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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은 크게 자연지리학과 인문지리학으로 나뉘는 이원성을 보이는 학문이다. 이 책은 4명의 전공자가 지리학 중에서도 인문지리학에 대해 개론서를 표방하며 쓴 책이다. 기존에 출간된 인문지리학 개론서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른 딱딱하고 전통적인 개론서와는 차별적으로, 독자가 지리학의 세계로 입문하기 쉽도록 써진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친절함'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전통적인 개론서의 구조를 탈피하여 인문지리학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하고,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주면서, 동시에 지리학의 전통적인 내용을 소홀히 하지 않으며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전체적인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1장에서 지리학은 백과사전적인 학문이라기보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가장 잘 담아내는 학문이다(p.26)고 말한다. 지표 위에서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규명하는 가장 '인간적인' 학문인 지리학이 사회적으로는 '지명 외우기'로 오해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지리학이 스스로 학문적인 정체성을 명료하게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요즘 같은 초학문적인 시대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개별 학문이 서로 배타적인 연구대상을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연구 대상이라도 개별 학문 고유의 시선(gaze)으로 바라보는 시대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 1장에서는 지리학의 기본 개념을 서로 비교하며 설명하면서, 지리학의 고유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을 시사하고 있다. 오늘날 지리학의 연구 대상이 흐려지고 있고 초학문적인 접근이 크게 부상하는 상황에서 지리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찾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이미 다른 학문과 공유하고 있는 연구 대상에 대해 지리학만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지리적 개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위에서 다루었던, 위치, 장소, 공간, 지역, 경관, 그리고 스케일과 시간은 모두가 지리적 사고력을 펼쳐가기 위한 기본 개념이다. 이들 개념에 대한 이해는 지리적으로 생각하고, 지리적으로 행동하기 위한 단초일 뿐만 아니라, 지리학의 고유한 시선이 지향해야 할 귀결점이기도 하다.(p.42) 이어지는 2장에서는 지리학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전통이 있는 학문이라는 측면을 재인식하고 또한 과거의 지리학 쟁점을 살펴보면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다. 3장에서는 지리학의 핵심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는 지도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지도에 대한 정의를 갱신하여, "지도란 3차원의 지표 세계를 2차원의 평면 위에 선택적으로 재현한 것이다"(p.79) 라고 할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을 통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근대적 지도만을 상정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리적 지식이 선택 및 배제되고 또한 이데올로기에 영합하는 과정에 대해 규명하고 있다. 4장에서는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라는 지리학의 철학적 기반을 다지는 의미에서, 환경론에 대해 다루고 있다. 무비판적인 생태론은 모순을 가져온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풍토론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동서양의 자연관을 비교하면서, 최근 강조되는 '사회적 자연' 등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 장은 개인적으로 배경지식이 많이 부족해서 읽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리학의 철학적 기반을 이룬다는 점에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5장에서는 일반인은 물론 지리학 전공자마저도 가장 오해하는 부분인 풍수지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저자는 터 잡기라는 미신적 측면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자연관으로서 '풍수 사상'을 지리학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전통시대 우리나라에서 풍수 사상은 시대적 맥락에서 과학적이고 권위적인 지식이었다는 점을 말한다. 이러한 관점은 현재 남아있는 전통 경관을 해석하는 데도 유용할 것이다. 6장에서는 바로 전통 경관이라고 할 수 있는 촌락 지역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지역의 촌락 유형을 소개하고,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촌락인 '종족 촌락'에 대해 사회지리적 관점으로 연구하는 모습을 제시한다. 종족 촌락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영역성(territoriality)을 창출하는(p.203) 과정이고 또한 조선시기의 유교 이념과 같은 사회적 이데올로기가 반영된 결과(p.203)라는 해석이다. 수많은 전통 경관을 보면서 그저 '우리나라의 자랑스런 유산'이라는 피상적인 접근만 할 뿐이었는데, 이 책에서 제시한 관점을 통해 우리 전통 촌락경관이 새롭게 발견되는 느낌이 들었다. 7장에서는 우리나라 도시의 원형인 읍성을 상징경관으로 보고, 경관 형성의 주체인 권력자들이 읍성 내 공간 배치를 어떻게 하였는지를 보여준다. 읍성은 국가 권위의 상징이자 지방의 행정 중심지로서 발전해가는(p.223) 동시에 양반들에게는 '멸시의 공간'이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또한 이러한 읍성의 권위적 경관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일제에 의해 해체되면서, 상징적 권위도 동시에 해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8장에서는 포스트모던 경관 읽기의 방법과 그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경관 읽기는 앞서 5, 6, 7장에서 제시한 그것이다. 이 장을 5, 6, 7장보다 앞에 두지 않은 점이 궁금했다. 9장에서는 인간이 만든 공간인 도시의 탄생 및 발달 역사를 동, 서양으로 나누어 짚고 있다. 그리고 10장에서는 '도시의 안과 밖'이라는 제목 하에 도시구조론 및 도시체계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도시지리학의 분야인데, 도시구조가 형성 및 분화되는 과정을 경제, 사회, 정치 등 다양한 차원에서 설명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도시체계론에서는 개정2판으로 넘어오면서 보강된 부분이 있다. 경제의 세계화의 핵심적 과정(p.359~), 그리고 네트워크 도시 관점에서 세계도시체계의 연결성을 규명하는 방법(p.362~) 이 그것이다. 예전부터 "네트워크 도시는 계층성이 없다고 했는데 왜 세계도시체계에서는 계층성을 규명할까?"라는 의구심이 들면서도 학문적 텍스트의 권위에 눌려 의문을 가지지 못했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 비밀이 풀릴 수 있어서 유익했다. 11장은 경제지리학의 분야이다. 경제활동과 산업의 입지를 지리학적 관점으로 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언급한 뒤, 공업 및 서비스업의 입지론 및 발달과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한편 이 장에서도 개정2판에서 보강된 부분이 있는데, 중심지 이론에서 문턱값과 도달거리를 설정할 때 공급자 및 수요자 관점에서의 설명(p.393~), 그리고 이종 업종이 집적되면서 고차->저차로 하향식 중심지 계층이 형성되는 과정의 상세한 설명(p.399~) 이 그것이다. 중심지이론은 인문지리학의 핵심적인 이론이어서 대부분의 책에 소개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론을 접할 때마다 전개 과정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번 보강된 부분은 독자가 햇갈려 할 만한 내용을 잘 포착하여 추가적인 비계(scaffolding)를 제공하는 의미가 있었다. 12장은 통상적으로 지역개발이라 불리는 분야이다. 지리학에서 지역개발 분야를 다루어야 하는 근거로 '공간 정의'를 제시하고, 이러한 관점에서 기존의 지역개발 이론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지역 불균등 발전의 과정과 그 문제점을 세부적으로 짚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기존 인문지리학 개론서에서 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신선했다. 그리고 '지방'에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공간 정의에 부합하는 우리 국토의 발전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한편 4명의 저자들의 세부 전공에서 '사회과학적 지리학' 전공자가 1명밖에 없어서, 이에 해당하는 경제지리학, 도시지리학 등이 다른 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점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 책은 인문지리학의 세계로 입문하는 가장 효과적인 책이 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 인문지리학의 매력을 깨닫고 우리의 삶의 공간을 지리적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이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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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리학을 통해 인간 사회를 정확하게 이해하고자 하는 인문지리학. 복잡한 기호와 지도를 분석하는 것만이 아닌 구체적이고 흥미있는 사례를 중심으로 쉽고 재미있는 인문지리학에 대한 설명으로 세상을 인문지리학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