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소개
"세상은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고아라고 부르고, 배우자와 사별한 이를 홀어미 또는 홀아비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자식 잃은 부모는 뭐라 불러야 할까?" p165
표지를 넘기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장이 있다. "그레타와 헤리슨에게" 여기서 그레타는 제이슨과 스테이시의 딸이다. 아니 딸이었다. 그레타는 세 살 밖에 되지 않던 아주 평범한 어느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다. 마치 길을 걷다 핫도그 하나 사먹는 것처럼, 불쑥 어린 생명에게 죽음이 다가왔고, 그 어린 자식을 잃은 아버지 제이슨과 그의 아내 스테이시는 절망한다. 하지만 그 어린 생명의 부모는 다시 일어서기 위한 희망과 치유의 여정을 써내려 갔고 그들에게 새로운 생명이 찾아온다.
책은 바로 그 치유의 여정을 366페이지 분량에 고스란히 그려 나간 작품으로 저자는 제이슨 그린이다. 그는 음악 전문 매거진 <피치 포크>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 소설 내용
우리는 도시에 도사리는 위험 요소를 그저 항상 주변에 존재하는 배경음 정도로 여겼다. … 우리 부부는 어리 석었고, 오만했고, 무모했다. 그 결과 이런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p69
맨허튼 어퍼웨스트사이드의 어느 8층 건물 창턱에서 벽돌이 떨어진다. 그레타는 외할머니와 함께 건물 입구 벤치에 앉아 전날 관람했던 <칙칙폭폭 처깅턴> 연극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레타한테 별일 없어야해. 무조건 괜찮아야 해. 무조건. 무조건 그래야 해."p26
그레타기 머리에 벽돌을 맞았다는 연락을 받고 스테이시와 제이슨은 웨일코넬 병원 응급실 향한다. 제이슨의 장모님은 그레타가 앞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 되었고, 자신은 나중에 온 구급차를 탔다고 말한다. 스테이시는 "어떻게 우리 아기!"하며 발작하듯 흐느끼며 울부 짖는다. 병원 보안요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병실 가운데에는 진찰대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기저귀까지 벗겨 놓으니 가련할 정도로 조그만한 아이가, 눈을 감고 입은 벌린 채 진찰대 한가운데에 누워 있었다.
"세상에는 눈이 아니라 몸으로 보는 것들이 있다. 그레타를 마주하자마자 내 영혼이 송두리째 불타오르며 증발하는 것만 같아서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p28
진찰대에 축 늘어져 있는 그레타의 몸은 생기가 없었다. 시티 촬영을 해야 한다며 외상 전문팀이 서둘러 그레타를 데려갔다. 시티 촬영 결과 뇌에서 출혈이 발견 되어 그레타는 곧장 응급 수술에 들어갔다. 출혈이 얼마나 심각하면 보호자인 제이슨 부부에게 아이의 상태를 알려 줄 사람 하나 보내지 않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시간 동안 하염없이 응급실에 앉아 기다리던 제이슨은 조금 전 인사를 나눴던 사회 복지사를 찾아 두리번 거린다. 사회복지사는 손에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스테이시에게 건넸다. 봉지 속에 든 것은 피로 얼룩진 그레타의 황금색 샌들이었다. 잠시후 의사가 나타나자 제이슨 부부는 무의식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소식을 들려 드릴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요. 뇌가 계속 부풀어 올라서 두개골을 최대한 제거 했습니다만, 출혈이 꽤 심각했습니다." p33
제이슨 부부를 바라보는 의사의 눈빛에는 슬픔이 서려있었다. 다른 병동으로 가 있으라는 안내를 받고 자리를 옮긴 제이슨 부부에게 장모님이 휠체어를 밀며 다가왔다. 뭔가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알겠는데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는 눈빛을 한채로, 그러다 제이슨 부부와 눈이 마주치자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곧장 제이슨의 아내 스테이시가 달려가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아 속삭였다.
"엄마 잘못이 아니에요." p34
세 시간 쯤 지나서 소아 중환자실의 당직 의사인 리 교수가 제이슨 부부를 찾아온다. 리 교수가 의자에 앉아 침통하고 세심하면서 따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운을 뗐다.
"수치는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뇌 손상 때문에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거에요. …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겠습니다.… 들어가기시기 전에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어요. … 부기가 굉장히 심합니다. 따님을 보기 전에 알고 있으셔야 할 것 같아요. … 들어갈 준비가 되면 말씀해 주세요." p37
제이슨과 스테이시는 그레타가 있는 병실로 걸음을 옮겼다. 제이슨과 스테이시는 침대 양옆으로 가서 그레타의 손을 하나씩 잡았다. "장난꾸러기 꼬마 아가씨." 스테이시가 그레타를 보며 말을 건넸다.
"엄마랑 별로 오래 같이 있지도 못했는데, 시간이 모자랐어. 그렇지?" p38
그레타는 더 이상 의료진이 살려보겠다고 몇 시간 붙잡고 애쓰는 환아가 아니었다. 간호사가 삽관을 하려고 다가오자 스테이시와 제이슨은 그레타에게 자장가를 불러준다. 긴 시간이 흐른 뒤 리 교수가 제이슨 부부를 다시 부른다. 리 교수 말에 의하면 두부 외상이 심각하지만 기적처럼 모든 장기가 하나같이 온전하다고 말한다. 이어 침착한 목소리로 장기 기증 의사를 묻는 리 교수가 물었고, 스테이시는 의미가 있어야 한다며 장기 기증을 하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장기 기증 절차가 시작되었지만, 제이슨과 스테이시는 이식 대상자 선정 절차를 위한 질문은 부부를 탄식하게 만든다.
"환자가 약물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까?" "환자가 왕성한 성 생활을 했나요?" "환자가 임신한 상태였습니까?" … "아니요. 그런바 없습니다, 아니요 아닙니다.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딸은 세 살 이었다고요" p46
그들은 모든 질문을 해야만 했고, 아이용 서식은 따로 없어 나올 수 밖에 없는 괴로운 질문들이었다. 제이슨의 장모님은 그레타의 침대 발치에 서서 숨죽여 흐느꼈다. "왜 내가 아니었던 거야?" 특정한 대상도 없이 허공에대고 제이슨의 장모는 물었고 제이슨은 그 물음에 속으로 답한다.
"장모님께 일어나면 안되는 일이었어요. 그레타에게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었고요.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었어요."p47
정오가 되자 뇌사 검사를 실시하러 의료진이 들어왔다. 의료진은 산소호흡기를 떼고 그레타의 심장이 스스로 운동하는지 관찰했다. 그레타는 그 어느 때 보다도 가만히 누워있었다. 1분이 지나고 다시 호흡기의 플러그가 꽂혔다. 다음으로는 의사들이 침대 머리맡에 둥글에 모여 서서 그레타의 눈동자에 불빛을 비췄다.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 잔인한 과정이 15분쯤 걸렸다. 그레타는 이제 법적으로, 임상적으로 사망했다.
눈물이 차오르더니 이내 눈이 멀기라도 할 것 처럼 앞이 뿌예졌다. 마음을 다 잡으려고 애를 썼다.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내가 해야하는 일은 발걸음을 떼는 것, 그것 뿐이다. 그래도 죽지 않을 것이다. p71
간호사들이 침대를 밀기 시작했고, 병실 안에서 흐느끼던 울음소리는 이제 통곡이되어갔다. 추도식은 사고가 난 지 엿새째인 토요일 퀘이커학교에서 치러졌고, 시신은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옮겨졌다.
그레타가 죽은지 6개월이 된 11월, 제이슨 부부는 '비통한 마음에서 믿음의 마음으로'라는 세미나에 참석 한다. 세미나를 이끄는 사람은 '사망학자'이자 애도 상담 전문가인 '데이비드 케슬러'였다.
"사람들은 중요한 사실을 놓칩니다. 상처난 마음이란 바로 열린 마음이란 사실 말입니다. …치유될 수 있고, 달라질 수 있고, 새로워질 수 있고, 새로운 틀을 갖추어 새로운 사랑을 품을 수 있는 열린마음이란 뜻이지요. 저는 우리 모두가 이 상처 난 마음을 인정하고 그 고통을 받아들이면서 성장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길 바랍니다." p149
케슬러의 강연은 한 시간 반 동안 진행되었다. 케슬러는 다음 수업까지 떠나보낸 가족에게 편지를 써오라고 한다. 다음날, 제이슨은 강연장에서 그레타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게 된다. 편지를 읽고 난 후 케슬러는 편지의 주인공을 묻고, 그 물음에 제이슨은 답하고 이어지는 쿠션 두드리기를 통해 분노라는 감정을 쏟아낸다.
"우리 둘 사이에는 새로운 감정이 숨 쉬고 있었다. 두려운 마음에 섣불리 '희망'이라고 단정 짓지는 못했지만 분위기를 보면 그건 희망이었다." p199
제이슨 부부는 새로 시작하기 위해 이사하기로 상의하고 2층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한다. 그리고 스테이시는 임신을 한다. "안녕, 아가야." 아이는 아들이었고, 제이슨 부부는 아이의 이름을 해리슨이라고 짓는다.
"그레타는 죽었지만 그래도 해리슨 누나인거죠. 그렇죠? 클라라는 대화를 할 때면 늘 그레타의 자리를 비워둔다. 겨우 다섯 살이지만, 우리 부부는 상담치료사를 포함한 그 어느 어른보다 클라라와 함께 있을 때 그레타의 죽음에 관해 더욱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클라라는 두려움, 분노, 죄책감에 오염되지 않은 채 순수하게 그레타의 죽음을 애도 한다." P320
스테이시는 예정일이 열이틀이 지나서야 해리슨을 낳았고, 그레타가 죽은 지 2년이 지나는 동안 해리슨은 중이염, 수족구 등을 앓기도 한다. 그럼에도 해리슨은 잘 지내고 있다. 그레타의 물건에 해리슨의 손떼가 묻어감에 따라 그레타의 흔적이 점점 지워지는 듯하지만 제이슨 가족은 여전히 그레타가 함께 존재하고 있다고 믿으며 희망을 만들어 가고 있다.
"모든 사람은 평화를 누려야 하고 그럴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p360
▶ 장기 기증에 대해 알아보다.
필라델피아에 심장이 필요한 네 살짜리 남자아이, 간이 필요한 일곱 살짜리 여자아이, 신장이 필요한 성인 남성 두명이 있다. 그러나 기증이 이루어지려면 우선 그레타가 계속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해야한다. 그레타는 스물네 시간째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열여덟 시간을 더 버텨야 한다. 너무나 위태로워 보이는 딸 아이의 자그만한 몸을 보고 있으니 우리가 그레타를 이곳에 너무 붙잡아두고 있는 것 같았다. 딸 아이가 갈 곳은 따로 있는데, 그저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있다니. … p65
이 부분을 읽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장기 기증은 누군가에겐 최악의 순간이나 누군가에겐 이보다 좋은 순간이 또 있을까. 누군가는 생명을 잃고, 누군가는 잃을 줄 알았던 생명을 얻는 순간... 답답했다. 나는 이 감정의 적당한 말을 찾으려 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더 아픈 것은 생명을 다시 얻을거라 생각했던 이들 중 한 명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그레타의 장기기증 절차를 나도 함께 지켜보다 문득 예전에 보았던 영상 하나가 떠올랐다. 슬픔을 억누르며 좋은 마음으로 장기 기증한 유가족분들의 인터뷰 영상이었는데, 한 청년의 부모님이 아직 추스르지 못한 슬픔을 억누르며 이런 말을 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했을거에요." 이 말은 청년이 장기 기증을 한 이후, 장기 기증자에 대한 예우에 있어 병원 대처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나온 말이었다. 어쩐지 그레타의 상황이 그 청년의 부모와 겹쳐 보이며 우리나라의 장기기증 시스템이 궁금해졌다.
먼저 뇌사와 장기 기증에 개념을 깊고 넘어가려 한다. 뇌사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뇌의 기능이 비가역적으로 손상을 받고 자기 호흡이 없는 상태에서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로 일정기간 자동 박동 기능을 가진 심장이 기능을 지속하는 것을 말하며, 장기 기증은 간단히 말해 정상 장기를 다른 환자의 소생을 위하여 기증하는 행위를 말한다.
좀 더 깊숙히 들어가보면 장기기증에는 소설 속 그레타 처럼 뇌의 모든 기능이 완전히 정지하여 회복 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태에 빠진 뇌사자 장기 기증과 살아있는 사람이 장기를 기증하는 생체 장기기증이 있는데, 뇌사 상태에서 장기를 기증하는 경우, 심장, 신장, 간, 이자(췌장), 폐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으며 그 외에 각막, 피부, 조직, 뼈의 기증도 가능하다고 한다. 사후에 기증이 가능한 것에는 시신, 조직, 각막, 등이 있고 생존시에도 골수, 신장, 간, 혈액등을 기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미지 출저] 네이버 지식백과
반면 장기등을 이식하기에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도 있다. 여기에는 감염성병원체에 감염된 장기, 암세포가 침범한 장기 및 그 밖에 이식대상자의 생명 신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장기 등은 적출해선 안된다. 또한 살아 있는 자로서 16세 미만인 자, 임부 또는 출산한지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자 , 정신질환자 또는 지적장애인, 마약, 대마, 또는 향정신의약품에 중독된 자의 장기 적출도 금지한다. 단 정신 질환자 또는 지적 장애인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본인 동의 능력을 갖춘 것으로 인정하는 때는 가능하다.
16세 이상인 미성년자의 경우 골수를 제외한 장기등은 배우자,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또는 4촌 이내의 친족에게 이식하는 경우가 아니면 적출할 수 없고 살아있는 자의 신장은 정상인 것 2개중 1개만을, 간장, 골수, 췌장, 췌도, 소장등은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일부만을 적출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뇌사자 장기 이식 기증 절차 구조는 뇌사로 추정되는 사람을 진료한 의료기관 장은 장기 구득기관의 장에게 알려야하고, 통보를 받은 장기구득기관의 장은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의 장에게 그 사실을 보고하여야 한다. 뇌사 판정 대상자 관리 전문 기관에서 뇌사에 관련된 사항 및 장기 기증의사를 확인하고 대상자 선정을 위해 국립 장기 이식 센터에서 정해진 선정 대상 규칙에 의해 대상자를 선정한다. 뇌사자의 장기는 장기 적출의료기관에서 실시하며 적출된 장기는 대상자가 선정된 해당 의료기관에서 이식을 실시하게 된다고 한다.
장기 기증시 경비 문제에 있어서 기증자 또는 그 가족이 부담하는 비용은 전혀 없고 뇌가 기증자 가족에게는 소정의 장제비가 지급된다고 한다. 여기서 장제비란 국민 건강 보호법에서 피보험자나 피부양자가 사망한 때에 장례를 치르는 사람에게 지급하는 금액을 뜻하는 단어다.
장기 기증에 대한 개념을 살펴 본 뒤, 청년의 부모님의 말을 떠올리며 장기 기증자 예우를 검색해 보았다. 그때 SBS 뉴스에 나왔던 기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장기 이식 수술 이후 시신을 수습하는 것은 가족의 일이었다.구급차도 지원 되지 않아 유족이 사비를 털어 수습했다는 기사였고. 이 기사로 장기 기증을 예약 했던 사람들이 많이 취소를 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건 우리나라 예우 시스템의 잘못일까? 아니면 해당 병원의 잘못일까? 더 알아보기로 했다.
일단 장기 기증 이후 시신 수습과정에 있어, 한국 장기 조직 기증원과 업무 협약을 맺은 병원은 기증원이 장례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타 병원은 메뉴얼을 만들어 장례지원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질병관리본부는 '유가족지원' 규정을,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유가족 예우 매뉴얼'을 통해 지원제도, 장례절차, 방법등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즉 장례절차는 유가족에게 모두 맡기지 않는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앞서 청년의 부모님과 같은 일들은 왜 생기는 것일까? 씁쓸함이 남는다.
▶ 책을 읽고 난 후
"장모님은 집으로 가겠다고 한다. 그레타가 마지막 밤을 보낸 그 아파트로, 모퉁이만 돌면 사고 현장을 맞닥드리는, 그레타가 마지막으로 먹은 아침밥의 흔적이 유아용 식탁 의자 위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 집으로 말이다. p83. … 아파트 현관문을 열자 적막함이 우릴 맞이한다. 이 안에 있는 어느 것도 그레타의 죽음을 알지 못한다. … 그레타의 빨간 말 인형도, 거실 의자 밑에 있는 장난감 상자도, 그레타가 만지막 거리던 유아용 식탁 의자에 달린 보라색 벨트도, … "p90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애도 기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 기간이 끝나면 그들은 어디서 어떤 식으로 슬픔을 달래야 할까? 상실의 무게는 결코 가벼워 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때때로 이런 위로를 건넨다. '이제 그만 가슴에 묻어야지, 산 사람은 살아야해" 나는 그 말이 맞는 말이라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비인간 적인 말이란 생각도 든다. 어떻게 잊겠나, 살아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하지만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애도 기간은 보이지 않으나 존재하는 것 같고 어쩌면 그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없다고 믿고 싶고, 기억해 주길 바라는 것일 뿐..
책을 읽는 동안 무거운 돌덩이 하나를 얹고 보는 듯 했다. 누군가의 죽음은 언제나 아프다. 어린 생명일 경우엔 더 쓰라려 온다. 그 쓰라림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아픔이다. 깊이 벤 상처에 소금을 왕창 쏟아버린 느낌이랄까.
저자가 담담히 한 자, 한 자, 눌러쓴 단어 하나가 알알히 가슴에 박혀왔다. 가슴에 꾹꾹 새겨진 저자의 감정으로 인해 읽는 동안 몇번을 울컥했는지 모른다. 단순히 소설이었다해도 울컥했을 이 모든 내용이 저자에겐 소설이 아닌 그가 지내 온 삶의 일부란 것을 알기에 더 쓰라린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