제목이 <게으름의 찬
"우리 삶이 제대로 인간적이려면" 내용보기

철없던 시절 

이 책 저 책 기웃거리다 만난 책이다.

작고하신 번역자 장익 주교를 몇 차례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읽었다.

책은 총 70쪽 분량으로 부담이 적다. 

글씨가 커서 적은 부담마저 줄어든다.


내용은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저자가 1936년에 행한 연설문, 

즉 당시 벨기에 자유 학술원 신입 회원으로 행한 

동료 회원들의 환영사에 대한 답사다.

그 제목이 <게으름의 찬양>이다.


둘째는 12년 후 재 간행을 맞은 책의 후기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시대 상황에서 

본문 내용을 반영하여 쓴 글이다.


셋째는 역자가 루뱅대학교 수학시절 스승이었던 

저자를 회상하며 쓴 헌정사 성격의 편지다.


책 제목  <게으름의 찬양>은 

해학적이면서도 의미심장하다.


특히 저자의 사상과 삶의 배경인 그

리스도교를 떠올리면 더욱 그러하다.


게으름은 나태와 같은 말로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칠죄종, 
즉 인간이 저지르는 7개 죄악 중 하나다.

1900년대 중반 경직되고 폐쇄적이기까지 했던 

신앙 풍토 안에서

<게으름의 찬양> 연설은 

파장이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럼에도 12년 뒤 재판 발행이라니 놀랄 일이다.

이유는 이후 역자의 글을 통해 추측 가능하다.

저자의 글이 가진 논리나 화려함이 아닌 

실천이었고, 모습 때문이었으리라.


가르치고 연구하는 이들과 글을 쓰고, 

말하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게으름’에 대한 정의나 논쟁, 

변호를 하지 않는다.


마치 고대철학자들이 그러하듯 

조롱하고 해학적으로 이용할 뿐이다.


그는 고독·정적·한가로움 멈춤·쉼의 중요성과 

필연성을 강조한다.


평화로울 때만이 진정으로 들을 수 있고, 

볼 수 있기에 그렇다.


궁극적인 들음과 바라봄을 

신께로 향함과 연결해 설명하는데,

이는 그리스도교 배경을 가진 저자로서 당연한 귀결이다.


글에서 느껴지는 신앙의 논조는 

은은하게 스며있을 뿐

신앙적, 신학적 논술이 가진 

강한 주장처럼 날카롭지 않다.


‘게으름의 찬양’ 이유와 목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만 인용하면,


“우리 시대는 치열한 생활을 자랑하고 있는데

 치열한 생활이란 

실상 소동의 생활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시대의 상징 또한 경쟁이고 보면, 

뛰어났다고 과시하는 온갖 발명 역시 

슬기의 발명이라기 보다는 

모두 속도의 발명이기 때문입니다. (중략)


우리 삶이 제대로 인간적이려면

- 마냥 한가롭기만 해야 할 것은 없지만- 

거기에는 느림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기야 일의 찬양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일이나 힘씀은 역시 쉼에서 비롯되고 

쉼에서 그쳐야 하는 법이고, 

위대한 업적이나 크나큰 기쁨은 뛰면서는 

이루어 질 수 도 음미될 수도 없는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17쪽)


“경주에 경주를 거듭한다는 것은 

산에 산을 포개 쌓은 게 아니라

 바람에 바람을 포개는 꼴이 됩니다.”(18쪽)


일부만으로도 책 전체의 내용을 엿볼 수 있다.


본문 내용은 조금 긴 연설문 혹은 칼럼처럼 느껴진다.

 느낌을 넘어 독자로 하여금 

잠시 속도를 줄이고 주변을 보고 들을 수 있는 

안락한 쉼터 같은 상황을 제공한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책의 내용을 요약할 수 없는 이유다.


마지막에 실린 역자의 편지 <스승님>은 

은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감사가 담겨있다. 

평범할 것으로 보이는 편지가 귀중함을 품고 있다. 

저자와 있었던 일화(逸話)가 그것이다.


이는 저자가 글과 말뿐만이 아닌 

삶으로 살아낸 것을 증언하는 것이기에 귀중하고, 

찬란히 빛난다.


사족:

사실 책의 주제와 유사한 저서들은 

요즘에 차고 넘칩니다. 

식상할 수 있으나 비슷한 주장을 

노자와 장자 혹은 불교 등, 동양 학자가 아닌 

거의 100년 전 서양학자, 

특히 법학, 사회학 전공 교수가 외친다는 점에서,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수용 가능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서를 하는 동안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종교와 관련 없이 책을 추천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YES마니아 : 로얄 j***o 2024.11.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