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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가 사라진 시대이다. 영상매체의 위세 앞에 인쇄매체는 핫 미디어로서의 위상을 잃어버린 지 오래이다. 책을 쿨 미디어로 치부하여 외면하고 영상매체만을 뜨거운 감동을 주는 미디어로 판단하여 몰입하는 요즈음 신세대들의 독해 능력은 자연 빈약하기 짝이 없다. 기본적인 의미 이해는 물론이고 필자의 상황과 관점을 면밀히 고려하여 글의 진면목을 파악해 내는 등의 깊이 있는 글읽기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아는 것을 바탕으로 모르는 것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읽는 이 스스로가 바람직한 변화를 체험하는 의미 있고 주체적이며 능동적인 활동이라는 '읽기' 본래의 가치 실현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최시한의 저작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바로 잡아 보고자 하는 충정이 읽혀진다. 최시한은 먼저 읽기가 무엇이고 왜 이 시대에도 여전히 그것이 중요한지를 밝히고 또 어떻게 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지, 읽기의 길(道)을 제시해주고 있다. 특히 이번 저작은 읽기를 싫어하고 읽는 힘이 부족한 초보자들에게 친절하게 읽는 법을 일러주는 방식으로 이끌어가고 있어서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일반화할 수 있는 지침서로 볼 수 있다.
글의 순서는 우선 읽기의 기초가 되는 기본적 지식과 이론적 배경을 먼저 제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장황하지 않고 간결하면서도 쉽게 정리되어 있어 개념을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책 읽는 방법을 여러 단계의 과정과 각 단계마다의 절차로 나누어 면밀히 소개하고 있는데 그 짜임새 있는 구성과 기법의 다양성, 적절성이 실로 눈부시다. 마지막으로 이론적으로 익힌 내용을 실제로 적용해보는 독해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풀이하면서 앞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확인,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글의 흐름을 결대로 따라가다 보면 절로 책읽기의 길을 찾아내어 누구나 그 방법을 내면화할 수 있도록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내용의 수준이 그저 표피적인 차원에서 얕게만 논의되는 것이 아니고 심층적인 내면 이해까지 가능하도록 점층적으로 구성하였다는 점도 특기할만하다.
최시한의 글이 지니고 있는 또 하나의 미덕으로는 신세대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표현 기법들을 가지고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픽으로 내용을 나타낸다든지 실생활과 관련된 예화를 적절한 대구(對句)표로 만들어 명확하게 대비시킨다든지 등의 작업을 통하여 누구나 쉽게 필자가 의도한 바를 간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최시한이 보여준 이런 책읽기 훈련 과정을 거친다면 독해력 신장은 물론이고 타인의 글을 분석하는 힘을 기르는 과정에서 자신의 글을 구성하는 안목까지 갖추게 될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시한 의 이번 저작은 한마디로 형식이 짜임새가 있고 내용의 완성도도 높아 읽는 힘과 글쓰기 능력을 기르는데 있어 유용한 지침서로 손색이 없다 할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그런데 1과 3, 2와 4는 자세히 보면 반복적일 뿐 아니라 점층적이다. 더 높은 수준, 넓은 범위로 나아가는 것이다.(노승-더벅머리⇒부처님-앙굴리말라, 눈-나무⇒물결-조약돌). 그러므로 그 가닥 즉 의미의 맥락 혹은 구성의 형식은 동심원 같다기보다 나선형 같은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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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월드컵 경기장를 찾았다.
물론 회사 업무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날 마신 술 탓에 도착하자마자 운동장화장실을 찾았다.
얼추 급한 불이 꺼진 다음 주변을 둘러보는데
마땅히 있을 것이라 믿었던 휴지가 없다.
난감하다.
이 화창한 가을 날씨에
화장실에 모기는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별 수 없다.
동행한 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화장실에 휴지가 없어요.”
한참 거리가 떨어진 곳에 동료가 있는 까닭에
기다림은 길어지기만 했다.
그런 와중에 옆 칸 화장실에 인기척이 들린다.
사람이다.
고민이다.
부탁할까?
민망하다.
그래, 이런 방법이 있구나.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동료 K군에게 다시 한 번 화장실에 휴지가 없음을 강조한다.
전화를 끊은 다음 기다린다.
옆 칸은 볼 일이 끝난 모양이다.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조마조마.
잠시 뒤 내가 갇힌 화장실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이어지는 구원의 음성.
“휴지 드릴까요?”
아이고, 이렇게 감사할 일이.
고맙다는 말과 함께 화장실 문을 살짝 열었더니
곽에 든 휴지가 쓱 밀고 들어온다.
한 번 더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정말 고맙습니다.”
화장실에는 은인이 산다.
얼굴도 밝히지 않는 그야말로 숨은 은인이 존재한다.
내가 급할 때 내밀어지는 손이 있다.
그것으로 지금 나는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껏 내가 내민 손에 감사를 느낀 이들보다
누군가 내게 내민 손에 감사를 느낀 적이 많다.
그런 의미로 난 행복하다.
하지만 잔소리 하나는 남긴다.
공공건물 관리자 여러분,
제발 화장실 휴지 관리 철저히 해주시길.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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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이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수필과 소설에 대한 강의를 2년 넘게 들었는데. 우리 지역분이 아니고 충청도 분이셔서 그동안 들어왔던 선생님들의 목소리와는 약간 다른 억양의 낮은 목소리가 처음 한동안은 꽤나 낯설게 여겨졌다. 게다가 수업 방법 또한 고등학교 때 수필이나 소설을 배우던 것과 얼마나 달랐던지.
아, 수필을 소설을 저렇게 가르칠 수도 있구나. 그런데 저렇게 가르치려면 저 바탕글의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 해야겠는데, 할 수 있을까, 아니 해야겠지? 에유, 힘들겠구나. 수필이라면 그냥 읽어보라고만 해도 될 줄 알았는데 글 속에 담긴 보석들을 찾아 캐내야 한다니.
그때 같이 읽었던 수필 몇 편도 이 책에 실려 있다. 그런데 그때 읽었다는 것은 알겠는데 무엇을 배웠는지는 또 아득하다. 이래서야 배웠노라고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다음에 이 글을 학생들과 같이 공부하는 일이 생긴다면 나도 교수님처럼 이렇게 해 보아야지 그런 마음을 가졌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
이 책에서 일러주는 교수방법은 쉽게 실천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요즘 학생들이 글읽기 자체를 너무 싫어하는 탓이다. 어떤 글이든 일단 읽은 뒤에라야 읽은 것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텐데, 아예 읽어 오지를 않으니 어떻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랴. 게다가 뭔가 먼저 물어보면 단답형으로 대답을 자르고 마는 학생들이니, 말을 이어나가기도 참 어렵다. 학생들의 얼굴에서 왜 이런 귀찮은 일을 계속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라도 읽고 나면 맥이 빠진다.
그렇지만 그래도 읽어야 하고 읽기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니 그만큼 고민하는 사람도 많은 것일 테지. 작가는 이 책이 고등학생들한테 읽기를 위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중학생들도,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한테도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만 하면 저절로 읽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무엇이든 저절로 얻을 수 있는 힘은 없다. 애쓰지 않으면, 그것도 있는 힘을 다해 애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그게 수필을 읽어내는 힘이든지, 수필 읽기를 가르치는 힘이든지. 가끔 이런 책을 읽으면 한동안 나태했던 내 태도에 자극을 받게 된다. 계속 이래서는 안 되겠구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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