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한 권을 읽는 것은 아직 어렵다. 예전 같으면 절대 사지 않았을 시집을 이제 가끔 사긴 하지만 그 책을 다른 책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고 든다든가, 자꾸만 머리로 이해를 하려고 하면서 읽지 못하고 책꽂이로 직행. 아직은 내공이 부족한 탓이라 생각하며 남, 특히 전문가가 골라주는 시선집을 읽으며 워밍업 중이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이 책을 골랐다. 눈물 나게 외롭게 쓸쓸한 밤은 그리 많지 않지만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지 않겠나. 그 시들을 엿본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뚱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空想)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오규원,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요즘 너무 너무 피곤한데 밤에 잠을 잘 못잔다. 뭔가 조금이라도 읽고 자려는 욕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시에서 나온 것처럼 문득 그런 생각이 들면 잠이 안 온다. 내일을 위해, 아니 오늘을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해야하니, 어찌 되겠지, 지금까지도 이리 살았는데 지금 고민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나 그런 맘으로 몇달을 지냈던 것 같다.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이 구절이 참 아프게 느껴진다. 고산지대에서 짐을 나르는 야크는 삼천 미터 이하로 내려가면 오히려 시름시름 아프다고 한다. 세속에 물들지 않은 동물 주변에도 시름시름 아픈 사람들이 많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파 죽음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나는 하나도 아프지 않다. 직장도 잘 다니고 아부도 잘 하고 돈벌이도 아직 무난하다. 내가 병든 것이다. 공광규, <병> 마지막 구절에서 어쩐지 눈물이 팡 터졌다. 나는 아직 괜찮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하는 말에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내 의견과 다른 말에도 반박을 하지 않으며 이것이 사회생활이다, 노련한 것이라 미화했는데 내가 병든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용서할 일보다 용서받을 일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보고 싶은 사람보다 볼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기다리고 있던 슬픔을 순서대로 만나는 것이다. 세월은 말을 타고 가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마침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도 이별하게 되는 것이다. 김재진, <나이> 나이가 드는 것도 서러운데, 나이를 든다는 것이 이렇게나 안 좋은 일이 많은 것이었나. 이별과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나이드는 것이기 때문일까. 나이들면서 웃을 일이 자꾸 없어진다. 기다리고 있던 슬픔을 순서대로 만나기 때문인지 이것이 바닥이겠지라고 생각했던 상황들보다 더 나락으로 빠질 때가 있다. 무엇이든 다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너무 지금부터 낮아져있는 것이 아닌지. 너무 강한 척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당직을 서며 하루종일 왔다갔다 하며 어느새 101편의 시를 모두 읽었다. 태그를 달아둔 시는 몇번씩 읽고 그 중에 세 편을 이 글에 소개했다. 101편의 시 중에서 내 마음을 알아주었던 시를 한편이라도 만나고 싶었는데 성공한 것 같다. 가슴에 품을 시를 만나지 못한 분들께 권하고 싶은 책 <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이다. |
눈물나게 외롭고 쓸쓸 했던 밤 |
회사일이 넘 힘들고 내편하나 필요한 그 순간에 눈에 띤 책이었습니다. 위안이 되는 한문장 한문장이 참 와닿더라구요. 시라는 형식에서 탈피한 나에게 써준 편지같은 글들을 잘 찾아 모아주셨어요. 오랜시간 공들인 보람이 있는 책인것 같아요. 저처럼 직장생활에 힘든.. 육아에 지친..팍팍한 생활에 지친..친구들에게도 하나씩 선물하려합니다. 너무 애쓰지말고 생각을 많이하지말고 이책 잠깐 읽어보라고^^ |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 허수경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일부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 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오는 사람이 있을까
- 백창우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일부
내가 아무 말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대를 용서했다고 생각하지 말아주게. 차가운 표정, 차가운 말투는 그래서인 게지. 물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 더 크지. 그때 뭔가 조치를 취했다면, 내 마음도 편해졌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못했지. 그래서, 마음에 담아두기로 했지. 그리고, 다시는 그대와 말을 섞지 않는 걸로 내가 받은 상처를 씻어보기로 했지. 그대가 자꾸 노력하면 할수록 나의 차가움만 더해갈 뿐이지. 왜냐하면 그대가 하는 노력에는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야. 진정한 노력이란 자숙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면서 조용히 있는 거니까. 무슨 낯이 있어서 그렇게 당당한 거야? 그대의 잘못이 그만큼 크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게지? 그대에게 아무런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건 내가 어찌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야. 그러니 내게 다가오려 하지 마. 그럴수록 나는 그대가 싫어지니까. 개똥 같은 희망 같은 거 품지 마. 결코 그대와 다시 말을 섞을 일은 없을 테니까. 그래 그대는 그러겠지. 내가 아무 대꾸를 안 하니까 뒤로는 나를 욕하면서 틈이 생기면 다시 또 그 짓을 하려고 하겠지. 그런 그대를 나보고 믿으라고? 그게 내가 그대를 피하는 이유지. 다시는 그대와 엮이고 싶지 않아. 그러니, 내 눈 앞에 있지 말아. 내 귀에도 있지 말아. 내 머리에도 있지 말아. 소주 한 잔 같은 거 안 했어. 맥주 한 잔 같은 거 안 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외에는 나의 소중한 곳을 건들 수 없어! 그대가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나이가 적든 모두 마찬가지야. 나는 그대와 같은 사람들을 저주하겠어. 저주가 시작된 후에는 멈출 수 없어. 멈출 수 없는 걸 어쩌겠어. 그때는 나도 어쩔 수 없으니, 지금부터 자중하고 조용히 회개하게. 그대, 진정 내게 미안함을 느끼긴 느끼는 건가? 난 그 미안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걸. 그대, 회개는 나 없는 곳에서 조용한 곳에서 하게. 나 있는 곳에서 보란 듯이 하는 그런 위선 떨지 말게.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지 않았다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없을 걸세. 그렇듯이, 나 역시 그대에게 다시 인사하는 일은 없을 걸세. 이것이 그대에게 전하는 메시지네. 용서는 아주아주 먼 훗날, 나의 수련이 절정에 달했을 그때에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닐세. 나는 그대를 용서하지 못하겠네. 누구나 아픔 하나쯤, 괴로움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네. 그대도 그런 괴로움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살아보게. 그대가 얼마나 잘못한 건지 그때엔 알 수 있을 거네. 먼 훗날, 그대가 그대의 잘못을 깊이 깨닫고 진정으로 회개하게 된다면 천국에서 만나세. 천국에서 만나게 된다면 나는 그대를 용서할 걸세. 그 전에 나는 그대를 용서하지 않을 걸세. 그대도 아픔 하나 깊이 묻고 살아보게. 이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임을 그대가 아는 날이 오기를. 그대의 가슴 깊이 묻은 아픔을 깨닫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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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이 시적이다. 제목에 이끌려 구매하게 된 책. 국내,해외 작가들의 시를 저자가 엮어놓은 책이다. 나는 릴케의 시가 참 좋았는데.. 기분전환이 필요할때 하나하나 읽어보기에 괜찮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목차부터 읽어보며 나에게잘 맞는 책인지 파악하는걸 추천드린다. |
이 책은 나이든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좌절감에 이 책의 내용들이 더 다가온다는 것이 아니다. 젊은이들이 철이 없어서 이해하지 못할꺼라는 편견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만큼의 경륜이 생기는 것이다. 아픔도 슬픔도 조금은 다스릴 줄 안다는 말이라고 해야할까? 이제 곧 불혹이 되는 나에게는 그랬다. 20대에는 이해하지 못했을 문장들이 가슴 속을 파고 든다. 울컥 눈물을 쏟아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마흔이 가까운 친구들, 그리고 그 이후를 살아가는 자랑스런 선배들에게 건내곤 한다. 각 파트에 모아진 시들과 작가님이 건내고픈 생각들이 잘도 버무려진 콩나물무침이다. 그래서 감칠맛나는 이 콩나물무침같은 시모음집이 나는 참 마음에 든다. |
어쩜 이리 내맘 일까 아아 아아 공감 백배 우선 제가 너무 좋아하는 책이에요. 선물로도 많이 많이 구입해서 주고 있어요. 선물을 할 때 읽어본 책을 선물해야 실패하지 않잖아요. 실패하지 않을 책입니다!!!!! 왕 추천이에요 특별히 김선경님의 주제별 첫 시작글은 정말 대박입니다! 어쩜 이리도 마음을 글로 잘 표현해내시는지 제 버킷리스트 중 한가지가 책 출판이에요 저도 제가 공감하고 웃고 운 이야기들을 잘 담아내고 싶네요. 김선경작가님 화이팅!!! |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고 너무 좋아서 구매했어요 한 권 선물용으로 한 권은 소장용으로 다시 구매합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고 너무 좋아서 구매했어요 한 권 선물용으로 한 권은 소장용으로 다시 구매합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고 너무 좋아서 구매했어요 한 권 선물용으로 한 권은 소장용으로 다시 구매합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고 너무 좋아서 구매했어요 한 권 선물용으로 한 권은 소장용으로 다시 구매합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고 너무 좋아서 구매했어요 한 권 선물용으로 한 권은 소장용으로 다시 구매합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고 너무 좋아서 구매했어요 한 권 선물용으로 한 권은 소장용으로 다시 구매합니다. |
가을이 왔다. 마음 한 켠이 허전해지면서 감성적인 존재가 된다. 이럴 때 '내 마음이 그 마음이야!'라는 생각이 드는 시를 읽는다면 온 우주가 나에게 스며드는 듯 뼛속까지 와닿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이책 저책 기웃거리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이 책『누구나 시 하나쯤 가슴에 품고 산다』를 읽으며 시의 세계에서 주옥같은 작품을 낚아채는 손맛을 느끼는 시간을 보낸다. ![]() ![]() 이 책의 저자는 김선경. 30년간 글을 쓰고 책을 만든 출판 에디터다. 월간 <좋은생각>, <문학사상>등을 두루 만들었다. 달마다 다섯 편의 시를 잡지에 싣기 위해 심마니의 심정으로 시를 찾아 읽고 고르면서 마음 돌보는 법을 배웠다. 그동안 가까이 곁에 두고 읽어온 시들을 묶어보기로 한 데는 '누구나 나처럼 가슴속에 넣어 둔 시 한 편 있다면, 그 시를 모두 꺼내 놓고 함께 읽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다. 삶의 고단함이야 서로 뻔히 아는 것, 나는 이렇게 살아왔노라 대신 나는 이런 시를 읽어 왔다고 고백한다면 좀 멋지지 않을까. (책날개 中) 이 책은 여덟 챕터로 나뉜다. 챕터 1 '어느 날 시가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챕터 2 '눈물 나게 외롭고 쓸쓸했던 날', 챕터 3 '인생의 절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들', 챕터 4 '이누이트 족의 언어에 '훌륭한'이라는 단어가 없는 이유', 챕터 5 '나는 정말 잘 살아가고 있는 걸까', 챕터 6 '무심코 하는 말들을 위한 기도', 챕터 7 '시가 내 곁에 있어 참 다행이다', 챕터 8 '내 삶을 뻔한 결말로부터 구해 준 결정적 순간들에 대하여'로 나뉜다. 이 책 참 좋다. 정말 괜찮다. 내 마음이 그 마음이라는 생각이 드는 주옥같은 작품들을 발견하는 맛이 있는 책이다. 지금껏 시 모음집을 읽으면서 대부분의 작품들이 마음에 드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 그저 그 중에 몇 편 이나마 건지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책 속에 시 노다지가 펼쳐지다니! 내 스타일의 책을 만나서 기분이 업된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눈에 쏙 들어오는 시들이 다수 보여서 마음이 차오르는 느낌이다. 이거면 됐다, 한동안 이 책으로 시의 세계에 빠져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나 혼자만의 시간에 충전을 해본다. ![]() ![]() 들으면 알 만한 시인보다 생소한 시인들의 처음보는 시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하지 않으면 접할 수 없었던 주옥같은 시편들을 여기서 다 만나다니 반갑고 고마운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다보면 "시가 내 곁에 있어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내가 읽은 시가 그리 많지도 않으면서 시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지난 시간을 떠올린다. 그런 생각 함부로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마음에 담는다. 이번 가을은 이 책을 발견해서 설렌다. 소장하고 읽어도 좋고 선물용으로도 손색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가을에 시심을 불태우도록 도와줄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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