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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상과 구보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기다리고기다렸던만큼, 아주 즐겁고 유쾌하게 읽었다. 나는 이상의 추리에 1도 따라가지 못했지만, 그게 아쉽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가 풀어내는 추리에 구보처럼 손바닥치며 감탄할 뿐. '허허.. 이 친구, 거참..' 이러면서..^;;;ㅋ 거기에 메모지를 깜빡하는 등의 몇 안 되는 이상의 소소한 실수에 이전보다 그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또 뒤쳐지는 구보를 기다리는 모습에 나의 지난 우정들도 슬쩍 떠오르고.. 여러모로 내 맘에 쏙~ 드는 등장인물이자 추리소설이다. 언제고.. 김재희 작가님의 추리월드 초대장을 받을 수 있을 런지는 모르겠지만, 보내만 주신다면 기꺼이 & 감사히 따라가겠습니다. 추리를 아주 좀 많이 못하기는해도.. 공감력은 나름 좀 있는 편이라.. 좋은 등장인물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혼자서 감히 기대해봅니다.^;;;ㅋ
p.120 결과가 미지수일 때 두려움은 크다. 누구에게나 미래는 공포다. 그걸 잊고자 소개공지에 많은 것을 우겨넣으려다 그르친다. 소개공지에 가득 찬 건 중독으로 변질된다. 상은 커피를 마시고 빈 잔을 들여다봤다. "빈 공간. 그건 놔둬도 좋지. 긍정적인 걸로 채워도 좋구. 자네나 나는 질리지도 않고 거기에 추리를 채우고 사건을 쫓고 있지 않나."
p.171 "형사님 제가 잡혀가면 이 물고기들은 누가 돌봐주나요?" 군중이 야유를 보내며 돌을 던졌다. "돌봐줄 사람을 알아보겠으니 걱정 마시오." "제발 아무 데나 싼값으로 처분하지 마세요. 잘 돌봐줄 사람을 구해주세요. 이 아이들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 존중받을 가치가 있어요."
p.179 "사람과 어울려 아픔을 소통했다면 저렇게 되지는 않지. 물고기를 보고 즐거워한다지만, 마음속을 진정 토해낼 수는 없지. 곁에 사람이 없는 게 걸려." 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면회로 그녀는 내면의 진실과 고통을 나눠서 홀가분했을 거야." "고통을 안는 것은 큰 나무나 가능하지. 덥고 추운 환경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비바람이나 우박을 감내해 봄에는 꽃눈으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 하지만 사람은 식물처럼 강하지 못하네. 사람과 어울려서 슬픔을 털어야 건강하지." 구보는 상의 말에 주변의 나무를 봤다. 백일홍 나무가 짙은 분홍빛을 뽐냈다. 저렇게 100일 넘게 꽃을 피우다니.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우려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했을까. 나무의 인내심에 고개가 숙여진다.
p.207 구보는 진지한 얼굴로 절벽을 봤다. "상이, 하산하며 깨달았네. 나는 왜 뒤처진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았을까? 내려가고 싶어도 깎은 경사에 마음만 앞서지 발이 덜덜 떨리는데." "내려가는 게 생각보다 힘들지? 쉬었다 갈까?" 상과 구보는 아름드리나무 둥치에 걸터앉았다. 버드나무 잎사귀 사이사이로 반짝반짝 햇빛이 들어온다. "미안하네. 구보." 구보가 놀란 눈을 했다. "뭘?" "내가 늘 무작정 앞서가서." "아니, 앞서가서 나를 기다렸지. 뒤처진 사람보다 힘들어. 앞도 헤치고 뒤의 사람도 살펴야 하니까."
p.426 일주일 후 나른한 오후에 상과 구보는 긴 겨울이 지나고 초봄의 방문을 알리는 따사로운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경성 산책을 즐겼다. 구보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나무를 올려다보았다. 목련 눈꽃이 움터 있었다. 꽃눈은 나뭇가지 끝마다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봄이다. "봄꽃이 피려는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상의 말에 구보는 가벼운 웃음을 띠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봄이 왔지." "맞는 말이네. 이렇게 꽃눈이 필 줄 몰랐지. 힘든 시절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네. 모르는 사이 조금씩 다가와 만개할 준비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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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실재했떤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 박태원을 탐정 콤비로 설정하고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단편을 모은 소설집 <경성 탐정 이상>의 네 번째 권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인 <군산의 보물창고> 편이 특히 재미났다. 결혼 전에도, 결혼한 후에도 아내와 함께 군산에 두세 차례 거듭 여행을 다녀왔을만큼 군산이라는 도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서해의 늦은 오후 햇살이 도시 구석구석을 말없이 쓰다듬는 도시. 식민지 시절 온나라 쌀을 모두 빼앗기던 수탈의 창구였던 도시. 지금은 그당시의 흔적과 현대의 모습이 혼재되어 있는 독특한 분위기의 도시. 그리고 도시를 지탱하던 외국계 회사가 빠져나가 존립에 위기를 겪고있는 흔들림의 도시. 그때나 지금이나 틈새를 노리는 외부와 내부의 욕망들이 부딪혔고 그 욕망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삐져나오는 도시. 사람과 똑같은 모양의 인형을 소유하거나 사람을 죽여 그 시신을 자신의 컬렉션으로 삼는 미친 인간들이 등장한다. 욕망에 눈이 멀어 흘린 헛점을 이상과 구보는 놓치지 않고 사건을 해결하지만, 자극적인 소재 안에는 결국 결핍을 메우고자 하는 외로운 인간의 모습이 있다. 언제나 이 시리즈를 읽을 때 느끼는 것인데 외피는 1930년대 식민 시절의 설정이지만 이야기는 늘 현대에도 유효한 인간들의 그릇된 욕망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 이 시리즈의 생명력을 지탱해주고 있다.
다만, 배경을 지방으로 설정하더라도 작가 자신이 쓸 줄 모르는 사투리는 안 썼으면 좋겠다. 작품의 생동감을 살리기 위한 설정이겠으나 실제로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보면 오히려 소설의 몰입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사투리가 표준어에 비해 문법 체계가 허술한 듯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문장의 종결 어미를 잘못 쓰면 느낌과 의미 자체가 달라지는 민감한 언어이기도 하다. 나는 경상도 사투리 사용자이지만 전라도 사투리라고 사정이 다를 것 같지는 않다. 산장에서 둘러앉은 사내들에게 이야기나 하자고 제안하는 '청유문'을 '무료하니 불길 그만 보고 얘기나 쪼까 해서 밤을 보내쇼이"(무료하니까 불길은 그만 보고 얘기나 좀 해서 밤을 보내시오.)라고 쓰면 명령문이 되어서 영 어색한 표현이 된다. 정 사투리를 쓰고 싶다면 해당 사투리를 써온 사람에게 직접 입말로 읽혀보고 감수를 좀 받아서 사용하면 좋겠다. <경성 탐정 이상> 3권에서 경북 산골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당시의 편견과 개인의 성정체성 간의 갈등을 다룬 설정은 좋았지만 대사가 영 거슬려서 안타까웠다. 또, 같은 인물의 한 대사 안에 상대높임의 등분이 수시로 달라지는 것도 정신이 없다. "알아보는 중입니다.(아주 높임) 시신을 수습했소.(예사 낮춤), 외상은 없지만요.(두루 높임)" 이와 같은 대사를 어떻게 한 사람이 한 호흡에 했다고 말할 수 있나.
그러다보니 플롯에만 집중해서 빨리 읽어내렸고 대사에는 집중을 상대적으로 덜 하려고 했지만 너무 문어체인 느낌이 강했다. 사건 당시의 분위기 조성, 색다른 소재, 인물 간의 갈등에 훨씬 더 집중한 탓인지 인물 성격 형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대사에 좀 더 공을 들여서 다음 작품을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이상과 구보는 실존 인물이니 독자들이 알아서 그 여백을 보충하고 상상할 수 있지만 다른 가공의 인물들을 상상하는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시리즈가 거듭되다보니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의 이상도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배우들의 인권과 예술인에 대한 존중에 눈뜨는 모습이라든지, 부모 자식 간의 진정한 동반 성장의 방향에 대해 고민한다든지(미혼이니까 아무래도...) 사람의 마음에도 빈 공간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 그리고 좀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이해 등등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다 갖추어지지 않은 열린 가치관들을 형성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국회의원 후보로 특정 정당에 영입된 사람이 군인권센터 소장에게 '삼청교육대에 다녀와야겠다'고 말하는 세상이다. 여전히) 작품 뒤로 가면서 경성 외의 지역과 그 곳의 문화적인 양상도 묘사하려는 모습이 고무적이기도 했다. 한 시대를 재현하려는 데서 벗어나 그 시대를 인간의 욕망이라는 필터로 조망해보려는 시도 역시 매력적이다. 인간의 욕망은 언제나 통시적으로 실재하므로 <경성탐정 이상>이 2019년에도 공감되고 모던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거의 유사하다는 점도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상과 구보가 목숨을 걸고 범인의 진술을 뒤집을 증거를 확보해 들이밀면 그 범인은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하고 사건의 진상을 줄줄줄 털어놓는 과정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남편을 살해하고 와서 자신의 아들에게 색칠놀이를 하고 왔다고 말하는 흉악범이 현실에 존재하는데, 아무래도 여기서도 픽션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 하는 것인가하는 씁쓸함과 공포감도 느껴진다.
만화도 시리즈를 거듭하면 그림체도 좋아지고 스토리도 정교, 복잡해지게 마련이다. <경성 탐정 이상> 역시 세계관이 점점 커지고 있다. 프리메이슨이 등장하고 모종의 음모와 조작으로 전쟁을 조장하려는 불온한 세력도 등장한다. 이상과 구보의 실제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기에 그들이 최후까지 어떤 행보를 보일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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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의 제 마지막 5권만을 남겨두고 있다. 4편은 1,2,3편과는 달리 단편 모험 느낌이 난다. 이야기 꼭지도 많고, 이야기(사건) 토막 분량이 작아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계속 영국의 유명 추리소설 '셜록홈스'를 언급하는데 이상이 홈스라면 구보는 왓슨의 포지션이다. 그렇지만 이야기를 거듭할 수록 구보의 역할이 커지고 점점 콤비로서의 특징이 부각된다. 왓슨은 홈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입장에 가깝고 거의 보조에 지나지 않지만, 이상과 구보는 콤비의 느낌에 가깝다. 물론 구보가 능동적으로 추리를 하거나 주도적으로 사건을 조사하지는 않지만 구보의 도움없이는 이상 혼자 사건을 해결할 수 없거니와(구보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하겠지만 미끼 역할이라던지 이상의 가설의 희생양-실험 대상, 일부 사건 조사, 위기 상황일 때 무력 사용, 사격술 보유) 독자의 입장에서는 구보의 시점에서 이상을 종종 보고 있기에 이상의 추리와 사건 해결 추이에 몰입을 하게 만들기 때문에 구보는 약방의 감초와도 같은 존재이다. '주인없는 양복', '고래의 꿈', '백운 산장의 괴담' 사건은 정말 재밌고 인상깊게 읽었는데 소재도 특이하거니와 어디에서 보지도 듣지도 못한 신선한 이야기였다. 물론 플룻은 기존의 틀을 따르고 있긴 하지만. 그간 김재희 작가님이 뿌린 떡밥과 세계관은 마지막 5편에서 회수를 할 모양이다. |
| 시공사에서 펴낸 마리 앤티크 사교구락부 시리즈. 김재희 작간미의 경성 탐정 이상 4권을 읽었습니다. 실존하는 인물인 천재 시인 이상과 소설가 구보가 주인공이며 콤비로 경성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천지개벽 미스터리라고 하는군요. 셜록 시리즈의 콤비 같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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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출간하신 경성 부녀자 고민상담소를 비롯하여 경성 시대를 소재로 하고 있는 작품들을 많이 써내고 계신 김재희 작가님이시긴 합니다만, 김재희 작가를 말할 때 있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을 말하라고 한다면 누구든 주저 없이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를 떠올리지 않을까 합니다. 무엇보다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의 시작을 알렸던 경성 탐정 이상 1편을 통하여 한국추리문학대상을 수상하셨던 김재희 작가님이셨던 만큼,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야말로 지금의 김재희 작가를 있게 만든 작품이라고 말한다고 한들 결코 과언은 아닐 것이라 보는데요. 경성 탐정 이상 4권은 그간 출간되었던 경성 탐정 시리즈의 장점들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한편으로, 자신들이 마주하게 되는 여러 사건들을 해결하는 데 그 분량을 온전히 투자하고 있다 보니 앞선 작품들에 비하여 그 몰입감이 더욱 높아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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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탐정이상 4 오랜만에 나온 소설이라 반가운 마음에 구입했습니다. 이상하게 일제시대 경성에는 왜 이렇게 기대가 많지요? 무엇인가 신비한것이 있을 것만 같고 환락과 몽환으로 가득차있을것만 같고 그런 정점에 바로 시인 이상과 구보가 있습니다. 그들이 과연 이렇게 친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쳐봅니다. 5권도 구입했으니 이어서 읽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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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의 네번째 책. 기대하며 구매한 만큼 정말 재미있었다. 이상과 박태원 콤비와 더불어 등장한 오영지라는여성탐정의 캐릭터도 신선했고 엔틱가게를 오픈하는 마동석을 연상시키는 존재도 재미있었다. 배경과 사건은 다 달라도 경성의 당시 세시풍속과 인간 내면을 탐구하는 재미와 의미를 다 잡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표지가 3권과 바뀌었는데 이번 표지가 제일 좋다고 생각된다. 뭔가 비밀스럽고 긴장감을 촉발하는 표지디자인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