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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험한 책>이라는 제목, "어떻게 한 권의 책이 600만 명을 학살하게 되었나"라고 크게 적힌 띠지, 한 권의 책을 입수하기 위한 나치 친위대원들의 빌라 폰타데모 습격 과정이 영화의 오프닝처럼 표현된 이 책의 프롤로그,,,, 하하, 여기에 낚이셨는가? 이런 책으로는 의외적으로 7000부 넘게 팔렸는데 왜 리뷰가 한 편도 없을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책 구입 당시의 기대와 달라 살짝 당황하거나 아예 이 책 읽기를 포기할지도 모르실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쓴다. 이 책은 <게르마니아> 본 책과 필사본이 세상에 등장한 경위와 <게르마니아> 오독의 역사를 건조하게 추적한 책이다. 결코 흥미진진한 픽션적 성격을 가미한 대중 역사물이 아니다. 물론, 이 책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읽을만하다. 독자 자신이 이 책을 읽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에 맞춰 기대를 하고 읽는다면. 그러나 기본적인 독일사와 대략의 유럽사를 모른 상태에서 읽는다면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바루스 전투에 대해 모른다면, 아르미니우스(헤르만)이라든가 토이토부르크 숲이 뭔지 모른다면, 유태인 학살 과정의 뉘른베르크법을 모른다면, 게르만 신화와 바그너 악극의 관련성을 모른다면,,, 이 책은 "낚였다!"라는 기분만 들게 만들 수도 있다.
<게르마니아>는 고대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가 게르만족에 대해 쓴 역사책이다. 당시 타락해가는 로마 지배계층에 경고하기 위함인지 타키투스는 로마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인 게르만족의 야만성과 더불어 육체적 강건함과 전쟁시의 용맹함 등 미덕 또한 기록해 두었다. 이 책은 잊혀졌다가 근대 독일 통일 운동 시기에 독일민족 지식인들 사이에서 재조명 받게 된다. 고대 게르만의 사료가 양적으로 매우 부족한 실정에 게르만족의 장점이 정확히 문자로 기록된 이 책은 곧 민족이식이 없는 분열된 독일 민중에게 민족적 자긍심을 불어넣게끔 이용된다. 중세를 거치면서 필사되는 과정에 이미 약간의 왜곡이 가해진 이 책은 프로이센 주도의 통일과 나치 시절을 거쳐 대대적으로 왜곡되고 의도적으로 오독된다. 이러한 <게르마니아>의 오독 과정과 왜곡 실례 등을 저자인 고전학 교수 크레브스는 해박한 언어 능력을 가지고 방대한 자료를 추적하여 독자에게 전달해준다.
사실 고대의 게르만족이란 매우 추상적이고 범위가 넓은 민족 개념이었고, 현대의 독일 민족울 비록 '게르만'이란 단어로 표기한다고는 해도 그때 그 고대 게르만족의 직계 순혈 후손이라고 볼 수도 없다. 히틀러나 나치 친위대 총사령관 히믈러, 그외 독일의 권력자들이 그렇게 주장했더라고 해도 이는 역사적 근거가 있어서 한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자신들의 현실적 이익을 얻기 위해, 자신들의 주장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역사적 권위를 지닌 <게르마니아>를 인용했을 뿐이다. 결국 위험한 것은 고대 문헌인 <게르마니아> 책 자체가 아니라 책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 보고 한 구절을 침소봉대하여 이용하는 현재의 독자들이었다.
'낚이셨는가'라며 건방지게 이 글을 쓰기는 했지만, 사실 나도 이 책의 진가를 제대로 알고 읽지 못했다. 라틴어와 독일어를 모르기에, 저자 크레브스가 필사본 변형 과정을 추적한 부분의 묘미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 읽기를 주저하거나 겁낼 필요는 없다. 대중 역사책 읽기에서 중요한 것은 세부사항의 정확한 이해라기보다 전체를 관통하는 저자의 주제의식 느끼기라고 난 생각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좋은 대중역사서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확실한 주제의식, 즉 왜 우리가 이미 지난 과거 역사를 알고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독자에게 명확히 주기 때문이다.
비단 <게르마니아>에 대한 해석 뿐이겠는가. 과거 역사 해석을 놓고 벌어지는 국가별 분쟁이나 겨우 스포츠 행사일뿐인데도 과도한 민족 이데올로기의 주입을 유도하는 지배계층의 행태를 보라. 자신이 속한 계급의 이권을 정확히 드러내는 정치인의 역사 발언을 보라. 역사 왜곡과 민족 신화를 주입하여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고 600만 유태인을 학살한 나치는 지금도 우리 곁에 널려 있다. 이렇듯 과거 역사를 해석하고 이용하는 시각을 보면 현재의 각 집단간의 이권얽힘이 보여 그들의 정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역사서 독서, 매우 유익하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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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험한 책/ 크리스토퍼 B.크레이브/이시은/민음인/2012 최근에 자유의 역사, 개인의 탄생과 같은 책들을 읽다가 보니 그리스도교가 서구사회에 광범위하게 미치게 된 영향과 관련된 책들을 살펴보다가 예루살렘전기를 덥썩 물었습니다. 그런데, 도착된 책은 엄청 어마무시하게 겁나게 두꺼운 겁니다. 아, 내가 몇 페이지인지 안 살펴봤구나. 도저히 짧은 시일에 끝낼 거 같지 않아 숨고르기를 할 겸 도서관에 들러 이 책을 짚어들었습니다. 요새 또 금서가 유행아닙니까. 그러고 보니 금서라는 책도 나왔다지요. 시대를 알려면 금서를 읽어야 한다는 말도 있구요. 저는 아무 생각없이 그런 것에 관한 책이 아닌가 하고 집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금서는 커녕 권장도서였습니다. 그것도 아주 왜곡된. 게르마니아는 말그대로 게르만 민족에 대한 타키투스의 이야기집 같은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내려오고 있고, 우리나라 말로 번역된 책도 있죠. 아주 짧다고 하는데 아직 직접 읽어보지도 못했으며,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타키투스는 로마의 영역 안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 중에도 게르만 족 출신이 당연히 있고, 저 라인강가 동쪽으로 로마에 편입되지 않고 살아온 게르만 족들이 자기들 살고 싶은 데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당연히 로마인의 입장에서 야만인에 관해 그들의 문화나 풍습이나 외모나 등등을 설명했을 것이고 아마도 중국에서 오랑캐를 설명하는 양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 자체로는 따라서 문제될 것도 없고, 어찌보면 별 대단할 것도 없는 그저그런 책이 되었을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 책이 이탈리아 인본주의자들의 눈에 띠면서 프랑크 왕국 즉 신성로마제국의 게르만족과 연결이 되어버립니다.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인 우아한 야만인이 되는 거죠. 19세기에 이르러 독일도 통일을 이루게 되고 우리에게도 유명한 피히테 같은 사람들도 이토록 유서깊고 우아한 게르만족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글을 쓰게 됩니다. 마침내 히틀러의 충신 히믈러는 누구보다도 우수하고 아름다은 아리아인의 후예인 게르만족에 대한 기원을 여기에서 찾습니다. 조상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왜곡하면서 말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라틴어를 직접 읽는 이들은 점차 사라졌고, 결국 그 지역의 언어, 나중에는 그 국가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한 것을 다들 읽었기 때문에 교묘하게 윤색되고 고의적으로 탈락시킨 것을 일반 대중이 알아차리기는 힘들었을 겁니다. 우생학이라는 어이없는 과학적 오류라할 수 있는 학문이 유행하기도 할 때라서 여기에 더 부채질한 것 같기도 하구요. 결국 게르마니아는 신화도 희극이나 비극도 아니면서 고전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광기로 몰아간데 일등 공신중의 하나가 되어버린 가장 위험한 책이 되어버린 겁니다.
사람도 아닌 책의 여정이긴 하지만 이 책이 2천년에 가까운 세월을 지나 여태까지 살아남으면서 만신창이가 되어 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져 있어서 정말 오랜만에 괴로워하지 않고 즐겁게 책을 읽었습니다. 세월이 2천년이니 그 세월만큼의 역사도 묻어나고, 재밌으면서도 깊이도 있었다고나 할가요. 아쉽게도 절판이 되었다고 하는데, 중고서적이라면 혹 구할 수 있을지 모르니 즐거운 독서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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