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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개인의 회고록이자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앞서 적었던 내용인 고통과 아픔을, 더하여 그의 가정사와 관련된 내용과 브랜드 박사의 일터였던 요양원, 병원, 센터와 사람들 이야기까지 정말 많은 장면과 성찰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밑줄 긋고 싶은데도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아간 저자여서 그런지 로케이션 촬영보다 더욱 넓은 지역에서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영국과 인도, 미국으로 이어지는 폴 박사가 지켜낸 삶의 자리를 폭넓게 만든 것일지도. 책의 근간이 되는 주제인 고통을 다루는 이야기 그 자체인 한센병(나균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일련의 아픔들)인데, 저자의 표현대로 이야기한다면, 무통이라서 마주하게 되는 커다란 아픔이다. 이제야 환자의 아픔이 제대로 다루어지고, 치료받을 수 있는, 완치될 수 있는 병이 되었지만, 아직도 격리되어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엄연히 존재한다. 책은, 저자는, 언터쳐블 오브 언터쳐블이었던 한센병 환자에게 다가가서 신앙적으로 또한, 의사로서 사명을 가지고 치료하고, 보살피고, 방법을 간구하고, 돌아보게끔 했다. 지금에서야 익숙해진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저자 당시의 시대에 마주함은 얼마나 새로운 일이었을까. 더하여서, 여러모로 부족할 수밖에 없던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진료하고, 치료하고, 사랑했던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 아팠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함과 매 순간 아픔이라는 사이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통찰을 책에서 마주한다. 의사가 되기 위해 훈련을 받고, 의료 행위를 통해서 환자를 만나고, 돌이켜보는 글을 쓰면서 적었을 위 문장은 마치, B와 D 사이의 Choice가 생각났다. 그보다 현대사회의 의료 기술이 주는 환상을 적어낸 다음 문장도 기억하면 좋겠단 생각을 가졌다. 어떤 불편이든 다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주는 문화에서, 질병이나 부상에서 비롯된 고통은 무단 침입 취급을 받기 쉽다. 411쪽 영국적인, 또한 인도나 미국적인, 더하여 저자의 활동 시대적인 배경이 있기에 현재와는 차이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유가 주는 질문은 여전하게도 사회에 응답을 요구하고 있다. 무언가 더 마음이 아픈 부분이랄까. 분명, 발전하고 있다. 기술과 자유의 진보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체제가 주는 한계는 명확하다. 그럼에도 어떤 이들은 전심으로 환자를 사랑으로 아끼고 치료의 자리로 나아간다. 돈으로만 보는 의사가 아니라 사람으로 바라보는 의사가 존재한다. 산간 지방 오지에서 희생적인 사랑으로 환자를 돌보고 떠나지 못하는 신앙인이자 의료인을 만나게 된다. 고통받는 자를 위해서 자신을 내어주는 그리스도의 모습은, 그분이 이야기하셨던 선한 사마리아인에게서도 만날 수 있다. 한센병 환자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었던 브랜드 박사의 삶은 의료인으로서, 신앙인으로서 모범이 아닐까. 그래서 지금도 읽으며 참 반성하게 된다. 과연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모두가 마더 테레사가 될 수 없다. 또한, 지식과 사람에 대한 탐구가 넘쳐흐르던 폴 브랜드 박사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적어도, 조금이나마 사랑의 향기를 전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길에 이 책이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누구에게나 삶은 소중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