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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선의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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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으로 알려져있던 문학 작품을 직접 접해보고 나만의 방식으로 느끼는 감정의 경험은 벅차면서도 흥미로운 일이다. 이 작품이 왜 명작인지를 납득하면서 텍스트 안에 느껴지는 엄청난 힘을 나의 생각으로 담는 과정은 힘들지만 꽤나 뿌듯함을 안겨주는 작업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더욱이 명작은 읽는 사람의 관점에 의해 그 힘이 더 커진다. 독서 후의 감정은 그 명작을 느끼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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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작으로 알려져있던 문학 작품을 직접 접해보고 나만의 방식으로 느끼는 감정의 경험은 벅차면서도 흥미로운 일이다. 이 작품이 왜 명작인지를 납득하면서 텍스트 안에 느껴지는 엄청난 힘을 나의 생각으로 담는 과정은 힘들지만 꽤나 뿌듯함을 안겨주는 작업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더욱이 명작은 읽는 사람의 관점에 의해 그 힘이 더 커진다. 독서 후의 감정은 그 명작을 느끼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며, 읽는 시대와 관점에 따라 변화할 것이다.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역시 압도적인 관념과 감정의 힘을 느끼면서도 꽤나 생각해볼 지점이 많은 작품이다. 역시나 명작은 그만의 이유가 있다.

<당신들의 천국>은 나병 환자들의 집단 거주지인 소록도에 부임한 조백헌이라는 인물이 섬 병원의 원장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장은 섬을 모두의 낙원으로 만들고 싶어하지만, 환자인 원생들은 원장의 의지를 쉽사리 따르지 않는다. 원장이 꿈꾸는 낙원은 누구를 위한 천국일까. 원장은 그 전임자들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환자들을 위한 '동상'이 만들어지는 역사의 반복에 어쩔 수 없이 빠져든다.

  낙원을 만들고자 하는 원장의 의지에 이전 전임자들을 겪어왔던 환자들은 '그러나 보다'의 무심함으로 응답한다. 원생들에게는 과거 주정수라는 원장이 자신의 동상을 만들면서 환자들을 억압했던 역사의 트라우마를 안고 있다. 조백헌 원장은 이러한 섬의 뿌리깊은 불신과 두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환자들에게 축구 시합을 도입하여 소속감과 활기를 안겨 주려고도 하고, 대규모 개간 공사를 통해 섬의 제약을 넘어 새로운 환경을 만들려고도 한다. 이른바 과거의 고착화된 관행을 깨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려고 했지만, 그것은 과연 아름다운 결과로 보답받을 수 있을까.

  원장의 신념은 환자들로 하여금 '동상'으로 상징되는 원장의 권위와 억압을 재현하리라는 두려움을 안긴다. 신념은 과연 환자를 위한 것인가, 원장을 위한 것인가. 누구나 신념은 개인을 향할 때 에너지를 극대화시키기 마련이다. 이타적인 공헌과 기여가 자신의 보람과 성취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원장이 갖고 있는 섬을 지배하는 권력자로서의 위치는 그의 선의를 오해하게 만든다. 그것은 조백헌 원장의 전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권력자는 명분을 독점하며, 다른 사람들은 그 명분을 함께 나눠가질 수 없는 것이다.

  전임 원장 주정수는 환자들의 노동력으로 지상 낙원을 위한 공원을 만들지만 그것은 그 자신과 그것을 자랑해보기기 위한 외부인을 위해 쓰인다. 섬에 꾸며진 낙원은 원생들이 아니라 원장과 그 섬을 다녀간 사람에게만 존재했다. 명분은 당사자들의 노력을 제물로 바치고 당사자들이 아닌 권력자와 외부인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역설적인 현실, 그것이 반복되어 갔던 것이다. 서로의 생각이 배반하고, 서로의 이해가 배반하고, 결과를 위한 과정이 배반하는 연속된 배반의 시대를 이들은 살아 왔다고 볼 수 있다.

  명분의 뒤에 존재하는 누군가의 '동상'의 두려움은 쉽게 치유되지 않고, 치욕과 절망과 배반의 기억으로 얼룩진 환자들을 위해 조백헌 원장은 섬을 육지와 잇는 대규모의 공사를 시작한다. 끝도 없이 이뤄지는 힘든 공사 과정을 통해 또 다시 배반의 기미는 시작된다. 서로의 원망과 절망감은 되풀이된다. 원장은 환자를 위해 일하고 환자는 원장을 위해 일하는 이어지지 않는 갈등의 반복. 조백헌 원장의 선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욱과 주민들은 희망과 신념이 또 다른 속박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계한다. 누구 하나 진정한 섬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원장은 섬을 떠나게 된다.

  <당신들의 천국>은 책의 내용 내내 진정한 인간의 '선의'라는 것의 의미를 파헤치는 잔인한 작품이다. 조백헌 원장은 진심으로 그만의 동상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결과적으로 남들에 의해 보이지 않는 동상의 존재가 만들어진다. 또한 환자들에게는 타고난 병으로 얻게 된 소외와 단절로 태생적인 경계심이 있다. 섬의 실세인 황노인은 그러한 나병환자들의 습성을 '자유'라고 믿어 왔다. 선의로 대하는 원장의 태도와는 별개로 환자들은 그들만의 방식대로 살아갈 자유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황노인은 이러한 자유보다 더 값진 것이 사랑이었음을 고백하고, 자유와 사랑이 공존할 수 없었던 모순을 이야기한다. 선의는 타인의 자유를 진정으로 덮어줄 수 있는 사랑이 있을 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선의는 자유로울 수도 없고, 일방적일 수 없다. 하지만 선의에 대한 인간의 배신은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만들어지고 상대를 이해하지 못할 때 일어난다. 일반인 원장과 나병 환자들의 간극은 각자 선의의 무게와는 다르게 서로 다른 자유를 갖고 자라났다. 특히나 나병 환자들은 그러한 선의를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사랑의 감정이 메마를 수 밖에 없었다. 서로의 사랑으로 충만한 선의가 완성되는 것이 과연 현실에서는 이뤄질 수 있을까. 나병환자가 될 수 없는 일반인과, 권력자가 될 수 없는 피지배인들이 자유와 사랑을 함께 이해하게 될 수 있을까.

  작품의 후반부에서는 자유와 사랑의 방법이 서로를 용납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한다. 원장의 희생과 선의의 동기가 있더라도, 다스리고 다스림을 받는 일은 어느 한 쪽의 의욕이 아니라 사람들 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선의를 확인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선의는 한 사람의 통제가 아닌 관계의 조화에서 만들어지므로.

  그래도 훗날 다시 돌아온 조백헌 원장은 각자의 운명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운명을 함께 한다는 선의를 믿는다. 원장은 '내 운명을 함께 할 각오'로 다시 섬에 돌아왔다고 말한다. 공동의 운명을 함께 하는 각오는 일방적인 신념과 다를 것이다. 그는 믿음을 통해 자신의 선의가 다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백헌은 자유와 사랑에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운명이 다른 이들에게 같은 힘을 적용하는 일은 실패가 따르지만, 그럴 수록 그 힘을 잃어버리지 않고 명분과 우상을 떠나 믿음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인 사내와 병력자 사내의 결혼을 계기로 원장에서 일반인으로 다시 돌아온 조백헌은 작고 보잘것 없는 일부터 자신의 힘을 기르면서 자유와 사랑을 행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지라도.

<당신들의 천국>은 끊임없이 진정한 선의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왔던 인생의 여러 순간을 되짚어보게 한다. 항상 나의 마음은 그런게 아니었는데, 결과는 선의를 배반하고 감정의 간극은 깊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과거의 회한과 원망에 대한 마음을 후벼파는 순간을 여러 번 소환한다. 그것이 상대가 그 방식으로 생각한 자유였구나. 그리고 나는 그 상대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했구나. 운명을 함께 하듯 서로의 믿음을 구하지 못했구나. 자유나 사랑이 완성될 수 없을 정도로 실천적인 힘이 부족했구나.

  '흙과 돌멩이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먼저 이어져야 한다'는 조백헌 원장의 마지막 결혼 축사는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인생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면서도, 많이 연구했고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선의의 마음은 늘 선의의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아주 표피적인 사랑과 용기로는 쉽게 완성되기 어려운 일이다. 선의를 지킬 수 있는 것은 보통의 힘이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꾸준한 사랑의 힘. 당신들의 천국을 만들지 않는 내면의 힘이 우리들의 천국을 만든다.

YES마니아 : 골드 b****t 2022.04.17. 신고 공감 19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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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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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 환자들의 섬 소록도를 배경으로, 낙원을 건설하려는 원장과 그것을 의심하는 환자들 사이의 대립을 다룬다. 소설은 "너희를 위해서"라는 명분 아래 행해지는 통제와 감시가 사실은 가장 교묘한 폭력임을 논리적으로 파헤친다. 원장의 동상이 세워지는 순간, 그 낙원은 환자들의 것이 아닌 지배자만의 천국이 되어버린다는 결론은 섬뜩하다.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는 모든 시도에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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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 환자들의 섬 소록도를 배경으로, 낙원을 건설하려는 원장과 그것을 의심하는 환자들 사이의 대립을 다룬다. 소설은 "너희를 위해서"라는 명분 아래 행해지는 통제와 감시가 사실은 가장 교묘한 폭력임을 논리적으로 파헤친다. 원장의 동상이 세워지는 순간, 그 낙원은 환자들의 것이 아닌 지배자만의 천국이 되어버린다는 결론은 섬뜩하다.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는 모든 시도에 숨겨진 전체주의적 위험성을 경고하는 한국 문학의 걸작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b******h 2026.03.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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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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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작가저,문학과지성사에서 편찬한 <당신들의 천국>을 구매하여 읽었습니다. 옛날에 고등학교때 학교 독후감숙제로 읽었던 작품인데 학창시절에 읽었던 많은 책들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고 많은 울림을 주었던 책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고싶어서 구매했어요 나병이 무엇인지 그시대상에 관해 거의 지식이 전무한 채로 읽었던 학생시절과는 다른 무게로 다가오네요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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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작가저,문학과지성사에서 편찬한 <당신들의 천국>을 구매하여 읽었습니다. 옛날에 고등학교때 학교 독후감숙제로 읽었던 작품인데 학창시절에 읽었던 많은 책들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고 많은 울림을 주었던 책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고싶어서 구매했어요 나병이 무엇인지 그시대상에 관해 거의 지식이 전무한 채로 읽었던 학생시절과는 다른 무게로 다가오네요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하는 소설입니다 추천해요
m****2 2024.10.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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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 이청준 / 19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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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소록도 이야기 정도로 알고 있던 이청준 작가의 <당신들의 천국>. 뭐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의 희생이야기가 나오려나? 했던 나를 반성하게 하는 우리 현대사의 질곡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화 되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었는데 그럴 수 없던 이유는 1) 안성기가 남부군 찍던 시절에나 영화계에서 흥미있었을 소재, 2) 한센병 환자를 표현하기에 특수분장이 너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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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소록도 이야기 정도로 알고 있던 이청준 작가의 <당신들의 천국>. 뭐 한센병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의 희생이야기가 나오려나? 했던 나를 반성하게 하는 우리 현대사의 질곡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영화화 되었으면 참 좋았겠다, 싶었는데 그럴 수 없던 이유는 1) 안성기가 남부군 찍던 시절에나 영화계에서 흥미있었을 소재, 2) 한센병 환자를 표현하기에 특수분장이 너무 어렵고 힘들었겠고, 3) 그러한 이유로 오히려 한센병 환자에 대한 혐오감만 더해줄 수 있다는 우려, 4) 오마도 간척씬을 어떻게 촬영할건데 ㅠㅠ 


소록도를 천국으로 만들기 위한 조원장의 의지와 헌신은 결국 건강인으로서 시혜적인 태도로 한센인 '당신들'을 위한 '천국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는 조원장의 회고. '당신들의 천국'은 환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의지와 자유로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천국'이 될 수 없는 것이었음을. 이런 면에서 우리 사회도 결국 소록도와 다를 바가 있을까? 








[1984 개정판 서문] 소설의 제목 ‘당신들의 천국'은 당시 우리의 묵시적 현실 상황과 인간의 기본적 존재 조건들에 상도한 역설적 우의성에 근거한 말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어느땐가 그것이 '우리들의 천국'으로 바뀌어 불릴 때가 오기를 소망했고, 필경은 그 때가 오게 될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때가 오게 되면 '당신들의 천국'이라는 사시적 표현이나 그 책의 존재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제 우리에겐 한 작은 섬의 이름으로 대신해 불렀던 그 '당신들의 천국'을 '우리들의 천국'으로 거침없이 행복하게 바꿔 불러도 좋은 때가 온 것인가. 대답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각자의 자유이다.



"옳은 말씀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섬에선 죽은 자들만이 말을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살아 있는 사람들은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죽은 사람들이 이미 모든 말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들만이 가장 정직한 말을 하니까요. 그런 뜻에서 말씀드린다면 이 섬은 바로 그 사자들의 넋이 살아 있는 사자들의 섬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도 언젠가는 또 자신의 말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건 물론 그들이 숨을 거두고 났을 때지요. 그들은 누구나 숨을 거두고 나서 비로소 말을 시작합니다. 사자의 섬에선 언제나 그렇듯이 사자들만이 말을 하니까요."



병을 앓는 사람도 인간적인 욕망은 여느 사람들과 매한가지. 한데다 다스림을 받는 자의 고통이 심하면 심할수록 그것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소망도 함께 커지게 마련이고, 그것은 곧 자신 속에 기다리고 있는 그 지극히 나약한 인간적 욕망과 손을 잡고 쉽사리 다스리는 자의 힘 곁으로 다가가게 마련이었다.



상욱은 실망했다. 고깃배의 노랫소리가 지나가지 않는 섬은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마음속에 지녀오던 섬이 아니었다. 그는 노랫소리를 찾아내려 무던히 애를 썼다. 생각나면 돌뿌리 해변가를 찾아나와 지나가는 고깃배에 귀를 기울이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낸 그 고깃배들의 노랫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소년을 통해서였다.

이날도 상욱은 소년의 귀를 통해 그 하염없이 유장한 고깃배의 노랫소리를 좇으며 한동안 혼자 가슴을 두근거리고 있었다.



섬 안에 시설이 한 가지씩 늘어갈 때마다 그만큼 섬 전체가 천국에 가까워지기는커녕 오히려 점점 더 지옥으로 변해가고 있었듯이, 이번에도 이 섬은 공원이 하나 더 늘고 그곳에 바쳐진 자신들의 노력과 희생이 크면 클수록 그 노력이나 희생의 크기만큼 섬은 점점 더 낙원과는 인연이 멀어져갔다. 원생들에겐 다만 새로운 원망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는 느낌 외에 보람 같은 건 눈곱만큼도 지녀볼 수가 없었다.



문제는 명분이 아니라 그것을 갖게 되는 과정이었다. 명분이 과정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명분이 제물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 천국이 무엇인가. 천국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서 마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어야 했다. 스스로 구하고, 즐겁게 봉사하며, 그 천국을 위한 봉사를 후회하지 말아야 진짜 천국을 얻을 수 있었다.



그의 모든 사고의 근거는 오직 이 섬의 어두운 내력 한 가지뿐이었다. 걸핏하면 그는 이 섬의 내력을 들추어내어 그것만을 생각하고 그것 위에서 모든 일을 간단히 결론지어버렸다. 그는 자신의 어두운 경험 세계와 불행스런 섬의 역사에 짓눌려 언제나 우중충하고 무기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사람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이루려 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이루어보려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섬에서 먼저 구해내야 할 사람은 상욱 바로 그 사람이었다. 



쉴 새 없이 밀려드는 파도 아래로 돌둑은 여전히 길고 곧게 드러누워 있었다. 원장은 아무래도 그 돌둑이 돌둑으로 보이지가 않았다. 그는 지금까지 그가 살아온 생애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무엇을 보고 있었다. 물 밑을 달리고 있는 그 어슴푸레 흰 선분은 너무도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다. 그것은 영혼을 지니고 숨을 쉬며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체였다. 



당신네 지난 한 해 동안 그냥 바윗돌이 아니고 당신들의 육신을 저 바닷물 속으로 던져넣고 있었던 거요. 지금 저 물 밑에 가라앉아 방둑의 지반을 이루고 누워 있는 것은 그냥 바윗돌만이 아닌 당신네 육신의 일부도 그곳에 함께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당신들은 섬 으로 돌아가도 그 물 밑에 누워 있는 또 다른 당신들의 분신은 영원히 그 곳에 남아 둑을 지킬 것입니다. 그리고 그 튼튼한 방둑 안에 지금 당신들 이 섬으로 돌아가기를 고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대손손 안심하고 풍성한 추수를 거두게 될 것입니다.......



땅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싸움을 이기고 말겠다는 집념이 그들에게 돌을 던지고 또 던지게 했다. 돌둑은 벌써 인간이 자연을 다스리기 위한 무의지한 수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서운 복수심을 가지고 인간의 의지에 끈질기게 거역해오는 두려운 생명체였다.



"주정수 원장 때도 그는 이 섬에다 문둥이들의 천국을 꾸며주겠노라 함부로 장담을 했지. 첨에는 그 말을 듣고 우리도 모두 눈물을 흘리며 감격을 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건 주님의 참뜻이 아니었어. 주님은 실상 처음부터 우리를 말리고 계셨던 게야. 문둥이의 천국이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지. 



참혹스런 일을 저지르려 할 때면 언제나 조용조용 옛날 얘기들을 들추어내는 것이 노인의 버릇이라고 했던가. 조원은 노인의 그 음침스런 예감이 깃든 목소리가 마치 함정에 걸려든 날짐승을 다루는 거미줄처럼 끈적끈적 온몸을 옭아매 들어오고 있는 기분 때문에 더 이상 자신을 견디고 있을 수가 없었다. 사냥에 성공한 거미가 먹이의 가슴팍에 독침을 꽃아넣기 전에 포획물의 생명이 충분히 시들기를 기다리듯, 노인은 원장의 영혼과 육신의 힘을 서서히 마비시켜 들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오늘...... 못된 호기심이지만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 그 임자의 권총에 대한 약속이 어떻게 지켜지는가를 구경하러 오게 된 게지. 다만 그뿐이야. 우리가 원장을 어떻게 하고 싶어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한다면 그건 절대로 원장의 오핼 게야.”



"원생들로부터 오마도를 빼앗는 것은 저들에게 땅을 빼앗는 것만이 아닙니다. 문둥이들에겐 땅보다도 더욱 값지고 귀한 것이 오마도에 있습니다. 모처럼 제 힘으로 세상을 살아보겠다는 희망과 긍지야말로 오마도 앞바다를 막아 건져낸 땅의 몇십 배 몇백 배 귀중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저들에게서 오마도를 빼앗는 것은 모처럼 움이 돋기 시작한 그 희망과 긍지와 저들의 삶 전체를 빼앗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번 한 번만이라도 저들에게 희망을 지녀보게 해주어야 합니다. 이 밝은 태양 아래 사람으로 살아 있는 최소한의 보람과 긍지를 경험하게 해주어야 합니다.“



저들에게서 기어코 오마도를 빼앗고자 하는 자들이 있다면 지금 저들을 와서 보라. 저들의 저 무서운 집념과 열망을 보고 누구라서 감히 저들로부터 그것을 빼앗을 수가 있단 말이냐. 어떤 훌륭한 명분과 구실이 있어 저들로부터 그것을 빼앗을 수 있으며, 누구라서 감히 그것을 빼앗기고 난 저들의 피 맺힌 저주와 복수를 감당할 수 있단 말이냐.......



저들은 이제 아무도 원장님의 뜻을 거역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 원장님을 거역할 수도, 거역할 의사도 없게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그러나 결국은 그들을 어떻게 만들어놓고 말 것인가를 주의 깊게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진심으로 원장님께서 이 섬을 떠나지 말아주시기를 바라고 있으면 있을수록 저들은 이미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원장님의 동상을 지니기 시작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결국 저들 스스로 그 동상을 원장님 앞에 지어 바치는 날이 오고 말 것입니다."



원장은 알 수 없는 회한과 원망으로 몹시 가슴이 아파왔다. 무엇보다도 그 돌기둥 위에 그토록 오랫동안 간직해온 한마디조차 남겨두지 못하고 섬을 떠나게 된 일이 견딜 수 없도록 안타까웠다. 이 땅의 주인이야 누가 되든, 저 돌기둥 위엔 그 말이 새겨졌어야 하는 것을. 이 땅의 주인이야 누가 되든, 애초에 이 바다를 육지로 바꾸려 했던 사람들이 누구였으며, 한 조각 땅을 얻어 그 땅의 주인이 되어보고자 했던 사람들의 소망이 과연 얼마만한 것이었기에 끝내는 그 일을 이룩해낼 수 있었던가를 보이기 위해 그곳에 그 말이 새겨졌어야 했던 것을. 그리고 또 이 땅의 주인이 누가 되더라도 저들의 기도와 노력만은 영원히 스러져버릴 수 없고 헛되어질 수도 없음을 보이기 위해 그곳에 그 말이 새겨 남겨져야 하는 것을 ......



어쨌거나 내 보기론 임자만이 끝끝내 자기 동상을 혼자 견디려 했기 때문인 게야. 임자만이 유독 그 동상이란 걸 남의 손으로 지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남들이 스스로 임자의 동상을 지니게 된 게란 말씀야.



이상욱 과장이란 사람 모든 일을 그 자유로만 행하고 싶어했고, 또 오로지 자유로만 행할 줄은 알았어도 거기서 익혀진 몹쓸 버릇들, 일테면 덮어놓고 남을 의심하고 원망하고 미워하는 따위의 심성에 대해서는 미처 눈을 뜨지 못했던 게야. 남을 용서할 줄을 몰랐지. 모든 것을 그저 그 자유 한 가지로만 행하려 한 허물이지. 걸핏하면 섬을 빠져나가려는 것도 그렇고, 원장이 문둥이들을 위해 아무리 피땀을 흘려줘도 믿지 못하고 고마워하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것, 미워하고 질투하는 것 모두가 그 자유라는 거 한 가지로만 행하려 해온 허물이었어. 빼앗는 자와 빼앗긴 자가 생기게 마련인 싸움이라 당연한 노릇일 게야.



"그야 물론 사랑이어야겠지. 이제 이 섬은 자유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았으니 다시 또 그런 자유로만 행해나갈 수는 없을 게야. 자유라는 건 싸워 빼앗는 길이 되어 이긴 자와 진 자가 생기게 마련이지만, 사랑은 빼앗음이 아니라 베푸는 길이라서 이긴 자와 진 자가 없이 모두 함께 이기는 길이거든. 하지만 이건 물론 자유로 행해나갈 것도 지레 단념을 한다는 소리는 아니야. 아까도 잠깐 말했지만 이제 이 섬에선 자유보다도 더 소중스런 사랑으로 행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소리일 뿐이지. 자유가 사랑으로 행해지고 사랑이 자유로 행해져서, 서로가 서로 속으로 깃들면서 행해질 수만 있다면야 사랑이고 자유고 굳이 나눠 따질 일이 없겠지만, 이 섬에서 일어난 일들로 해서는 자유라는 것 속에 사랑이 깃들기는 어려워도, 사랑으로 행하는 길에 자유가 함께 행해질 수도 있다는 조짐은 보였거든. 그리고 아마 이 섬이 다시 사랑으로 충만해지고 그 사랑 속에서 진실로 자유가 행해지는 날이 오게 되면, 그때 가선 이 섬의 모습도 많이 사정이 달라질 게야."



그 섬은 실상 이제까지 수십 년 동안 오로지 원장 한 사람의 일사불란한 통제와 규제에 의해 다스려져오고 있었다. 원장은 제왕이었고 섬은 그의 왕국이었다. 그런데 이제 섬은 새로운 질서를 꿈꾸고 있는 징조가 역력했다. 새로운 질서란 통제에 의해서가 아닌 조화에 의한 것이었다. 원생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공원을 산책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 그리고 교회당으로 나가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는 것, 그 모든 것은 무엇보다도 우선 원생들의 정서 순화라는 일차적인 의의를 지녀야 하겠지만, 그것은 또한 모든 원생들의 독립적인 인격 획득의 값진 개인화 과정이기도 했다. 섬 전체가 하나의 운명 단위로 집단으로만 존재해온 원생들이 개별적인 독립 인격체로 분화되어가는 현상은, 그 인격체의 조화에 의한 새로운 질서에의 지향은, 이 섬을 지금까지 지탱해온 획일적인 지배 질서로부터의 눈에 보이지 않는 해방의 징후였다.



그런 까닭에 원장님께서 꾸미고자 하신 섬사람들의 낙토가 원장님과 섬사람들의 공동의 천국은 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원장님은 저들의 천국이라 하고 저들은 원장님의 천국이라 말하게 되겠기 때문이었습니다.



도대체 그 원장님의 천국이란 누구를 위해 꾸며지는 누구의 천국입니까? 원장님께서는 물론 쫓기고 학대받아온 이 섬 5천 나환자를 위해 천국을 꾸미고 싶어하셨고, 지금도 그런 믿음에는 변함이 없으실 줄 압니다.

그러나 원장님께서 이 섬 위에 꾸미고 계신 나환자의 천국이 진정 저들의 천국이 될 수 있으리라고는 원장님 자신도 아직 장담을 하실 수 없는 몇 가지 분명한 증거가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오늘의 자기 현실을 최종적이고 불가변의 것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의 현실이 아무리 만족스럽고 행복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 현실은 내일 다시 선택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 위에 내일의 선택이 열려 있지 않는 한 그 현실은 누구에게도 천국일 수가 없습니다. 선택과 변화가 전제되지 않은 필생의 천국이란 오히려 견딜 수 없는 지옥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 섬 위에 꾸미고 계신 원장님의 천국은 어떻습니까. 정직하게 말해 그것은 이 섬 원생들의 천국이기 전에 우선 원장님의 천국인 것입니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오직 원장님 한 분만의 천국일 수도 있습니다. 



천국이란 실상 그 설계나 내용이 얼마나 행복스러워 보이느냐보다 그것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선택 여부와 내일의 변화에 대한 희망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느냐에 더욱 큰 뜻이 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형식만 있었을 뿐 원생들의 진정한 선택이 있을 수 없었던 그 마지막 정착지로서의 천국 - 필생의 천국- 그것은 원생들의 천국이 아니라, 다만 그들이 그렇게 믿어주기를 바라면서 거의 일방적으로 그것을 점지해주고 싶어하신 원장님이나 원장님과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 - 섬 바깥에서 이 섬을 저들의 천국이라고 말하게 될 바로 그 사람들의 천국일 뿐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천국은 그것을 이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완벽하게 만들어갈수록 그것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숨막히는 지옥이 되어버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비록 불행한 병을 앓는다 하더라도 저들에게도 온갖 인간적인 소망과 자기 생의 실현욕은 근본적으로 여느 인간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입니다. 기구한 생의 역정을 걸어온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저들이 기구해온 천국이 여느 세상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수는 없습니다. 저들이 비록 그것을 망각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하며, 우리가 저들에게 그것을 다시 찾아주어야 합니다.



그야 가난한 자의 천국은 우선 재산을 누리는 곳에서, 병을 앓는 자의 천국은 건강을 되찾는 곳에서 먼저 만날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재산이나 건강은 그것이 극도로 결핍된 처지에서나 어떤 특수한 천국의 내용이 될 수 있을 뿐, 그것들이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인간의 궁극적인 천국의 내용일 수는 없습니다. 너희는 이 세상 누구에게서도 너희 병을 용서받아보지 못한 가엾은 문둥이들이므로, 너희의 과거는 너무도 쓰리고 아픈 상처의 자국뿐이므로- 원장님께서 저들에게 만들어주시려는 천국이야말로 결국은 돈 없는 자에겐 돈으로, 병을 앓는 자에겐 건강으로 각각 그의 천국을 삼게 하는 것 이상의 뜻을 지닐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그 가난한 자와 병을 앓는 자에게, 가난하고 병을 앓을망정 아직도 차마 눈감아버릴 수 없는 뜨거운 진실과 인간적인 소망이 살아남아 있는 한, 그 진실과 소망 그리고 그 인간에 대한 오만스럽고도 난폭한 테러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원장님은 이 섬이나 섬사람들과 운명을 같이하시지 못합니다. 운명을 같이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절대의 믿음이 생길 수 없습니다. 더욱이나 이 섬에서는 사정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같은 운명을 살 수 없는 사람들 사이의 믿음이 없는 사랑이나 봉사는 한낱 오만한 시혜자로서의 자기도취적인 동정으로밖에 보일 수가 없습니다. 



말하자면 이 섬에 삶을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환자로서의 남다른 처지와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인 생존 조건들을 두 겹으로 동시에 살아가고 있는 셈이며, '환자 로서의 특수한 처지를 지나치게 강요당할 때, 이들은 오히려 그 환자이기를 거부하고 자신의 인간을 향한 자각과 모험에 이르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환자로서 두려운 땅으로 섬을 쫓겨나가는 추방의 길이 아니라, 섬의 지배자들이 저들에게 버릇 들여온 공포를 박차고 자신의 선택과 용기에 의지한 희망찬 인간에의 모험을 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탈출은 생명을 받고 살아 있는 자의 마지막 자기 증거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 섬이 아직도 슬픈 유령들의 무덤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의 섬일 수 있는 유일한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탈출이 계속되는 한에서만 이 섬은 아직도 숨을 쉬는 인간들의 그것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의 지배자가 일방적으로 그들에게 강요해온 그 뜻 없는 천국에의 통쾌한 배반이었습니다. 체념과 복종 속에 무기력하게 '주님의 날'만을 기다려야 하는 그 종신의 천국에서 한 번만이라도 자기 운명의 짐을 스스로 짊어져보려는 갸륵한 모험이었습니다.



결국 이 몇 년 동안 원장님과 원생들의 관계에서, 한 선의의 지배자와 피지배자들 사이의 어떤 대등한 상호 지배 질서, 만인 공유의 화창한 지배 질서가 탄생하는 것을 본 것이 아니라, 한 지배자가 어떤 불변의 절대 상황 속에 갇힌 다수의 인간 집단을 얼마나 손쉽게, 그리고 어느 단계까지 저항 없는 조작을 행해갈 수 있는가 하는 슬픈 지배술의 시범을 보아왔던 셈입니다. 



내일의 꿈을 오늘 미리 가불해주고, 그 가상의 현실을 당장 오늘의 그것으로 착각하고 즐기게 하여 진짜 현실의 갈등을 잠재워버리는 말의 요술은 이 섬을 다스려온 사람들의 해묵은 수법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오늘의 삶이라는 것이 늘 힘겹고 짜증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지극히 손쉽고 효과적인 지배술의 하나였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섬을 돌아온다고 해놓고, 그리고 섬을 돌아올 때 그가 이곳에서 다시 행할 바를 묻고 싶다 해놓고 작자에게서 다시 소식이 없는 걸 보면 그잔 여전히 나를 용납할 수 없는 게 분명하거든요. 그가 묻고 싶은 것에 대한 내 대답이란 게 이를테면 내가 다시 이 섬으로 돌아온 것이 되고 만 셈인데, 작자가 여태 꼴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건 이번에도 그런 나를 용납할 수가 없는 때문일 거란 말입니다. 이번에도 결국 나를 실패시키고 싶은 작자의 소망은 훌륭하게 성취된 셈이지요. 그리고 작자의 그 성취 속에 이 조백헌이한텐 그 숙명적인 실패가 점지되고 있었던 셈이구 말이야요. 어쨌거나 이 섬은 이제 생성을 거의 중지해버리고 있는 상태니까.



내 말은 결국 같은 운명을 삶으로 하여 서로의 믿음을 구하고, 그 믿음 속에 자유나 사랑으로 어떤 일을 행해나가고 있다 해도 그 믿음이나 공동 운명 의식은, 그리고 그 자유나 사랑은 어떤 실천적인 힘의 질서 속에 자리를 잡고 설 때라야 비로소 제 값을 찾아 지니고, 그 값을 실현해나갈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m********e 2024.07.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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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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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은 소외된 나환자들의 공간인 소록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소록도에서는 군인들과 환자들 사이에 지배계층, 취약계층인 피지배계층으로 관계가 나뉘어 있습니다. 사건은 소록도에 부임한 신임원장 조백헌 대령과 그를 맞는 보건과장 이상욱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원장과 그를 받아들이는 환자들의 입장 등을 바라보며 천국이란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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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은 소외된 나환자들의 공간인 소록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입니다. 소록도에서는 군인들과 환자들 사이에 지배계층, 취약계층인 피지배계층으로 관계가 나뉘어 있습니다. 사건은 소록도에 부임한 신임원장 조백헌 대령과 그를 맞는 보건과장 이상욱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원장과 그를 받아들이는 환자들의 입장 등을 바라보며 천국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YES마니아 : 골드 h****7 2023.03.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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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사랑에 대해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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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여수 어느 재활병원에 갔다가 잠시 들른 적이 있는 슬픔을 간직한 섬 소록도. 아련하게 살아나는 어떤 추억 때문일까. 한 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을 읽다가 ‘당신들의 천국’을 알게 되어 구매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 청준 작가.   한센씨병 환자들이 모여 생활하는 소록도를 아름답고 따뜻한 낙원으로 만들기 위해 온 삶을 불태웠던 조 창원 원장. 이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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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전, 여수 어느 재활병원에 갔다가 잠시 들른 적이 있는 슬픔을 간직한 섬 소록도.

아련하게 살아나는 어떤 추억 때문일까.

한 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을 읽다가 당신들의 천국을 알게 되어 구매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이 청준 작가.

 

한센씨병 환자들이 모여 생활하는 소록도를 아름답고 따뜻한 낙원으로 만들기 위해 온 삶을 불태웠던 조 창원 원장.

이 청준 작가는 실제 인물인 조원장을 모델로 쓴 장편소설이다.

 

사랑과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소록도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나병환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어떤 물리적인 힘에 의한 낙원 건설은 의미가 없다.

불만과 불신만 쌓이게 된다.

 

새로 부임한 소설 속의 주인공 조 백현 원장

그가 불신과 불만으로 가득찬 나병환자들의 거대한 침묵을 대화와 사랑의 실천으로 천천히 아주 천천히 허물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a****7 2021.12.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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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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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이 5개가 만점이라니. 만점의 기준을 높일 수 없나? 한 별 250개 정도로. 그렇다면 이 소설은 별점 250개 만점 중에 250개를 받을 것이다. 정말로,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나서 그 하루 동안은 하루를 멀게 살았다. 어쩌면 나와 비슷하지만 나는 겪고 싶지 않은 문둥이의 삶에 대하여. 이렇게. 적나라하며 안타까움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작가 이청준이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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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점이 5개가 만점이라니. 만점의 기준을 높일 수 없나? 한 별 250개 정도로. 그렇다면 이 소설은 별점 250개 만점 중에 250개를 받을 것이다. 정말로, 당신들의 천국을 읽고 나서 그 하루 동안은 하루를 멀게 살았다. 어쩌면 나와 비슷하지만 나는 겪고 싶지 않은 문둥이의 삶에 대하여. 이렇게. 적나라하며 안타까움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작가 이청준이 돌아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나를 더 멍하게 만들었다. 그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더라면, 그에게 감사함을 연신 표현했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소설을 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내 많은 나날 중 하루를 책임져주셔서, 아니, 그 보다 훨씬 더 많은 날을 같이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이 리뷰칸에.. 감사함을 대신 전해보는 날이다.

i***3 2020.02.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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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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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조 원장과 황장로의 대화와 조원장과 이기자의 대화속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들의 천국을 위해 삶을 살아왔는지, 아니면 당신들의 천국을 위해서 우리의 삶을 허비하고 살아왔는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면서 또한,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사이의 조화로운 공존과 권력의 양립을 깊이 있게 생각하게끔 하고 있다. <당신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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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오는  조 원장과 황장로의 대화와 조원장과 이기자의 대화속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들의 천국을 위해 삶을 살아왔는지, 아니면 당신들의 천국을 위해서 우리의 삶을 허비하고 살아왔는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면서 또한,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사이의 조화로운 공존과 권력의 양립을 깊이 있게 생각하게끔 하고 있다. 

<당신들의 천국>에서 나오는 명대화록

1105p황장로는 조원장에게 말한다. “자유보다 더 귀하고 값진 것이 무엇인고 하니 그게 바로 사랑이거든. 이 섬에선 자유보다도 사랑으로 앞서 행했어야 한다는 말씀이야.”

1111p황장로는 조원장에게 말한다. “ 자유라는건 싸워 빼앗는 길이 되어 이긴 자와 진자가 생기기 마련이야. 사랑은 빼앗음이 아니라 베푸는 길이라서 이긴 자와 진자가 없이 모두 함께 이기는 길이거든

1173p이 기자가 조원장에게 말한다.

다스리고 다스림을 받는 일은 다스리고 다스림을 받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야지. 어느 한쪽의 선의나 의욕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1299p조원장은 이기자에게 말한다.

다스리는 자의 사랑속에 다스림을 받는 자의 자유가 깃들고, 다스림을 받는 자의 자유 속에 다스리는 자의 사랑이 깃들어 결국은 양자가 한 길로 화해스런 조화를 이룩해나갈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입장의 차이 같은 것 말입니다. 원장인 나는 사랑으로 행하고, 원생들은 또 그들의 옳은 자유로 행해야 했지요.”

1314-1315p--- 조원장은 이 기자에게 말한다.

자유나 사랑을 행함에는 차이가 큰일이었지요. 섬사람들과의 한 운명 단위 속에서 서로 믿음을 얻고 나면 일단 그 자유나 사랑을 함께 행해나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유는 무엇으로 행해가겠소. 사랑은 무엇으로 행해가겠소. 자유나 사랑을 행함에는 절대로 힘이라는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힘이 없는 자유나 사랑은 듣기 좋은 허사에 불과합니다. 자유나 사랑으로 이룩해져나감은 그 자유나 사랑 속에 깃든 힘으로 해서일겁니다. 사랑이나 자유의 원리가 바로 힘이 아니더라도 그것들이 행해지고 그것들이 이룩해나가는 실현성이나 실천성의 근거는 그 힘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자유나 사랑이나 다같이 그 실천적인 힘에 근거하여 비로소 제값을 지닐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선 두가지가 같은 차원의 가치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들이겠구요. 내말은 결국 같은 운명을 삶으로 하여 서로의 믿음을 구하고, 그 믿음 속에 자유나 사랑으로 어떤 일을 행해나가고 있다 해도 그 믿음이나 공동운명의식은, 그리고 자유나 사랑은 어떤 실천적 힘의 질서 속에 자리를 잡고 설 때라야 비로소 제값을 찾아 지니고, 그 값을 실현해 나갈 수 있다는 얘깁니다.

 

 

 

 

 

 

  

 

h****5 2018.01.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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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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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작가의 대표작 '당신들의 천국'을 전자책으로 읽어봤다. 책은 크게 세 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그려져 사건들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문둥이들이 모여사는 소록도에 새 원장이 오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사건들과, 또 새 원장이 추진하는 작업들로 발생하는 원생들과의 갈등을 잘 드러내주었다. 개발을 주도해야 업적이 남을 걸 잘 알고 간척사업까지 추진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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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작가의 대표작 '당신들의 천국'을 전자책으로 읽어봤다. 책은 크게 세 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그려져 사건들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문둥이들이 모여사는 소록도에 새 원장이 오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사건들과, 또 새 원장이 추진하는 작업들로 발생하는 원생들과의 갈등을 잘 드러내주었다. 개발을 주도해야 업적이 남을 걸 잘 알고 간척사업까지 추진한다는 배경은 좀 어처구니없어 보였다. 성한 몸들도 아닌데 굳이 참가하고 불평불만도 별로 없는 건 좀 현실성이 떨어져 보였다. 거기다가 사랑과 자유를 운운하는 보건과장 이상욱을 보고 있자면 소설이 확실히 현실성이 떨어진 것 같았다. 사랑이나 자유를 울부짖는 것조차 좀 소설의 맥과 맞지 않는 것 같았고, 또 보건과장이 탈출을 해 편지까지 보낸 설정도 무리수가 높았다. 아무튼 이청준님의 대표작이니 읽어봐야 되지 않을까 하고 있었는데 좀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c*******9 2023.08.3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