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89)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52%
  • 리뷰 총점8 36%
  • 리뷰 총점6 12%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8.0
  • 40대 8.0
  • 50대 9.0

포토/동영상 (15)

리뷰 총점 종이책
끝을 알면서도 그곳을 향해가는 게 우리의 일.【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끝을 알면서도 그곳을 향해가는 게 우리의 일.【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내용보기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그리고... 끝을 알면서도 그곳을 향해가는 게 우리의 일이자 운명...   희.재. 너의 이름은 처음부터 희재였었지. 희재여야만 했고. 하지만 희재라고 불리는 걸 들어보기도 전에 넌 카밀라가 되어 있었어. 카밀라... 동백꽃의 뜻을 가진 이름의 전설을 찾아, 네 이야기를 찾아 그렇게 넌 고국으로 발을 디뎠지. 고국이
"끝을 알면서도 그곳을 향해가는 게 우리의 일.【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내용보기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그리고... 끝을 알면서도 그곳을 향해가는 게 우리의 일이자 운명...

 

희.재. 너의 이름은 처음부터 희재였었지. 희재여야만 했고. 하지만 희재라고 불리는 걸 들어보기도 전에 넌 카밀라가 되어 있었어. 카밀라... 동백꽃의 뜻을 가진 이름의 전설을 찾아, 네 이야기를 찾아 그렇게 넌 고국으로 발을 디뎠지. 고국이나 낯선 땅, 낯선 타인으로, 동공에 박힌 이질적인 그곳은 엄마의 고향이자 너의 나라였어. 그곳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야 이제 곧....

 

당신과 나 사이에는 아주 긴 강 혹은 아주 넓은 바다가 존재합니다. 누구도 섣불리 이 곳을 건널 수 없어요. 서로 가까워지고자 할 때에야 비로소 넘실대는 수면 위로 배 한 척을 띄웁니다. 그리고 노를 젓지요. 당신이 있는 곳에 가 닿기 위해.... 카밀라와 생물학적 친모 사이에도 이 바다가 버티고 있습니다. 기억하지만 기억에 없는, 존재했으나 심연 끝에 가라앉아 있는 기억의 조각 파편들을 짜맞추기 위해 카밀라는 바다에 배 한 척을 띄웁니다. 하지만 가까울 수 없는 낯설기만 했던 존재였던 친모는 숨결조차 한 번 느껴보지 못한 채 그렇게 바다 건너편, 심해 깊숙이 침잠해 있습니다. 그 과정을 찾아가는 겁니다, 이 소설은.

 

자신이 숨 쉬고 있는 공간에는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는 법입니다. 초등학교 때 썼던 학용품이 아직 남아있을 정도로 저는 저에게 속한 것들을 미련스럽게도 움켜쥐고 있습니다. 카밀라도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자신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잊혀간 사물들을 통해서 지난 시절을 차츰 더듬어가면서 엄마라는 존재에까지 이르게 되니까 말입니다. 카밀라는 입양된 여자입니다. 양 엄마는 암으로 돌아가시고 양 아빠는 젊은 여자와 재혼을 해서 이사를 하고 혼자 남은 그녀의 고독감을 채워준 건 친엄마라는 어렴풋한 기억조차도 없는 존재였습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아니, 기억하지 못하는 얼굴이며 꿈에서라도 만나기를 갈망했던 친엄마... 라고 하면 될까요...

 

 

#정지은, 엄마의 삶

 

중학교 2학년 시절 아빠의 자살, 비극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더 이른 때, 진남 앞바다에서 바라봤던 진남항의 불빛이 시초였을지도 모릅니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처럼 마지막 순간을 향한 부나방의 날갯짓처럼, 삶의 비극은 그렇게 조금씩 다가왔던 것일지도요. 엄마가 바라봤고 투신했던 그곳의, 밤바다의 고요를 감상하던 카밀라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엄마처럼 심연의 고요 속으로 빠져들길 바랐을까요... 한 번, 엄마와 함께 빠진 적이 있던 까만 바다... 책을 좋아하고 시를 즐겨 썼던 그냥 그런 아이, 누가 봐도 특출난 게 없던 평범했던 여고생의 임신은 타인의 눈에 충분히 충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법이니까... 나에게는 전혀 새로울 게 없고 유별난 게 아니더라도 타인의 시선이 개입되는 순간 끔찍한 재앙이 되기도 하는 거니까 말입니다. 인생의 행보 앞에서 누구라도 진실을 마주하길 바랄 것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거센 운명의 파도로 나를 휩쓸고 간다 한들,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진실 너머의 진실이니까.

 

인생이라는 게 누가 길잡이가 되어주어 나를 곧고 바른 길로만 인도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끔 생각합니다. 그러면 실패에 좌절해 울지도 않고 영면에 드는 순간, '참, 잘 살아왔구나....' 와 같은 말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다만, 인생이 어떤 것인지는 뼛속 깊이 알아채지 못했을 겁니다. 가시덤불을 헤쳐나가지도 높다란 장벽을 뛰어 넘어서기에도 힘에 겨운 나약한 존재였을 테니까 말입니다. 나는 항상 궁금합니다. 나라는 존재가. 그래서 살다 보면, 나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인생에 순풍만 불어서 좋을 게 없다는 건 너무도 잘 압니다. 카밀라, 희재처럼 존재론적 근원을 찾아 떠돈 적은 없지만, 어쩌면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바다에 표류하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희재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희재의 여정에 공감할 수 있는 건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희재가 뿌리의 목적지를 찾아 세계를 잇고 이어나간 것처럼 나의 목적지는 아직 너무도 멀기만 하니까 말입니다.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찾아가는 건...

 

'카밀라는 카밀라니까 카밀라지.' 이 한 문장만큼 이 소설을 잘 나타내고 압축하는 문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김연수 작가는 작가의 말 말미에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이라고 끝맺었습니다. 저는 이같은 처사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소문은 전해질수록 부풀려지고 이야기는 써졌으면 끝을 내야 하잖아요. 저자 역시 이 소설 속에서 피력한 바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끝이 난 이야기이고, 카밀라는 그 자체로서 어떤 존재적 의문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게 저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일순 멍해집니다. 우리는 누구나 내 삶의 흔적을 남기고자 합니다. 행복한 순간이든 불행한 순간이든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하나의 이야기에요. 엄마 지은과 딸 카밀라 역시 그런 연속 선상에서 삶의 흔적을 남겼고, 남기는 인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17살 여고생의 신분으로 미혼모가 되었던 지은과 그녀의 딸이면서 입양아라는 자리에서 25년을 살아왔던 카밀라 개개인의 이야기는 하나의 이야기처럼 순환하고 있습니다. 딸이 엄마의 궤적을 좇고 엄마가 딸의 흔적을 바라보는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가는 법이거든요.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라고, 그런데 소설의 흐름이 계속될수록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작가의 말까지 읽고 나면) 일순 멍해지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크게 중요하다 생각지 않았던 부분이 부각되고 의문에 사로잡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카밀라와 지은만이 중요했었어요. 그래서 그 외의 것들은 바라보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읽고서 내가 멍해졌던 이유는, 지은이 사랑했던 남자 즉, 카밀라의 생부에 관한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카밀라의 아빠가 누가 됐든 그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왜냐면, 누구의 아이였든 카밀라는 태어났고 그 존재만으로 지은에게 날개를 달아준 존재가 되어주었고 확신하던 인물이 생부가 아니라고 해서 카밀라가 카밀라가 아닌 게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단지, 독자의 입장에서 궁금했던 것뿐이었지요. 어쩜 이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너무도 사소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됐든 저는 저 나름대로 생부가 누구인지는 유추를 했습니다. 하지만 단정 짓지는 않으려고 해요. 제가 보지 못한 진실 너머에 또 다른 진실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모르고 살아도 됐을법한, 하지만 알아내야 할 진실 그 너머의 이야기

결국, 우리에게 남은 건...

 

엄마는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교정을 거닐었겠지.

그리고 여느 여고생들이 그렇듯 청춘의 꿈에 한껏 부풀었을 거야.

하지만 그 일이 일어났지. 세상의 탐욕에 찌든 손길에 처참히 무너진 현실을 목도하며...

엄마는 말문을 닫았지.

그리고.... 나를 가진 거야.

나는... 당신에게 희망이었나요?

 

내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까마득한 어린 시절은 항상 낯설지만 궁금한 시절이었습니다. 엄마를 붙잡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지겹게도 물어댔던 기억이 있어요. '나는 어떤 애였어? 나는 그때 어떤 행동을 했어? 엄마는 내가 있어서 행복해?'..... 내가 어떻게 태어났고 어떻게 성장했는지는 생명이 있는 누구라도 의문을 가지는 걸 겁니다.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평생 나에게 던지는 진실로 향하는 화두이지요. 그리고 이 물음은 나를 넘어 타인에게로 이어집니다. 세상은 우리의 관계에 따라 순환하고 이어지는 하나의 유기체이니까요. 이 소설 역시 그런 유기적인 이어짐을 뭉뚱거려 보여주고 있습니다. 카밀라 자신을 찾기 위해, 사람을 만나고 진실을 찾아가면서 결국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이해관계라는 걸 말이죠. 그 사이에는 얼마만큼 더 이해했고 이해받으려 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인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누가, 얼마나, 더, 외로운지 경쟁하는 존재들입니다.

그래서, 함께 살아가야 하고 희망의 화살을 쏘아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아빠를 살리고 싶었지만 살리지 못했던, 그래서 희망을 잃어버렸던 지은의 삶에 딸 카밀라, 희재는 희망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희망이 엄마의 삶을 좇아가는 이 이야기 속에는 거짓과 소문과 오해와 억측들이 난무합니다. 그래도 진실을 향해 나아가려고 하지요. 이게 곧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소설은 세상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인간군상들을 거쳐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한 여자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사람을 거쳐 삶을 지속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제가 본 이 소설의 풍경이었습니다.

 

끝이 궁금한가요? 이 삶이 어디로 이어질지, 희망은 있을지, 뭐 그런 것들요. 그러나 함부로 희망이라 속단하지 말아야 합니다. 일단은 걸어봐야 하는 거거든요. 그리고 희망은 그 뒤에 보게 되는 것이니까요...

 

 



w*****8 2012.09.30. 신고 공감 17 댓글 27
리뷰 총점 종이책 주간우수작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내용보기
김연수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된 건 <원더보이>를 통해서였다. 1천 65억 개의 하나인 개개인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라 아주 특별하다는 점을 담아냈던 작품은 내게는 조금 어렵게 다가왔기에 사실 처음 이 작품을 읽기위해서는 나름의 각오(?)가 필요했다. 그렇게 나와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작가였는데, 이 작품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통해서 나는 작가와 조금 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내용보기

김연수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된 건 <원더보이>를 통해서였다. 1천 65억 개의 하나인 개개인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라 아주 특별하다는 점을 담아냈던 작품은 내게는 조금 어렵게 다가왔기에 사실 처음 이 작품을 읽기위해서는 나름의 각오(?)가 필요했다. 그렇게 나와는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작가였는데, 이 작품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을 통해서 나는 작가와 조금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50년이 넘도록 해외 입양국이라는 불명예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자아를 찾기 위해 고국을 찾는 입양아들의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오래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던 영화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치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리고 바로 여기, 자신의 친모를 찾아 한국의 진남을 찾은 또 한 명의 입양아가 있다. '동백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카밀라가 바로 그녀다.

 

'카밀라는 카밀라니까 카밀라'일 수 밖에 없는 그녀는 자신을 사랑해주던 양모인 앤의 죽음과 양부의 새로운 출발로 인해 자신에게 돌아온 어린시절이 고스란히 담긴 여섯개 상자로 인해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 시인인 남자친구 유이치는 여섯 개의 상자로 남은 유년을 글로 써보라고 권유하게 되고, 그녀가 쓴 글은『너무나 사소한 기억들: 여섯 상자 분량의 입양된 삶』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다. '제대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세계가 우리 생각보다 좀더 괜찮은 곳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사진(1988년경)' 이라는 부제와 함께 친모와 자신이 찍힌 사진을 빈 공간으로 기록된 부분에 주목한 에이전트는 빈 공간을 채우는 논픽션을 제안한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생후 6개월에 입양되기 전의 진짜 집으로, 엄마가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유이치와 함께 고향 진남에 도착한 이들이 마주한 것은 '미운 사위 매생이국'이라는 속담처럼 의뭉스럽고 속이 안 보이는 블랙박스 같은 진남의 사람들이었다. 진남여고에 다녔다는 엄마의 흔적을 쫓아 알게 된 것은 동백꽃 앞에서 찍었던 오래된 사진 속의 동백꽃 뿐이었다. 진남여고의 교장 신혜숙에게 어떤 실마리도 얻지 못했던 카밀라는 자신을 찾아온 김미옥에게 카밀라가 태어난 그다음해에 엄마가 죽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엄마의 이름이 정지은이라는 사실도. 결국 신혜숙은 카밀라에게 고통일 수 있을 진실을 들려주게 된다. 자신은 카밀라가 아닌 정지은이 태어날 자식에게 붙이고 싶었던 이름 '정희재'이며, 엄마는 정지은, 아빠는 정재성이며 두 사람이 남매였다는 사실은 진실 앞에서 물러나고 싶지 않았던 그녀를 절망에 빠트린다.

 

진실을 알게 된 카밀라, 아니 이제 희재라고 불러야겠다. 1부가 카밀라의 시점에서 기록되었다면 2부는 지은이 시점에서 기록된다. 엄마로서 희재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처럼 지은은 그렇게 희재의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엄마처럼 바다에 빠진 희재를 구한 지훈의 메일로 희재는 다시 한국의 진남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희재는 자신의 아버지가 엄마의 오빠가 아닌, 신혜숙 교장의 남편인 그 당시 엄마의 학교 선생님 최성국임을 알게 된다. 그 당시 엄마가 겪었던 오해과 소문들로 인한 이야기들을 지은은 침착하게 희재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래된 지은의 문집에서 발견된 '20년 뒤의 희재에게'라는 부제가 붙여진 '어느 저녁, 양관에서'라는 시를 통해 오해로 인해 거짓으로 감추어져 있던 진실의 실마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서로간의 간극이 만들어낸 오해와 시기들로 인해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은 3부 우리를 통해서 지은을 둘러싼 친구들의 이야기로부터 얽혔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한다.

 

"사실은 불편하다는 편견 때문에 진실을 외면함으로써 우리 모두가 지은이를 죽인 거지요. 하지만 진실을 불편하지 않아요. 진실은 아름다워요." (본문 279p)

 

이야기는 이제 1983년 진남조선공업에서 일하다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투쟁을 했던 지은의 아버지로 돌아가야 한다. 모스부호로 보내 준 'HOPE'라는 메시지를 간직한 채 투신자살한 아버지를 바라보던 지은의 시점으로 말이다. 그 시점으로 돌아갈 때, 서로 다른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던 오해와 서로 다른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결론지어지면서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건네 받는다.

친모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던 희재는 이제 자신이 엄마 지은에게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건너갈 수 있는 날개였음을 깨닫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중요한 건 우리가 결코 이 날개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날개는 꿈과 같은 것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 역시 그와 같아요. 꿈과 같은 일이라 네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야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결국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본문 275p)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가닿을 수 있는 관계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날개가 필요할지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본문 327p) 바란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입양아가 자아를 찾기 위해 모국을 방문하고, 오해와 간극으로 덮어져 있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며, 사람 사이의 간극 즉, 심연으로 가기 위해서는 본심으로 가닿을 수 있는 날개가 필요함을 말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무엇을 더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싸워야했던 지은의 아버지와 희재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도와주었던 서교수가 들려주는 운동화 공장에서 힘겹게 일하던 어머니의 당시 상황을 회상하는 장면을 통해 그 시대의 사회적 환경을 되짚어보려 했던 것일까. 어머니에게 어울리는 또 다른 사전적 의미를 찾으려는 희재를 통해 가슴뭉클하게 하는 어머니의 존재를 각인시키려고 했던 걸까. 이도 아니면 매생이국같은 사람들의 알 수 없는 심리를 꼬집고 싶었던걸까. 입양국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질책이었을까.

나는 비록 저자의 마음을 읽어낼 수는 없었지만, 심연과 희망이라는 이름을 통해서 내 마음에 작은 날개를 찾아보겠다는 야무진 다짐을 해본다. '늘'과 '널'을 오해하여 헤어지게 되었다는 김지훈의 에피소드처럼 우리는 서로가 너무 많은 것을 오해하며 살아간다. 결국엔 심연은 더욱 어둡고 깊어지고, 너에게 가고자 했던 날개는 그 힘을 잃어 결국 우리가 되지 못한다.

나와 너가 아닌 우리가 될 수 있는 그 희망의 날개는 어디에 있는걸까?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도록 권한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는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본문 228p)

그 해답이 이 글귀 속에 담겨진 것은 아닐까 싶어, 읽고 또 읽어본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다양한 시점의 이야기들은 마치 추리소설처럼 퍼즐조각을 맞추어가고 마침내 결론에 치닿을 때 즈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결국 날개는 존재하고 있었다.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도.

 



s*****2 2012.10.25. 신고 공감 12 댓글 157
리뷰 총점 종이책
한 줄기 희망을 찾아 절망의 검은 바다를 건너다
"한 줄기 희망을 찾아 절망의 검은 바다를 건너다" 내용보기
불행이란 태양과도 같아서 구름이나 달에 잠시 가려지는 일은 있을망정 삶에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늘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거기 늘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잊습니다. 자신의 불행을 온몸으로 껴안을 때, 그 불행은 사라질 것입니다. 신의 위로가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그 길 뿐입니다.      한여인이 있다. 미국에서 자란 한국 핏줄의 카밀라.
"한 줄기 희망을 찾아 절망의 검은 바다를 건너다" 내용보기

 

불행이란 태양과도 같아서 구름이나 달에 잠시 가려지는 일은 있을망정 삶에서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늘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거기 늘 태양이 있다는 사실을 잊습니다. 자신의 불행을 온몸으로 껴안을 때, 그 불행은 사라질 것입니다. 신의 위로가 아니라면 우리에게는 그 길 뿐입니다.

 

 

 한여인이 있다. 미국에서 자란 한국 핏줄의 카밀라.

어느 날 양부가 보내온 짐 속에서 어린 시절 어머니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자석처럼, 모천회귀 본능의 연어처럼 어머니를 찾아 한국으로 향한다.

어머니가 학창시절을 보낸 곳 ‘진남’

그 곳에서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가던 중, 카밀라는 그의 어머니를 둘러싼 오랫동안 봉인되었던 사실들을 어렵게 접하게 된다. 어머니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들. 다시금 거론되는 어머니의 이름만으로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작가는 독자가 궁금해 하는 진실의 한 면만을 밝혀 둔 채, 정작 주인공 카밀라에겐 가장 중요한 진실의 다른 한 면은 미궁으로 남겨 놓는다.

‘부디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이라는 도전적인 한 마디를 던져 놓은 채.

내가 생각하는 ‘그’의 이야기가 당신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가 맞는가? 물어도 답하지 않을 김연수 작가가 야속하지만, 이미 나는 그의 글 속에서 나름의 진실을 찾아내었다.

아마 나의 생각에 동조하는 독자들이 다수이리라 생각하지만 여러분의 즐거운 독서를 위해 여기서 밝힐 순 없다.

 

이야기는 3부와 특별전으로 나뉘어진다.

1부는 카밀라의 시선으로, 2부는 카밀라의 어머니 지은의 시선으로, 3부는 지은의 친구들 시선으로 특별전은, 어쩌면 이 이야기의 마지막 남겨진 진실의 열쇠를 진 ‘나’의 고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부는 각자의 시선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하며 제각기 하나의 이야기로 큰 얼개를 맞추어 나간다.

 

카밀라, 아니 정희재라는 한국 이름으로 불리는 여인. 그녀의 어머니는 열 일곱에 그녀를 낳고 깊고 검은 바다에 몸을 던졌다. 그녀의 아버지는 누구일까? 여러 가지 억측은 몇몇의 인생에 검은 그림자가 되어 따라 다녔고, 희재의 어머니 지은은 죽음마저도 명예롭지 못하였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

네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있는 입술이 내게는 없네. 네 눈을 빤히 쳐다보고 싶지만, 너를 바라볼 눈동자가 내게는 없네. 너를 안고 싶으나, 두 팔이 없네. 두 팔이 없으니 포옹도 없고, 입술이 없으니 빛도 없네. 포옹도, 키스도, 빛도 없으니, 슬퍼라, 여긴 사랑이 없는 곳이네.

 

희재(카밀라)는 어머니의 행적을 쫓으며 이것은 ‘내가 그녀를 기억하기 위한 일’이라는 소명의식을 갖게 된다. 어머니가 남긴 詩 속에서 태어나기도 전의 희재가 이미 지은의 딸로서 예정되었던 것처럼.

우리는 정녕 다 알고 있을까? 나를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나를 생각하는 그 사람의 마음을.

 

내게는 입술이 있지만 내 말은 그 사람 앞에 가지 못한 채 흩어져 버렸네. 내게는 두 눈이 있지만 그 사람 앞에서 감아 버렸네. 두 팔이 있지만 안을 수 있는 것은 밝은 저 햇살 뿐이네. 포옹도, 키스도, 빛도 내게 있건만 내 마음은 그에게 가서 닿지 못하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 알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걸까?

 

너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건너갈 수 있니? 너한테는 날개가 있니? 나한테는 날개가 있어, 바로 이 아이.

 

진실이라 포장된 말들이 세상에서 활개 칠 때, 진실은 공기 중에 흩어져 버렸다. 얼마나 많은 진실들이 우리가 숨 쉬는 이 공간에서 떠돌고 있을까? 우리가 찾지 않으면 그들의 생명은 어떻게 될까?

지은의 눈물겨운 진실이 검은 파도를 넘어 희재에게 가서 생명을 얻을 수 있을까?

 

 

사족] 이 책의 제목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은 작가 故 정채봉님의 시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에서 차용한 것이다.

 

 

모래알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풀잎 하나를 보고도

너를 생각했지

너를 생각하게 하지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어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k*****m 2012.09.14. 신고 공감 12 댓글 26
리뷰 총점 종이책
심연 저편의 당신을 깨운다.(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심연 저편의 당신을 깨운다.(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내용보기
소설가 김.연.수.!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벗님 중 김연수 작가에 매료된 분을 여러 보았다. 특히 인상적인 분으론 미국에 거주하는 여성 블로거 hong님이다. 이 분은 김연수 작가의 작품은 안읽은 게 없을 뿐만 아니라 꿈속에서 작가를 만나기도 하였고, 지금도 작가의 최근 작 <파도가 바람의 일이라면>을 신청해 놓고 책이 빨리 태평양을 건너오길 엄청 고대하고 있는 분이다
"심연 저편의 당신을 깨운다.(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내용보기

소설가 김.연.수.!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벗님 중 김연수 작가에 매료된 분을 여러 보았다. 특히 인상적인 분으론 미국에 거주하는 여성 블로거 hong님이다. 이 분은 김연수 작가의 작품은 안읽은 게 없을 뿐만 아니라 꿈속에서 작가를 만나기도 하였고, 지금도 작가의 최근 작 <파도가 바람의 일이라면>을 신청해 놓고 책이 빨리 태평양을 건너오길 엄청 고대하고 있는 분이다. 책이 도착할 때까지 그 허전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아쉬운 대로 북트레일러를 링크해 놓고 틈나는 대로 보고 들으면서 도착하면 바로 읽겠다고 벼루고 있다. 이 분의 블로그에 들렸다가 이런 내용을 보고 나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출판사에서 서평단 모집을 하기에 어찌어찌 지원을 하게 되었는데 바램이 통했는지 이렇게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연수 씨는 나에겐 생소한 소설가다. 평소 소설보다는 비소설 분야의 책을 더 많이 읽고, 소설을 읽더라도 작가가 누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소설 그 자체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껏 이 작가의 글을 안본 것은 아니다. 이상 문학상 수상 작품집은 사거나 빌려보거나 매번 읽기에 몇 편의 소설을 봤을 터지만 작가의 이름으로 소설을 연결시키기엔 무리가 좀 있다.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소설 마니아가 아니다보니 그런 걸….


어쨌든 큰 기대를 가지고 <파도가 바람의 일이라면>을 손에 잡았다. 표지는 조금 촌스럽지만 그런 대로 나쁘진 않고, 하드커버의 양장이 일단 마음에 든다. 책장을 펼치니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는 문장이 나의 눈을 끈다. 바닷가에서 태어났고, 지금도 바닷가에 살고 있는지라 이 글이 성장기 나의 추억의 한 편린으로 재해석되어 잠시 옛 연인을 떠올린다. 흠….
제 1부 '카밀라'를 읽어나가면서 약간의 실망감이 마음을 채운다. 열일곱 여고생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생후 6개월쯤 미국으로 입양된 주인공 카밀라 포트만. 그녀가 낸 책의 한 사진에 주목한 어떤 출판사의 제의로 사진 속 엄마를 찾아 한국의 '진남'이란 항구도시로 찾아온다. 입양 당시의 낡은 사진과 8년 전 친모의 오빠에게서 온 편지 한 장으로 자신의 뿌리를 찾아나가지만, 자신의 출생 비밀에 대한 묘한 외면에 당황한다. 그 와중에 엄마가 재학했던 진남여고의 도서반 문집에서 엄마 정지은의 앙케이트 글을 읽고 자신의 이름이 '희재'라는 것을 알아낸다. 또한 자신이 입양된 그 해 여름의 어느 밤, 바다에 투신자살하였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평범하고 진부하다. 일본계 미국인 약혼자 유이치와의 관계나 진남으로 동행한 서 교수의 이야기가 주인공이 풀어나가는 주된 스토리와 그다지 연결되지 않는다. 기대만큼의 훌륭한 문장력이 아니지 않은가….


제 2부 '지은'을 읽으면서 김연수 작가가 왜 인기 있는 작가인지 알아챈다. 유이치가 보낸 마지막 메일에서 작가의 글맛이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전체적으로 글을 짜가는 재능이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다. 화자는 희재의 엄마 '지은'이다. 희재의 동선과 자신의 이야기를 섞어서 출생의 진실이 무엇인지 읽는 사람의 궁금증을 최대한 끌어당긴다. 희재의 아버지는 정말 누굴까? 왜 엄마는 희재를 낳았을까? "짧게 네 번, 길게 세 번, 짧고 길고 길고 짧게, 짧게 한 번"이나 " 태풍이 불어오기 전 날의 검모래", "그대가 들려주는 말들을 내 귀로도 들리고"란 소제목에 어울리는 글들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제 3부는 '우리'다. 지은의 자살이 있기까지 직, 간접적으로 공기의 흐름을 나누었던 여고시절의 친구들이 진실의 문을 열어 나간다. 글이 다시 재미없어진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람의 말'이 긴장의 끈을 잡아챈다. 바람의 말이 바로 풍문임을 왜 나는 얼른 알아채지 못했을까? '바람의 말 아카이브'에서 정은의 친구였던 영화감독 조유진은 "심연"을 이야기 한다. 의미가 깊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날개는 꿈과 같은 거라고,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 또한 그와 같은 거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걸 말하고 싶은 거다. 가닿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심연 저편의 당신을 향해 말을 걸고 있는 거다. 주제가 있는 소설, 우리의 결핍을 보담는 인간 본연을 이야기하는 소설인 것이다.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 혹은 당신이 내 소설을 읽는 것, 심연 속으로 떨어진 내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327쪽 작가의 말 끝부분)." 작가는 조유진의 말을 통해 이 책의 의미를 살푼 내비친 것이다. 심연은 그 깊이만큼 무수한 말들을 숨기고 있다. 그리고 독자가 직접 그 심연에서 뭔가를 찾아내길 바라고 있다. 서 교수의 어머니가 부당해고 투쟁 끝에 돌아가시는 장면에서 "우리네 청춘이 저물고 저물도록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라는 노랫말이 입가를 스치고, 지은의 아버지가 타워 크레인에서 투신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극한의 비인간적 노동환경에서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찾으려고 애를 써본다. 우리의 마음은 늘 불안하다고 했던가. 이즈음에서 문득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떠올린다. 그의 저서 <고백>에서 "한 인간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는 그 인간의 내면에 있는 인간의 영혼이 아니라면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다(10.3.3)."고 하였다. '의식의 심연'은 이렇게 가장 불투명할 것 같은 영역이지만, 자신의 영혼만은 오히려 가장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 김연수 작가는 은근히 독자들의 마음속에 숨어있는 혼란과 좌절, 미움과 단절을 들여다봄으로써 피상(superficiality)이 아닌 깊이(depth), 즉 텍스트뿐만 아니라 컨텍스트를 살펴보라고 재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에게 심연과 희망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닐까. 진리는 인간의 내면에 깃들어 있기에 때로는 말을 하지 않아도 느끼는 법이다. 내가 찾은 것은 무얼까? 나는 희재가 희재를 만나는 마지막 부분에서 서로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저자의 생각을 짚어본다. 그들은 벌써 오래 전부터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두 도시를 대입시켰다. 여수와 통영이다. 두 도시는 참 비슷하다. 전라도와 경상도라는 행정적 이질감만 떼어버리면 형제나 다름없는 도시 같다. 둘 다 매우 아름다운 항구도시로 엇비슷한 조선소가 있으며, 두 곳 모두 남도 동백으로 유명한 생태환경에, 모두 배 김밥(충무김밥)의 고향이며, 조선시대 통제영의 진이 있어 곳곳에 '진남'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비슷하게 양관(일제 때 지은 서양건물)을 가지고 있으며, 여고 또한 비슷한 역사와 분위기이다. 하지만 소설은 두 도시 중 여수를 더 배경으로 한다는 느낌이다. 작가는 어느 도시를 더 생각하였을까?

연재소설이라고 알고 있는데 의외로 잘 짜여진 여백의 미에 여운을 즐겨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마음의 만족도 변화를 한번 그래프화 해봤다(아래 참조). 느낌 괜찮은 책이다.


 

리뷰 총점 종이책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김연수" 내용보기
김연수작가의 글을 읽고 나면 웬지 재미있다... 라는 말보다는.. 좋았다... 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우연히 읽게 된 그의 단편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을 읽으며 구성과 그 시점의 혼란속에서도 탄탄한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달로 간 코메디언>을 통해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과 함꼐 그의 단편집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첫 만남을 그렇게 단편으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김연수" 내용보기

김연수작가의 글을 읽고 나면 웬지 재미있다... 라는 말보다는.. 좋았다... 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우연히 읽게 된 그의 단편 <다시 한달을 가서 설산을 넘으면>을 읽으며 구성과 그 시점의 혼란속에서도 탄탄한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달로 간 코메디언>을 통해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과 함꼐 그의 단편집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첫 만남을 그렇게 단편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그의 장편은 아직 나에게 단편보다는 그리 인상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얼마전에 읽었던 원더보이까지...

그리고 이 책 <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제목에 너무 맘이 끌렸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갈래머리의 소녀의 뒷모습도..

요즘 처럼 누군가가 톡 건드려 주면 툭 하고 터질 것 같은.. 그 무엇인가로 충만해 있는 이 가을에 어울리는 제목의 김연수의 장편을 이제야 접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책을 덮고는 좋았다.. 재미있었다...그리고 아직 내 맘속에 마무리 되지 않은 듯한  이야기의 끝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 하게 되었다..

 

카밀라...

'이윽고 다른 곳으로 움직인다 (and than moves on) '

나는 자라면서 내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하얀피부, 금발. 파란 눈이 아닌 쌍커풀이 없는 눈과 까만 머리 그리고... 다른 피부색

나의 이름은 카밀라다.... 바다를 건너 한국에서 입양되어 온..

나를 키워 준 엄마 앤이 죽고 아빠인 에릭은 새로운 삶을 찾아 나를 떠나고 덩그마니 내 앞에 남아있는 것은 나의 그동안의 삶을 이야기해주는 페덱스 25kg짜리 상자 6개와 유이치..

유이치의 권유로 나는 그 상자안의 물건을 하나씩 꺼내며 나의 이야기를 글로 써내려간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한장의 사진...

사과라고 해도, 어쩌면 홍등이라고도 부를 만한 , 붉은 것들.꽃들. 동백들...

그것을 배경으로 나를 안고 있는 나의 엄마를 보았다...

그 사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고 나의 탄생, 그 진실을 알고 싶어 한국의 항구도시

진남으로 향한다.

나는 그곳에서 무엇을 알고 싶었을까..

엄마.. 어떻게 정의를 내릴 수 있을까..

열일곱의 나이에 나를 낳고 바다고 뛰어든 엄마 정지은...

또 내가 알고자하는 진실은 무엇일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으며 진실을 찾아다니는 주인공들을 볼 때 마다 왜 저들은 저렇게 진실을 찾으려는 것일까... 공익을 위해서?

스스로 충만한 삶을 원하니까? 공명심 때문에?

이제 내가 그 입장이 되어보니 중요한 건 진실 그 자체이지 개인적인 삶이 아니라는 걸 알겠다..

엄마가 다니던 학교, 그리고 활동하던 도서부에서 만들어낸 문집..

그 안에 엄마 정지은이 적어 놓은 시들을 통해 엄마를 조금씩 느낄 수 있었고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교사였던 신혜숙 선생님께 충격적인 나의 출생의 비밀을 듣게 되었다..

 

지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

이렇게 너를 만나게 될 줄이야..

유람선위에 유이치와 함께 있는 너를 느낀다.

행복한 얼굴이어야할 너의 얼굴은 마치 세상의 끝을 바라본 듯한 창백함이구나... 희재야..

내 안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네가 나왔다니,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경험인지 네게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있는 입술이 내게는 없네. 네 눈을 빤히 쳐다보고 싶지만, 너를 바라볼 눈동자가 내게는 없네. 너를 안고 싶으나, 두 팔이 없네. 두 팔이 없으니 포옹도 없고, 입술이 없으니 키스도 없고, 눈동자가 없으니 빛도 없네, 포옹도 , 키스도, 빛도 없으니, 슬퍼라, 여긴 사랑이 없는 곳이네.. 

난 타워크레인 위에서 홀로 투쟁하고 계시던 아빠가 투신 자살을 하시고 많은 일들이 생기고 나는 굳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입을 닫아 버렸어..

최성식 선생님이 도서관에서 나에게 읽어주시던 시... 그중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를 들으면서

"그 나비는 바다를 건너갈 모양이네요"라고 선생님께 말을 건넸지..

그리고 난 선생님께 2년전 아빠가 돌아가셨을 그 당시의 얘기를 해드렸어

오빠와 함께 타워크레인 위에 있는 아빠에게 손전등으로 모스부호를 보내드렸던 그 이야기를

짧게 네번, 길게 세 번, 발고 길고 길고 짧게, 짤게 한번.. H.O.P.E.. 희망을

하지만 그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단다..

임신한 여고생인 나를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들 그리고 나의 임신에 관한 많은 그렇 것이다라는 추측들.그리고 너를 지우라고 권유하는 친구들과 선생님..

난 그들에게 얘기했단다..

사람과 사람사이를 건너갈 수 있니? 너한테는 날개가 있니? 그렇게 ...

나한테는 날개가 있어... 바로 이 아이야... 그래 희재야... 넌 나의 날개였단다..

 

우리

'우리가 걔를 죽인 거잖아..'

그때 우리는 고작 열여덟살, 혹은 열아홉살이었고 우리는 저마다 나름대로의 최고의 인생을 꿈꾸고 있었지... 그 아이의 고통과 슬픔은 우리의 것이 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이었고 그 고통과 슬픔은 고통스럽지 않고 , 슬프지도 않았어.. 우리와 그 아이의 사이에는 심연이 있고, 고통과 슬픔은 온전하게 그 심연을 건너오지 못했어.. 심연을 건너와 우리에게 닿는 건 불편함뿐이었어. 우리는 그런 불편한 감정이 없어지길 바랬지..

 

바람의 말 아카이브

이곳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답니다.

일어날 수도 있었던 하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은 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연을 건너오지 못하고 먼지처럼 흩어진 고통과 슬픔의 기억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고 빛바램과 손떄와 상처와 잘못 그은 선 같은 것만 보여줄 뿐인 물건들..

 

 

이 이야기는 이렇듯 4사람의 시점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1부인 카밀라에서는...카밀라이고 이제는 희재인 그녀 자신이  알고 싶었던 진실과 그 진실에 다가가게 되면서 알게 되는 사실들에 대해서..

2부 지은에서는..아이를 낳고 바다에 뛰어 들었던 지은..

날개를 잃고 모두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그녀는 결국 타인과의 그 심연을 건너지 못한 채 바다의 깊은 심연으로 자신을 던져버렸다..

자신의 열여덟 시절을 얘기하는 절절함과 그 바다의 깊고 고요함 속에서 24년을 기다리고 있던, 자신보다 더 나이가 많은  딸 희재를 바라보는 애뜻함에 대해서.

3부 우리에서는...당시 지은이에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우리들의 변명 아닌 변명에 대해서..

그리고 그 이야기들과 모두 함께 해 온 양관, 바람의 말 아카브라 와 또 다른 희재에 대해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맘에 남아있던 단어들이 떠오른다.

홍등과도 같은 붉은 동백, 검고 깊은 바다,깊은 심연.고요, 양관의 서늘함..우리의 사랑이야기 '우리사이'

처음의 호기심은 과연 카밀라의 엄마인 정지은.. 그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이고 과연 그의 친부는 누구인가.. 그러나 글을 읽으며 그런 호기심은 그들에게 다가가야하는 심연을 건너지 못하고 그저 그들을 바라보는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에 설사 그 어떤 사실, 진실들을 알았다 하더라도 이 이야기가 끝이났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들앞에 놓여졌던 그 어떤 사실들보다 그들에게 보이지 않았던 그들의 둘러싸고 있었던 그 관계의 깊은 심연을 들여다 본 이상 말이다..

과연 그들은 그 앞에 놓여있는 깊은 심연을 건너 손을 잡고 포옹을 할 수 있을지..

나 또한 그러한 것들을 희망이라는 명분하에 붙들고만 있는 그런 사람인 것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리고 그 너머에 닿지 못해 이렇듯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있지 못하는 나를 본다.

하지만 믿고 싶다..

희망의 날개였던 희재를 통해 그들의 손끝은 서로에게 닿아가고 있다고...

그리고 다시 만난 그들은 드디어 서로를 꼭 끌어안는 포옹을 하고 있다고...

 

 



YES마니아 : 플래티넘 n******m 2012.10.22. 신고 공감 11 댓글 60
리뷰 총점 종이책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희망을 통한 심연 간의 거리 좁히기..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희망을 통한 심연 간의 거리 좁히기.." 내용보기
우리는 흔히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눈에 보이는 상태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생각이 덧붙여져 편견을 만들어 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의 이어짐은 쉽사리 두꺼워지지 못하고 작은 균열로 인해 극단적인 붕괴를 맞게 된다. 진실 혹은 진심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처해진 상황에 맞춰 자신의 이득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인간들의 행태. 사소한 오해는 '나비효과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희망을 통한 심연 간의 거리 좁히기.." 내용보기

우리는 흔히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판단의 근거로 삼는다. 눈에 보이는 상태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생각이 덧붙여져 편견을 만들어 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의 이어짐은 쉽사리 두꺼워지지 못하고 

작은 균열로 인해 극단적인 붕괴를 맞게 된다. 진실 혹은 진심과는 상관없이 자신이 처해진 상황에 맞춰 

자신의 이득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인간들의 행태. 사소한 오해는 '나비효과'처럼 의도하지 않았던 크나큰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반추하고 후회하는 것이 인간인 것을... 

인생이란 단 한번만 살 수 있는 것이니까....


여기 오해와 편견, 사소함에서 비롯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가 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이라는 

궁금함을 불러 일으키는 제목의 소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연의 거리가 얼마만큼 먼지, 그 거리를 

줄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엿볼 수 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라는 문구만을 보고 가슴 애틋한 사랑이야기인줄로만 알았던 내게 

이 책의 내용은 혼돈을 가져다 준다.


책의 시작은 카밀라라는 입양아의 양부모 중 어머니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죽음의 문턱에서 카밀라의 

양모는 카말라의 진짜 엄마에 대한 소식을 전하게 되고, 카밀라는 어머니를 찾아 대한민국의 진남이라는

작은 동네를 찾아가게 된다. 단서는 친모와 찍은 사진 한장과 그녀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이름 뿐.. 

진남고등학교를 방문한 카밀라는 해당 학교의 교장인 '신혜숙'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혜숙은 뭔가를 숨기고 카밀라가 친모를 찾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고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졸업앨범에조차 친모인 '정지은'의 사진은 없다. 혜숙은 그런 학생에 대한 기록은 없다고 주장한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카밀라로서는 그런 상황이 의아할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모를 

만나겠다는 의지는 더욱 강해진다. 사건은 친모의 친구라고 하는 '김 미옥'이 등장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그런데 엄마는 왜 졸업을 못한건가요? 미혼모로 나를 낳았기 때문인가요?"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 차서 높은 곳에 떠다니던 내 마음은,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곧장 아래로 떨어졌다. 

"죽었으니까"

(중략)

"언제?"

"벌써 오래전에 1988년 6월. 카밀라가 태어난 그 다음 해에." - P.95 -


카밀라가 친모를 찾는 과정은 그녀에 대한 애틋함이나 사랑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본인 스스로의 존재의 

근원을 찾는 과정이다. 삶이란 때론, 진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나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람은 그것이 

후회할 만한 선택이 될지라도 진실과 진심을 알고 싶어 한다. 이유 따윈 알 수 없다. 찾아야 할 것 같아야 

하니까 찾는 것이고, 알아야 할 것 같으니 알고자 하는 것이다. 카밀라의 간절한 바램과 대조적으로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은 진실을 가리고자 한다. 다 각자의 기준대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알고 있는

단편적인 지식으로 어떤 판단을 내린다. '너는 친모를 찾지 않는 것이 현명한 것이다.'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알고자 하는 것이 사람의 본능이 아닐까?


신혜숙이 말한 진실은 생각보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게도... 카밀라에게도...


"내 이름은 희재야. 정희재. (중략) 그게 아들이든 딸이든 앞으로 태어날 자식에게 붙이고 싶다던 이름이다. 희재. 나는 희재야. 더 이상 카밀라가 아니야'

"나의 엄마는 정지은이고, 나의 아빠는 정재성인데, 두 사람은 남매였대." - P.129 -


순간 책을 덮어버렸다. 나 역시도 제 3자이니까... 앞서 보여진 단편적인 사건들과 대화만으로 상황을 

판단한다. 입양아의 부모 찾는 이야기. 진실을 알고 보니 구역질 나는 상황임에 더 깊은 무언가가 있는지

고려하지 않고 편견의 벽을 친다. 이 책은 이런 내용이라고... 내가 굳이 볼 필요가 없다고... 책을 다시 

펴게 된 것은 뒷 표지의 문구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연은 건너오지 못하고 먼지처럼 흩어진 고통과 슬픔의 기억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고 빛바램과 손때와 상처와 잘못 그은 선 같은 것만 보여줄 뿐인 물건들"

네가 보는 것 역시도 오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심연을 건너오지 못하고 흩어진 기억들이 궁금했다.  

이제 친모인 '정지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정지은'의 아버지는 진남조선소의 노동자 대표로서 타워크레인에서 투신 자살하게 된다. 

이 때의 충격으로 지은은 실어증을 앓게 되고,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최성식'이다. 학창 시절 지은의 

독일어 선생님이자 지은을 마음 깊이 아끼고 사랑까지 느끼게 되었던 사람. 교사와 학생 간의 미묘한 

감정은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게 된다. 앞서 지은의 친구로 등장했던 '김 미옥'의 아버지는 당시 지은의 

아버지가 주도했던 파업투쟁에서 목숨을 잃게 되었다. 이로 인해 생겼던 감정의 골은, 미옥이 좋아하던 

성식과 지은의 관계를 미옥이 오해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고, 부적절한 관계로 소문이 확대되면

서 지은은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당시에 실제로 임신을 하고 있었던 지은은 성식의 아이를 가진 것으로 

오해를 받게 되며, 당시 성식과 결혼하고 아이까지 가지고 있던 '신혜숙'은 남편의 부적절한 관계를 덮기 

위해, 지은이 그녀의 오빠인 '정재성'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는 것으로 진실을 조작하고, 태어난 

아이(카밀라)는 강제 입양을 보내도록 한 것이다.


바로 위에서 '오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지은'의 아이는 누구의 아이일까...?

'이희재'. 지은의 아버지가 투신자살하던 당시의 진남조선소의 사장의 아들이다. 진남조선소가 몰락의 

길을 걷게 된 시점에, 지은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된다. 아버지에 

행동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던 '이희재'와 '정지은'의 만남.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지는 서로 간 심연의 

거리는 얼마만큼 좁혀질 수 있었을까?


어느 저녁, 양관에서

- 20년 뒤의 희재에게


(중략)


기다림이 하나의 계절이 되었다.

멀리 있는 어스름, 멀리 있는 물푸레, 멀리 있는 우물

여기에서 모든 것은 서로 나란히 떨어져 서 있으니

안개가 만든, 안개를 닮은, 안개의 너와 나

- P.224


책 속에서는 스스로를 '정희재'라고 생각한 카밀라가 친모인 지은이 훗날의 아이인 자신에게 쓴 시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 시를 '정지은'이 '이희재'에게 쓴 것이라 생각한다.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마음 속 이야기.... 너무나도 멀기만 한 그 거리를 희망이라는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과정...


24년을 기다렸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리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까.  - P.323

나는 지은을 바라봤다. 지은도 나를 바라봤다. 벌써 오래전부터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는 듯이.

- P.324


두 '희재'의 만남. 바다의 일상적인 일인 파도가 치는 것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희재'를 생각했던 지은의 

마음이, 두 사람 간의 깊은 심연을 건너 '희재'에게 가닿게 한 것은 아닐까...


무수히 많은 인물의 등장. 각 인물들의 삶에서 보여지는 자기방어적이고 이기적인 모습들. 사소함에서 

비롯된 크나큰 비극의 이야기. 방사선 형태로 얽히고 섥힌 각자의 심연은 방어체제를 구축하고 서로 간의 

거리를 늘린다. 조금만 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었더라면... 비극은 없지 않았을까...

사람의 마음을 알고, 그 마음이 이어진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판단 체계와

사고 구축 체계는 너무나도 미숙하기에... 조금은 더 의식적으로 마음을 열고 이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너무나도 멀고 먼 심연 간의 거리 이야기...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는...

깊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희망은 날개 달린 것.심연을 건너가는 것. 우리가 두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는 것. 심연 속으로 떨어진

내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




d******4 2012.09.30. 신고 공감 10 댓글 22
리뷰 총점 종이책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내용보기
입양아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된다. 우리나라 키우기 힘든가? 왜국으로 입양 보내는 나라 중에 단연 앞선다. 머가 이리 안 좋은 거만 앞서는지 모르겠다. 그냥 우리나라 자체 해결하면 안 되는 건가? 저 출산으로 많이 낳지도 안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출산을 못하는 부모들도 많은 게 현실인데 말이다. 우리나라는 입양절차가 무척이나 복잡하다고 하니 참 애석하다.     “카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내용보기

입양아 이야기를 다시 하게 된다. 우리나라 키우기 힘든가? 왜국으로 입양 보내는 나라 중에 단연 앞선다. 머가 이리 안 좋은 거만 앞서는지 모르겠다. 그냥 우리나라 자체 해결하면 안 되는 건가? 저 출산으로 많이 낳지도 안고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출산을 못하는 부모들도 많은 게 현실인데 말이다. 우리나라는 입양절차가 무척이나 복잡하다고 하니 참 애석하다.

 

 

카밀라는 카밀라니까 카밀라인 거지.”

참 예쁜 이름 같다. 카밀라는 동백꽃을 표현한 것이란다. 처음 들어보는데 너무 예쁜 이름 같다. 자기 이름이 양부모 밑에서 자란 카밀라는 입양아다. 입양당시 사진에서 엄마가 앉고 있는 모습이 동백꽃 앞에서 사진이라 이름을 카밀라로 지은걸 나중에 알지만 하여튼 카밀라다. 양 엄마가 돌아가시고 양아버지는 여자가 생겨 카밀라에게 상자 6개를 보낸다. 카밀라의 짐이 남겨진 상자다. 그 상자를 받을 때 카밀라 마음은 참 슬플 것이다. 자기가 지금까지 살아온 상자니 말이다. 그리고 가족이란 것에서 두 번째 버려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6개의 상자를 본 애인 유이치는 그 상자속의 물건을 보면서 글을 쓰자고 한다. 그 물건에 대한 추억이나 이야기 말이다. 그 상자들의 이야기들이 책으로 출간한다. 조금씩 사물에 들러붙은 사람의 흔적을 찾아가는 형식의 자전소설로 바뀐 초고는 2010너무나 사소한 기억들 : 여섯 상자 분량의 입양된 삶 과연 나는 몇 상자나 남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왕이면 마지막엔 상자가 조금만 남고 사람들의 기억 속 상자는 아주 많기를 바란다. 그 상자 속에 사진과 양 엄마가 죽으면서 엄마 오빠가 편지를 보냈다는 고백과 함께 추억 속 사진의 장소를 찾아온다. 한마디로 친엄마를 찾으러 한국으로 온다.

 

진남여고에서 들은 이야기들, 감추려는 자와 진실을 말하려는 자. 진실은 매력적인 추녀의 얼굴 같은 것이라 끔찍한 게 분명한데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욕망이 든다면, 그건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다.” 누가 과연 진실일까? ? 그들은 카밀라에게 진실을 말하지 아니하는가?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고 했던가? 신혜숙 교감의 거짓말과 김미옥에게서 들은 엄마 이야기 거기에 엄마의 가족이야기도 가슴 아프다. 엄마 이름은 정지은이란다. 엄마는 카밀라를 낳고 기 다음해에 자살했단다. 진짜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해, 카밀라. 나와 결혼해줘.”

애인 유이치가 결혼하자는 소리에 눈물을 흘리며 카밀라는 울면서 이야기한다.

유이치, 유이치. 나는 더 이상 카밀라가 아니야. 정희재. 문집에서 정지은이 작성한 앙케이트에 나오는 이름이야. 그게 아들이든 딸이든 앞으로 태어날 자식에게 붙이고 싶다던 이름이야. 희재. 나는 희재야. 더 이상 카밀라가 아니야.” 여기서 희재란 이름은 완전 반전의 이름으로 마지막에 등장한다. 과연 정지은은 왜? 희재라 이름을 지은 것일까 

정대로 듣지 말 것을 하는 말이다.

나의 엄마는 정지은이고, 나의 아빠는 정재성인데, 두 사람은 남매였대.” 참 가슴 아픈 이야기다. 이것이 진실이던 거짓이던 이건 현실에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이것이 진실이라고 밀고 가는 신혜숙 선생님 왜? 신혜숙은 이리 말한 것인가? (p128~p129)

 

희재를 구해준 지훈이 보내 온 매일에서 김연수라는 저자의 멋진 글을 적어본다. 지훈이 야간 바다 속에 들어갔다가 물 밖으로 나올 때 느끼는 이야기인데 저자는 별을 아주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  

그 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그믐 가까울 무렵 물 밖으로 나올 때입니다. 하늘에도 빛이 없으니까 그거 위를 향해서 올라오기만 하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별들이 확 쏟아질 듯 제 시선으로 들어올 때가 있는데, 그러면 물 밖으로 다 나온 것입니다. 별빛이 제 쪽으로 떨어지는 순간은 정말 아름다워요. 이런 세상에 살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p160

이 부분이 은근 반전 포인트 같은 생각도 든다. 엄마인 정지은이 죽고 오빠가 아빠라는 사실을 듣고 서울을 떠난 희재는 지훈이가 라디오 프르에 우리사이(우리들의 사랑이야기)를 들으면서 거기서 방송을 들은 날 경험이다.

그때 모든 사람들은 그녀의 오빠가 아이의 아버지라고 믿었지요. 하지만 저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저는 진남 앞바다에 뛰어들어 자살한 그 아이를 사랑하고 있었으니까요.” p162 과연 이 사람은 누구인가? 지은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니 누구란 말인가? 너무나 궁금해진다.

 

과거의 지은이 입장에서 찾아가는 진실이 참 새롭다. 거기서 일어나는 지은 아버지의 자살 이유도 알게 되고, 그 때문에 실어증에 걸려 말을 안 하던 시절 좋아했던 최성식 선생님, 과연 누가 아버지란 말인가? 다들 최성식 선생님이 아버지라는 소리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 부인인 신혜숙 선생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조작으로 아버지를 오빠로 몰고 간 것이다. 선생님이 아이를 가진 지은을 찾아서 유산하라고 시키던 날 오빠에게 당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여기서 노동자와 사장의 관계가 등장한다. 회사에서 대모하다가 죽은 아버지와 직원들, 직원들 가족은 정지은 가족을 미워했다. 친한 친구 미옥의 한마디로 점점 더 오빠가 아버지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여러 친구들의 오해 한마디들 참 말 한마디가 이렇게 크게 변하는걸 알게 된다. 하여튼 말이란 건 정말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절 학교옆 건물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밝혀진다. ‘바람의 말 아카브이를 찾아간다. 늦어서 안 열어준다는 말해 급해서 카밀라는 말을 건넨다.

아 저는 카밀라 포트만이라고 합니다. 한국 이름은 정희재입니다.”

희재라고요?”

, 희재입니다. 왜 그러신가요?”

왜냐하면, 제 이름도 희재거든요.” p232

아버지를 죽게 한 회사 진남 조선공업 사장집안도 몰락해 간다. 거기서 지은은 그 집 창문에 매일 돌을 던지다가 그 집의 아들 이희재를 만나게 된다. 이희재 또한 누구보다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싶던 사람이다. 그러면서 차츰 알게 되는 진실들, 이희재 엄마는 아버지가 바람을 펴도 그 집을 떠나지 못했다. 알고 보니 그 집 뒷산에 묻힌 백인 소녀 앨리스라는 아이의 묘비를 발견하고 그걸 지켜준 것이다. 그리고 이희재의 엄마는 죽는다. 이희재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나가서 산다. 그래서 집을 지키는 중에 지은을 만난 것이다. 원수 집안에서 사랑하는 사이가 된 건가? 확실한 답은 안 나오지만 암시를 한다. 그리고 그 이름도 이희재를 위한 것이다. 아니면 둘은 가족이라는 뜻일 것이다.

 

친구들이 등장한다. 서로 먼가를 지키기 위해 더 낳은 삶을 살기위해 감추고 지키려는 것들 , 과연 그것들이 무엇이란 말인가? 한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하단 말인가? 한 사람을 나쁜 아이로 몰고 간 말들 정말 엄청나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게 마련이다. 어디서든 거짓말은 안 된다. 모든 사람을 힘들게 하고 오해를 불러오니 말이다. 오빠가 아빠라고 할 때 화가 났던 일들이 끝에 가서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죽음으로 가지는 말았으면 했다. 카밀라가 뿌리를 찾기 위해 고향으로 와서 다행히 아빠라는 사람을 알게 되어서 너무 좋다. 오해로 끝날 일을 지훈이 바다에 빠진 카밀라 목숨을 구해주고 그 거짓된 일들도 해결하게 되어 너무 좋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 너를 생각하는 건 나의 일이었다. 너와 헤어진 뒤로 나는 단 하루도 너를 잊은 적이 없었다.역시나 이 말에서 많은 의미를 보았다. 지은의 죽음은 아프지만 이 의미는 오랫동안 잊을수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저자는 시를 강조하면서 희망을 노래한다. 김연수 작가의 책은 많이는 아니지만 역시나 감동이다. 꼭 읽고 싶어서 안달하던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되고 못읽은 작품을 찾아서 읽을 생각이다.

매클레인 목사 부부가 낯선 당에서 죽은 어린 딸(엘리스)을 위해 새긴 에밀리 디킨스의 시

희망은 날개 달린 것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영혼에 둥지를 틀고

말이 없는 노래를 부른다네,

끝없이 이어지는 그 노래를,

 

드센 바람 속에서 가장 감미로운 그 노래를.

매서운 폭풍에도 굴하지 않고

그 작은 새는 수많은 이들을 따듯하게 지켜주리니.

 

가장 차가운 땅에서도,

그리고 가장 낯선 바다에서도 나는 들었네.

그러나 최악의 처지일 때도, 단 한 번도,

그 새는 내게 먹을 것을 달라고 하지 않았네.

 

 

 

카밀라의 상자 속에서 어릴적 선물 받은 지구본을 보면서 양엄마를 생각하며 양엄마가 그 시절에 불렀던 노래란다. Dreams - The Cranberries 란다. 들어보니 괜찮은데 다 같이 이 책과 함께 카밀라의 추억을 생각해요.



k*****7 2012.10.06. 신고 공감 7 댓글 16
리뷰 총점 종이책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심연속의 말들에 귀 기울이기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심연속의 말들에 귀 기울이기" 내용보기
김연수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그의 새 책이 나오면 유심히 보아진다. 이번엔 어떤 내용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올까. 어떤 주제를 가지고 우리의 마음에 손짓할까. 우리는 또 어떤 것들을 느낄까. 그의 작품이 다소 난해하게 느껴져도 짝사랑하는 사람처럼 그의 작품을 자꾸만 읽고 싶어진다.     표지에서부터 보이는 책은 왠지 아련함이 먼저 찾아든다.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소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심연속의 말들에 귀 기울이기" 내용보기

김연수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그의 새 책이 나오면 유심히 보아진다.

이번엔 어떤 내용으로 우리 곁으로 다가올까. 어떤 주제를 가지고 우리의 마음에 손짓할까. 우리는 또 어떤 것들을 느낄까. 그의 작품이 다소 난해하게 느껴져도 짝사랑하는 사람처럼 그의 작품을 자꾸만 읽고 싶어진다.

 

 

표지에서부터 보이는 책은 왠지 아련함이 먼저 찾아든다.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소녀의 뒷모습에서도 아련한 추억이 묻어 있을 것 같다.

 

 

현재의 카밀라 포트만. 양어머니인 앤이 죽고 난 뒤 혼자서 지내고 있는 그녀에게 양아버지로부터 자신의 어릴적 유년시절의 추억이 쌓여있는 여섯 개의 상자가 도착한다. 그 물건들을 바라보기 꺼렸지만 유이치의 제안으로 추억의 물건을 하나씩 꺼낼때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여섯 개의 상자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써 작가가 된 카밀라. 자신의 뿌리를 찾는 논픽션을 쓰기 위해 한국으로 향하게 된다. 여섯 개의 상자속에서 사진을 자신과 친엄마로 보이는 사진 한 장을 발견하고 한국 남해안에 있는 진남으로 향했다. 열입곱 살에 자신을 낳았고 진남여자고등학교에 다녔다는 걸 알게 된 카밀라(희재)는 진남여자고등학교로 갔지만 교장으로 있는 신혜숙은 졸업앨범등을 보여주지만 진남여고 학생이 아니었다는 말을 한다. 무언가 진실을 숨기고 있는 듯 하지만 알 수가 없다. 엄마 이름이 정지은 이라는 것. 정지은이 아이를 낳는다면 희재로 이름을 짓고 싶어했다는 것.

 

 

소설은 1부는 카밀라의 시점으로 나타나고 2부에서는 지은의 시점으로 카밀라를 너라고 칭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마치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에서처럼 독특한 느낌이 들었다. 3부에서는 3인칭 시점으로 지은과 같이 학교를 다녔던 이들이 나와 25년 전을 이야기한다. 소설속에서 등장하는 붉은 동백꽃, 양관의 앨리스 무덤과 에밀리 디킨슨의 시, 그리고 검은 모래가 있는 바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들을 과거속의 정지은에게로 향한다. 정지은은 왜 자살을 했을까. 카밀라(희재)는 누구의 아이일까. 지은이 찾고자 했던 심연 속에서 날개를 퍼덕이지만 쉽게 가 닿을수 없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중요한 건 우리가 결코 이 날개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날개는 꿈과 같은 것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 역시 그와 같아요. 꿈과 같은 일이라 네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야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결국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그럼 날개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그 이유를 잘 알아야만 합니다. 날개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날개가 없었다면, 하늘을 난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테니까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생각도 없었을 테지요.   (274~275페이지 중에서)

 

 

왜 인생은 이다지도 짧게 느껴지는 것일까? 그건 모두에게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이겠지. 처음부터 제대로 산다면 인생은 한 번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단번에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단 한 번 뿐인 인생에서 우리가 저지르는 실수는, 그게 제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 결정적이다. 한 번뿐인 인생에서 우리는 그런 결정적인 실수를 수없이 저지른다는 걸 이제는 잘 알겠다.  (285페이지 중에서)

 

 

희재의 친아버지가 누구일까. 그의 정체를 찾지만 작가는 독자들에게 그리 친절하지가 않다.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 안개속을 헤매듯 나름의 추리를 맡기고 있다. 그야말로 심연 속에 갇힌 느낌이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심연. 우리는 심연 속에 갇혀 우리들의 자화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처음 '나'로 시작하는 글에 남자 작가가 쓴 글이면 으레 남자 주인공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마흔이 넘은 김연수 작가가 스물네살의 작가인 희재와 열일곱 살의 지은 또는 지은의 학교 동기들인 영화감독이나 기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글이 상당히 생소하고 낯설었다. 하지만 내가 읽었던 김연수 작가의 몇 권의 책들 보다는 더 다정하더라. 내가 좋아하는 단어인 '심연'이라는 주제와 '희망'의 날갯짓을 이야기하는 이 글이 퍽 다정했다. '나'와 '너'가 모여 '우리'가 되는 희망의 날개가 심연속에서 피어오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12.09.03. 신고 공감 7 댓글 26
리뷰 총점 종이책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김연수" 내용보기
피곤할 때 설탕을 듬뿍 넣은 커피가 생각나는 것처럼 모처럼 달짝지근한 소설이 생각나서 이 책을 골랐다. 이 책은 절판 된 뒤 2015년 <문학동네>로 재출간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읽은 것은 <자음과모음>발행, 초판4쇄다. 책을 펴놓고도 쉽게 읽지 못하고 제목이 된 구절만 한참 생각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소설의 반은 읽은 느낌이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김연수" 내용보기

피곤할 때 설탕을 듬뿍 넣은 커피가 생각나는 것처럼 모처럼 달짝지근한 소설이 생각나서 이 책을 골랐다. 이 책은 절판 된 뒤 2015문학동네로 재출간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읽은 것은 자음과모음발행, 초판4쇄다. 책을 펴놓고도 쉽게 읽지 못하고 제목이 된 구절만 한참 생각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소설의 반은 읽은 느낌이었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

 

바다는 아무리 잔잔해 보여도 끊임없이 물결이 인다. 한 순간도 '정지'상태가 없는 것은  바다가 끊임없이 자신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처럼 나 역시 한순간도 너를 잊은 적 없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연인끼리라면 애정의 과장이라고 하겠지만 어린 딸을 입양 보낸 엄마의 마음이라면 이보다 적절한 것은 없을 것이다.

 

1부의 화자는 카밀라다. 카밀라는 한국에서 태어나 생후 6개월쯤 미국 가정에 입양되었다. 친모의 유품을 소재로 한 책을 쓴 뒤,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의 진남으로 온다. 친모가 자신을 안고 찍은 사진이 지역신문에 소개된 후 입양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한다.

 

2부는 죽은 지은이 딸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을 빌었다.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 오빠와 함께 진남으로 온 지은은 중2아버지가 자살하자 그 충격으로 말을 잃었다. 진남여고 1학년 때 담임인 최 선생은 그런 지은을 위해 시를 읽어주었고, 어느 날 지은은 다시 말을 하게 되었다. 최 선생은 자신의 노력이 결실을 본 거라고 뿌듯해하지만 지은이 말문을 연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지은은 최 선생과의 추문을 견디며 딸을 낳은 뒤, 그 딸이 타의로 입양보내지자 바다에 투신했다. 카밀라였다가 이름을 바꾼 희재는 죽은 엄마가 알려주는 대로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운영하고 있는 양관에 도착했다.

 

3부는 지은의 친구들이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사실 하나가 그들 모두의 앞에 드러났다. 지은이 투신하게 된 이유는 바로 자신들 때문이었다. 24년 전 말을 잃은 아이가 말을 되찾게 되고, 그 과정이 소개되자 지은을 미워하게 된 아이가 있었다. 미옥은 짝사랑하던 최 선생이 지은을 남다르게 대하는 것을 알게 되자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렸고, 다수의 사람들이 침묵으로 방관하는 사이 희망을 잃은 지은이 삶을 포기한 것이다.

 

우리는 이제 안다. 이 세상에는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이룰 수 없는 일들이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아니,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다는 걸. 그렇다면 꿈꾸었으나 이루지 못한 일들은, 사랑했으나 내 것이 될 수 없었던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바람의 말 아카이브에 그가 수집하고 싶었던 것들이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일어날 수도 있었던, 하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은 일들을 들려주는 이야기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연을 건너오지 못하고 먼지처럼 흩어진 고통과 슬픔의 기억들,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고 빛바램과 손때와 상처와 잘못 그은 선 같은 것만 보여줄 뿐인 물건들. 287

 

화자는 동백꽃을 사과 같기도 하고 홍등 같기도 하다고 한다. 사과와 홍등의 공통점은 붉다는 것인데 그 붉은 동백꽃이 송이 째 뚝 떨어진 것처럼 이 책에는 지은의 죽음이 하나의 축이 된다. 그 주위에 지은 아버지와 희재 아버지의 자살이 있고, 앨리스와 조선소 직원들의 사고사 등이 있다. 죽음은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사연이 진실인지에 대해 다 알 수는 없다. 누구도 죽은 당사자는 아니니까. 지은의 이야기에도 소문과 다른 사실이 많았다.

 

세상에는 최선을 다해도 이뤄지지 않은 꿈들이 많을 것이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기 위해 흘려야했던 많은 땀과 진실들. 그것들은 대개 묻혀버린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방관자로 있었던 시간들이 그대로 묻힌 채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소설을 써야만 한다고 했다. 매일 드러나고 있는 사실들. 그 사이에 가라앉아버린 진실을 찾아 글로 적는 것. 그것이 작가의 몫이라면 독자는 작가가 차마 다 쓰지 못한 이야기를 상상해내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t******e 2020.01.26. 신고 공감 6 댓글 3
리뷰 총점 종이책
가슴속 묘한 울림과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은, 감수성이 절로 예민해지는 이 계절에 참 잘 어울리는 소설
"가슴속 묘한 울림과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은, 감수성이 절로 예민해지는 이 계절에 참 잘 어울리는 소설" 내용보기
가을이다. 요즈음이야 사시사철 책읽기 좋지 않은 계절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가을만큼 “독서(讀書)의 계절”이 잘 어울리는 계절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수많은 소설들 중 어떤 장르가 가을에 잘 어울릴까? 개인적으로 즐겨 읽는 추리·스릴러 소설은 아무래도 여름이 제격이고, 아침저녁으로 옷깃이 절로 여며지는 추운 가을 날씨에는 가슴을 따뜻함으로 물들이는 감동적인 소설
"가슴속 묘한 울림과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은, 감수성이 절로 예민해지는 이 계절에 참 잘 어울리는 소설" 내용보기

가을이다.

요즈음이야 사시사철 책읽기 좋지 않은 계절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가을만큼 “독서(讀書)의 계절”이 잘 어울리는 계절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수많은 소설들 중 어떤 장르가 가을에 잘 어울릴까? 개인적으로 즐겨 읽는 추리·스릴러 소설은 아무래도 여름이 제격이고, 아침저녁으로 옷깃이 절로 여며지는 추운 가을 날씨에는 가슴을 따뜻함으로 물들이는 감동적인 소설이나 감성이 충만한 가슴 아픈 연애 소설이 딱 어울릴 듯하다. 그래서일까? 장르소설 마니아인 나에게는 결코 어울리지 않았을, 거기에 처음 만나는 작가에 대한 울렁증이 있는 내가 이름만 들어봤을 뿐 아직 만나본 적이 없었던 “김연수” 작가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자음과모음/2012년 8월)>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 이었다

 

시(詩) 한 구절을 연상시키는 띠지와 책 첫 페이지에 적혀 있는 위 문구는 평소라면 손발이 오그라들었을 문구였겠지만 갈수록 깊어가는 가을과 딱 어울리는, 처음부터 눈길을 확 잡아끄는 문구였다. 다른 책들은 책 읽기 전에 출판사 홍보글과 다른 독자들의 서평, 그리고 책 앞 뒤 면의 작가의 말들부터 꼼꼼히 읽고 시작하는데, 이 책은 그런 사전 조사 없이 이 문구로 바로 시작했다. 이 가을에 어울리는 가슴 시린 로맨스 소설이겠거니 하고 말이다.

 

2012년 현재, 양모(養母)인 “앤”이 죽고 난 후 집을 나와 혼자 살고 있는 26세 미혼 여성인 “카밀라 포트만”에게 양부(養父)인 “에릭”이 카밀라가 쓰던 2층 방을 정리했다며 여섯 상자에 카밀라의 유년 시절 물건들을 가득 담아 보내온다. 상자들이 배달되던 날, 상자에 담겨 있던 테디 베어 인형을 보고 눈물을 흘린 뒤로 상자를 더 이상 열어보지 않고 방 한쪽 벽에 쌓아놓았다가 남자 친구 “유이치”의 권유로 상자 속 물품들을 꺼내보며 자신의 유년시절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 글이 출판되면서 제법 인기를 끌게 되고 뜻하지 않게 작가가 되어 버린 카밀라에게 출판사에서 의뢰가 들어온다. 생후 6개월 만에 미국으로 입양되어 온 카밀라가 모국인 한국에서의 과거를 찾아보는 논픽션 글을 써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카밀라에게 한국에 대해 남은 거라고는 양모인 앤이 죽기 몇 해 전 카밀라의 친오빠라며 보내온 편지에서 경남 진남이라는 지명과 카밀라의 생모가 진남여고 재학생이었다는 내용, 그리고 함께 동봉해온 생모로 추정되는 여자의 낡은 사진 한 장 뿐이었다. 앤은 카밀라에게 편지와 사진을 주면 곁을 떠날까봐 편지를 없애버리고 사진만 남겨뒀던 것이다. 카밀라는 유이치와 함께 한국 진남으로 찾아와 진남여고를 방문해보지만 현 교장 선생님이자 카밀라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정지은”이 학교를 다녔던 1988년 선생으로 근무했던 “신혜숙” 교장은 진남여고에서 순결을 중요시하는 학교여서 재학생이 아기를 가졌던 일은 절대 없었다고 부인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수소문과 당시 엄마의 친구들, 그리고 엄마와 추문이 돌았던 선생님 - 신혜숙의 남편이기도 하다 -의 증언들을 통해 하나 둘씩 과거의 진실이 그 베일을 벗게 된다. 카밀라이자 재희가 마주하게 된 과거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앞서 말한 대로 가슴 시린 로맨스 소설인 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어릴 적 입양되어 이제는 성인이 된 한 여성이 자신의 과거를 찾는 과정이 전개되면서 솔직히 당황스럽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앞서 인용한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과 같은 아름답고 감성적인 시어(詩語)들이 계속 이어지고, 카밀라가 과거를 찾는 과정이 미스터리하게 전개되면서 제법 흥미가 느껴져 이내 당황스러움을 지우고 책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카밀라가 마주하게 되는 과거는 결코 간단치가 않다. 그녀의 엄마 지은은 미성년인 여고 2학년 때 카밀라를 임신한다. 그것도 자신의 친오빠와의 패륜적인 관계로 말이다. 결국 그녀는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야 만다. 카밀라는 어쩌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그런 아이였던 것이다. 이렇게 그녀의 과거는 밝혀지면 밝혀질 수 록 그녀의 존재 자체를 송두리째 부정해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기까지 한 그런 것이었다.

 

모든 것은 두 번 진행된다. 처음에는 서로 고립된 점의 우연으로, 그 다음에는 그 우연들을 연결한 선의 이야기로. 우리는 점의 인생을 살고 난 뒤에 그걸 선의 인생으로 회상한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과거의 점들이 모두 드러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앞으로 어떤 점들을 밟고 나가느냐에 따라서 그들의 인생은 지금보다 좋아질 수 도 있고, 나빠질 수 도 있다. 하지만 너 같은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과거의 점들이 모두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네 인생은 몇 번이고 달라지리라. 인생의 행로가 달라진다는 말이 아니다. 너라는 존재 자체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P.201.~202.

 

그러나 카밀라는 그런 과거를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똑바로 직시한다. 엄마와 자신과 관계된 추문(醜聞)속에 감춰진 진실은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남들처럼 살지 못한 과거의 점의 인생을 선의 인생으로 돌려놓기 위해서,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입양아”라는 삶에서 벗어나 비록 불행하고 비참하더라도 자신의 과거를 올곧이 갖고 싶었기 때문은 아닐까? 불행하다고 외면해서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 자신이 온몸으로 그것을 껴안았을 때 비로소 불행은 사라지고 자신에게 온전한 과거의 삶이 주어지기 때문 말이다. 그렇게라도 자신의 과거를 찾고 싶어하는 그녀의 마음에 짠한 그런 느낌마저 들었다. 다행히 점점 밝혀지는 과거의 진실은 불행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엄마의 추문은 거짓으로 밝혀졌고 결말에서 자신의 아버지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짧았지만 엄마와 손을 마주 잡았을 때부터 불타오르는 강렬한 사랑을 느꼈던 아버지를 말이다.

 

사랑이 끝난 뒤에야 나는 언제 그 사랑이 시작됐는지 알 수 있었다. 그때 내가 잡고 있던 게 정말 불이라면, 그게 첫사랑의 불꽃같은 게 맞다면, 집에 도착했을 때 내 어린 심장은 완전히 불타올라 잿더미로 바뀌었으리라 - P. 314

 

내 나름대로 카밀라에게 있어 과거의 의미와 있는 그대로 과거를 마주하려 한 카밀라를 응원하며 읽긴 했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가 나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메세지가 명확하게 그려지지 않았다. 입양아의 정체성 찾기인지, 아니면 불꽃같은 사랑을 하다 간 지은의 사랑인지, 아니면 “희망은 날개 달린 것, 심연을 건너가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서처럼 어떤 비참하고 불행한 상황 속에서도 희망이 존재한다는 메시지였는지 불명확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이 책을 온전히 읽어내는 데 실패했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 남겨 놓은

 

가끔, 설명하기 곤란하지만 나의 말들이 심연을 건너 당신에게 가닿는 경우가 있다. 소설가는 그런 식으로 신비를 체험한다. (중략) 부디 내가 이 소설에서 쓰지 않은 이야기를 당신이 읽을 수 있기를.

 

당부처럼 작가가 쓰지 않은 이야기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다 읽고 나서도 쉽게 가시지 않은 가슴 속 울림과 여운에 책을 쉬이 덮지 못하는 것이 작가가 말한 이야기 때문이라면 아직은 여지가 남아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호흡을 길게 갖고 찬찬히 글자 한자 한자를 꼼꼼히 읽어볼 생각이다. 작가가 텔레파시로 계속 보내고 있는 메시지를 계속상기하면서 말이다.

 

가슴시린 로맨스 소설은 아니었지만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은, 감수성이 절로 예민해지는 이 계절에 참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김연수 작가, 첫 만남이었는데 나쁘지 않은 그런 느낌의 작가이다. 이야기(敍事)의 구성력은 이 책 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책 속 곳곳에 등장하는 시와 문구들은 연습장에 따로 적어두고 싶을 정도로 참 아름답고 감성적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자주 만나게 될 작가가 될 것 같다.



a*****7 2012.10.16. 신고 공감 5 댓글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