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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의 권태기라 하는 일명 '수태기'가 찾아왔다. 수영장에서 알려주는 접배평자 영법을 문안하게 할 수 있고, 쉬지 않고 꽤 여러 바퀴 돌 수 있는 지구력도 생겼다. 주 5회 새벽수영을 하는 성실함도 갖고 있어 말해봤자 아무도 내가 수태기라는 걸 알아주지 않는다. 나와 같은 수태기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수영 고수들은 답한다. "수영복, 수모, 수경 등 장비를 바꿔보거나 다른 운동을 해봐라. 결국 수영으로 돌아오더라." 수영장비는 진작부터 바꿔봤고 다른 운동을 할 여유와 체력까지는 없다. 나도 안다. 나이 들어서까지 할 만한 운동으로 수영만큼 괜찮은 운동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돌아갈 것이다. 어쨌거나 장비로도 채워지지 않는 이 마음이 더욱 헛헛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차에 수영카페에서 한 권의 책을 추천받았다. '수영하는 사람들' 하얀 눈밭 위에 뒤로는 물안개가 자욱한 야외 수영장을 배경으로 손가락, 발가락, 코끝이 빨갛게 얼어있는 촌스러운듯하면서도 세련된 레트로 감성의 수영복을 입은 여성. 책 표지만 봐도 둠짓둠짓 설레고 수태기가 사라진 느낌이랄까? 이렇게 쉽게 사라진다면 진짜 수태기가 아니었던 걸까? 내 가슴 한쪽에서 오르락내리락하는 마음이 가벼워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수영에 진심인 사람인지라 이런 감정의 소용돌이도 진지할 수밖에 없다.
매들린 윌러는 사진작가다. 그래서 책의 구성도 글보다는 사진을 중심으로 담아냈다. 그리고 수영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정확히 무어라 질문한 지 모르겠으나 사진에 나온 사람들의 수영에 대한 개인적 이야기를 짤막하게 담고 있다. 차가운 겨울 날씨에 야외수영장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이란? 비범할 것 같으면서도 일상적인 그들의 이야기가 수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일상인 나로서 공감이 많이 갔다. 작가는 수영장을 찾은 사람들의 일상복과 수영복을 입은 모습을 대조적으로 담아냈는데 이런 발상 자체가 참신하고 흥미롭게 느껴졌다. 수영하는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상복에서 수영복으로의 변신은 그 사람의 정체를 알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작가는 인물들의 나이, 직업, 수영에 대한 생각을 사진과 함께 담아냄으로써 수영이 그들의 일상이자 그 의미가 무엇인지 통합시키려는 듯 보였다. 동시에 어떤 조건도 상관없이 이곳에선 모두가 헐벗은 겸손함과 수영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나는 영국의 날씨에 대해서도 사진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사진의 배경도 깊은 인상을 준다. 해가 뜨는 시간인지 지는 시간인지 모를, 빛과 어둠이 진하게 공존하는 그 찰나의 순간과 1년 내내 유지되는 25도의 따뜻한 물과 겨울날 차가운 공기가 만나 이뤄낸 물안개의 풍경은 그 자체로 충분히 역동적이면서 오묘함까지 느끼게 한다. 이 시간차와 온도차 속에서 묵묵히 수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자니 강인하면서도 감동적이며 그들의 움직이 만들어 낸 물보라와 물방울은 마치 예술작품 같았다. 나도 언젠가 저곳에 가서 저들과 함께 예술적인 물보라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 |
![]() 런던필즈 리도(야외 수영장) 를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간략한 인터뷰가 담긴 도서. 『수영하는 사람들』 수영복 착용 전후의 다른 모습를 비교해 보기도 했고, "알 수 없는 물의 어떤 특성" "우리가 여기 머무는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물에는 정화하는 힘이 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온전한 내가 될 수 있다." 라는 인터뷰를 보면서, 수영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어 좋았다. p.s. 매들린 월러 Madeleine Waller - Homepage, Instagr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