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보다 앞서 창조된 것은 영원 말고는 없으니 나는 영원히 존재하리라. 그러니 여기 들어오는 자들은 모든 희망을 버려라.“ 단테, 신곡 지옥편, 3곡 ![]() 어느 날 큐피트의 화살을 맞은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는 대지와 수확의 여신 데메트르의 딸 페르세포네를 보고 반하여 그를 지하로 납치한다. 페르세포네가 납치된 것을 안 데메트르는 제우스에게 달려가 페르세포네를 돌려달라고 요청한다. 하데스는 제우스의 동생이었다.
제우스는 하데스를 협박하여 페르세포네를 돌려주라고 하지만, 하데스가 그리 만만한 신은 아니었다. 페르세포네를 떠나보내기 전 마지막으로 식사하기를 요청하고, 페르세포네는 마지 못해 석류 세 알을 먹게 된다. 이것이 함정이었다.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은 자는 그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데메트르는 제우스를 다시 찾아가 앞으로 대지를 돌보지 않겠다고 협박한다. 제우스는 책임을 통감하여 하데스를 찾아가서 딜을 한다. 페르세포네가 세 개의 석류를 먹었으므로 일 년 중 3개월을 지하에서 지내도록 하였다. 페르세포네가 지하로 살러 간 3개월 동안 대지의 여신 데메트르는 대지를 돌보지 않았다. 지상에 겨울이 찾아온 유래이다.
어둠이 짙게 내린 강가에 두 줄이 있다. 한 줄은 사람들이 많지 않고, 한 줄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피어스는 사람들이 적은 줄에 서 있었다. 자신이 왜 이 곳에 있는지, 이 곳의 사람들이 누군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왜 이렇게 흠뻑 젖어 있는지도.. 그 곳에서 존을 만났다. 존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를 보자 희미한 기억의 실타래가 풀렸다. 어릴 적 그를 본 기억이 났다. 할아버지의 장례식날 죽을 새를 보며 슬퍼하자 다가와서 말을 걸었던 남자. 그 날도 검은 옷을 입었던 그 남자는 피어스 앞에서 죽은 새를 살려 내어 하늘로 날려 보냈다. 피어스는 할아버지도 살려달라고 했지만, 남자는 그건 안 된다고 말했었다. 그 남자가 눈 앞에 있었다. 어밴던abandon은 버리다, 유기하다의 뜻을 가진 단어이다. 피어스는 죽음을 체험하며 자신이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배는 방금 떠났어. 내가 다른 데로 가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넌 고개를 끄덕였잖아. 그 사이 배는 떠났어. 넌 배가 아닌 나를 선택한 거야. 그래서 여기 와 있지.” 우여곡절 모험을 겪고 현실 세계로 돌아온 피어스에게 그 날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그에게 위협이 되는 사람은 하나, 둘 죽음을 맞이하거나 고통을 당하게 된다. 살아돌아온 이후 사람들이 그를 기피하는 것도 예전과 달라진 일이다. 새출발을 하기 위해 돌아온 엄마의 고향 우에소스 섬에서도 이상한 일이 연이어 발생한다. 피어스 주변에서 발생하는 잇따른 죽음.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난 존. 피어스를 둘러싼 복수의 신들의 음모. 과연 존은 누구의 편인가? 시시각각 다가오는 복수의 신들의 검은 손으로부터 피어스는 어떻게 달아날 것인가? ![]() 이 책은 영화로도 유명한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작가 멕 캐봇의 신작이다. 신화와 환타지를 젊은 감각으로 버무린 이 책은 3부작의 시작을 알리는 첫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부분을 앞으로 벌어질 일과 캐릭터 구성, 배경 설명에 할애하고 있다. 스토리 흐름이 조금 지진한 부분이 있지만 시리즈 첫 편임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진 않다. 마지막 장을 덮은 후 2편에 대한 기대감은 오히려 더욱 증폭된다. 전 세계적으로 《트와일라잇》시리즈가 열풍이었지만 난 그 시리즈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이 책이 더 기대된다. 이 책의 장점은 쉽게 읽힌다는 것과, 불필요한 스토리 흐름이 거의 없어 복잡하지 않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많은 등장인물과 복잡한 플롯은 몰입에 방해가 된다. 다행히 이 책에선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많지는 않지만 사이사이 전면으로 삽입된 컬러 삽화는 이야기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 그림 속 피어스는 참 예쁜 소녀로 나온다. 덕분에 사실감 있게 주인공을 상상할 수 있었다. 2부 언더월드와 3부 어웨이큰이 곧 출간된다고 한다. 독자로서 다음 편의 빠른 출간을 기대해 본다.
|
|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신화를 현대판 판타지 로맨스 소설로 탄생시킨 한번 보면 책장을 덮을수 없게 만드는 매력적인 전개가 돋보이는 책이다. 또 그리스 신화의 무궁무진이야기처럼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한다. 1권의 가장 큰 핵심은 지하의 신 존과 피어스의 만남과 기지를 발휘한 피어스의 도망과 다시 만나 사랑이 싹트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피어스가 죽기전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져 눈길을 사로잡았다.
석유회사를 갖고 막강한 재력을 가진 아버지와 동물에 관심이 많은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백설공주 같이 검은머리와 예쁜 외모의 그녀는 어릴때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죽었던 새를 살려준 남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 15살 되던 날 수영장 물에 빠져 정신을 잃은 그녀는 그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되고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존은 신비스런 목걸이를 주며 함꼐 살자고 제안하는데... 하지만 무서운 나머지 기지를 발휘해 뜨거운 찻잔을 부어 지하세계에서 도망쳐 깨어나 죽음에서 살아 돌아오지만 현실 적응은 힘겹기만 하다. 다시 묘지에서 존을 다시 만났고 서로의 마음을 재대로 표현하지 못한채 오해로 존에게 돌려준 목걸이는 묘지속 어둠속에 던져진채 ,이곳에서도 피어스를 둘러싸고 어김없이 끔찍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후에 묘지관리인을 만나 존과 목걸이에 대해서 알게 되지만 또한번 그녀에게 시련이 다가온다. 제이드선생님이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믿을수 없는 사실을 감추고 있었던 것.. 그리고 목걸이 색이 변화도 알게 된다. 바로, 분노의 신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존이 그녀에게 준 것이였기 때문이다. 더불어 존에게 느꼈던 감정이 두려움과 무서움에서 두근거림과 일렁거림으로 바뀌게 되는데.. 또한 존은 피어스를 지켜주기 위해 다시 지하세계로 향하게 된다.
죽음의 세계에서 자신보다 존을 더 걱정해주던 그녀가 다시 나타난다면 어떨까? 존은 그녀를 둘러싼 분노의 신들로 부터 피어스를 지킬수 있을까? 지하세계에서는 또 어떤일들이 펼쳐지고 피어스가 없는 우에노스섬에서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분노의 신들은 또 어떤 모습으로 피어스를 위협할까? 끝없는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고 뒷부분에 궁금해지는 1권이였다.
무시무시한 죽음의 신 하데스를 잘생기고 매력적인, 차갑지만 나에게만 따뜻한 그런 멋진 젊은이로 만들어낸 현대판 페르세포네의 이야기! 중간중간 삽화도 있어 상상만 하던 주인공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는 것 같다. 색깔이 변하는 희귀한 목걸이와 함께 존과 피어스의 역경이 시작될 것 같다. 사후세계와 로맨스를 결합시킨 색다른 환타지 물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영화화된다면 트와일라잇 시리즈 처럼 인기있고, 남주인공은 분명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을 거 같은 예감이 든다.
자신을 파멸시키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라.-263p
|
|
'어밴던'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해야 했다. 지은이의 이름은 멕 캐봇. 영화로도 속편까지 제작된 바 있는 '프린세스 다이어리'가 그녀의 전작이다. 그런데 이 소설 '어밴던'은 도저히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작가가 썼다고 믿어지지 않는다. 물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저승을 다스리는 신과 그의 신부인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간 하지만 그래도 '프린세스 다이어리' 분위기와 완전 정반대이다. 그러니까 '프린세스 다이어리'가 롤리팝처럼 달콤하고 마쉬멜로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밝은 이야기라면 '어밴던'은 그와 정반대인 흡사 자정의 묘지를 배회하는 것 같은 분위기의 음산하고 죽음의 그림자가 떠나지 않는 어두운 이야기인 것이다. 그러니, 어찌 '아니, 멕 케봇에게 이런 면이?'하면서 다시금 책 표지로 돌아가 저자의 이름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 멕 케봇이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에서 중요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직접적으로 밝히고 있듯이 사실 이 작품의 중요한 국면들은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이야기로 부터 차용한 장면들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작품 초반 주인공 소녀 피어스가 일곱살 때 할아버지가 무덤에 묻히는 날 묘지에서 죽음의 신, 존을 처음 만나는 장면은 페르세포네가 니시의 계곡에서 꽃을 꺾다가 하데스에게 납치된 장면이 변형된 것이며 열 다섯 살 때 발이 머플러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바닥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고 결국 수영장의 가장 깊은 곳으로 떨어져 익사해버린 피어스가 저승에서 다시 만난 존으로 부터 뜨거운 찻잔을 던져 달아나는 장면은 페르세포네를 잃고 시름에 빠진 그녀의 어머니 농업의 신인 데메테르가 더 이상 작물을 돌보지 않아 계속된 기근으로 사람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게 되자 보다 못한 아버지 제우스가 하데스와 담판을 벌여 페르세포네를 다시금 지상으로 데려온 것이 변형된 것이다.(피어스의 아빠와 엄마 또한 페르세포네의 아버지 제우스와 데메테르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아빠는 제우스처럼 석유와 가스 군수품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 기업의 최고경영자이고 엄마는 환경보호주의자이다. 그리고 신화 속 제우스와 데메테르처럼 이혼했다.) 멕 케봇이 하데스와 페르세포네를 중요한 얼개로 하여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를 써보려 했던 것은 '죽음 이후'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멕 케봇은 모든 문명사회의 신화에 있어 한결같이 사후세계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보다 본격적으로 사후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주인공 소녀 피어스 또한 한 번 죽었지만 다시 살아난, 세상에서는 흔히 '임사체험자'라고 부르는 존재로 만든다. 즉 피어스를 페르세포네의 화신인 것이다. 누구나 저승에는 대단한 것이 기다리고 있을 거리고 믿고 싶어 한다. 낙원이든 천당이든 천국이든. 그게 뭐든 무섭지 않기를 바라는 다음 세상. 그런데 나는 건너편 세상에 다녀왔고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다. 그 곳은 낙원은 아니었다. 적어도 그런 곳은 아니었다.(p. 18) 그렇게 그녀는 한 번 경계를 넘었으나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피어스가 살고 있는 우에소스 섬 지하에 있는 사후세계를 관장하는 죽음의 신, 존이 묘지에서 만난 일곱살의 여자 아이가 바로 피어스라는 걸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존은 영원히 이승과 결별하는 배를 기다리고 있는 줄에서 피어스를 건져낸다. 그건 지켜야할 규율을 어기는 일이었으나 그가 무리까지 해가며 그 일을 감행한 것은 단순히 그녀를 한 번 만났기 때문이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단 한 명도 없었어. 난 꽤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는데 다들 이렇게 말하지. 추워요. 몸이 젖었어요... 내 안부를 묻고 걱정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하지만 넌 달랐어.넌 날 걱정해 줬지. 새와 말뿐만 아니라 사람들 걱정도 했어."(p. 59) 사신 존이 피어스를 선택했던 건 그런 그녀의 타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 때문이었다. 결국 자기만이 아니라 타인도 아낄 줄 아는 그 마음이 그녀를 죽음에서 구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작 소설이 집중하는 것이 피어스의 그런 마음인 것은 아니다. 멕 케봇이 소설을 통해 정말 드러내는 것은 바로 피어스의 관심과 배려의 대상이 되었던 존재인 사신, '존'이다. 이 사신은 스스로 고백한다. 그는 오래도록 단 한 번도 따스한 관심을 받지 못한 존재였다고. 그렇게 무관심과 기피의 대상이었다고. 멕 케봇이 주목하는 건 그런 그의 과거다. 누구로 부터 단 한 번도 인정받지 못했던, 그렇게 버려진 존재. 그래서 이 소설의 제목이 '어밴던'인 것이다. 버려져 죽은 자를 가리키는 이 단어는 사실 주인공 피어스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사신 '존'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제 삼부작에 걸쳐서 진행될 이 소설의 궁극적 이야기는 그녀를 영원한 죽음에서 건져내었음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찻잔을 던져 달아나기 바빴던 피어스가 그렇게 도저히 함께 있을 수 없는 존재로 여겼던 사신 '존'을 점차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것은 '어밴던' 후반 피어스가 만나게 되는 묘지를 지키는 관리인 스미스의 충고를 통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의문이 든다. 왜 멕 케봇은 새삼스레 사신 존에 대한 관심과 받아들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그건 비단 우리가 가진 죽음에 대한 태도 때문만은 아니다. 다시 말해 사신 존에 대해 그러듯이 우리 역시 죽음에 대해서도 똑같이 무관심과 기피로만 일관하고 있지 않느냐고 질책하면서 이제 죽음을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로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은 '존재'에 대한 것이다. 즉 사신 '존' 처럼 바로 우리 주위에서 '어밴던'되고 있는 존재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이 소설이 말하고 싶은 진짜 주제라는 것이다. "그건 말이다. 어떤 삶도 결코 잊혀서는 안 된다는 의미란다. 특히 바른 삶을 살았던 사람이라면 더더욱."(p.209) 스미스 노인의 이 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쉽게 '어밴던'된 존재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쉬이 잊혀지거나 사라지지 않도록 관심을 갖는 것. 이것이 바로 '어밴던'과 그 이후의 작품을 통해 들려주고 싶은 멕 케봇의 진심이다. 그래서 그녀는 '어밴던'한 존재들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사신 '존'을 사람에게 있어 가장 지대한 관심이 담겨진 감정이라 할 '사랑'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비단 사신, 존 뿐만이 아니다. 피어스의 단짝 친구였으나 자살해버린 '해나'에서도 멕 케봇의 진심은 드러난다. 해나가 자살하자 학교는 자살한 친구를 되도록 빨리 잊자는 의미에서 피어스에게 해나의 자리에 앉도록 시킨다. "학교에서는 추도식이나 뭐 그런 걸 전혀 계획하고 있질 않아. 해나의 죽음을 미화시키고 싶지 않아서야. 그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생활하길 바라는 거지"(...) "그래서 말인데 네가 자리를 옮겨 줄 수 있겠니? 해나 책상이 비어 이쓴 걸 보고 싶지 않구나. 책상을 비워 두니 우리가 해나의 죽음을 추모하면서 그 애의 행동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 우리가 그러는 건 안 좋지 않을까?"(p. 119) 이렇게 해나는 쉽게 '어밴던'되어 사신 존과 같은 자리에 선다. 피어스의 엄마가 보호하고 싶어하는 우에소스섬에 서식하는 '진홍저어새'도 마찬가지다. 이 새들 또한 개발 논리에 쉽게 '어밴던' 되지만 개발이 가져다 줄 이익에 눈 멀어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멕 케봇은 쉽게 어밴던 되는 존재들을 반복적으로 하나 하나 새겨 놓는다. 그러면서 이러한 존재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지 일깨운다. 또한 그렇게 되는 것이 눈 한 번 깜박임으로 가능할만큼 얼마나 사소한지도. 주인공 피어스가 어이없게도 머플러에 발이 걸려 죽는 것은 이러한 사소성의 단적인 상징과도 같다. 이러한 사소한 사건이 죽음이라는 중대한 국면으로 이어졌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사업에만 신경쓰느라 피어스를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이것을 통해 멕 케봇은 보다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아주 사소한 계기로도 중대한 비극을 가지게 되는 것은 우리 주위의 사람들이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더욱 우리는 우리 주위의 '어밴던'된 존재들에 대해 관심과 배려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건 결국 사소한 계기로 '어밴던'될지도 모를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관심과 기억은 그래서 우리에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사회는 해나가 자살했을 때 학교가 그랬듯이 자꾸만 잊으라고 한다. 아니 잊히도록 만든다. 사신 존을 없애려만 들고 진홍저어새가 아무리 멸종의 위기에 있어도 섬만 잘되면 괜찮다고 한다. 그렇게 사회는 계속 존재들을 치우고 지우고 잊게 만들어 '어밴던'한 존재들을 지속적으로 양산한다. 눈가림과 망각은 그들에게 필수적이다. 그러면서도 오로지 우리들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 거 기억해봐야 뭐하겠어? 꿀꿀하기만 하지. 좋은 것만 보고 아름다운 것만 봐'라고 말하는 것이다. 과연 진짜일까? 아니다. 멕 케봇은 소설에서 이것을 분명히 선언한다. 우리를 위한다는 말은 사탕발림이며 그 눈가림과 망각의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것을. 바로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소설 속 '분노의 신'들인 것이다. 소설에 나오는 '분노의 신'들은 사후 세계에 왔으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존재들이 그 원망으로 되는 존재를 일컫는다. 그렇게 아집과 배척의 산물이며 자기 밖에는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의 존재들이다. 즉 멕 케봇은 바로 이러한 분노의 신들이 보여주는 속성을 통해 사회가 지속적으로 어밴던한 존재들을 양산하는 것도 그와 똑같이 오로지 자기 자신의 이해관계만 고려하는 이기적인 행태에 지나지 않음을 고발하는 것이다. 그런 '분노의 신'들이 가장 적대하는 것은 바로 사신 존이다. 그들은 오로지 사신 존을 파멸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듯 거기에 모든 것을 건다. 그러니까 이 소설엔 하나의 뚜렷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한 편에는 '어밴던'한 존재들에게 끊임없이 관심과 배려를 기울이는 존재들이 있는가 하면 맞은 편엔 자기들만 홀로 살겠다며 끊임없이 타인들을 '어밴던' 시키는 존재들이 있는 것이다. 바로 이들 사이에 가열찬 투쟁이 앞으로 계속될 '어밴던' 삼부작에 담겨질 여정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기억과 관심 대 무관심과 망각 사이의 투쟁이기도 하다. 1부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던 이러한 멕 케봇의 진심이 앞으로 찾아올 2부와 3부에선 또 얼마나 발전하게 될 지 자못 기대가 크다. |
|
원제 - Abandon 작가 - 멕 캐봇
그리스 로마 신화 중에 제일 안타까운 얘기 중의 하나를 꼽자면, 아마도 페르세포네 이야기일 것이다. 대지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로 지상에서 잘 나가던 소녀가 갑자기 납치당해 음울하고 어둡고 음침한 곳에서 살도록 강요받는다. 납치범이 그녀의 삼촌 중의 하나라는 건 제쳐두자. 그리스 로마 신화의 윤리 기준을 현대의 잣대로 생각하는 건 조금 말이 안 되니까. 하여간 어머니의 노력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올 기회가 있었건만, 그녀는 단지 석류 몇 알 먹은 이유로 일 년 중의 몇 달을 그곳에서 지내야 했다.
비록 죽은 자들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받지만, 그녀는 선천적으로 태양이 빛나는 지상의 아이였다. 빛도 들지 않는 지하 세계에서 사는 건 어쩌면 그녀에겐 고역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이후 그곳에서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죽은 자의 왕이라 불리는, 납치범인 그가 그녀를 계속 아껴주었는지의 여부도 알지 못한다. 그 집안 남자들의 특징이 바람피우기라서 추측만 가능하다. 단지 그녀와 그녀 어머니 데메테르의 슬픔만 전해질 뿐이다.
이 책은 그런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두고 있다.
피어스는 일곱 살 되던 해에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죽은 새를 살려주는 기이한 능력을 가진 그.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수영장에 빠져 죽는다. 그런데 그녀가 눈을 뜬 곳은 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 곳. 그곳에서 피어스는 어린 시절의 그와 재회한다. 같이 있자는 그에게서 도망친 그녀. 다행히 다시 살아난다.
하지만 이후 그녀 주위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가 준 목걸이의 색이 변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기고, 그녀가 위험할 때마다 그가 나타나 다소 과격한 방법으로 구해준다. 덕분에 그녀는 다시 살아난 이후, 말썽쟁이라 불리며 학교에서 쫓겨날 지경에 이른다.
부모의 이혼으로 엄마의 고향인 우에소스 섬에 와서야, 존이라 불리는 그가 어떤 존재이고 그의 목걸이를 받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버린 피어스. 게다가 그를 노리는 무리들이 그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본격적으로 정체를 드러내며,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위에 대략의 내용을 시간 순으로 적었지만, 책은 역순으로 진행한다. 그러니까 피어스가 우에소스 섬으로 오면서부터이다. 그 전의 일은 모두 그녀의 회상 속에서 이야기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도대체 얘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사건의 이야기가 다 끝나고서야,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보면, 뭐랄까 약간 추리적인 면이 약하다는 인상이 들었다. 적절하게 힌트를 주면서 추측하도록 하는 게 추리 소설의 묘미인데, 이 책은 간간히 폭탄으로 던져줬다. 하긴, 이건 로맨스 판타지이지 미스터리 물이 아니다. 그러니 그런 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후반부의 존을 공격하고자 피어스를 노리는 무리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에서는 ‘오~’하고 놀라긴 했다. 설마 그 사람이 그 일당 중의 한 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뭔가 조작이나 세뇌 같은 비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같은 편일 거라 생각한 내가 단순하고 어리석었다. 이런 바보! 수행이 부족하다!
책은 그들의 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서 1권을 마무리한다. 거기에 페르세포네의 목걸이에 얽힌 이야기와 섬에서 벌어지는 ‘관의 밤’ 행사와의 관련, 사촌 알렉스와 세스 일당의 관계 등등의 사건이 슬쩍 입맛만 보여주면서 끝난다. 그래서 다음 권을 기대하게 한다. 과연 피어스와 존은 공격을 잘 방어할 수 있을 것인가? 피어스는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바라는 것은, 다정하지만 평범한 인간에 불과한 피어스가 너무 존에게 의지하는 내용으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다. 로맨스 소설을 보면,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에게 민폐만 끼치고 지나치게 의존적인 면을 드러내는 것이 간혹 있다. 하지만 다 용서된다. 주인공이고 남자 주인공의 사랑을 받고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 이 둘이 싸울 상대가 인간이 아니기에, 존의 활약이 부각될 것이다. 그 때 피어스가 민폐 캐릭터로 남을 지, 당차고 자기주장 뚜렷한 캐릭터가 될지 궁금하다. 내심 전자보다는 후자이길 빌어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삽화였다. 아무래도 십대 소녀들이나 이십대 초반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그림이 그런 스타일인 것이라 추측한다. 하지만 내 취향은 전혀 아니다. 중학생 소녀가 그림을 보더니 ‘우와-예쁘다.’하고 탄성을 질렀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나보다. 표지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안의 그림은 좀 아쉽다. 뭐, 내 취향이 아닌 것이지 다른 사람은 좋아할테니까 큰 문제는 아닐지도.
|
|
<프린세스 다이어리>를 모른다. 영화인지 드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유명한 작품인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앤 헤서웨이 주연의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원작자 멕 캐봇의 화제작이라고 <어벤던>이 소개 되어지는 걸 보니,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이 작품보다 전작이 훨씬 유명했나보다. 그렇게 유명하다는 전작을 읽어본적이 없으니 이야기 하긴 힘들지만, 꽤나 달콤한 작품이었을 것 같다. 성인, 청소년 분야에서 38주간 베스트셀러에 머물렀다고 하니 말이다. 그녀의 전작을 모르니 그이야기는 넘기련다. 이제 <어밴던>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스무살에 대학에 들어가서 처음 만났던 것이 <그리스 신화>였다. 원서로 만난 신화 이야기는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었다. 인물들 이름이 어찌나 많이 나오고 하는 행동들은 상식을 벗어났지만, 죽어라 읽다보니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힘들게 읽었던 책이 아이를 낳고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만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신화를 머리쥐어짜면서 읽었다니... 원통했지만, 덕분에 아이는 신화를 읽고 또 읽고 나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들을 자세히 알고 있다. 신들의 세계, 특히 그리스 신들의 세계는 어찌나 정신이 없는지 모른다. 신들의 왕이라는 제우스와 곡물을 관장하는 땅의 여신 데메테르 사이에 태어난 아이가 페르세포네다.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제우스의 형제인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하데스가 자신의 비를 삼겠다면서 페르세포네를 납치해갔다. 딸 바보 데메테르는 난리가 났고, 딸이 사라지는 순간 지상은 겨울이 되어버렸다. 곡물을 관장하는 데메테르의 파업. 방법을 찾던 제우스의 중재로 페르세포네는 하데스가 주는 석류를 받는데, 석류3알을 먹어버린다.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으면 먹은 만큼 지하세계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페르세포네. 덕분에 페르세포네는 1년 중 3개월은 지하세계에서 살아야만 했고, 딸이 지하세계에서 사는 동안 또다시 데메테르의 파업으로 겨울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그리스 신화의 요지다.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와 땅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 페르세포네의 이야기가 21세기에는 어떻게 바낄 수 있을까? 제목이 <어밴던, Abandon>이다. 버리다, 포기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는 어밴던. 무엇을 포기하고 어떤것을 얻었을까? '나는 죽은 적이 있다.'(p.6)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갑부 잭 올리비에라의 딸 올리비에라 피어스. 저체온증에 빠져 죽은 피어스가 다시 살아났다. 죽었다 다시 살아난 사람은 어딘가 모르게 살짝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하지만, 피어스가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으니까. 죽음을 맞이한 후 사후세계에서 만난 존. 죽은 자의 영혼을 어디로 보낼지 결정하는 그 남자를 사후 세계에서 처음 만난 건 아니었다. 7살,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새를 살려주었던 존을 피어스는 열다섯에 사후세계에서 다시 만났다. 그가 함께 하자고 하는 말은 어둠고 음침한 공간에서 빠져나오는 말인줄로만 알았다. 그가 내민 목걸이는 너무나 예뻐서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깨어난 지금, 모든 것이 이렇게 엉망이 될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동물에 관심이 많은 아름다운 엄마와 석유회사를 갖고 있는 백만장자 아버지의 외동딸, 피어스는 사고 후 모범생이었던 것도 부모님의 자랑이었던 것도 모두 다 사라져 버렸고, 어디를 가든 피어스 주위에서는 사건 사고가 끊이지를 않았다. 그와 함께 피어스의 직감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직감이었는지 목걸이의 힘이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말이다. 피어스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해나의 죽음에 모든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뮐러 선생님이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피어스는 직감적으로 알수 있었다. 뮐러 선생님이 피어스 옆에 올때마다 그녀의 목걸이가 검은색으로 변화는 이유는 알수 없었지만 해나의 죽음은 밝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해나의 죽음을 밝혀내기 전에 피어스가 위험한 순간에 처하는 순간마다 존이 나타나서 그녀를 위협하는 모든것을 해결해 준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이야기. 누군가 그녀대신 뮐러 선생을 보석상 주인을 손을 봐줬는데, 사람들은 그녀만을 지목한다. 존이 어떻게 어디서 나타나는지는 알수 없지는 피어스에겐 존을 보고 싶은 마음과 피하고 싶은 두개의 마음이 공존하기 시작한다.
어린시절 엄마가 살던 곳, 우에소스 섬으로 오면 해결이 되리라 생각을 했었다. 그곳이 피어스가 존을 처음 만났던 장소였다는 것을 엄마는 몰랐으니까 말이다. 사촌인 알렉스와 함꼐 할수 있는 이곳은 그리 기분이 좋은 곳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피어스는 다시 존을 만난다. 처음 존을 만났던 우에소스 묘지에서. 존에게 목걸이를 주면 좋아할거라 생각했는데, 왜 그렇게 존은 화를 내면서 목걸이를 내버렸는지 피어스는 알수가 없었다. 아직 그녀는 열일곱 소녀니까. 묘지 지기 스미스 할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보석은 그리스의 사신 하데스가 페르세포네에게 주려고 캐낸 거라는 애기가 있어. 페르세포네를 분노의 신들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p.196). 스미스 할아버지가 이야기하는 목걸이의 전설. 하데스를 싫어하는 영혼들을 분노의 신이라 부르고, 분노의 신들은 하데스에게 앙갚음을 하기 위해 온갖 술수를 쓴다는 것. 하데스는 자신의 신부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목걸이를 줬다는 것이다. 존을 거부한 피어스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페르세포네의 목걸이와 관련이 있을까?
피어스처럼 존을 볼 수 있는 사람. 스미스 할아버지의 출현은 이야기의 많은 부분의 살을 붙여준다. 피어스 스스로는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인간이었던 존이 사신이 될 수 밖에 없게 된 전설과, 우에소스 고등학교 행사에 나오는 '관의 밤'이 무엇인지 존이 왜 그렇게 화를 내고 있는지, 스미스 할아버지는 너무나 친절하게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다. 이야기를 풀어주니 피어스는 이해를 할수 밖에 없는데, 할아버지가 말하는 분노의 신은 무엇이란 말일까? 분노의 신으로 부터 피어스를 지키기 위해 존이 준 목걸이. 중반부 이후로 넘어가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하이틴 로맨스에 어울릴 것 같은 삽화가 눈길을 끈다. 내 경우엔 책에서 만나는 이렇게 고운 삽화는 머릿속에 들어있는 주인공들의 이미지를 고정시켜 주기 때문에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곱지 않은가? 피어스도 존도 만화 주인공처럼 너무 곱게 그려져 있다. 몇장의 삽화 만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 들어가는 지는 알수가 있다. 게다가 <어밴던>은 끝이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페르세포네의 또 다른 이야기를 작가는 들려주려고 하고 있다. 2편인 <언더 월드>는 벌써 출간을 한 상태라고 하니,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마지막 편인 <어웨이큰> 역시 지필중이란다.
이야기의 핵심이 되어버린 '분노의 신'이 누구인지는 책 말미에 나와있다. 피어스가 하고 있는 다이아몬드가 검은 색으로 변할 때마다, 다이아몬드는 피어스가 인지하기 전에 알려주고 있었으니 말이다. 열일곱, 죽었다 살아난 소녀만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산자와 죽은자의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곳. 뼈의 섬이라는 우에소스 섬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 피어스가 보았던 죽음의 그림자 속에 비쳐졌던 '흔들리는 머플러의 술' 처럼 모든 것은 하나씩 딱딱 떨어지게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그리스 신화속 인물과 현실의 인물들은 그림 맞추기 처럼 이어져 있다. 제우스처럼 권력을 휘두르는 피어스의 아빠 잭 올리비에라도, 땅을 권장하는 데메테르처럼 새들을 돌보는 데보라도 하나의 퍼즐조각 처럼 이야기를 맞춰 나간다. 이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는 작가의 다음 작품을 통해서 알아내야 한다. 이야기는 던져졌고, 물속에서 흔들리던 머플러 술의 비밀은 밝혀졌으니 말이다.
|
|
이 책은 총 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현대사회로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는 <어밴던>은 피어스와 존의 신화에 대한 시작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작에 대한 스토리이기 때문에 다소 김이 빠지는 결말로 1권이 끝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집중과 몰입력을 이끌어내는 스토리로서 "괜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으로 인해 기우로 끝났다.
사실 신화 이야기에 상당히 흥미가 있기도 하고 영화 <프린세스 다이어리>의 원작자인 맥 캐봇이 저자라고 해서 무척 흥미를 가졌던 책이었다. 하지만 시리즈의 1권인 줄은 몰랐기도 하고, 책이 집에 도착하자 너무 궁금해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을 가득 담고 책을 펼쳤다. 잠깐 맛만 봐야겠다는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결국 책을 펼쳐서 하루만에 모두 읽고 말았다.
주인공인 피어스는 열 다섯살의 나이에 죽음을 한 번 체험한 소녀이다. 그녀는 2년 전에 겪은 죽음으로 인해 평범한 소녀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야 했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큰 혼란을 겪어야 했고,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고, 심지어 단짝 친구인 해나를 잃는 아픈 일까지 경험하게 되면서, 그러던 차에 해나를 잃게 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뮐러 선생님과의 일로 학교에서도 쫓겨나게 된 피어스는 엄마의 고향인 우에소스 섬의 학교로 전학을 가게 된다. 그 곳에서 피어스는 일곱 살 때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도 만났고 자신이 죽음을 체험한 동안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존을 다시 묘지에서 만나게 된다. 피어스는 존의 비밀을 알게 됨과 동시에 그의 매력에 끌리고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되는데...
페르세포네와 하데스, 피어스와 존의 차이점이라면... 하데스는 범죄형 행동력(?)을 발휘해 페르세포네를 강제로 보쌈해오지만 존은 자신이 사랑하는 피어스를 지켜내기 위해 지하세계로 데려오려고 하고, 피어스는 처음에는 그런 존을 거부하지만 이내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 그와 함께하기로 마음 먹는다. 책속에서는 묘지기 스미스씨의 입을 통해 하데스와 존이 같은 동기로 자신의 여자를 보호하려고 했다고 나오지만, 실제 신화 속에서는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강제로 잡아두기 위해 어머니에게 돌아가려는 페르세포네에게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이기까지 한다.
단지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된 일들만 나열하면서 1부를 마쳤다면 "그렇고 그런 로맨스물이 되겠구나"하는 마음이 들어서 다음 시리즈를 별로 기대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피어스의 죽음 뒤에 숨겨져 있었던 분노의 신들과 관련된 비밀이 후반부에 등장하면서 시리즈에 대한 흥미를 더욱 끌어올린다. 또한 피어스와 존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2부에 대한 기대감을 더해주는 역할도 하는 것 같다. |
|
'죽으면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본다. 죽고나면 육신은 땅 속에 묻힌채 천천히 썩어 갈 것이다. 하지만 정신과 의식, 소위 '영혼'이라고 말하는 존재는 답답했던 육체를 벗어나서 어디론가 떠나갈 수도 있다.
많은 종교와 신화에서 '죽음 이후의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종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으로 향하고, 아니면 다음 세상에서 다른 존재로 태어난다고 말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죽음을 관장하고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신 하데스, 망자들을 저승으로 데려다주는 뱃사공 카론을 만들어냈다. 이 모두가 죽음 이후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에서 비롯된 이야기일 것이다.
아무리 이후의 세상이 궁금하더라도 죽고나면 정말로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죽고나서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부상이나 수술 등으로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들이 '임사체험'을 했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이들의 말을 사실이라고 믿더라도 이들은 죽음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지 죽고나서 살아 돌아온 것은 아니다.
죽음을 체험한 17세 소녀
멕 캐봇의 2011년 작품 <어밴던>의 주인공인 17세 소녀 피어스는 자신이 죽고나서 살아 돌아왔다고 믿는다. 그녀는 2년 전에 임사체험 비슷한 것을 했다. 자신의 집 수영장에 빠졌는데 한 시간이 넘게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나중에 사람들이 아드레날린을 주사하고 심장에 전기충격을 가한 덕분에 의식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피어스는 기묘한 경험을 한다. 정신을 잃고나서 바람 부는 호수가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지하동굴에 도착한 것이다. 그곳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대부분 노인들이었지만 가끔 피어스 또래 혹은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도 보였다.
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 같은 남자들이 사람들을 두 줄로 세우고 있다. 그 두 줄은 호수 선착장까지 길게 이어져 있다. 저승으로 가는 배를 타려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처럼. 그렇다면 한쪽 줄은 좋은 곳으로 향하는 배를 탈 테고, 다른 쪽 줄은 그보다 훨씬 더 안좋은 곳으로 가는 배에 오를 것이다.
이 경험 이후에 피어스의 삶은 많이 바뀌었다. 부모는 이혼했고 피어스는 엄마를 따라서 플로리다 남쪽 해안 '우에소스'라는 이름의 섬으로 이사했다. 이 섬이라면 피어스에게 남아있는 죽음의 공포를 물리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녀는 문제아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고등학교로 전학하게 된다. 그곳은 죽었다 살아난 이후에 정신이 약간 이상해진 여자아이를 위한 학교이기도 하다. 그렇게 섬생활에 적응해가려는 피어스 앞에, 임사체험에서 보았던 검은 옷을 입은 젊은 남자가 나타난다. 저승에 있어야할 남자가 왜 피어스 앞에 나타났을까?
작가가 상상하는 사후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 이유는 그것이 운명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죽음 이후에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죽음이 의미하는 것은 여러가지다. 그중 하나는 생전에 자신과 관련되었던 모든 것과의 '단절'이다. 죽고나면 자신과 가까웠던 사람들, 자신이 좋아했던 모든 것들과 단절된다. 죽음이 두려운 또다른 이유는 그 단절 때문일 것이다.
작품의 제목인 '어밴던'을 직역하면 '포기하다', '단념하다'가 된다. 저승으로 떠나기 위해서는 이승에 남겨둔 모든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그 영혼은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한을 품은채 구천을 떠돌아다닐 수 밖에 없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썩어 없어지고 대신 영혼은 어디론가 떠날 것만 같다. 그 영혼이 살아있을 때와 같은 의식과 정신을 가지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쩌면 이것은 생각이 아니라 바램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죽은 다음의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만, 그걸 지금 알게 되더라도 별로 좋을 것 같지는 않다. |
|
그리스 신화는 흥미롭습니다. 연약한 인간과 달리 엄청난 힘과 다양한 능력을 지닌 신들이 등장하는 것부터 매력적입니다. 신들의 세계에서도 사랑과 질투, 배신과 복수 등 인간세계와 다를 것 없는 감정싸움이 일어난 이야기는 친밀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신이 인간과 그리 멀지 않은 존재처럼 느껴지는 안도감이랄까요.
그리스 신화 중에서 티탄 신들과 제우스 형제들 간의 전쟁을 그린 ‘신들의 전쟁’을 가장 좋아합니다. 올림포스의 지배자인 제우스의 존재를 각인시켜주기에 신화 중에 단연 최고라 여깁니다. 에로스와 프쉬케,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등 ‘신들의 사랑’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제우스 형제 중 가장 먼저 태어났지만 가장 나중에 자라 막내가 된 ‘저승의 신’인 하데스가 등장하는 신화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하데스가 페르세포네를 납치해 저승으로 끌고 가 도둑 결혼을 올리는 신화 말입니다. 납치와 저승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어둡고 음습한 분위기가 불쾌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승의 신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신화로부터 시작된 소설이 있습니다. 불쾌하리라 여겼던 그들의 이야기는 예상 외로 신선했습니다.
『어밴던 ABANDON(2012.09.21.에르디아)』은 죽었다가 되살아난 열일곱 살 소녀 ‘피어스 올리비에라’가 주인공입니다. 저승의 길목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피어스의 삶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집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후세계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피어스를 정상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주변에 없었으니까요. 부모님은 심리치료 등 다양한 방법으로 피어스를 현실에 적응시키려고 노력하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합니다. 그래서 피어스의 엄마는 고향에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딸을 데리고 ‘우에소스 섬’으로 내려옵니다. 그런데 정작 피어스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던 이유는 저승에서 만난 남자 ‘존 헤이든’에게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즉, 저승에서 만난 남자 존과의 인연이 피어스가 현실로 돌아온 뒤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총 3부작으로 이루어진 소설 『어밴던 ABANDON』은 시리즈 중 첫 번째 이야기이며 피어스가 자신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외적·내적인 비밀을 알게 되면서 끝납니다. 피어스의 내적 비밀은 존을 사랑하는 자신의 감정을 인지한 것이고, 외적 비밀은 존은 죽음의 신(p.208)이며 우에소스 섬이 지하세계로 통하는 입구(p.211)라는 사실 그리고 충격적인 자신의 죽음 뒤에 감춰진 은밀한 비밀을 가리킵니다. 저승에서 존이 건네 준 목걸이가 어떤 의미를 담긴 물건인지 궁금하면서도 앞으로 피어스와 존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됩니다.
|
|
장마다 『단테의 신곡-지옥편』의 인용으로 시작하는 멕 캐봇의 『어밴던』은 연애소설이자 성장소설이자 판타지소설로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소설이다. ‘어밴던(abandon)’은 ‘(돌볼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버리다(떠나다)’라는 뜻이 있다. 이 세상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더불어 사는 세상이지만 주변 사람들에 의해 상처받고 버려지는 세상이기도 하다. 소설은 버려진 존재들이 겪게 되는 사람, 그리고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눈 한 번 깜박일 순간이면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 어떤 일이라도.(4쪽) 위 인용문은 소설의 첫 문장이다. 죽음은 내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눈 한 번 깜박일 순간’에 죽음과 만나기도 한다. 돈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걸로 보이지만 죽음 앞에선 돈은 어떤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피어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회사 최고경영자의 딸이지만 죽음만큼은 어찌할 수 없었다. 비록 살아나긴 했지만 피어스의 삶은 많은 부분 달라졌다. 사랑의 시작은 시시하다. 존은 존재하는 것들의 삶을 귀하게 여기는, 아무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는 괜찮냐고 물어보는 말에 피어스에게 마음이 갔다. 존은 피어스에게 마음을 두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피어스가 분노의 신의 미움을 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의 미움을 사기도 하고, 가족처럼 믿었던 사람에게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삶은 사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밴던』은 『신곡』, 실제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페르세포네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페르세포네는 저승의 왕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비(妃)가 되었다. 제우스에 중재로 3분의 1은 저승에서 보내고 나머지는 땅에서 어머니와 보냈다.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사랑했을 것이다. 어머니 역시 페르세포네를 사랑했을 것이다. 이 신화를 들여다보면 페르세포네의 의견은 배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무도 그녀의 의사를 묻지 않았다. 삶의 주인은 배제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은 신화도 다르지 않았다. 피어스는 일곱 살 때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존을 만났고, 열다섯 살, 죽음의 세계로 떠나는 배를 타기 전에도 존을 만났다. 존은 피어스를 보호하기 위해 피어스를 자신의 곁에 두려고 했지만 피어스는 갑작스러운 죽음이 당황스러울 뿐이다. 나 때문에 타인이 힘들어졌다고 하면 두고 보고만 있을 수 없는데 존은 피어스를 사랑하니 더욱 두고 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피어스의 부모님은 피어스를 잃자 죄책감과 원망으로 이혼했다. 피어스가 돌아왔어도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상대를 구속하고 내 말을 따르지 않은 그 사람에게 서운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우리에겐 멋대로 누군가의 삶에 개입할 권리는 없다. 죽음을 경험한 피어스를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전과 달라졌지만 피어스는 존의 보호, 어머니의 보호 속에서가 아닌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기적인 삶이 아니라 타인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삶 말이다. 그렇게 소녀는 성장해 갈 것이다. 존은 피어스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외로워서 함께 있고 싶기도 했다. 존 역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배우며 성장해 갈 것이다.『어밴던』은 『언더월드』와 『어웨이큰』으로 이어질 시리즈물이다. 피어스와 존은 『어밴던』에 이어 분노의 신에게 쫓기고 살아남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해 갈 것이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그리고 깨달았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것을.(96쪽) 존재하는 것들은 모두 소멸한다.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원한 삶,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 탄생)와 D(Death, 죽음) 사이의 C(Choice, 선택)이다"고 했다. 탄생과 죽음은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 그리하여 인간은 단지 주어진 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리라. |
|
우선 이 책은 에르디아 출판사의 서평단 이벤트를 통해 받은 책임을 밝힌다. 이 책에 대해 내가 가졌던 기대를 서평단을 신청할 때 썼던 나의 댓글로 대신한다. 출판사에서는 서평단에 응모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에 대한 기대를 댓글로 남겨 달라고 요구했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신화,
아름다운 페르세포테에게 반한 하데스의 납치극, 어머니의 노력으로 페르세포네는 지상으로 돌아오지만, 저승의 음식을 먹는 실수로 인해 사계절 중에 겨울은 저승에서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던가? 그것을 어떻게 현대와 접목시켰을까, 그것이 궁금하기는 했다. 내가 이 책에 관심을 갖은 또 하나의 이유는 매혹적인 표지 그림 때문이기도 하다. 쓰러진 여인을 보면서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피에타'와 '어밴던'은 아무 관련이 없는데, 나는 왜 두 작품을 연결시켰을까?
작품을 읽은 나의 마음을 몇 가지만 적겠다.
첫째,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흥미있게 읽었다. 저승의 실권을 쥔 존과 여고생인 피어스의 만남, 존에 의해 다시 지상으로 돌아온 피어스의 관계가 페르세포테와 하데스가 유사하면서도 또한 틀리기도 하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한 마음으로 지루하지 않게 책장을 넘겼다.
둘째, 장이 바뀔 때마다 프롤로그 형식으로 소개하는 단테의 신곡이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하필이면 신곡의 내용을 인용했을까? 단테와 피어스는 저승을 다녀왔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성별은 물론 상황도 틀리지 않은가? 책장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작품은 하데스에게 납치되었다가 겨우 절반의 생환을 한 페르세포테의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하지만 결말은 베아트리체를 통해 구원을 받는 단테처럼 존과 피어스 중에 누군가가 구원을 받는 형식으로 맺어지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누가 단테이고 누가 베아트리체인가? 당연히 피어스가 베아트리체일 것이다. 비록 존이 저승의 실권자로 막강한 힘을 갖고 있지만, 어쩌면 피어스에 의해 구원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2부와 3부는 그렇게 진행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하필이면 플롤로그가 신곡이란 말인가?
셋째, 지하세계가 여러 곳이라는 것이 가장 흥미 있었다. 이 작품에서는 지하세계의 실권자인 존이 저승에 최고 권력자는 아닌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죽은 영혼을 천국이나 지옥으로 보내는 역할을 맡은 존재는 여럿이 있고, 그 중에 하나가 존이라는 것이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만화 드레곤볼이 생각났다. 드레곤볼에서는 신과 사탄이 애초에 한 몸이었던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악을 싫어하는 신이 자신의 몸에 깃든 악을 분리시킨 것이 사탄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과 사탄은 서로 미워하면서도 상대를 죽일 수는 없었다. 원래 한몸이므로 둘 중에 누군가가 죽으면 나머지도 함께 죽어야 하니까….
세상의 절대자가 기독교의 하느님이고 그만이 유일신이라면 불교나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은 모두 지옥으로 갈 것이다. 반대로 석가모니가 참 된 종교라면 기독교 신자들은 영원히 깨달음을 얻지 못할 것이고…. 기독교 신자들은 기독교 식대로 지하세계로 가고, 불교나 이슬람교 신자들은 역시 그렇게 가야 하지 않을까? 그에 대한 답이 지하세계가 여러 곳이라는 이 책에 있는 것같다.
이 책은 단순히 스토리만 흥미있는 것이 아니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신화와 현실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동서양 심지어 일본의 저승관까지도 담겨 있어서 마치 세계 각국의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을 담은 백과사전을 보는 듯하기도 했다.
아쉬운 것은 결말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3부작으로 예정되어 있는데, 2부 '언더월드'와 3부'어웨이큰'은 아직 구상 중이라는 것이다. 그 작품들이 언제 출간될지 알 수 없으니, 그것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 독자들에게는 고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족으로 하나만 더 덧붙인다면 제목인 어밴던(abandon)은 '버리다, 떠나다, 방종'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왜 이 책의 제목이 '어밴던'이어야 하는지는 잘 감이 잡히지 않는다. 누가 누구를 버리고 어디로 떠났다는 의미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