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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시인은 박노해 시인밖에 몰랐는데 이 책의 저자 유용주도 노동 시인이라 소개되어 있다. ‘어머이도 저렇게 울었을 것이다’ 제목부터 가슴을 덜컥 후벼 판다. 노동 시인이기에 시 또한 절대 가볍지 않음을 제목부터 시사해주고 있다. 가볍게 읽기 좋은 시가 있지만 이렇게 가슴 저 깊은 곳에서부터 심금을 울리는 시도 있다. 그게 시를 보는 묘미가 아닐까 싶다.
유용주 시인은 목수 생활도 했다고 한다. 그의 직업이 그러해서인지는 몰라도 집을 차근차근 만들어 갈 때의 섬세한 작업처럼 작품 곳곳에 섬세한 감정을 통해 바라본 고된 삶의 흔적이 여기저기 툭툭 묻어 있다. 삶의 경험을 적합한 시적 언어로 탄생시키는 일이 고된 작업 일터인데 독자의 주관적 입장에서는 꽤 잘 탄생한 느낌이다. 물론 그의 딸이 말한 것처럼 아빠 시에는 꽃이 없고, 꽃 같은 과거를 산 적이 없다는 작가지만, 그렇게 고된 삶의 흔적을 통해 탄생한 이 작품 자체가 ‘꽃’이라고 나는 불러주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뼈저린 경험에서 우러나는 이러한 시들을 좋아하는 데 아니나 다를까 심금을 울리는 시가 있어 몇 자 적어본다.
성대 결절
일요일 오후 이장 댁 외양간 송아지가 실려 나갔다
여섯 달 가까이 어미젖을 빨고 붙어 살았다
어미 소는 식음을 전폐하고 사흘 낮 사흘 밤을 울다가 목이 쉬었다
40여 년 전 열네 살 셋째 아들 중국집 보이로 보낸 다음 어머이도 저렇게 울었을 것이다
-유용주, 「어머이도 저렇게 울었을 것이다」, 걷는사람, 2019, 60쪽.
작품의 제목이 내포된 ‘성대 결절’이라는 시를 통해 화자의 어머니를 엿볼 수 있다. 어머니란 시적 대상을 어미 소를 통해 유추해내는 작가의 상상력이 꽤 생생하게 다가온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어미 소에게 떼어 낸 송아지를 파는 것을 보았는데 그때 어미 소가 엄청나게 크게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말 못 하는 짐승도 제 새끼 귀한 것을 아는데 하물며 사람은 오죽할까 싶다. 송아지는 자기가 팔려 가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기저기 마당을 왈가닥처럼 뛰어다니고는 짐차에 실려 떠나갔었다. 40여 년 전 어머니의 자식 사랑은 어미 소처럼 꺼이꺼이 울다 목이 쉬어버린 애절한 사랑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유용주 시인의 작품은 구구절절 이야기가 많다. 버스 안에서 피어나는 할머니들의 담소에도, 봄날 이웃 할아버지의 대화에도, 장날 용추동 할머니에서도 그의 이야기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언어들로 팔딱이며 살아있다. 시를 보는 것인지 내가 그 장터에 있는 것인지! 어디 한번 자네도 작품 속으로 떠나 볼 텐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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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주 시인의 시적 성향은 철저한 경험주의다. 편안한 환경에서 배운 관념론은 시인의 머리와 가슴에 저장되지 못하고 튕겨나오고 만다. 오직 두 손과 두 발 그리고 몸에 의해서 각인된 체험만이 시인의 생명 중추인 단전에 축적되고 시인이 가슴으로 노래하는 시적 리듬의 바탕이 된다. 가령 시든 산문이든 소설이든 모든 이야기가 시인의 한평생 거친 노동과 험난한 성장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인이 그동안 살아온 환경은 척박 그 자체였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꽁꽁 얼어버린 시베리아 동토와 그리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설상가상 세월호 참사, 문화계 블랙리스트, 최순실 게이트 등 일련의 암울한 폭풍우 모드가 시인이 애써 고이고이 간직해온 웃음과 해학을 겨울잠에 들게 했다. 시인의 딸은 '아빠 시에는 꽃이 없다'는 화두를 무심코 툭 던진다. 이 한마디는 이내 시인의 자아비판을 이끄는 날카로운 메스가 된다.
"아이가 말했다 아빠 시에는 꽃이 없어 나는 그동안 꽃 같은 과거를 산 적이 없는 돌로 만든 집에서 살았지 ……(중략)…… 눈 속에 꽃이 핀 얼음 속에 꽃이 핀 나는 꽃피는 삶을 무서워했는지 모른다"
ㅡ「아빠 시에는 꽃이 없어」 부분 그렇구나. 그의 글이 일종의 인동초였구나. 시인의 시는 다름아닌 얼음 속에 핀 꽃이구나. 돌로 만든 집에서 살아온 불초 시인에게 어머니 김덕례가 그나마 화사한 봄꽃과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시인의 어머니는 반벙어리 무학 문맹이었고 자식이 시인이 되는 것을 못보고 돌아가셨지만 말이다. 유용주 시인의 「나치즘」과 「토끼사냥」를 읽으면 전작 산문집의 비분강개했던 구절이 강하게 떠오른다. 시인은 이런 진한 고백을 했다. "시인은 혼자다. 외로움을 재산으로 알고 작품을 쓴다. 패배할 줄 뻔히 알면서도 일상과 싸운다. 불의, 논리, 권위, 세속, 타성과 싸운다. 항상 자신과 싸운다. 타협하지 않는다.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마땅하다. 남들이 알아주든, 안 알아주든, 글을 쓴다. 이곳이 바닥이라고 생각할 때, 견디는 게 시인이다."
"산을 쥐어짜면 즙이 나온다고 한다."는 호탕한 상상력, "천년, 바람이 경작하는 활시위를 당겨 보았는가/ 억년, 우주의 음악 소리에 관통당한 적 있었는가"란 호연지기를 보여준 시인이 다음과 같은 처연한 「자화상」을 남긴 까닭은 무엇일까. "집을 자주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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