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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하게 눈부신 불덩어리
"서늘하게 눈부신 불덩어리" 내용보기
청암부인은 소복을 입고 시집을 왔다. 종가의 형상은 참담했다. 대문은 버그러지고, 댓돌은 잡초에 묻힌 채 흙먼지 자욱한데, 기와는 군데군데 떨어져 나갔다. 벽은 거북의 등짝처럼 이리저리 갈라져 금이 갔다. “내 홀로 내 뼈를 일으키리라.” 작정한 청암부인은 마음먹은 대로 종가를 일으키고 일흔세 살에 아끼는 손주 강모가 없는 사이에 혼을 놓는다. 청암부인의 혼(魂)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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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부인은 소복을 입고 시집을 왔다. 종가의 형상은 참담했다. 대문은 버그러지고, 댓돌은 잡초에 묻힌 채 흙먼지 자욱한데, 기와는 군데군데 떨어져 나갔다. 벽은 거북의 등짝처럼 이리저리 갈라져 금이 갔다. “내 홀로 내 뼈를 일으키리라.” 작정한 청암부인은 마음먹은 대로 종가를 일으키고 일흔세 살에 아끼는 손주 강모가 없는 사이에 혼을 놓는다.
 
청암부인의 혼(魂)불이었다.
어두운 반공중에 우뚝한 용마루 근처에서 그 혼불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윽고 혀를 차듯 한 번 출렁하고는, 검푸른 대밭을 넘어 너훌너훌 들판 쪽으로 날아갔다.
서늘하게 눈부신 불덩어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향하여 인월댁은 하늘을 우러르며 두 손을 모은다.
삭막한 겨울의 밤하늘이 에이게 푸르다.
사람의 육신에서 그렇게 혼불이 나가면 바로 사흘 안에, 아니면 오래가야 석 달 안에 초상이 난다고 사람들은 말하였다. (107쪽)
 
대는 차고 오동은 다숩다.
나무의 성품과 온도가 그러하매, 음률도 대나무로 만든 악기는 폐부를 찌르며, 오동나무로 만든 악기는 심정을 어루만진다. (199쪽)
YES마니아 : 골드 g*******g 2025.01.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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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3 : 평토제
"혼불 3 : 평토제" 내용보기
3권 요약문구 : 107페이지   “ 그날 밤, 인월댁은 종가의 지붕 위로 훌렁 떠오르는 푸른 불덩어리를 보았다. 안채 쪽에서 솟아오른 그 불덩어리는 보름달만큼 크고 투명하였다. 그러나 달보다 더 투명하고 시리어 섬뜩하도록 푸른 빛이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청암부인의 혼(魂)불이었다. 어두운 반공중에 우뚝한 용마루 근처에서 그 혼불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윽고 혀를 차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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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요약문구 : 107페이지

 

그날 밤, 인월댁은 종가의 지붕 위로 훌렁 떠오르는 푸른 불덩어리를 보았다. 안채 쪽에서 솟아오른 그 불덩어리는 보름달만큼 크고 투명하였다. 그러나 달보다 더 투명하고 시리어 섬뜩하도록 푸른 빛이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청암부인의 혼()불이었다.

어두운 반공중에 우뚝한 용마루 근처에서 그 혼불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윽고 혀를 차듯 한 번 출렁하고는, 검푸른 대밭을 넘어 너훌너훌 들판 쪽으로 날아갔다.“

(혼불은 사람의 혼을 이루는 바탕으로 죽기 얼마 전에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는 전라도 방언이다. 인월댁이 임종을 앞둔 청암부인의 혼불을 보는 장면으로 소설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다.)

 

3권에 들어섰다. 지금까지 매안 이씨를 중심으로 한 등장인물들이 웬만큼 다 나왔고, 이제 소설의 전환점에 다가와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될 순간이 되었다.

 

먼저 매안 이씨 종가의 중심을 잡고 있던 청암부인이 칠순이 넘어 임종을 맞게 된다. 부유한 삶을 살았지만 한 평생 과부로 살아야했던 청남부인의 안타까운 사연이 나온다. 논을 사기 위해 혼수를 팔았지만, 남편의 흔적이 남긴 선물을 팔아버렸다는 생각에 안타까워하는 청암부인의 모습이 안쓰럽게 그려진다. 그리고 청암부인의 임종 순간과 장례식이 상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한편 강태는 강모와 함께 열차를 타고 남만주 봉천으로 떠나버려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다.

 

그리고 매안 이씨 이야기는 어느 정도 정리되었는지, 매안 주변의 마을과 그 마을의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양반, 중인, 상민, 천민의 잔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는 시골 마을의 상황이 묘사되고 있다. 1940년대 일제 강점기 시기로 공식적인 신분제야 없었지만 관습적으로 내려오는 신분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시기이다. 이러한 신분제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연결되면서 소설 속 주요 배경인 매안, 기차역, 거멍굴, 고리배미와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나온다.

 

3권에서 새롭게 등장하거나 부각된 등장인물을 마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거멍굴 :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이 정착하여 살고 있는 곳으로, 청암부인 댁과 매안 이씨 일가의 일을 거들어주는 사람들과 무당, 백정 등의 천민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춘복, 공배, 택주(백정), 금생(성냥질), 평순네, 공배네, 옹구네, 당골네(무당) 등이 있다.

특히 춘복은 마을을 뒤집고 잘살아 보겠다는 야망을 품고있는 인물로 이후 소설 전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다.

 

고리배미 : 집성촌 매안과는 달린 여러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이다. 이곳에서는 염병곤이라는 사람과 염씨 일가가 비교적 부유하게 살고 있다. 부칠, 모랍, 방물장수 서운이, 주막 비오리네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3권에서는 청암부인의 임종과 장례식, 그리고 강모와 강태의 만주행 열차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양반들 이야기 보다는 앞으로 소설을 이끌어 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거멍굴과 고리배미 사람들 이야기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청암부인의 임종을 기점으로 주변 인물들의 비중이 더 커질 것 같고, 동양척식주식회사 이야기가 나오면서 시대적 상황과 빈곤한 민중들의 이야기도 더 커질 것 같다. 그래서 4권 이후가 더 기대가 된다. 그리고 만주에서의 강모와 강태의 모습도 기대가 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1940년대로 불과 70년 전이다. 70년 전에 이렇게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들이 소설 속에서 계속 나오니 독자로서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몰랐던 사실은 아니지만 현재와 비교해볼 때, 너무나 엉터리 같았던 과거의 우리 사회의 모습이 한심스러워 보인다.

 

소설 속에서 과거의 영화에 묻혀있거나, 그러한 상황을 순수하게 받아드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읽기가 갑갑했다. 물론 3권의 이야기가 당시 상황을 소개하는 부분이며 4권 이후 소설의 내용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들지만, 너무 갑갑한 사회 모습을 읽어야 하는 것은 유쾌하지가 못했다. 특히, 양반들의 예법이야기나 과거 부유한 자들의 첩실 이야기는 오늘날의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너무나 짜증나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이 과거 우리나라의 실제 모습이었다는 사실에 더 짜증이 난다. 즐겁게 책 읽으려 했다가 괜히 안좋은 기억을 떠올려 기분을 망친 느낌이다.

 

2013121

h******n 2013.01.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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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여러 갈등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여러 갈등" 내용보기
2권에서부터 시작된 여러 갈등이 본격적으로 그 빛을 발하며 여기 저기서 터지기 시작하는 3편. 많은 일들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무래도 매안의 정신적인 지주, 청암 부인이 돌아가신 일이 아닐까 싶다. 무너져 가는 대들보를 다시 일으켜 세우듯 집안을 세웠던 청암 부인이 혼불이라는 얘기가 끝을 맺을 때까지 그 상황을 지켜나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그래서 그네가 떠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는 여러 갈등" 내용보기
2권에서부터 시작된 여러 갈등이 본격적으로 그 빛을 발하며 여기 저기서 터지기 시작하는 3편. 많은 일들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무래도 매안의 정신적인 지주, 청암 부인이 돌아가신 일이 아닐까 싶다. 무너져 가는 대들보를 다시 일으켜 세우듯 집안을 세웠던 청암 부인이 혼불이라는 얘기가 끝을 맺을 때까지 그 상황을 지켜나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그래서 그네가 떠나는 마지막 길에는 모든 것이 정리된 행복으로 끝이나며 효원의 정신적 지주와 함께,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관찰자가 되기를 바랬던 마음도 없지 않아 컸는데, 그 모든 것을 남겨두고 마지막 순간에서도 강모를 그리워하며 눈을 감으셨던 청암 부인을 보면서, 왠지 나도 모르게 가슴 한켠이 짠해왔다. 이로써, 그 긴 세월을 이겨내고, 마지막을 비추는 이는 효원이가 되는 것일까? 강모가 돌아오며 이 모든 얘기는 종결되는 걸까? 처음에는 조금의 의무감으로도 읽기 시작했던 이 소설이 지금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나에게 다가온다. 처음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이야기의 전개 이외에 작가가 들려주는 우리네 전통에 관한 이야기나 관습에 관한, 그리고 여러가지 자세한 설명이 조금 귀찮고 거추장 스럽다고도 생각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60권이 넘었다던 작가의 제작 노트나 발품을 팔아가며 얻었을 그 정보에 이제는 마음까지 숙연해 짐을 느낀다. 3편에 나오는 청암 부인의 장례식 모습에서 우리나라 전통 장례 풍습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고, 복을 하는 인월 부인의 모습은 눈물이 날 정도로 애처로웠다. 대체 왜 여자는 왜, 모든 아픔을 감내해야 했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것이라.. 사회에 존재하는 계급과 그 모순에 대해서 진지하게 토론하고 자신의 본(本)을 찾으라던 선생님의 말을 뒤로 한채 멀리 멀리 만주 땅으로 떠나며 홀연함과 함께 죄책감을 느끼는 강모의 모습을 보면서 핏줄이란 무엇이길래.. 하는 허탈감을 감추기 힘들었다. 3권을 읽으면서, 아쉬움과, 복잡함이 머리 속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제서야 왜 이 소설의 제목이.. 혼불인 것인지 어렴풋이 감이 온다. 제목의 혼불을 마지막에 작가가 어떻게 더 조명을 비출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긴 장편의 소설을 써낸 작가가 대단하다고 느낄 뿐이다,. 존경한다....
c*****l 2004.09.0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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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청암부인 사망!
"드디어 청암부인 사망!" 내용보기
1편과 2편의 이야기를 이끌었던 청암부인이 사망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효원과 강모, 강실, 이기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우리의 장례문화가 적절하게 잘 구사되면서 이야기를 한층 재미있게 전개한다. 1930년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남원지방의 무너지는 종가를 지키는 며느리였던 청암부인의 절명이 복잡한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 책의 절정을 이룬다. 손자인 강모는 새로운 사상
"드디어 청암부인 사망!" 내용보기
1편과 2편의 이야기를 이끌었던 청암부인이 사망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효원과 강모, 강실, 이기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우리의 장례문화가 적절하게 잘 구사되면서 이야기를 한층 재미있게 전개한다. 1930년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남원지방의 무너지는 종가를 지키는 며느리였던 청암부인의 절명이 복잡한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 책의 절정을 이룬다. 손자인 강모는 새로운 사상을 접하기는 하지만, 아직 양반이라는 계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강모가 청암부인의 임종을 보지 못함으로써 이야기는 강모가 이 종가에 종손으로서의 제대로 그 역할을 하지 못함으로써 며느리 효원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게 부각된다. 작가 최명희는 이 소설의 주인공을 여인으로 잡음으로써 좀더 그 당시의 세부적인 진술에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부터 혼불은 재미를 배가한다.

[인상깊은구절]
인월댁은 크고 긴 목소리로 청암부인의 혼백을 부른다. 저 깊은 속의 골짜기에서부터 울려 나오는 소리이다. "청아암 부이인 보오옥" 인월댁이 목메이게 고복하여 혼을 부르는 소리는 바람이 실어가 먼 곳으로 아득하게 흩어졌다. 돌아오라. 혼백이여. 인월댁은 두 번, 세 번, 청암 부인의 혼백을 불렀다.
k****a 2001.10.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