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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소치가 예술가의 생애를 완성해나가는 과정 속에 만난 인연들의 이야기이다. 성공과 좌절 속에 초의와 추사라는 두 거장을 만나 예술적 입지를 넓힌 영광과 시련의 기록들이다. 과거 헌종과 흥선 대원군이 가까이 했고, 칭찬과 권장을 받기도 했으며, 당시 유명한 선비들이 모두 그와 교제하기를 원했고 애호했으니, 고금에 드문 일이고 평민으로서 최고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소치가 남종문인화를 통해 예술의 완성을 뽑아낸 뒷면에는 추사와의 신분을 넘어선 시련과 역경이 엿보인다. 늘 버림을 받으면서도 소치의 곁에 남아 버팀이 되는 은분이 끝까지 동행하여 연민으로 화해를 이루는 장면은 소치의 이기를 발견하면서도 무조건적인 은분의 사랑을 재차 확인하게 되는 부분이다. 이제 3권에 펼쳐진 특징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조선시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선비들의 사랑채에 붙어 있는 조그만 찬광은, 안채의 안주인이 잦은 주안상으로 사랑채까지 날라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 주기 위한 것으로써, 그 시대의 선비들이 보여 주는 부인에 대한 극진한 배려였으며, 집주인을 찾아 사랑채에 오는 손님들을 위하여 미리 마련해 두는 안주가 늘 준비되어 있었다. 섬이나 해안을 끼고 있는 지방에서 치러지던 어린 아이의 장례법인 오쟁이쌈(풍장)을 시키는 큰 이유는, 귀신을 쫒아줄 터이니 이제는 편히 눈감고 극락으로 가라 하는 어른들의 기원이 담겨져 있다 한다. 서방의 매질을 피한 은분이 소치와의 해후로 꿈결같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지만 젖먹이 검돌의 원통한 죽음은 오쟁이쌈이 되어 은분의 가슴에 맺혀 무녀가 되고 만다. 독담분은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일종의 무덤으로, 병든 아이가 죽었을 때 항아리 두 개를 포개어서 갈잎으로 싼 아이를 그 안에 넣고 항아리를 옆으로 뉘어 구덩이에 묻은 뒤, 그 구덩이 주위에 돌로 담을 쌓아 올려 봉분을 만드는 것인데, 초의는 돌림병으로 죽은 어린 아이를 갈대로 몸을 싸서 독담분시켜 극락왕생을 빌어준다. 묵은 곡식 거의 없어지고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은 춘궁기인 보릿고개는, 곳간의 묵은 곡식은 바닥이 드러나 배고픈 쥐들마저 극성을 부리고, 농가 사람들은 들로 산으로 쏘다니면서 쑥을 뜯어 쑥국을 끓여 먹고, 풀뿌리를 캐고 자생하는 산열매를 따서 떼웠으며, 소나무 속껍질을 벗겨서 송피죽을 끓여 먹었다. 현대 사회에서 먹거리가 더이상 생존 수단이나 부의 축적이 아닌 즐거움의 가치로 변하였으니, 옛 사람들과 같이 음식의 소중한 가치를 안다면, 음식물 쓰레기가 늘거나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안동 김씨라는 권력에 휘둘리는 추사를 제주 9년 적거 생활에서 풀어낸 헌종의 결단은 위험을 무릅쓴 과감한 처사였다. 안동 김씨의 세도를 주도하던 순원대비가 환갑을 지나 그 기세가 누그러질 무렵 조인영, 권돈인, 신관호, 소치, 조회룡 등이 헌종의 마음을 끊임없이 움직여 추사 해배를 성사시켰다. 조인영과 권돈인이 원로 재상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추사의 제자들이 주요 직책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더욱이 헌종은 그들을 절대 신임하고 있었던 때문에 안동 김씨는 위기를 느꼈다. 그러나 23세의 나이로 후사 없이 헌종이 죽게 되자, 순원대비는 다시 대왕대비 자격으로, 강화에 유폐되어 있던 사도세자의 손자 원범을 순조에게 입승하게 하여 곧 수렴청정을 반포하고 대권을 장악한다. 안동 김씨의 세력이 고개를 들고 일어나자 추사는 해배되어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다른 풍파를 겪게 되니, 헌종의 총애를 받던 신관호가 유배되고, 조인영이 세상을 떠났으며, 권돈인마저 중도부처하여 실세를 빼앗긴다. 권력에 대한 모든 욕심을 버린 추사는 오로지 글쓰기와 학문에만 열중하지만 안동 김씨파는 또다시 추사를 함경도 북청으로 유배시키고 그의 아우인 명희, 상희를 향리에 보내기까지 한다. 결국 추사 일가를 한양에서 쫓아냈다가 안동 김씨의 세도가 다시 탄탄해졌다고 생각한 때에야 추사와 권돈인을 해배시킨다.
남달리 총명했던 추사는 권세가의 가문에 태어나, 학문의 욕망이 하늘을 치솟았고 청의 필법을 뛰어넘어 자신의 필법을 창조해 낸 자였다. 글만으로 취기를 느끼는 표정을 지은 채 죽음을 맞으니 그의 나이 일흔 하나였다. 초의는 제문을 쓰면서 42년 동안 추사와 나눴던 아름답던 우정을 떠올린다. 잦은 만남 대신 글을 통해 두 사람의 우정은 돈독하고 깊었다. 추사가 스물네 살에 생원급제를 하고 다음해 부친과 연경에 들어가 조선으로 가져오고 싶었던 것은, 값비싼 비단이 아닌 홍유 석학들이었다 하니, 학문을 하는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욕심이며 이는 추사의 성품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초의가 열반했을 때의 모습은, 합장한 채 살아 염불하는 자세였고, 입적한 후 따뜻하고 은은한 향내가 방 안 가득했다 한다. 경과 선, 차와 시화의 경지는 누구도 범접하지 못했으니, 의는 실로 많은 것을 남기고 훌훌 떠나갔다.
25년의 떠돌이 생활을 청산한 소치는 운림산방에 안거낙향한다. 일지암에서 초의의 말없는 가르침을 받고 온 후 생사에 대한 번뇌를 다독이고, 자연만큼 큰 스승이 없음을 깨우친다. 중국 원대의 문인화의 대가인 예찬의 아호 운림자에서 얻은 운림산방에 눌러앉은 소치에게, 일등 소리꾼 박 노인이 가얏고를 들고 나타나 천상의 소리를 지어내니, 두 스승을 이승으로 보낸 소치가 시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은분이 박 노인에게 청한 이유다. 은분에게 있어 소치를 향한 그리움은, 통증이며 목숨을 지탱해준 가늘고 질긴 끈이었다. 그녀의 평생은, 소치가 잘 되기만을 바라고 염원하는데 쓰였으니 이만한 희생이 또 있을까. 소치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유랑의 세월이었고, 집보다 객지생활이 더 길었다. 한양에서는 거의 재상들의 집에 머물렀으며 소읍에서는 관부에 머물러, 가는 곳마다 구복이 사치스러웠고, 거처했던 곳마다 자신의 분에 넘치는 곳이었다. 가는 곳마다 그를 반기고 머무는 곳마다 그에게 후하게 베풀어 준 덕분에 전답이 없어도 노자가 떨어져도 불편을 겪지 않았기에 금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늙고 병들어 그가 가진 것이라곤 화첩과 서책과 시문들 뿐이다. 유서에 전하길, (작은 미산이) 득명하기를 원한다면 운림산방을 팔아서라도 도회로 나가 살 것을 권하고 있다. 자신이 지나온 길을 돌이켜, 넓은 곳에서 뜻을 펼치면 그만큼 기회가 많이 주워지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의 중요성을 거론한 말이다.
마지막 장면은, 평생을 소치를 위해 살던 여인 은분과 박 노인이 소치와 함께 바닷물 속으로 잠기는 해를 바라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위대한 소치의 예술가적 삶에서 만난 인연들을 떠올리며 3권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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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인물을 쫓아가는 여정에서 끝나는 것이아니라 시대적 상황이나 배경까지 두루 알 수 있어 좋다. '꿈이로다 화연일세' 역시 조선후기 남종문인화의 대가라고 불리우는 소치 허련의 인생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그 속에는 추사 김정희, 초의선사, 다산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영향이 허소치에게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꿈이로다 화연일세' 2권에서는 스승 추사 김정희에게 최고의 제자가 되고 싶었던 소치의 마음과 운명의 여인이였던 은분과의 맺지 못할 인연이 불러 온 아픔,섬출신이란 꼬리표를 떼고 싶었던 소치의 깊지 못한 생각이 가져온 인연으로 인해 낭군인 소치를 자신의 삶의 전부라 여겼던 안쓰러운 여인의 죽음을 끝으로 끝나는데....
3권에서는 고향에 있는 아내의 모습이 안좋게 나타난 꿈을 이유로 고향으로 돌아 온 소치는 그만 자신으로 하여 아내의 죽음을 알게 되고 딸과 아들에게 상처를 입고 만다. 죽은 아내의 뜻도 있고 남다른 재주를 보이는 아들 은을 자신처럼 초의선사에게 맡기며 배움의 길을 열어두는데 그 만남의 끝에서 다시 은분과 마주치게 된 소치...
소치 앞에 나설 수 없는 상태의 은분이지만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아픈 소치는 그녀를 자신 곁에 두려고 한다. 소치와 함께 길을 나선 은분은 잠시 소치의 곁에서 행복을 느끼지만 이마저도 자식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지울 수 없어 소치 곁을 떠나 어린 아들 곁으로 돌아가게 된다.
시간이 덧 없이 흐른다. 25년 후 자신의 고향으로 식솔들을 이끌고 내려 온 소치는 운림산방을 열어 제자들을 가르치며 지낸다. 자신의 뒤를 이을거라 믿었던 아들 은이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 이후 뒤를 이을 사람이 없었는데 타향살이와 죽은 첫번째 부인 때문에 남모를 마음 고생을 했던 지씨 부인이 나은 넷째 아들 형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되는 소치... 소치는 형에게 은에게 주었던 호를 써주며 형과 아내의 서운함을 멀리하고 속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당대의 모든 사람들이 인정한 소치 허련의 시, 서, 화지만 소치는 늘 자신이 가진 섬출신이란 자격지심과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짜여진 틀 안에서 자신을 분출하지 못했던 소치의 아픔과 그런 소치를 실력으로는 인정하면서도 다른 사대부 가문의 자제와 같은 선상에서 보지 않았던 추사의 마음이 소치에게는 깊은 상처로 늘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로인해 소치가 남종문인화의 대가로서 인정 받으며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소치 허련, 추사 김정희, 초의선사, 그리고 운명적인 끈으로 이어지는 여인 은분과의 만남.... 소치가 대가로서 성장하고 우뚝 설 수 있도록 이들의 모습은 소치의 겉과 속에 항상 같이 자리잡고 있었다. 역사소설만이 주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시종일관 아름다운 시와 더불어 그림을 그리는 소치 허련의 모습이 저절로 머리속에 연상되었다.
아름다우면서도 멋진 작품이다. 저자 곽의진님의 노력이 고스란히 책속에 담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추사 김정희에 비해 소치 허련에 대해 잘 몰랐는데 책을 읽으며 소치 허련이 대가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인연이란 끈으로 이어진 사람들과의 소중한 관계란 것을 알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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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세월이 가면>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 곽의진의 소설이 <꿈이로다 , 화연일세>라는 제목으로 묶여 나온 것을 알고 무조건 읽고 싶었다. <섬,세월이 가면>이라는 책은 작가 곽의진이 고향 진도에 내려가 글을 쓰고, 거의 한 세기를 다 살아내신 아버지(학바우씨 라고 부른다)와 함께 살아가며 써 내려간 바다 같은 에세이다. 그 책 속에서 작가가 신문에 연재할 글을 쓰기 위해 집을 비워야 할 때면 아버지를 혼자 두어야 함에 힘들어 하면서도 안타까워하던 모습들이 자주 나왔는데, 그때 바로 이 소설 <꿈이로다, 화연일세>를 쓰기 위해서였구나 생각하니 괜히 혼자 더 반갑다. 이 소설은 ‘조선 남종화의 마지막 불꽃’이자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서화계를 꿈같은 인연으로 휘돌다 간 소치 허련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 그리고 일지암의 초의선사 이 세 사람을 축으로 하여 서화에 뜻을 두었던 허련이 함께 엮이며 만들어가는 인연들이 소설 1,2,3권 전편을 통해 제목처럼 수묵화모양으로 흐르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솔직히 허련이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였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만 해도 사실 허련은, 작가가 지어낸 허구의 인물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네^^하긴,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봐도 어디선가 들은듯 한 이름이기도 하다. 내가 중학생이었던 시절, 내 눈에 가장 멋있게 보였던 선생님은 국사 선생님이셨다. 그 선생님은 수묵화를 그리기도 하셨는데, 나중에는 본업인 선생보다는 한국화가로서의 길을 택해 가신 분이기도 하다. 그 분 때문에 일찌감치 나도 서예에 뜻을 두고 배우기도 하였다. 운재라는 호도 그때 받았던 이름으로 나의 본명처럼 친근하고 좋다. 하여간에 그 시절 그 선생님께서는 서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셨는데, 허련이라는 이름도 그때 들었던 기억이 스물스물 나는 것이다. 너무 짜릿하지 아니한가? 그런 허련에 대한 이야기가 <은분>이라는 여인과의 고통스런 사랑과 알맞게 잘 버무려져 있어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전라도 사투리에 담긴 남도의 향기 자체도 이 소설에 빠지게 하는 매력 중에 하나이다. 또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이 책의 곳곳에 흠뻑 스며들어 있음도 이 책을 읽는 재미를 솔솔 더해준다. 특히 차(茶)에 대한 방대한 작가의 이야기는 이 책이 허련의 이야기이기보다는 오히려 차를 다루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만큼 섬세하고 애정이 묻어남을 느낄 수 있다. 소설은, 누가 뭐라 해도 직접 읽어보고 얘기할 일이다. 돌아보면 꿈처럼 흘러간 인생이여, 나 역시 지금 여기 서서 꿈같은 인연들을 떠올리며, 일장춘몽에 대해 생각해보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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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로다 화연일세>는 3권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처음에는 긴 분량의 책을 언제 다 읽을까 까마득했는데, 소치와 추사,초의의 이야기에 은분과 완산 이씨 여인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읽다보니 어느덧 긴 분량의 소설은 마지막장을 넘기게 되었다.
인생이라는 것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혼은 안타까운 인연이 더해져 상승작용을 하나보다. 그저 작품 하나만을 놓고 봤을 때 알지 못하는 인생을 소설이라는 장치를 통해 알게 되고, 작품을 다시 보면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최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을 보며 흘려넘겼던 추사 김정희 초상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추사의 제자인 소치 허련이 그린 추사의 초상이라던 그 그림을 다시 필치 하나하나 짚어가며 바라보게 되었다. 추사 김정희 유배지도 다시 가보고 싶어지고, 초의선사의 동다송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실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보며 그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대된다.
3권에서는 소치와 여인들의 어긋나는 인연이 안타까워 마음이 쓰리다. 은분이라는 여인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안타까운 인연의 어긋남에 속이 시끄러워진다. 인생의 흐름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그 안타까움이 더하다.
구수한 사투리로 보여주는 심리적인 친밀감, 중간중간 섞인 싯귀, 머릿 속에 그려지는 차의 향기와 맛깔스런 향토적인 음식 등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장점이었다. 저자의 묘사는 눈길을 뗄 수 없는 마력이 있었다. 대충 읽을 수 없는 힘이 있었다. 문장 하나하나에 살아있는 혼을 느꼈다. 무엇보다 소치 허련과 그와 인연이 되는 사람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고, 그에 따라 관심이 더 커졌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었던 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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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을 오랜만에 접했다. 사실 이 소설은 역사 소설 중에서도 조금 색다른 느낌을 주는 구성인 것 같다는 생각을 책을 읽으면서 느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물을 그릴 때 그 긴장감 속에는 음모나 큰 역사적 사건 등이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는 주인공이 겪은 갈등이나 역사적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등의 사건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추사 김정희 정도의 문인은 기억하지만, 초의라는 승려와 주인공 소치 허련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아는게 전무했던지라 인물 자체도 처음 접하는 것이어서 기대감을 안고 읽어보았던 것 같다.
조선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다산 정약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책은 소치 허련 자신이 58세의 나이에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삶을 회고하며 쓴 '몽연록'을 소재로 하여 씌여진 소설이라고 한다. 그가 쓴 회고록 자체가 대화체로 이루어진 문체가 많다고 하여 그런지 책 전반에 걸쳐 마치 지금 그 상황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대화체들이 많이 등장해 독특한 느낌이 들었다.
조선 후기 남종문인화의 대가 소치 허련이라는 인물은, 재능은 있지만 무지렁이에 불과했다. 그가 초의인 선사를 알게 되었고, 추사 김정희 스승을 만나 예술에 눈떠 남종문인화를 이어받아 일가를 이루게 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그의 삶을 그 자신이 뒤돌아본 회고록에 의거하여, 이 책 속에서는 소치 허련과 그의 여인들도 여럿 등장한다. 그 중에서도 정작 주인공인 소치 허련보다도 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야했던 한 여인에 시선이 갔다. 이미 그의 고향 진도에서 혼인을 하여 아들까지 낳은 그였지만, 초의 대사의 절에 머물러있거나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고향에서 떠나 있어야 했던 그의 삶이 있다. 예술가의 삶을 살아가는 그의 이면에는 한 여인과의 만남으로 그의 예술가의 혼을 불사른다. 그의 삶 가운데 커다랗게 다가왔던 한 여인, 은분과의 이야기가 책의 초반부터 후반부까지 등장하며 그의 삶 속의 예술에 대한 갈망과 더불어 은분과의 이야기 속에서의 애틋한 사랑과 엇갈리는 마음과 정염도 함께 불타올랐음을 느껴보는 대목도 있었다. 그런 갈등 속에서도 그는 그녀와의 만남을 예술혼으로 승화시켜보려고 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결국 그가 반기를 들었던 남종문인화의 틀에서는 벗어나지 못했지만 말이다. 소치 허련의 은분에 대한 목마름이 승화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조선시대의 생활과 섬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사실감 넘치는 글과 스승 김정희를 통해서 자신에게 있는 재능을 승화시켜가는 과정을 또 발견할 수 있었으며, 소치 허련의 삶 속에 등장한 여인들을 통해서 자신의 정염과 고뇌하며 살아갔을 그의 일생이야기가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사랑 이야기랑 대조하면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 시대의 여인들의 삶과 고뇌가 아프게 다가와서 마음 아프기도 했다. 그 시대 토속음식과 전통 행사,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인 제주 이야기가 그 시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이야기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소설 속에서 전하는 옛이야기도 재미를 더해주었다. 음미해서 읽어야 제맛이 난다고 하는데, 3권이라 속독했는데 다음에 다시 한번 음미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