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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운명일까, 노력의 결과물일까. 원하는 결론에 도달 못할 때마다 머리가 나쁘다는 둥의 핑계를 대곤 했다. 실제로 아무리 애를 써도 소용없는 경우가 있기는 했다. 그 때마다 나는 패배감에 젖어 들었고, 항상 최악을 가장하고 조심스레 행동하는 습관을 지니게 됐다. 소위 ‘성공’이라 하는 걸 거머쥔 이들을 볼 때마다 일단은 타고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아예 재능이 없는데 노력으로 모든 걸 메우려 드는 건 무모한 짓에 불과하다. 내 무딘 손이 갑자기 피카소 수준의 그림을 그릴 리 없음을 난 잘 안다. 이 책에 수록된 인물들은 어쩌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획득하고픈 재능의 소유자라 칭할 법하다. 그들은 자국을 벗어나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누렸으며, 사망한 후 10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자신이 남긴 작품을 통하여 널리 사랑받고 있다. 얼마나 열심히 노력을 해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됐는지를 살펴보길 희망하는 이들이라면 차라리 위인전을 한 질 구입해 읽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결코 떨쳐낼 수 없었던 일종의 결함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책 제목인 <앤디 워홀은 저장강박증이었다>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했다. 차례 부분을 펼치기가 무섭게 나는 기겁하고야 말았다. 메릴린 먼로는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애나 세자빈은 신경성 폭식증, 에이브러햄 링컨은 우을장애, 찰스 다윈은 불안 장애, 표도르 도스토옙스키는 도박장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아스퍼거 증후군. 이 대목에서 나는 ‘장애’라는 단어에 대해 내가 이제껏 가지고 있던 정의에 대해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정상/비정상. 이와 같은 구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을 숱하게 들어왔고, 나 또한 장애를 비정상으로 여기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하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장애를 지녀서는 결코 안 되는 무언가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더 나아가 장애가 있는 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식의 사고도 곧잘 했던 거 같다.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는 모두가 힘들다. 만일 내 시력이 너무도 나빠 안경으로도 교정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든가, 내 손이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거나 글자를 쓸 수 없을 정도로 굳어 있다면 삶은 분명 힘들 것이다. 만일 내가 감정의 기복이 너무도 심한 나머지 누구와도 관계맺음을 할 수 없다거나 자기 표현을 전혀 하지 못해 나를 드러낼 기회를 전혀 잡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장애 진단을 받은 이들이 오로지 장애명으로만 설명될 수는 없단 걸 잘 알면서도, 장애에 압도당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존재인 것마냥 장애인을 규정해왔던 건 아닐까란 반성이 일었다. 책은 이제까지 내가 품어온 생각이 틀렸다는 증거를 보여주려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읽혔다. 가족력에 대한 부분이 여러 차례 등장했다. 부모가, 형제자매가, 사촌 중 누군가가 비슷한 유형의 장애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아무래도 닮는 구석이 있긴 할 거다. 꼭 유전자가 아닐지라도 가족 구성원이 함께 공유해온 많은 것들이 비슷한 기질의 발현으로 이어지는 건 충분히 예측 가능한 바다. 단 하나의 예외도 허용 않는 내 아버지의 완고함은 융통성 없는 지금의 나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수시로 들어온, “넌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이야기 또한 특정 문제에 봉착했을 때 누구보다도 내 자신을 비난하는 일에 앞장서곤 하는 내 행동으로 이어졌을 게 분명하다. 인물들은 분명 괴로웠다. 모두가 일정 정도는 우울할 수 있으며, 음식이나 약물을 적당량 섭취하는 일에 서툴 수도 있다. 일정 범주를 넘어섰기에 이들은 장애라는 진단을 받거나 의심을 당했다. 극복이라는 말은 함부로 내뱉을 무언가가 아니었다. 아인슈타인은 아예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돌봐줄 비서를 고용함으로써 자신에게 결핍된 것들을 보완할 수 있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전환을 시도한 크리스틴 조겐슨의 경우에는 자신의 인식에 부합하는 신체를 지니게 됐으므로 행복해졌겠지만, 끊임없이 이어졌을 사회의 관심과 비난 등은 끝까지 짊어지고 가야만 했을 것이다. 자신이 겪은 물질사용장애를 성장을 위한 디딤돌로 활용한 베티 포드의 위대함은 특별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질문은 어리석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문득 던져보고 싶다. 이들이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이 혹 정신장애 덕분은 아니었을까. 일반인과는 구별되는 극도의 집중력이나, 나와 같은 사람은 결코 흉내조차 내기 힘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깊은 마음 등이 이들 삶을 남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던 것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