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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안경'을 쓰지 않아도 보이는 심슨 샘과 에리카 샘의 이야기
"'특별한 안경'을 쓰지 않아도 보이는 심슨 샘과 에리카 샘의 이야기" 내용보기
심슨 샘과 에리카 샘처럼 두 분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지만, 조금은 편한 마음을 담아 <오늘도 학교에 갑니다>를 읽고 난 느낌을 펼쳐보려 합니다. 두 선생님의 열두 번째 편지까지 읽고 잠깐 눈을 감고, 편지 속에서 어떤 내용이 펼쳐졌는지 조용히 음미해봤어요. 공립학교에서 교육혁신을 위해 애쓰고 있는 심슨 샘과 대안학교에서 초록이들과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 에리카 샘의 이
"'특별한 안경'을 쓰지 않아도 보이는 심슨 샘과 에리카 샘의 이야기" 내용보기

심슨 샘과 에리카 샘처럼 두 분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지만, 조금은 편한 마음을 담아 <오늘도 학교에 갑니다>를 읽고 난 느낌을 펼쳐보려 합니다. 두 선생님의 열두 번째 편지까지 읽고 잠깐 눈을 감고, 편지 속에서 어떤 내용이 펼쳐졌는지 조용히 음미해봤어요. 공립학교에서 교육혁신을 위해 애쓰고 있는 심슨 샘과 대안학교에서 초록이들과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 에리카 샘의 이야기들이 기포 터지듯 톡톡 터져 나오네요. 체계적으로 내용이 떠오르면 좋을 텐데 그러지 못하고 이 이야기 조금, 저 이야기 조금 군데군데 엉성해진 내용들이 씨줄과 낱줄로 엮여져 버립니다.
<오늘도 학교에 갑니다>를 읽고 어떤 이야기를 남겨 놓아야 할까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나도 이 편지에 살며시 끼어볼까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듭니다. 심슨 샘과 에리카 샘의 편지 주고받기를 보고 있자니 부러워서 이번 책 리뷰는 편지 글로 써야겠습니다.
편지를 띄우기 전에 고백을 하나 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열두 번째 편지까지 읽고 마지막 편지는 아직 못 읽은 상태랍니다. 뭐 조금 구차한 변명을 하자면 게을러서 그런 건 절대(?) 아니고, 이 편지를 띄운 후 저도 두 샘에게 편지를 받는 기분으로 마지막 편지(어쩌면 다시 첫 편지)를 읽어보고 싶었어요. 그래야 진짜 두 샘 사이에 끼어들은 기분이 아닐까 유치한 생각도 하면서요.
책을 펼쳐 읽다가 이 책을 언제 썼는지가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올해가 2019년이니 2018년 아이들과 1년 살이 한 내용을 쓴 건가. 아님 그보다 더 전인가. 책을 읽다보니 2017년이라는 단어들이 군데군데 보이네요. 2년 전 엮은 편지들이 생생하게 살아서 지금, 현재에 이렇게 펼쳐지고 있네요. 심슨 샘과 에리카 샘 모두 현재의 아이들과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에리카 샘이 가르쳤던 도은이는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여전히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신나게 학교를 탐험하고 있을까요? 심슨 샘이 열두 번째 편지에서 이야기했던 6학년을 맡기로 결심한 그 아이는 현재 어떤 모습으로 성장했을까요? 2018년에 6학년이었으니 지금은 중학교 1학년이 되었겠네요. 2018년 심슨 샘의 한 해는 어떠했나요? 책에 담겨있지 않는 다음 해의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펴며 뛰어다녀요. 책의 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고 샛길 새기가 많다고 뭐라고 하는 건 아니겠지요?
어젯밤에 아이들을 재우고 열 번째 편지부터 열두 번째 편지까지 읽으니 23일로 날이 바뀌었네요. 피곤한 김에 좀 더 피곤하게 이 글을 쓰고 잘까 하다가 내일 있을 1학년 아이들과의 수업이 생각나서 불을 끄고 누웠습니다. 1학년 아이들을 처음 맡아보는데 정말 에너지가 장난이 아닌 것 같아요. 4교시 수업이 끝나면 온 몸에 힘이 다 빠져서 몸이 축 늘어지는 기분입니다. 오늘은 어찌나 날이 무덥고 습도도 높은지요. 아이들도 덥긴 매한가지니 점심 먹고 교실에 와서 알로에와 사이다 주스로 복불복 게임을 해 목을 축여주고 돌봄으로 이동시킨 후 교실에 혼자 남아 글을 쓰고 있어요.
심슨 샘과 에리카 샘의 편지를 읽으며 저렇게 살아가는 선생들도 있구나. 그 동안 저의 학급살이를 돌아보며 부끄러운 점이 많았어요. 2007년 전남으로 첫 발령을 받고(전북에 사는데 왜 전남으로 갔는지 이야기 하려면 한참 걸리니 넘어가도록 할께요) 군대를 다녀온 후 2009년에 전북으로 다시 넘어왔어요. 전북으로 와서 처음 발령받은 학교에서 젊은 나이에 아이들을 확 쥐어 잡는다고 웃지도 않고 무섭게 대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 후 2016년까지를 아이들에 대한 큰 고민 없이, 하루하루 수업하는데 급급해서 아이들이 외치는 소리도 듣지 못하고,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도 놓치고 살아온 것 같아요. 어찌 보면 의도된 무관심이라고 해야 맞겠죠.
사람의 일이라는 건 참 알다가도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요. 한 순간의 우연한 만남이 저에게도 특별한 안경을 선물해 준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읍으로 수학부스체험 지원을 나갔을 때였어요. 정읍은 제가 처음 발령받아 아이들을 가르친 지역이지요. 정읍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학부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저 멀리 어디서 본 듯한 아이들 2명이 보이는 거에요. 기억을 떠올려보니 제가 2010년, 2011년에 가르쳤던 여자 아이들이더군요. 오랜만에 제자를 만났으면 반가워야 할 텐데 저는 오히려 아이들이 저를 알아보지 못하기를 바랐어요. 참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 아이들 앞에서 떳떳하지 못했으니까요. 참 잘해준 게 없는 화만 냈던 못난 선생이었지만 아이들은 저를 기억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더군요.
그 순간에 느껴졌던 수많은 감정들(미안함, 부끄러움 등)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네요. 아이들에게 좀 더 다정하게 대해주고 사랑해줄걸, 내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할걸, 더 많이 웃고 함께할 걸. 이런 감정 심슨과 에리카도 아실려나요?
무려 6,7년이나 지났지만 저와 함께 했던 순간들을 그래도 기억하고 있더군요. “그때는 왜 그렇게 차갑게 대했냐고. 그때 별명이 얼음왕자였다고, 좀 더 따뜻하게 대해주지 그랬냐”는 말을 들을 때 정말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더라고요. 그 아이들과의 만남 이후로 조금씩 변화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예전 버릇 못 버리고 아이들에게 저의 기준을 요구하고 감정을 조절 못한 채 화를 내고 있지만요.
심슨 샘이 이 책에서 내내 말하고 있는 ‘연결’이라는 단어가 가슴 속에 확 다가옵니다. 학기 초에 실뭉치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연결’의 의미에 대해 알려주는 장면이 참 좋더군요. 점점 더 개인화되어 가고 있는 시대에 우리가 아이들에게 건네주어야 할 가치들은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결’이라는 단어에 푹 빠져 있다가 어제 1학년 아이들에게 그림책 <내가 라면을 먹을 때>를 읽어줬어요. 아직 1학년들에게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서 읽어주길 미루고 있었는데 저도 아이들에게 ‘연결’이라는 단어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거든요. 내가 라면을 먹을 때, 옆집 아이는 피아노를 치고, 다른 나라 아이는 물을 길러 가고, 그 이웃 나라 아이는 땅에 쓰러져 있다는 이야기. 아이들과 같이 살아간다는 의미에 대해 조금은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 그래도 뿌듯하더라고요.
그림책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저도 2018년에 3학년 아이들과 그림책 창작 활동을 했어요. 심슨 샘은 이미 2015년부터 아이들 그림책 만들기 활동을 하셨더라구요. 그때의 전 교과서 진도 나가기에 급급했는데 정말 대단하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요새는 아이들과 그림책, 동화책, 동시를 가지고 수업을 하는 게 정말 즐거워요. 책 속에는 아이들과 같이 나눌 이야기들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요. 처음에는 책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에는 아이들 자신의 삶을 꺼내고, 친구의 삶을 들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과정이 좋아서 점점 더 빠져들고 있네요.
작년에는 3학년 아이들이라 창작 그림책을 만들었는데, 올해는 1학년 아이들이라 그림책은 좀 힘들 것 같아 동시를 출판해보려고 조금씩 동시노트 쓰기를 하고 있어요. 아직은 자신이 생각하는 글자를 쓸 수 있는 친구가 많지 않아서 활동을 하고 나면 칠판이 온통 이어지지 않는 단어들로 뒤덮여 있어요. 지금은 1학기이지만 여름방학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2학기가 되면 아이들의 동시쓰기도 조금씩 성장해 나가겠죠.
심슨 샘 학교는 이번에도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학교의 철학과 문화를 지켜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한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내가 살아가고 있는 곳을 건강한 문화로 만드는 것의 중요함을 느끼고 있어요. 저는 내년에 학교를 옮겨야 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벌써부터 고민이 많이 되네요. 학교 철학을 세울 때 어떤 영역의 교육 활동을 내세우는 것도 맞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요. 학교의 교육중점활동이 학교 안에 있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까하는 이런저런 잡다한 생각도 들고 그래요. 각자 샘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바탕으로 학교 철학을 구현해내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처럼 책을 가지고 수업하기를 좋아하는 샘이 있는가하면 과학 분야, 문화예술분야, 소프트웨어 분야, 체육을 좋아하는 샘 등 다양하니까요.
책을 읽으며 심슨 샘 학교의 교육공간들과 에리카 샘 학교의 3박 4일 여행등이 강렬하게 다가왔어요. 공간에 대한 고민은 저도 해오고 있는 부분이라 관심이 많이 갔지요. 물론 저는 실행력이 없어서 머리로만 생각하는 게 문제지만요. 에리카 샘이 1학년들을 데리고 간 3박 4일 여행은 정말 경이롭더군요. 1박 2일 캠프도 지금 해볼까 말까 고민만 하고 있는 저인데 3박 4일간 여행을 다녀온다니요. 정말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여서 깜짝 놀랐네요.
주저리 주저리 편지를 쓰다 보니 글이 의도치 않게 길어졌어요. 글을 참 길게 썼지만 제 말은 결국 <오늘도 학교에 갑니다>가 참 좋았다는 거에요. 두 선생님이 주고 받은 편지를 보며 제가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두 분이 살아오신 삶을 가감 없이 드러내줘서 감사하다는 말씀 꼭 드리고 싶었어요.
언젠가 얼굴 맞대고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요? 그 날을 기다리며 편지를 마치려 합니다. 저는 오늘 저녁에 못 읽은 열세 번째 편지를 읽도록 할께요.





h******u 2019.07.2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