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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제전
"불의 제전" 내용보기
김원일 작가의 또 다른 대표 작품 중 하나인 ‘불의 제전’을 읽어보았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 1월~10월, 김해 진영읍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주인공 가족이 서울로 상경한 뒤로는 서울과 진영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7권에 달하는 장편 소설임에도 주인공 가족이 서울로 상경하는 3권부터는 속도감 있는 전개가 이루어져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불의 제전" 내용보기
김원일 작가의 또 다른 대표 작품 중 하나인 ‘불의 제전’을 읽어보았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 1월~10월, 김해 진영읍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주인공 가족이 서울로 상경한 뒤로는 서울과 진영이 교차하며 전개된다. 7권에 달하는 장편 소설임에도 주인공 가족이 서울로 상경하는 3권부터는 속도감 있는 전개가 이루어져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인상 깊게 읽었던 문장들에 짧게 생각을 정리해 적어보려고 한다.

"이쪽 저쪽 모두가 똑같아. 사상이란 옷을 걸치고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다, 그 획일적인 선택과 복종의 강요가 오히려 삼팔선 분단을 고착화시켜. 도대체 이 나라의 주인은 누군데 말이다. 양쪽이 다 무력으로 상대방을 깨부수겠다는 궁리만 하고 있으니. 그렇게 되면 동족이 동족을 적으로 삼고, 죽어나는 것은 백성 아닌가."(1권, 403쪽)

"조선 반도는 미국과 소련의 변방 아닙니까. 저들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의 희생물로 선택된 마당에, 어느 쪽도 기득권을 쉽게 포기하진 않겠지요. 한반도를 볼모로 잡고 있는 한.“(1권, 403~404쪽)

대추나무 뒤 하늘은 짙은 자주색이다. 갑해는 여러 색깔 중 유난히 자주색을 싫어한다. 닭볏 같은 맨드라미 꽃도, 봉숭아의 자주색 꽃도 싫다. 그 색은 아버지가 있다는 깊은 산을 떠오르게 했고, 지서로 끌려갔다 왔을 때 엄마의 피멍 든 얼굴 역시 자주색이었다. 자주색은 말라붙은 피 같고 깜깜해질 징조를 보이는 색깔이다. 타오르던 노을이 옅은 자주에서 짙은 자주로 변하여 스러지면, 어둠이 모든 것을 잡아먹고, 끝내 깜깜한 밤이 온다는 게 두렵다.( 2권, 565쪽)
노을, 195쪽어둠의 혼, 24쪽소설 '노을'과 '어둠의 혼'에도 알 수 있듯 보라색(자주색)은 김원일 작가에게 가장 원초적인 상처의 색으로 느껴진다. 끝내 합쳐질 수 없는 아버지의 색과 어머니의 색이 합쳐져 보라색이 되고, 아버지가 숨어 다니며 하는 일어머니의 피멍 든 얼굴 등 유년 시절의 상처 모두 보라색으로 표현되고 있으며'어둠의 혼' 마지막에 끝내 총살 당한 아버지의 시체 또한 보라색이다김원일 작가의 작품을 보면 어린 소년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소설들이 많은데, '어둠의 혼'과 그 확장판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불의 제전'에서도 소년 '갑해'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이는 실제 작가님이 어린나이에 6.25전쟁을 겪었다는 사실이 기반이 되었겠지만좌우익 이념 대립이 극심했던 그때 왜 아버지가 나쁜 사람인지 왜 죽어야 하는지 보다 당장의 굶주림의 해결이 더 간절했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소년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아이러니한 모순의 시대를 전면으로 드러내고 결국 그 주인공을 이해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소재로만 보면 이야기가 우울할법도 하지만, 계속 진지하게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희망 찬 문장들이 가미되어 있는 것이 김원일 작가 특징이라 생각한다. 특히 '불의 제전'은 이야기의 깊이와 재미,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작품이라 말 할 수 있겠다. 

심찬수는 패잔병 같은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피식 실소를 흘린다. 학도 의용병으로 일본군으로 강제 징집당했다 두 손 쳐들고 투항했던 남양 밀림 지대가 부신 불빛 앞에 떠오른다. 그때도 역시 상대는 미군이었다. 미국이 도대체 어떤 나라이길래 전쟁이 있는 땅마다 군홧발을 들여 놓는가 싶다. 그는 자신이 약소 국가 조선 인종임을 갑자기 깨닫는다. 분노인지 슬픔인지 한 덩이 이물이 목구멍을 막는다.(6권, 337쪽)

"사람도 그렇지 뭐예. 에미 뱃속에서 같이 나와도 따로 키아보이소. 다음에 커서 만내도 성제간인 줄 알아보겠삽니껴. 저늠들도 주인이 다르이까 그저 주인이 시키는 대로 충성심을 보이겠다고 저래 죽도록 피를 뿌리지예."(6권, 619쪽) 
형제 간인 두 샤모의 싸움을 한민족의 비극에 빗대어 표현한 모습은 엔딩에 걸맞게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6.25전쟁과 이데올로기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읽어보는 것을 추천드리고, 관심이 덜하더라도 어렵지 않고 재밌게 읽어볼 수 있는 작품이기에 읽어보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나와는 접점이 없는 김해 진영읍이라는 곳을 '노을'로 얼핏 알게 되었다면, '불의 제전'으로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지도를 그려가며 책을 읽는 재미 또한 있었고, 결론적으로 진영읍을 답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니 말이다. 다음 번에 읽어볼 김원일 작가의 책은 어떤 여운을 가져다 줄 것인가! 
YES마니아 : 로얄 r********5 2024.06.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