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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_추억의 맛 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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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생각한다. 혀끝이 기억하는 맛을 찾아 기억을 더듬다 보면 괜히 멈칫하게 되는 음식들이 있다. 추억을 함께 먹은 음식들. 할머니와 서울 가는 길에 지하철의 작은 가판대에서 쪼그려 앉아 먹었던 묵 한 사발, 주말 오후 적당히 신김치를 쫑쫑 썰어 조물조물 비빈 엄마표 비빔국수, 늦은 시간 학원이 끝난 후 출출한 허기를 달래며 먹었던 4천 원짜리 우동, 토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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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엇을 먹을까 생각한다. 혀끝이 기억하는 맛을 찾아 기억을 더듬다 보면 괜히 멈칫하게 되는 음식들이 있다. 추억을 함께 먹은 음식들. 할머니와 서울 가는 길에 지하철의 작은 가판대에서 쪼그려 앉아 먹었던 묵 한 사발, 주말 오후 적당히 신김치를 쫑쫑 썰어 조물조물 비빈 엄마표 비빔국수, 늦은 시간 학원이 끝난 후 출출한 허기를 달래며 먹었던 4천 원짜리 우동, 토요 자율학습일마다 배달 시켜 친구들과 나눠먹었던 참치비빔마요 도시락 등 그 시절에만 느낄 수 있었던 그 맛이 담긴 음식들 말이다.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들이 그리워졌다》는 독자들이 가진 다양한 추억의 맛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어 사표를 던지고 요리사로 시간을 보냈던 정동현 셰프는 자신의 삶 속에 녹아있는 음식들을 하나씩 이야기한다. 삶 속에 음식이 있고, 음식 속에 삶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의 생각은 담담하지만 솔직한 글에서 묻어 나온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그의 이야기는 마음 한구석을 콕 건드려 내 추억의 일부가 조금씩 흘러나오도록 만든다, 마치 반숙 계란의 노른자가 슬며시 흐르는 것처럼.



책에 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 맛이 있고 없다는 비평이 아니다. 그보다 음식에 담긴 추억과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만들기 위해 견디고 버텨야 했던 시간을 쓰고 싶었다. 왜 우리가 때로 국수 한 그릇에 눈물을 흘리고 가슴이 북받쳐 오르는지 작은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은 지나간 시간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 p. 12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들이 그리워졌다》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먹는 음식들을 말한다. 김밥, 칼국수, 양념치킨, 돈가스 등 어제 먹었던 점심 메뉴가 될 수도 있었던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 대수롭지 않은 음식들 말이다. 정동현 셰프는 그 음식들 속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넣고, 아버지의 고독과 어머니의 사랑도 넣는다. 양념 같은 이 이야기들은 독자들의 기억 한 편에도 비슷하게 자리 잡고 있어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하고 뭉클해짐을 느낄 수 있다. 그때가 아니면 다시 느낄 수 없는 맛, 그래서 더욱 혀끝을 자꾸 맴도는 그 맛이 떠오른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다시 그 열차를 탄다 해도 그 맛이 날까?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철없이 조르기만 해도 먹을 것이 끊임없이 나왔고, 졸리면 그저 부모님 어깨에 기대 자기만 하면 되었던 맘 편한 시절. 아쉬운 마음만 남기지 말고 언제 한번 기차를 타야겠다. 맥주도 한잔 하겠지. 동해를 보며. 저 계곡 위에서, 푸르고 높은 산에서. 기차 안에서. 캬아. / p. 24




정동현 셰프는 자신이 요리를 했던 경험을 살려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들이 그리워졌다》 속에 음식을 먹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의 삶의 이야기가 공존하도록 만든다. 음식을 먹는 사람으로서 그 음식들이 자신에게 어떤 거름이 되었는지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음식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음식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말한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레스토랑에서 김치 만들기를 주문받은 에피소드, 음식의 미묘한 맛을 좌우하는 소금에 대한 철학 등 요리사로서의 고민과 격정의 시간들을 섞어낸다. 미트볼을 만들며 흐뭇했던 그의 동료처럼 소박한 음식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지 그의 글은 잔잔하게 이야기한다.



진득한 토마토 소스와 미트볼을 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을 때, 모두 어린애가 된 것 같았다. 작은 선물에 기뻐하고 서로의 얼굴만 봐도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미트볼을 담았던 큰 트레이는 깨끗이 비워져 윤이 났다. 미트볼을 만든 장본인인 엘리스는 정작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고 남은 일을 했다. 나는 그녀가 우리를 계속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얼굴에 깃든 옅은 미소가 우리를 향해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 p. 250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들이 그리워졌다》를 덮으며 고픈 배를 움켜쥐었다. 이 헛헛함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하며 가까운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배는 채워도 마음은 채우지 못했다. 오늘 내가 먹은 음식의 맛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었으니.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들이 그리워졌다》 속 그의 글이 유독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음식의 맛을 나눈 사람들과의 사랑이 묻어져 나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그 맛을 떠올릴 때, 함께 떠오르는 사람들. 그 맛에 우리는 오늘도 먹고, 사랑하고, 살아간다. 당신은 오늘 누구와 또 다른 추억의 맛을 나누었나요?



나는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았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 것이다. 그토록 지루한 하루를 매일 견디던 형, 죽을 나에게 사다준 그 형은 마침내 고시에 합격해 어엿한 가장이 되었다. 나는 내가 죽을 만드는 정성과 같은 지루함을 벗 삼고, 흰죽과 같이 하찮은 나의 하루를 감사하길 바란다. 그 뜨거운 한 그릇을 전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길 바란다. / p. 110

g*******5 2019.07.11. 신고 공감 2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책 ::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_ 어딘가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는 에세이
"책 ::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_ 어딘가 허기진 마음을 채워주는 에세이" 내용보기
누구나 자신의 추억이 닿는 음식이 있을 것이다. 먹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음미하게 되는 음식이 말이다. 그것이 소울 푸드라고 생각한다. 위장만이 아니라 어딘가 허기진 마음까지 모두 채울 수 있는 음식이 말이다. 지난달 초에 맛본 머위대 나물이 떠올리게 만든 책을 읽었다. 좀처럼 떠올리기 쉽지 않은 기억인데, 자연스레 떠올랐다. 바로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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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의 추억이 닿는 음식이 있을 것이다. 먹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음미하게 되는 음식이 말이다. 그것이 소울 푸드라고 생각한다. 위장만이 아니라 어딘가 허기진 마음까지 모두 채울 수 있는 음식이 말이다. 지난달 초에 맛본 머위대 나물이 떠올리게 만든 책을 읽었다. 좀처럼 떠올리기 쉽지 않은 기억인데, 자연스레 떠올랐다. 바로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를 읽는 순간이었다. 이 책은 저마다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소울푸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음식 에세이다. "책에 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 맛이 있고 없다는 비평이 아니다. 그보다 음식에 담긴 추억과 삶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만들기 위해 견디고 버텨야 했던 시간을 쓰고 싶었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음식을 먹고 느낀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나는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았고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 것이다. 그토록 지루한 하루를 매일 견디던 형, 죽을 나에게 사다 준 그 형은 마침내 고시에 합격해 어엿한 가장이 되었다. 나는 내가 죽을 만드는 정성과 같은 지루함을 벗 삼고, 흰죽과 같이 하찮은 나의 하루를 감사하길 바란다. 그 뜨거운 한 그릇을 전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며 살길 바란다.

_ <뜨거운 한 그릇의 진심, 죽>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를 하기 위해 과감하게 사표를 내고 셰프의 길을 걸어갔던 정동현 작가는 자신의 지난 삶의 순간마다 함께 했던 음식을 곱씹는다. 셰프의 길을 걸었다고 하니, 난생처음 들어보는 음식 이야기가 담겨 있을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 어머니가 직접 만들었던 닭칼국수와 비빔국수, 생일날 먹었던 미역국, 쌀과 물로 만든 하얀 흰죽, 돈가스, 우동, 라면, 마들렌, 소금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알 법한 맛이 혀를 감돈다. 그의 추억과 닿고 요리하는 사람으로 진지한 그의 태도와 닮은 음식 이야기는 머금직스러우면서 동시에 짠한 감동을 준다.

 

 

 

처음에는 어린시절 추억을 이야기하다 책장을 넘길수록 요리사의 길을 걷는 수련생으로 맛본 서글픈 음식 이야기가 그리고 호주에서 셰프로 활동하며 겪었던 요리사로써 맛 이야기로 옮겨간다. 조금씩 다른 결의 이야기이지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신기한 글들이었다. 그의 추억인데, 이상하게 나의 추억을 떠올랐는지 알 수 없었다. 그의 어린시절 기억과 닿은 돈가스, 양념치킨, 유니짜장, 불 맛은 나는 경험하지 못한 맛인데. 그 맛이 어떤 것인지 알 듯싶었다. 취업 준비를 하다 지친 형에게 끓여준 죽 한그릇에 담긴 마음이 무엇인지 알듯 싶었다. 그렇게 알 것 같은 맛과 알 것 같은 감동이 혀와 마음을 자꾸 움직였다. 왜 그랬을까?

 

 

 

그의 글에는 맛이 아닌 그때 그 순간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했다면 행복했던 순간이 슬펐다면 마음이 아려왔던 순간이 그리고 힘겨웠다면 버텨내야 했던 견딞의 순간이 음식과 함께 담겨 있었다. "나를 얼마나 갈고 또 갈아야 할까? 잠을 이루지 못했고 바다 건너 울적할 때마다 칼을 갈았던 이를 떠올리며 아침을 맞이했다. 몇 해가 지난 지금도 나는 칼을 잡을 때의 짜릿함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나를 피로하게 만들고 한밤중 울게 하였던 그 막막함 역시 마찬가지다." 대기업을 다니다 늦은 나이에 요리를 배웠던 그에게 칼은 이와 같은 여운을 남겼다. 추억을 말하는 음식에서 셰프가 되기위한 수련생으로 그리고 셰프가 되어 세상에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요리인으로 나아가는 그의 글을 따라가면 음식에 대한 추억만이 아니라 내가 먹는 한 그릇에 담긴 음식에 담긴 정성의 크기가 느껴졌다.

 

 

 

맑았던 영국의 하늘, 런던의 오래된 공기, 한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나눴던 사람들. 황금빛 마들렌과 함께한 점심, 순간 찰나. 너와 나의 웃음을 잊지 못한다. 잊지 않는다.

_ <몽글거리는 따스한 감각, 마들렌>

 

 

 

오늘 나는 누구와 음식을 먹었을까?

그 음식을 먹는 순간의 나는 어땠을까?

내 앞에 앉았던 그 사람은 어땠을까?

그래서 나는 오늘을 언젠가 기억할까?

 

 

다시금 떠올리게 만드는 순간이었나 생각해보았다. 기억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억에 남는다면 더 좋겠지만, 꼭 기억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를 읽으며 끼니를 때우기 위해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이 때때로 위장이 아닌 마음을 채우는 든든함을 준다는 걸 알았으니 말이다. 누군가 함께 먹는 한 끼가 추억이 된다면 좋고, 행복함으로 남아도 충분할 것 같다. 정동현 작가처럼 음식 하나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추억을 담을 수 있도록 행복한 밥 먹는 자리를 자주 만들어야겠다. 우선, 매일 아침과 저녁 부모님과 함께 먹는 식사에서부터. 나의 소울 푸드의 팔 할 이상이 부모님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를 읽으며 정동현 작가와 함께 곱씹을 수 있는 음식을 계절마다 만들어주시는 부모님과 함께 오늘 저녁에는 무엇을 먹을까? 궁금한 마음에 엄마에게 저녁 메뉴를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집 밥"이었다. 시니컬한 우리 엄마의 오늘의 "집 밥"이 궁금해진다.

 

 

 

g*****9 2019.07.17. 신고 공감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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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한 그릇의 진심, 한 숟갈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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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내리면 빨간 낙지볶음만 당기는 것이 아니라 눈을 닮은 맛이 나는 맑은 사케에 절로 입이 간다. 추운 겨울날, 따끈히 데운 잔에 튀긴 복어 지느러미를 넣어 나른히 비릿한 맛이 나는 히레사케는 물론이요, 작은 잔이 어울리는 아릿하게 맑고 차가운 것도 좋다. 흰쌀을 깎고 또 깎아 하얀 중심만 남기고 50퍼센트 이상 깎아낸 다이긴조는 입안에 탁 털어 넣으면 무섭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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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이 내리면 빨간 낙지볶음만 당기는 것이 아니라 눈을 닮은 맛이 나는 맑은 사케에 절로 입이 간다. 추운 겨울날, 따끈히 데운 잔에 튀긴 복어 지느러미를 넣어 나른히 비릿한 맛이 나는 히레사케는 물론이요, 작은 잔이 어울리는 아릿하게 맑고 차가운 것도 좋다. 흰쌀을 깎고 또 깎아 하얀 중심만 남기고 50퍼센트 이상 깎아낸 다이긴조는 입안에 탁 털어 넣으면 무섭게 시퍼런 하늘이 나를 덮치고, 박하사탕처럼 청량한 바람이 나를 감아 돌며, 저 멀리에서는 그 바람에 실린 벚꽃 향이 하늘거리는 듯하다.   p.84~85

돌아보면 삶의 중요한 모든 순간에 음식이 함께 했다. 어린 시절 처음 가족끼리 외식이라는 걸 했던 동네의 경양식 집, 동생은 느끼하다고 했지만 나는 너무 맛있었던 돈까스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 처음으로 독립했을 때, 첫 직장에서 첫 번째 월급을 받았을 때, 첫 남자친구와 근사한 데이트를 했을 때 등등... 뭔가 기념할 만한 일이 생기거나, 오래 기억해두고 싶은 순간에 우리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으러 간다. 그래서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 다시 그 순간을 떠올리게 되면, 항상 그 날의 풍경과 사람과 공기 속에 그날 먹은 음식에 대한 맛과 향기와 분위기가 같이 기억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삶의 모든 순간에는 저마다의 고유한 맛이 자리하게 된다. 마치 이 책 속 글들처럼 말이다.

 

대기업을 다니다 서른을 코앞에 둔 어느 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생각에 사표를 던지고 영국 요리학교로 훌쩍 떠나 요리사가 되었다. 그는 늦깎이 셰프로 일하며 전쟁터 같은 주방 풍경, 음악과 영화와 문학으로 버무린 요리 이야기를 글로 쓰는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가 써낸 한 그릇에 담긴 사람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와 삶의 모든 마디에 자리했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술술 에세이처럼 편하게 읽히는 글들이지만, 저자가 셰프이기 때문에 요리 과정과 재료와 맛에 대한 묘사가 매우 리얼하고 자세하다. 이야기 속에는 간단한 레시피도 포함되어 있고, 독특한 조리법이나 재료에 대한 팁도 소개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다음 날이 되면 다시 똑같은 시간에 눈을 떴다. 몸을 움츠리게 만드는 한기는 익숙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알고 있었다. 나는 침대 밖으로 나갈 것이고 다시 빵을 구울 것이며 갓 국운 빵을 물고 학교에 갈 것이다. 아침을 여는 나만의 신성한 의식이었다. 마치 기도를 하듯 매일 일어나 반죽을 빚을 때면 사위가 조용해지고 신경이 예민해지는 순간이 찾아왔다. 눈을 감아도 오븐 속에서 익어가는 빵이 보였다. 작은 질감의 차이를 손끝으로 알 수 있었다. 마침내 직접 만든 빵, 아무것도 들어가 있지 않은 하얀 빵을 먹으면 나는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듯했다.    p.182~184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부터 뜨끈한 국물 요리가 생각나기 시작한다.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시원한 수박과 빙수부터 먹고 싶어 지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홈파티 음식들을 떠올리며 메뉴를 구상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음식들은 우리의 일상과 고스란히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음식은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지난 시절을 불러오게 만들기도 한다. 쓸쓸하고 외로운 날 엄마가 보고 싶으면,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던 집밥이 생각나고, 지나가다 도시락집을 발견하면 혼자 자취하던 시절 홀로 밥을 먹던 내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순전히 생존을 위한 음식으로 대충 끼니를 때웠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값싼 빵이나 라면도 있고, 근사하게 분위기 내고 싶은 날 먹었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의 코스 요리가 생각나는 날도 있다.

어떤 음식은 나의 지나온 한 시절을 기억나게 만들고, 또 어떤 음식은 함께했던 누군가를 떠오르게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내가 먹어온 음식만큼, 내가 지나온 시간만큼의 추억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라는 한 사람을 이루게 되는 것일 테고 말이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을 낯선 곳까지 오게 하고 밤을 지새우게 하는 것은 그리움이라고. 그들이 먹는 것은 단지 고기뿐만 아니라 불꽃이고 그 불꽃이 이끌어낸 것은 감춰져 있던 기억이라고 말이다. 그는 날이 춥고 속이 헛헛할 때, 하늘은 흐리고 바람은 찰 때 매운 음식이 당긴다고 말한다. 그럴 때 발걸음이 닿을 곳은 정해져 있다고 무교동의 식당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낸다. 그리고 다른 집의 것과는 다르게 매서운 직구처럼 매운맛이 강했던 어머니의 비빔국수, 할아버지를 보내고 먹었던 장례식장의 육개장이 슬픔을 견디게 했던 기억도 그려 낸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영국에서 요리학교에 다니던 시절, 난방을 거의 하지 않아 추웠던 오래된 단독주택에서 새벽 마다 일어나서 빵을 만들었던 일화였다. 수업은 아홉 시에 있었고, 그는 해도 뜨지 않은 새벽 여섯 시에 매번 일어나 주방으로 내려 갔다. 밀가루와 우유, , 소금, 버터, 이스트를 준비하고 계량하고, 반죽하고, 숙성해서 모양을 빚어 틀에 집어 넣고 오븐에 굽는다. 재료 준비에서 완성까지 정확히 1시간 40분이 걸려, 완성된 빵 하나를 입에 물고 문밖을 나선다. 노란 자전거 위에 올라 달리면서 먹던 그 빵 맛을 상상해 보았다. 구수하고, 쌉쌀하고, 고소하고, 부드러운 하얀 식빵. 산뜻한 산미와 달콤한 풍미가 섞여 식욕을 자극하는 그 맛. 학교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빵의 그윽한 향이 몸에 남아 있고, 매끄럽고 부드러운 살결 같은 반죽의 촉감이 남아 있는 그 순간들이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 마음을 쌓는 것같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는 큼지막한 식빵 한 조각에 담긴 그 생의 기쁨을 이해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같은 하늘을 지고 사는, 저 멀리, 혹은 가까이에서 숨 쉬는 당신, 당신이 씹어 삼키는 작디작은 한 숟가락에 담긴 세상'이 문득 궁금해졌다.

 

r*******n 2019.07.1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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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음식을 볼 때마다 추억이 방울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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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음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특별한 추억이 있는 음식 몇 가지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김밥을 보면 어린 시절 소풍날이 되면 부모님이 새벽부터 일어나 싸주셨던 김밥이 떠오른다거나, 짜장면을 보면 중고등학교 졸업식날 온 가족이 학교 근처 중국 음식점에서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거나. 하물며 음식에 관심이 있다 못해 많은 나머지 잘 다니던 직장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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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음식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특별한 추억이 있는 음식 몇 가지는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김밥을 보면 어린 시절 소풍날이 되면 부모님이 새벽부터 일어나 싸주셨던 김밥이 떠오른다거나, 짜장면을 보면 중고등학교 졸업식날 온 가족이 학교 근처 중국 음식점에서 짜장면을 먹었던 기억이 떠오른다거나. 하물며 음식에 관심이 있다 못해 많은 나머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외국으로 요리 유학을 다녀올 정도인 사람이라면 음식에 얽힌 추억이 오죽 많을까.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의 저자 정동현이 꼭 그런 사람이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대기업 유통회사에 다니다가 서른을 코앞에 둔 어느 날, 환갑이 되어 지난 삶을 돌아봤을 때 지금 요리를 배우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표를 내고 호주와 영국으로 요리 유학을 떠났다. 늦깎이 셰프로 열정을 불사르며 열심히 일하다가 현재는 한국으로 돌아와 신세계그룹 F&B 팀에서 일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생의 크고 작은 순간을 덥혀주고 든든하게 해주었던 음식들을 소개한다. 한국인들의 소울 푸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양념 통닭, 닭칼국수, 김밥, 육개장, 잔치국수, 미역국 같은 음식들은 물론이고, 저자의 고향 부산의 명물인 어묵, 돼지국밥, 아버지가 운영하는 당구장에서 즐겨 먹었던 짜장면, 대학과 군대 시절의 추억이 담겨 있는 죽, 대패 삼겹살, 여행과 등산을 좋아하는 저자가 길 위에서 먹었던 차이, 사케, 라면, 우동, 외국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볼로네제, 쌀국수, 과카몰레, 마들렌 같은 음식들도 나온다.


이 책은 단순히 음식에 얽힌 추억 이야기만 들려주지 않는다. 유학 경력을 지닌 프로 요리사가 쓴 책답게 각 음식의 역사와 특징, 외국의 음식 문화와 예절 등에 관해서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저자가 즐겨 찾는 맛집에 대한 정보도 나온다. 예를 들어 냉면은 어디가 맛있고 우동은 어디가 맛있는지 구체적인 상호명이 나와서 유용하다. 부산 하면 돼지국밥이 유명한데 특별히 어디가 맛있다고는 할 수 없고 대부분 평균 이상이라는 정보가 기억에 남는다.

j****y 2019.10.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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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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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의 정동현 저자는 맨 처음부터 요리를 직업으로 시작한 사람은 아니었다.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이들과 비슷한 루트로 회사에 취업을 했고, 월급을 받고 성과급을 받으며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그러다 갑자기 요리라는 것이 미치도록 하고 싶었다고 한다. 보통 우리같은 직장인은 갑자기 하고 싶은 게 생긴다 하여도 그것을 실천하기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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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의 정동현 저자는 맨 처음부터 요리를 직업으로 시작한 사람은 아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이들과 비슷한 루트로 회사에 취업을 했고, 월급을 받고 성과급을 받으며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요리라는 것이 미치도록 하고 싶었다고 한다. 보통 우리같은 직장인은 갑자기 하고 싶은 게 생긴다 하여도 그것을 실천하기까지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결심까지도 엄청난 고민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정동현 저자는 요리가 너무 하고 싶어 일단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한다.

무작정 요리를 위해서 인터넷을 서치했고, 스물아홉 살 여름에 회사를 그만두고 그해 겨울 영국으로 요리를 배우기 위해 갔다고 한다.

정말 무언가를 원한다면 이런 열정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엄청난 추진력을 지닌 남자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나는 하고싶은 것은 많은데 늘 핑곗거리가 많고, 하고자 하는데 돈이 될까하며 걱정부터하는 스타일이이다.

늘 하는 것보다 핑계가 앞서는데 그건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와같은 추진력은 찾아볼 수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떠난 영국에서 요리를 시작했다. 처음 요리를 배우고 시작했기에 텃세도 심했고 타지에서 요리사로 발전하기 위하여 무수한 시간과 노력으로 하루하루를 견뎠다고 한다. 그러나 그 결과 그는 이 책까지 출간하게되었다.

이 책 속에는 그가 먹어온 요리들이 수십개가 있으며 그 요리들의 대한 기억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사실 요리사가 먹어온 요리들이 나온다고해서 엄청나게 대단한 요리들이 소개될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난 더 좋았던 것 같다.

누구나가 한번쯤은 먹어볼법한 요리들이 나오는데 음식을 대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져서 조금 더 진지하게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나도 이 음식을 이런 생각으로 먹었던 적이 있을까?


저자는 현재 의외로 요리사가 아닌 다시 회사원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원했던 요리를 배웠고, 요리사가 되기 위하여 뜨거운 노력을 하였기에 후회도 없고 후련할 것 같다.

정말 그의 타지생활은 뜨거운 요리와 사랑했다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그리고 각 요리에 대해 써내려간 생각을 읽어보면 그가 얼마나 요리를 사랑하고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받고 요리를 한 것은 호주의 생활에서 끝냈다고 한다.

이젠 회사에 다니지만 아직도 요리하던 습관이 베어있어서인지 달걀프라이 하나를 할 때도 그릇까지 전자레인지에 데운 후 먹는다고 하는데 모든 경험은 결코 헛된 것이 없으며, 그 경험이 지금의 그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미치도록 하고자 했던 것을 위하여 도전과 노력을 했고, 다 소진하고와서 다시 제자리를 찾은 기분은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어떤 것에 미치도록 열광한 적이 없던 것 같아, 그런면에서 저자의 열정이 참 부러웠다.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캐치해 노력할 수 있었던 추진력이 부러웠다.

책을 다 읽고 요리사에서 다시 회사원이 되었다는 소식에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요리사가 다시 되어 이 열정으로 익힌 요리르 맛보게 된다면 어떨지 한번 생각해보며 책을 덮었던 것 같다.

z***k 2019.07.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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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서평]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내용보기
인생에서 음식, 혹은 요리는 단순히 배만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영혼까지 채워주는중요한 즐거움이다. 최근 TV를 보면 반 가까이가 요리관련 프로그램일만큼 각광을 받는 이유도 먹는 즐거움이 큰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부산 영도에서 자란 소년이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입학했으니 아마 동네에서는 잔치라도벌였을 것 같은데 잘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두고 서른이란 늦은
"[서평]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내용보기

인생에서 음식, 혹은 요리는 단순히 배만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영혼까지 채워주는

중요한 즐거움이다. 최근 TV를 보면 반 가까이가 요리관련 프로그램일만큼 각광을 받는

이유도 먹는 즐거움이 큰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산 영도에서 자란 소년이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을 입학했으니 아마 동네에서는 잔치라도

벌였을 것 같은데 잘 다니던 회사마저 그만두고 서른이란 늦은 나이에 요리를 배워보겠다고

훌쩍 유학을 떠났단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당구장 아래 중국집에서 먹었던 유니짜장의 맛이나 엄마가 해주었던 김치부침개나

닭칼국수의 맛이 그를 요리의 세계로 이끌었을까. 어찌되었든 영국에서의 요리학교 시절을 지나 호주에서 보낸 쉐프로서의 시간들이 참 고단하게 느껴진다. 낯선 문화, 낯선 요리세계에서 배운 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생이 아니었던가 싶다.

 

 

최근 한류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한국요리도 사랑을 받게 되었다. 김치, 비빔밥에 불고기까지

세계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불에 구운 음식의 역사를 보면 먼 원시시대로 돌아간다.

우연히 불에 그을린 고기를 맛보면서 불에 익힌 음식의 맛에 인류의 진화는 시작되었을 것이란

저자의 주장에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싼 값으로 허기를 달랠 수 있는 간편음식인 김밥에는 누구나 기억되는 추억들이 있을 것 같다.

소풍날이면 꼭 싸가야 하는 음식으로 거의 같은 재료로 만들지만 각각의 맛과 색감으로 거듭나는

김밥에 대한 추억을 안도현의 시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에 빗대는 위트는 이 사람 요리보다

글이 더 맛깔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든다.

'김밥은 내가 먹기 위해 싸지 않는다'라는 말에서 배려가 깃든 음식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런 시각을 가진 사람이 만든 요리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어온다.

 

 

어린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한 시간,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와 기차여행을 하면서 먹었던 우동이며 치킨에 대한 얘기까지 참 따스한 기억들이 묻어있는 책이다.

 

 

요리를 배우겠다는 열망을 지녔던 사람답게 전국적인 맛집을 순례하고 글을 쓰면서 나름의 인생요리를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은 요리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먼 이국에서의 지긋지긋한 고독이

떠올라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렇게 인생과 요리를 잘 버무리는 솜씨가 있으니 분명 괜찮은

쉐프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요리를 배우고 지금은 글을 쓰는 다재다능한 쉐프의 글요리에 맛있는

한상 잘 먹었다.

h********5 2019.07.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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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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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길다.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는 회사원이었던 머리 좋은 남자가 뒤늦게 요리사가 되어 요리에 대한 그의 인생을 버무려 글로 표현한 책이다. 요리이야기이기에 읽는 내내 식욕이 솟구친다.  그런데 또 읽다보면 목이 메어오거나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음식과 관련된 그의 삶이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수히 많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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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길다.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는 회사원이었던 머리 좋은 남자가 뒤늦게 요리사가 되어 요리에 대한 그의 인생을 버무려 글로 표현한 책이다. 요리이야기이기에 읽는 내내 식욕이 솟구친다.

 

그런데 또 읽다보면 목이 메어오거나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음식과 관련된 그의 삶이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음식과 연관지어 있기도 했다. 어린 시절 온가족이 외식할 때 먹었던 모듬회, 데이트 할 때 먹었던 경양식 집의 돈까스, 여행가서 먹었던 현지음식, 맛집을 수소문해 몇 시간을 기다려 먹은 음식들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정쉐프 역시 그랬다. 당구장집 아들로 자라면서 외식이 주는 힘은 컸다.

 

그가 말하는 그리움의 맛은 유년시절의 추억과 어울리는 맛이었고, 그를 일으켜 세운 순간의 맛들은 지금의 그를 만들어준 토대와도 같았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는 뜨거우며 짜고 달았던 시간의 맛은 비교적 근래의 그의 음식들이다. 참 많은 맛이 책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듯 하다.

 

요리를 나이들어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 좁은 주방에서 험하고 고되게 많은 시간을 일했던 그는 서 있는 법, 생각하는 법, 걸어 다니는 법까지 새로 배워야했다. 30년 동안 가지고 있었던 그라는 정체성은 요리 앞에서 무너져야 했고 요리사로 다시 태어나야만 했다. 아프면 라면을 약처럼 먹으며 쓴소리도 달게 받아가며 그는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돈까스 접시를 깼던 소년은 이렇게 멋지게 자랐다.

 

삶과 음식을 버무리는 칼럼리스트 정동현의 이야기는 음식의 맛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동시에 인생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때론 고되고 때론 뜨겁고 때론 짜고 때론 달았던 인생이었기에 지금은 그 누구보다 그 맛을 잘 낼 수 있는 자가 되었을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빈 그릇도 달리 보인다. 빈 그릇 속 그리움이 내게 다가오는 듯 하다.

c*********1 2019.07.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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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없는 입맛도 돌아오게 하는 맛깔스러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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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생각해 보면 하루 두, 세끼 꼬박 먹는 음식의 종류는 얼마나 다양하고 많았을까? 부족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유롭지도 못했던 어린 시절, 젊은 두 부부는 사 남매를 최선을 다해 키웠다고 떠올린다. 무언갈 조르지 않아도 어떻게 아셨는지 요즘 유행하는 음식이라며 미제 프랑크 소세지, 스팸, 코코아 등을 사 오셨던 아버지. GOD의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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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생각해 보면 하루 두, 세끼 꼬박 먹는 음식의 종류는 얼마나 다양하고 많았을까? 부족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유롭지도 못했던 어린 시절, 젊은 두 부부는 사 남매를 최선을 다해 키웠다고 떠올린다. 무언갈 조르지 않아도 어떻게 아셨는지 요즘 유행하는 음식이라며 미제 프랑크 소세지, 스팸, 코코아 등을 사 오셨던 아버지. GOD의 ‘엄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를 들었을 땐 입학, 졸업 때면 동네 중국집에서 엄마와 함께 마주 앉아있었던 단편적인 기억들이 떠오르곤 했다.

삶의 모든 마디에 자리했던 음식에 관하여

서른을 코앞에 둔 어느 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사표를 내고 영국 요리학교로 유학을 떠나 늦깎이 셰프로 요리 열정을 불사른 정동현 셰프. 그가 살아왔던 삶에 함께 했던 음식들과 경험했던 현장과 음식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음식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노라면 음식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하나둘 떠오르기도 했다.

특별한 날이면 특별한 음식으로 그날을 기념해주곤 하셨는데, 꽤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가 부모님의 나이보다 더 먹어 그 시절을 추억하며 이야기하다 보면 사 남매에게 각자 다른 기억으로 남아있는 걸 보면 ‘음식’은 단순히 생을 유지하기 위해 먹는 게 아닌 시간과 시절의 음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한 번쯤 먹어봤던 음식이라, 또는 비슷한 추억이 있어, 읽으면서 때론 더 군침이 돌기도 했지만 인생을 떠올리게 했던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요 며칠 입맛이 없다는 핑계로 끼니 거르기를 자주 했는데, 없는 입맛도 돌아오게 하는 맛깔스러운 글이었다.

33p.

어묵 하면 반찬이 아니라 소주가 생각나는 어른이 된 지금,

갓 나온 어묵을 먹던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50p.

김밥은 한국에서 가장 싼 음식 중 하나다. 어설프게 원가 타령을 하며 어떻게 김밥 한 줄에 몇천 원이냐 하는 불평은 재료비 외에 드는 부대비용과 노동력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엉터리요, 허리를 숙여 김밥을 마는 곱은 손을 보지 않는 못된 심보다.

...중략...

김밥은 내가 먹기 위해 싸지 않는다. 누구를 먹이기 위해 만드는 음식이다. 그래서 더 애틋한 음식이다. 그래서 그 한 줄로 배가 차고 때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이다.

85p.

분주함 속에 다시 찾아온 오늘, 기어코 찾아올 내일, 그사이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며 한 숟가락을 목구멍으로 넘긴다. 문득 궁금해진다. 같은 하늘을 지고 사는, 저 멀리, 혹은 가까이에서 숨 쉬는 당신, 당신이 씹어 삼키는 작디작은 한 숟가락에 담긴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신경 써본 적 없다고, 배만 부르면 된다고 말하지 말길. 독하지도 순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생은 추억 없는 인생처럼 너무 쓸쓸하니까.

131p.

그는 바다를 건너 한국에 왔고 한국에 오면서 우동을 가지고 왔다. 어디론가 떠나고 떠나지만 결국엔 어디론가 도착하고야 마는 삶. 누군가를 먹여야 하는 삶. 그 오고 감에 우동이 있고 그 한 그릇이 한 사람을 일어서게 하고 종국엔 생계를 지게 한다.

154~156p.

‘장사 안 되고,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칼을 갈았다. 오늘은 두 시간 정도 갈았던 것 같다. 둥근 칼이 이제 일자가 됐다.’

나를 얼마만큼 갈고 또 갈아야 할까? 잠을 이루지 못했고 바다 건너 울적할 때마다 칼을 갈았던 이를 떠올리며 아침을 맞이했다. 몇 해가 지난 지금도 나는 칼을 잡을 때의 짜릿함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나를 피로하게 만들고 한밤중 울게 하였던 그 막막함 역시 마찬가지다.

176p.

취업 준비를 하며 홀로 밥을 먹던 이십 대 후반, 그 시절 나는 냉이를 듬뿍 넣은 된장찌개에 얼마나 힘을 얻었던가? 웃자라 버려 쓸모 없어진 냉이 줄기처럼 몸만 커지고 나이만 들었다며 자책한 순간은 없었던가? 시간이 갈수록 지난날에 대한 후회와 연민만 많아진다. 찬란한 봄처럼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본 서평은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d******7 2019.07.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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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양념 뒤에 푸근한 국물 같은 맛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매운 양념 뒤에 푸근한 국물 같은 맛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내용보기
매운 떡볶이를 먹다 보면 뜨끈한 어묵 국물이 땡긴다. 알싸한 음식을 먹은 뒤에는 자연스레 그 맛을 감싸주는 뜨듯한 국물이 끌린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어둡고 자극적인 책을 읽은 뒤에는 마음을 달래주는 에세이가 땡긴다. 퇴사를 한 이후 줄곧 추리 소설만 읽던 나는 감사하게도 수오서재에서 제공해준 이 책으로 따스한 낮의 햇빛 아래서 군침이 도는 에세이를 읽을 수 있었다. 자극
"매운 양념 뒤에 푸근한 국물 같은 맛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내용보기

매운 떡볶이를 먹다 보면 뜨끈한 어묵 국물이 땡긴다. 알싸한 음식을 먹은 뒤에는 자연스레 그 맛을 감싸주는 뜨듯한 국물이 끌린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어둡고 자극적인 책을 읽은 뒤에는 마음을 달래주는 에세이가 땡긴다. 퇴사를 한 이후 줄곧 추리 소설만 읽던 나는 감사하게도 수오서재에서 제공해준 이 책으로 따스한 낮의 햇빛 아래서 군침이 도는 에세이를 읽을 수 있었다.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싱겁지도 않은 맛있는 책을.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런 말을 했다. "왜 우리가 때로 국수 한 그릇에 눈물을 흘리고 가슴이 북받쳐 오르는지 작은 실마리를 찾고 싶었다."라고. 나도 궁금할 때가 있었다. 간단한 음식인데도 왜 아련한 감정이 느껴지는지. 그 의문을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저자와 함께 깨달아 간 거 같다. 왜 빈 그릇 위로 여전히 내 추억이 머물고 있는지. 기억을 따라 왜 내 감정이 새삼 피어오르고 있는지도.

이 책은 '1. 그리움의 맛', '2 나를 일으켜 세운 순간의 맛', '3. 뜨거우며 짜고 달았던 시간의 맛'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의 글을 읽다 보니 나도 떠오른 기억이 있었고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그의 이야기인데 내가 추억 여행을 하는 기분이라 좋았다. 그렇다면 나도 차례대로 나열해볼까? 그리움을 느끼게 만든 맛, 나를 일으켜 세운 맛, 잊을 수 없는 시간의 맛 순으로.

나에게 그리운 맛은 '초코 케이크'이다. 지금도 단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릴 때도 초코 케이트는 경외의 대상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맛있을 수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어렸을 때 엄마가 초코 케이크를 만들어준 적이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맛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행복했었다는 사실은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 종종 엄마한테 다시 만들어달라고 조르고 있지만 안 해준다(시무룩...). 글쓰는 김에 다시 한 번 졸라보아야 겠다. 아무튼 다시 한 번 그때의 감정을 느끼고 싶다. 그래서 초코 케이크는 내게 '그리움의 맛'이다.

엄마 얘기가 나온 김에 나도 저자처럼 비빔국수 얘기 한 번 해볼까. 우리 엄마는 비빔국수를 자주 만들어주는데 진짜 맛있다. 부족한 어휘력 탓에 맛을 세세하게 묘사하진 못하겠지만 적당히 매콤하고 적당히 짜서 좋다. 여기에다 만두나 해쉬브라운을 같이 먹으면 정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따라하면 맛이 없다. 언제 한 번 엄마가 나 해 먹으라고 비빔국수 재료를 준비해놓고 나간 적이 있었다. 그대로 큰 그릇에 비벼 먹었는데 면맛(...)밖에 안 나더라. 저자도 그런 모양인지 이런 구절이 있었다.

"이 맛을 쫓아 어릴 적부터 어머니의 비빔국수를 무던히 따라 했건만 여전히 내가 하면 맛이 나지 않는다."

분명 같은 재료인데 왜 그럴까? 라면도 그렇다. 내가 끓이면 그저 그런데 아빠가 끓이면 그렇게 맛있다. 어른들 만의 손맛이 있는 걸까...앞으로 나는 계속 엄마의 비빔국수, 아빠의 라면을 찾을 거 같다.

그런 의미로 '나를 일으켜 세운 순간의 맛'으로 라면을 꼽아볼까. 어릴 때 일요일 아침마다 신라면을 먹었는데, 아빠가 라면 먹자고 하면 못 일어나가도 벌떡 일어났다. 아빠는 정말 라면을 잘 끓였다. 지금도 그렇다. 그때나 지금이나 말 그대로 '나를 일으킨 음식'이다. 이런 영향 탓일까. 난 매운 걸 잘 못 먹는 데도 매운 음식을 좋아하게 됐다. 어느 순간부터는 우울한 날이면 매운 음식을 먹게 됐다. 그중에서도 난 짬뽕을 시켜 먹었다. 라면이 저자한테 몸과 마음이 아프면 찾게 되는 음식이었다면, 나는 짬뽕이 그랬다. 중학교 2학년, 아직도 기억난다. 내 생일날, 급식 시간에 같이 먹으러 갈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작 그 친구는 날 거들떠 보지도 않고 다른 반 친구들과 밥 먹으러 가버렸다. 그날 나는 밥도 먹지 않고 조퇴했다. 엄마는 우울한 나를 위해 짬뽕과 탕수육을 시켜줬다. 그때 이후로 우울한 날에는 짬뽕을 먹게 됐다. 저자는 라면의 끈끈한 맛이 밤새 지워지지 않았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이상하게 그날 먹었던 매콤하고도 우울했던 짬뽕의 맛이 잊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가 시켜준 짬뽕 덕분에 최악은 아닌 하루였다. 그래서 짬뽐의 그 맛은 '나를 일으켜 세운 순간의 맛'이다. 지금도 여전히 내가 우울해 하면 엄마가 말한다. "짬뽕 시켜줄까?"

짬뽕이 내 우울을 달래주는 음식이라면 내 행복을 더해주는 음식은 '감자튀김'이다. 감자튀김이라고 하니 간단한 걸로 기분을 좋게 하는 구나 싶겠지만 난 정말 감자튀김을 좋아한다. 위에서 비빔국수랑 해쉬브라운이랑 같이 먹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난 교회가 끝나고 오는 길이면 매번 햄버거 세트를 포장해왔다. 질릴 법도 한데 거의 한 번을 빼놓지 않고 사왔다. 하물며 지금보다 수중에 돈도 없었던 시절인데 돈을 아끼고 아껴 햄버거를 사먹었다. 오는 길에 콜라 한 모금, 감자튀김 하나 꺼내먹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감자튀김만 포장해온 적도 많았다. 그래서 감자튀김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시간의 맛'이다. 짭잘한 감자의 맛이 너무 좋다. 저자는 감자튀김을 '감자의 은은한 단맛, 기름의 고소함, 바삭한 식감'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표현이 딱 맞다. 그런데 나한테는 감자튀김은 '무척 간단한 음식'으로 여겨졌는데 요리사였던 저자한테는 집착에 가까운 정성을 쏟는 음식이 감자튀김이었다. 이래서 모든 음식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 하나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작은 실마리'를 찾고 있다고 했고, 에필로그에서는 '기억나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기억을 더듬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숨겨진 추억들이 우리 머릿속에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억나지 않는 이름들, 기억나지 않는 요리들. 만약 그것을 찾고자 하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어쩌면 기억하고 싶었던 이름들과 요리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저자의 말을 빌려 '시간을 밀려나고 사람은 잊히'지만,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의 사라지지 않은 기억을 찾아 떠나는 추억의 여행이 되어줄 것이다.

※이 책은 출판사의 제공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u******1 2019.07.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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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 정동현 셰프 맛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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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추억과 공유된다고 한다.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이 성인이 되어서도 잊히지 않고 남아있는 기억이 있을 거다. 소풍 때면 싸주시던 엄마표 김밥, 밀가루를 손수 치대 반죽하고 멸치나 닭 육수를 끓여 먹던 손이 많이 가던 칼국수, 방금 튀겨 온기가 있던 탱탱한 어묵, 돈가스를 떠올릴 때면 아버지를 떠올려 보는 기억, 육개장 한 그릇이 슬픈 음식임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어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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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추억과 공유된다고 한다. 어릴 적 먹었던 음식이 성인이 되어서도 잊히지 않고 남아있는 기억이 있을 거다. 소풍 때면 싸주시던 엄마표 김밥, 밀가루를 손수 치대 반죽하고 멸치나 닭 육수를 끓여 먹던 손이 많이 가던 칼국수, 방금 튀겨 온기가 있던 탱탱한 어묵, 돈가스를 떠올릴 때면 아버지를 떠올려 보는 기억, 육개장 한 그릇이 슬픈 음식임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어릴 때 먹던 음식을 지금 마주하면 추억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게 되는 이유다. 맛은 고로 기억이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몸이 먼저 반응하는 신비한 경험이다. 《그릇을 비우고 나면 많은 것이 그리워졌다》는 정동현 셰프의 맛지도를 녹여 놨다. 먹었던 음식과 함께 감정을 소환한다. 밥 한 번 먹자는 한국인의 말속에 담긴 온기를 가늠하게 만드는 작은 행복이다.

 

 

멀쩡한 대기업을 막차고 나와 영국 유학길에 오른 사람, 부산의 당구장 집 아들로 자라 당구장의 짜장면을 일찍이 알던 사람, 군대에서 취사병으로 차출되어 칼과 춤을 추었던 사람,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수년간 호주 멜버른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들었던 생각들을 책 속에 담았다.

 

 

 

마치 음식 하나하나에도 고유한 색깔이 있다면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느끼는 천차만별의 맛을 자신만의 레시피로 조리해 글로 써냈다. 같은 음식을 먹고 자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맛을 아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면 망상일까? 책 한 권을 아껴가며 읽는 나를 보며 가장 맛있는 부분을 제일 마지막에서야 먹는 식성이 드러났다. 이렇듯 책은 배를 채우기 위한 음식을 떠나 영혼을 치유하는 테라피의 기능을 갖는다.

 

 

그동안 잊고 있던 음식 고유의 맛을 제대로 탐미하는 시간이었다. 엄마의 아빠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해주시던 음식 한 그릇의 철학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매운맛, 짠맛, 신맛, 쓴맛을 제대로 표현한 맛지도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비싼 음식이 비단 좋은 음식임이 아님을 오늘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생각한다. 허기진 영혼을 채우는 당신의 음식은 무엇인가?

 

 

 

 

 

 

d*****9 2019.07.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