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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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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 지난해 계획에도 없던 강릉 시티 투어 프로그램 참여가 생각난다. 그저 하루 알차게 보내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KTX를 타고 가니 서울에서 출발했음에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오죽헌을 필두로 경포가시연습지, 허난설헌/허균 생가, 바다부채길, 안목커피거리, 강릉중앙시장까지 부지런히 움직였다. 너무 많은 장소를 제한된 시간 동안 방문해야 하는 한계 탓인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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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 지난해 계획에도 없던 강릉 시티 투어 프로그램 참여가 생각난다. 그저 하루 알차게 보내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KTX를 타고 가니 서울에서 출발했음에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오죽헌을 필두로 경포가시연습지, 허난설헌/허균 생가, 바다부채길, 안목커피거리, 강릉중앙시장까지 부지런히 움직였다. 너무 많은 장소를 제한된 시간 동안 방문해야 하는 한계 탓인지 하루 종일 분주했다. 나름 신경 써 장소들을 사진으로 찍었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하루 기억을 홀딱 날릴 뻔했다. 바다와 맞닿은 도시. 몇몇 역사 인물을 배출했으며 나름 관광지 개발에도 신경을 쓰고 있는 고장이라는 인상을 여행을 통해 갖게 됐다. 개별 장소에 깃든 이야기에 대해서까진 알지 못했고, 혹 접했더라도 오랜 시간이 흐른지라 자연스레 잊었다. 강릉에 대한 책을 읽으며 당시의 방문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여행사에서 코스에 포함시켰으니 방문한다고만 여겼던 곳들이 나름의 의미를 품은 채 나에게 다가왔다.


서울하면 지금은 ‘강남’이 중심이지만 오래 전엔 아니었다. ‘사대문 안’이라 칭해지는 상대적으로 비좁은 공간만이 서울이었다. 그 곳 출신들은 “사대문 밖 아이들과 놀지 말라”는 말을 하며 자신들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내가 갓 취업했을 때만 하여도 신상명세서에 ‘본적’이라 하는 걸 적어야만 했다. 부모에게 물어가며 겨우 작성한 나의 기록을 보자마자 사람들은 ‘종로구’라는 글씨에 반응했다. 사람들의 서울 촌놈을 바라보는 눈빛이 경이로웠다. 

비슷한 사례를 강릉 이야기를 읽으며 발견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강릉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대관령’이었다. 지금이야 산 밑을 뚫어 터널을 내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예전에 강릉은 백두대간, 그 중에서도 대관령을 넘어야만 방문이 가능했다. 타 지역의 영향이 미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 건 당연했다. 자연스레 강릉만의 정체성 형성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사대문 안팎을 논하는 서울 사람들이 심보가 다소 못됐다면, ‘영 너머’를 언급하는 강릉 사람들에게선 스스로에 대한 자각이 느껴진다.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뿌리, 앞으로도 확고할 강릉만의 무언가. 예상대로 강릉에는 흥미로운 것들이 넘쳤다. 

강릉을 대표하는 역사인물이라 하면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허난설헌과 허균 정도가 떠오른다. 이들을 기릴 수 있는 장소가 여전히 강릉에 존재하다 보니 지역에서는 이를 관광명소로 기리는 일에 앞장서 오기도 했다. 책에서는 김시습, 김동명이 추가로 언급됐다. 김시습은 생육신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그가 남긴 <금오신화>는 최초의 한문소설이다. 김시습기념관이 있다는 문장이 왜 그리도 낯설게 느껴졌던지. 김동명은 강릉 사천면 출신이다. 여덟 살 때 함경남도 원산으로 이주했으므로 강릉에서 보낸 시간은 짧았지만, 생가를 매입하고 문학관을 건립하는 등의 노력이 부지런히 행해졌다. 그를 알지 못하는 이들일지라도 강릉 방문을 통해 새로이 그에 대해 알아갈 수 있다면 이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안목항을 그저그런 카페 밀집지구로만 생각을 했다. 딱히 특색이 없는 듯도 한데 왜 강릉을 다루는 대부분의 여행이 이를 포함시키는지 의아했던 것도 사실이다. 책에서 접한 바에 의하면, 유독 맛있는 커피를 뽑아내는 커피 자판기로 인해 지금의 커피거리로 거듭나게 됐단다. 물론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안목항 일대를 휘젓고 다니는 인파는 어마어마하지만, 역사적인 스토리를 부각시키는 방식의 홍보도 한 번 즈음은 꾀해봄직하지 싶었다. 방문할 기회가 아직 없었는데, 책을 통해 알게 된 모정탑길에도 눈길이 갔다. 가정을 덮친 불운을 정성으로 극복해보려 들었던 어머니의 마음이 일단 읽혔으며, 오래 전 마이산에서 보았던 신비로운 돌탑 향연이 떠오르기도 했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동일하리라. 강릉단오제, 강릉관노가면극처럼 힘겹긴 하나 명맥을 유지 중인 전통과 일종의 대안문화 차원에서도 바라볼 수 있는 정동진독립영화제가 공존하는 모습도 신선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 빚어낸 오묘한 조화야말로 강릉이 지닌 매력이지 싶었다. 

다른 도시에 대해서도 알고파졌다. 기왕이면 여행을 앞두고 읽고 싶다. 세상이 달리 보일 것만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그 말을 믿는다.



이달의 사락 q*****2 2020.01.3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