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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Review MCMXVIII / 휴이넘 1번째 리뷰] 서포 김만중의 한글소설 <구운몽>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필독서로 지정되었고,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소설이라 '수능'에서 다루지 않은 지 오래 되었더라도 '내신'과 '수행'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숙지하고 있어야 할 작품으로 다뤄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학교 시험에서 나올 법한 내용부터 정리해보자. 크게는 세 가지다. 하나는 <구운몽>은 사대부 양반인 김만중이 손수 지은 '순한글문학'이라는 점이다. 조선 숙종 때 여러 차례의 환국과 붕당정치로 인해 수많은 관료들이 유배를 가곤 했는데, 그 무리 중에는 서포 김만중도 포함되어 있다. 무려 6차례나 유배를 갔다고 한다. 그렇게 유배를 가니, 홀로 남겨진 어머님께 위로를 드릴 겸 편지와 글을 써서 보냈는데, <구운몽>도 바로 그런 효심에서 비롯되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운몽>을 '유배문학'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이 소설이 '몽자류 소설'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현실'에서 '꿈속'으로, 다시 '꿈속'에서 '현실'로 되돌아오는 '몽유계 소설'인데, 현실을 묘사한 대목에서도 '주제'가 담겨 있고, 꿈속을 그린 대목에서도 '주제'를 읽을 수 있기에 '몽자류 소설'이라 부른다. 한편, 몽유계 소설에는 '몽유록 소설'도 있는데, 역시 마찬가지로 '현실-꿈속-현실'의 구성을 보여주지만, '현실'을 다룬 부분에서는 주제를 찾을 수 없고, 오직 '꿈속' 이야기에서만 주제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몽자류 소설'과 구분이 된다. 또 하나는 <구운몽>이 불교적 색채가 강한 소설이지만, 꿈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유교적인 양상'을 강하게 띠고, 소설 전반적으로는 신선이나 용왕, 도술, 그리고 상서로운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도교적인 표현'도 아주 잘 드러나 있다. 그런 까닭에 이 작품을 '유불선 사상'이 합일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내용들이 주로 시험에서 다루는 부분이기에 정리해두면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교과서적인 해석'만이 <구운몽>의 전부는 아니다. 현실세계의 '성진'이 얻는 깨달음이 불가에서 말하는 '인생무상(인생사 덧없음)'이고, 꿈속세계에서 '양소유'가 누린 삶의 즐거움이 유가에서 중시하는 '입신양명(출세하여 명성을 널리 알림)'이며, 작품 전반적으로 흐르는 도가적인 분위기에서 '신비함과 신묘함'으로 재미를 증폭시키는 것으로 <구운몽>을 모두 읽었다고 말한다면, 이 소설을 '필독서'라고 지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미 '모범답안'이 나와 있는데, 뭘 더 읽으라는 말인가. 그저 '요점정리'한 내용을 달달 외워서 '시험성적'만 높이면 그뿐일텐데 말이다. 모름지기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들은 아주 우수한 작품이란 증거다. 우수한 작품으로 실린 까닭은 '딱 한 번만 읽으면 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두고 두고 읽어도 좋고, 읽으면 읽을수록 읽는 맛이 우러나는 훌륭한 작품'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운몽>도 읽으면 읽을수록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새로운 맛을 어디서 찾으면 좋을까? 나는 '양소유의 삶'에서 그 재미를 찾으려 한다. 왜냐면 양소유의 이름부터 '양기가 철철 넘치도록 이 세상 한껏 즐기며 노닐다'라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양소유의 곁에는 '팔선녀'가 함께 한다. 성진스님과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 위부인을 모시는 아름다운 시녀들이 바로 '팔선녀'의 정체인데, 이들이 모두 꿈속에서 '인간세상'으로 다시 태어나니 진채봉, 계섬월, 정경채, 가춘운, 난양공주(이소화), 적경홍, 심요연, 백능파가 그녀들이다. 그런데 <구운몽>을 색다른 재미로 읽는 방법으로 '팔선녀'를 현생의 아이돌로 대체해도 좋단 말이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핑클'과 '베이비복스' 멤버로 팔선녀를 구성했다. 30대에는 '소녀시대' 멤버로 꾸미기도 했다. 지금이라면 '4세대 아이돌' 멤버들을 골라서 장원영, 안유진, 카리나, 윈터, 엔믹스 설윤, 해원, 뉴진스 민지, 하니 등등으로 꾸며서 읽어도 색다른 맛이 아니겠느냔 말이다. 아 참..이번에도 '카라'는 빼먹었네. 어차피 일장춘몽에 불과한 인생사이고, 덧없는 하룻밤 꿈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무슨 상상인들 하지 못하겠느냔 말이다. 할 수 있다면 '돈 잘 버는 여성', '요리 잘 하는 여성', '노래 잘 부르는 여성', '권력을 쥐고 있는 여성', '천재적 지능을 가진 여성', '애교가 철철 넘치는 여성', '외모가 아름다운 여성', 그리고 '가정적인 여성'이 남편을 한결 같이 존경하고, 부인들끼리 서로 우애가 넘치도록 한 집에서 시부모님께 효도하며 살아가는 상상을 하면서 읽어도 좋단 말이다. 그렇다면 남성독자들의 전유물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으니, 그럼 여성독자들은 어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 좋을까? 남성독자들에게 '팔선녀'라면, 여성독자들에겐 '팔선남', 아니 '팔꽃남'으로 각색해보아도 좋을 것이다. 함께 논술수업을 진행한 여학생은 국적불문하고 '휴 잭맨'을 으뜸으로 꼽고서는 '아스트로 차은우', '공유', '현빈', '강동원', 'BTS 진', '이동욱', 그리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선택했다. 뭐, 여성독자라면 차고 넘치는 '잘난 남자들'을 다 선택해서 읽어도 즐겁지 않겠는가? 돈도 많고, 잘 생기고, 몸매 좋고, 성격 좋고, 사회적 지위까지 누릴 거 다 누리며 사는 남자들을 자신은 '공주'가 되어 곁을 지키는 호위무사로 삼아도 좋고 말이다. 나는 이렇게 <구운몽>을 읽을 때마다 수없이 많은 버전으로 읽으며 '인생의 낙'을 즐기고 또 즐긴다. 그러나 그러한 꿈 같은 일이 결국엔 '다 부질 없다'는 주제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성진의 깨달음을 일깨워주기 위한 '육관 대사'의 의도가 바로 이것이니 말이다. 누릴 수 있을만큼 원 없이 다 누려본 뒤에 비로소 그런 것들이 모두 다 '부질 없음'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보라는 것이다. 호사도 누려보아야 '별것 아니다'라는 것을 진정으로 깨닫게 된다. 어설프게 누려보거나 아예 누려보지 못하면 '평생의 한'으로 남아,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 '초능력을 갖고 싶어요', '초절정 미남/미녀가 되게 해주세요' 따위의 소원을 가없이 빌기 마련이다. 그런데 <구운몽>을 완독하고 나면 비록 '꿈속일망정' 원 없이 다 누린 '양소유의 삶'이 사실은 인생의 진정한 바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인간이 죽을 때가 되니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저 세상'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만은 아니다. 거꾸로 생각을 해도 마찬가지다. 불로장생약이 있어서 '천수(千壽)'를 누린다해도 인생의 낙을 그리 오래 누리지 못하고, 금세 질려버린다는 사실을 깨닫기 마련이다. 안 그럴 것 같지만, 재밌는 게임도 100년동안 하라면 못할 것이며, 즐거운 파티도 100년을 계속하면 지루해질 것이다. 그럼 10년동안은 재밌고 즐거울까? 우리네 인간의 청춘(젊음)이 20살부터 39살까지 대략 20년 가량이라는 것이 참 신묘할 지경이다. 40대, 50대가 되면 늙어서 체력이 떨어져서 못 노는 것이 아니라 '노는 것'이 슬슬 지겨워져서 더는 놀고 싶어지지 않게 된다. 내 나이가 50대로 접어들어서 <구운몽>을 다시 읽으니, 육관 대사가 성진스님에게 깨우치게 하려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또 하나'를 깨우치게 되었다. 흔히들 <어린 왕자>같은 명작 소설을 '10대에 느낀 감동', '20대에 느낀 감동'이 사뭇 다르다고 말한다. 그렇게 30대, 40대, 50대를 지내며 주기적으로 되새기며 읽은 책들의 재미도 사뭇 달라지기 마련이다. <구운몽>도 그렇다. 10대에는 '팔선녀의 외모'에 주목해서 멤버만 바꿔도 희희낙락하며 즐거웠는데, 20대가 되니 '입신양명'이 간절했고, 30대가 되니 '팔선녀의 외모'보다는 '팔선녀의 능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40대가 되니 '입신양명'을 넘어 '안락한 노후마련'을 위해서라도 출세가 간절했으며, 50대가 되니 비로소 '인생무상'이란 말의 참뜻을 깨우치게 되었다. 60대가 되면 <구운몽>을 또 어떻게 이해하게 될지 몹시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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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걱정없이 쇼핑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원 없이 먹으며
멋진 집에서 아름다운 사람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다면?
아마도 파우스트처럼 악마에게 영혼을 팔 사람들이 꽤 나오지 않을까 싶다.
'물신주의'로 흐르는 것을 경계하는 저변에 그래도 한번쯤은 누구나 호화로운 삶을 꿈꾸지 않았을까? 말 그대로 이룰 수 없는 꿈이라 상상 속에서만 그리워할 밖에.^^;;
10년 동안 불법을 닦은 사내도 빼어난 미색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구운몽>의 주인공 '성진'은 연화봉 '육관 대사'의 제자로 동정호에 심부름을 다녀오던 길에 좁은 다리 위에서 '위 부인'을 모시던 '팔선녀'와 맞닥뜨린다. 희롱하며 놀던 것도 잠시, 염라대왕에게 불려가 인간으로 태어나는 벌을 받게 될 줄 어찌 알았으랴.
초나라의 '양소유'로 태어난 '성진'은 수려한 외모와 빼어난 재주로 뭇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으니 요즘 말로 하자면 엄친아가 따로 없다. 과거를 치르러 가던 길에 화음현에서 만난 아리따운 '진채봉'이라는 여인과 미래를 약속하지만 전쟁통에 헤어지고 생사조차 알 수 없다. 1년을 더 기다려 다시 과거 길에 오르던 양소유는 낙양성 누각에서 '계섬월'이라는 기생을 만나게 되고 사랑을 나눈다. '섬월'은 자신이 기생의 몸이라 정실 부인이 될 수 없음을 알고 친히 정 사도의 딸인 '경패'라는 여인을 소개하기에 이르니...
그렇게 양소유가 취하게 된 아내가 무려 여덟!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만 이 능력있는(?!) 사내는 무슨 복이 많아 서로 투기하지도 않고 의좋게 지내는 미인들을 부인으로 삼을 수 있었을까?
개인적으로 배우를 능가하는 외모를 갖춘 사내를 여덟이나 준다면 그건 부귀영화가 아니라 차라리 고문이 아닐지ㅡㅡ;; 까닭을 알 수 없지만 감옥에 갇혔던 그는 토번의 오랑캐들을 물리칠 적격자로 발탁이 되면서 승승장구를 한다. 자신을 죽이러 온 자객으로 알았던 '심요연'이라는 여인과 난리통에 군사를 돌보는 것도 잊은 채 사흘씩이나 사랑을 나누는 용기를 뭐라고 말해야 할지... 게다가 동정호 용왕의 딸 '백능파'까지 합세하여 양소유를 용궁으로 불러들인다.
황제의 딸 '난양공주'와 '경패'를 정실 부인으로 삼고 다른 여섯 명의 여인을 첩으로 삼아 딸 둘과 아들 여섯을 얻은 양소유는 분에 넘치는 영화를 누렸음에도 헛헛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나 보다.
나이는 들었어도 몸은 늙지 않는 그가 진정 바랐던 건 불생불멸이었을까?
<구운몽>은 서포 '김만중'이 유배지에서 쓴 '양반소설'로 인간 세상의 부귀영화가 한낱 꿈이었음을 깨달은 '양소유'가 불교로 귀의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처첩 간에 갈등없이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입신양명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은 조선 시대 사대부들이라면 누구나 바라던 욕망이었다. 김만중 역시 대제학에 오르며 화려한 미래를 꿈꾸었지만 당색에 밀려 유배를 떠나면서 그러한 삶이 아무 것도 아님을 깨달았는지 모른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서 아무리 채워도 채울 수가 없다. 채우고 나면 또 다른 욕심이 생겨나니 말이다. 어차피 한번 살다가는 인생이라면 좀 더 많은 것들을 해보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게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고민하고 머리를 쥐어 짜는 범부가 아니랴. 양소유는 그의 말처럼 원없이 누려봤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오히려 가난한 사람도 부자도 죽음 앞에서는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영원히 사는 삶이란 경우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지독한 형벌이 될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다만 사는 동안 부귀영화는 누리지 못한다 해도 하나씩 늘려가는(?!) 재미와 알아가는(?!) 재미를 가질 수 있다면 이 또한 행복이 아니랴. 게다가 하나씩 나누는 즐거움까지 맛본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아이들에게 <구운몽>은 어떤 책으로 다가갈지 궁금하다. 시험에 나오는 '일장춘몽'과 '몽자류 소설'로 기억하기 보다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게 하는 책으로 만나주길 바란다. 설령 힘든 길이라도, 부귀영화가 따르지 않더라도 옳고 바른 길이라면 좀 둘러간들 어떠랴. 함께 걸으면 길은 만들어질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