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부터 마음을 사로잡았던 책. 파스칼 키냐르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면서 출간한 책들을 검색했었는데. 그중 제일 먼저 시선이 간 책이었어요.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워요. 뭐리 더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저 아름답습니다 물성도 문장도 다 아름다운 책이에요. 크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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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키냐르 특유의 사색적이고 고요한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소설의 중심에서 정원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지나간 시간과 상실,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사랑을 화려하게 묘사하기보다, 사라진 뒤에야 또렷해지는 감정의 흔적을 조용히 보여주는 데 사랑했던 시간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그 덧없음을 생각하게 해준다.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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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보하다. 평소 별로 들을 수 없는 낱말, 기보하다(記譜하다)는 ‘악보를 기록하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다. 바람 소리, 갈대 소리, 나무에 떨어지는 소낙비 소리, 뜨개바늘이 내는 따닥 따닥 소리, 맥박 소리, 심지어 우산이며 외투 같은 사물에서 나는 독특한 소리까지 오선지에 기보가 가능한 걸까? 작가 파스칼 키냐르는 2017년 출간된 이 작품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는, 1991년 발표한 ‘세상의 모든 아침’과 쌍을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26년의 간격을 두고 출간된, 17세기 연주자이자 작곡자인 생트 콜롱브의 이야기와 19세기 기톨릭 사제이며 최초로 새소리를 기보한 음악가인 시미언 피즈 체니의 이야기는 1. 집필 동기가 동일하고(우울증과 겨울을 견디기 위한 글쓰기) 2. 주제가 동일하고(음악이란 무엇인가) 3. 접근 방식이 동일하고(과거에 매몰된 인물을 소환하고, 지극히 빈약한 정보를 토대로 망자의 삶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하기) 4. 주인공의 상황이 동일하다(사별한 아내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음악으로 승화시키기)는 점에서 그러하다. 물론 큰 줄기는 거의 동일하지만, 세상에 똑같은 두 개의 물방울이 없듯이, 가지를 뻗어 감에 따라 둘 사이의 크고 작은 차이점들이 점차 드러난다. 좀 더 두드러진 차이는 장르이다. ‘세상의 모든 아침’이 소설이면,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는 소설과 희곡의 중간, 혹은 이야기와 산문시, 희곡이 어우러진 형태라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이 작품의 주인공 시미언 피즈 체니는 아내가 죽고 난 뒤, 아내가 사랑했던 사제관 정원의 모든 사물이 내는 소리를 기보한다. 그렇게 추억의, 그리운 행동을 해보는 것으로 아내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승화시키고자 했다.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체코슬로바키아의 작곡가인 드보르자크는 유일하게 체니의 작품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1893년 여름 내내 갓 출간된 체니의 ‘야생 숲의 노트’를 읽고는 그렇게– 단지 사제의 책을 읽고, 기보하면서, 혹은 나무들과 갈대밭에 가득한 새들의 소리를 기보하면서 - 명곡 현악 4중주 제12번을 썼다고 한다. 이 책에는 내레이터와 사제 시미언, 그리고 딸 로즈먼드가 등장한다. 그리고 어두운 무대에서는 에바가 떠오른다. 최소한의 소도구를 놓아 연출된, 널찍한 무대에서 인물들은 고요하고 느리게 움직인다. 어두운 무대를 나누는 대각선 바로 바깥에 놓인 소품은 양철 물뿌리개 하나. 대각선 바로 안쪽에 있는 소품들은 - 여자용 케이프들과 개버딘 레인코트들, 외투들이 걸린 옷걸이 하나, 모자 몇 개, 챙 없는 모피 모자 하나, 외출용 지팡이 하나 - 넓은 정원은 이렇게 유리창에 신기루처럼 비친다. 내레이터는 말해준다. ‘1860년 미국의 한 사제가 사제관 정원의 풀숲과 조약돌이 깔린 작은 오솔길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기보했다고.’ 그의 이름은 시미언 피즈 체니라고. 그러므로 그의 독백을 들어야 한단다. “사실 젊은 내 아내는 겨우 사제관만 정리했을 뿐이야. 이내 정원에 홀딱 빠져 버렸으니까. 봄철 내내 정원만 돌봤어. 단 한 번의 봄. 이듬해 봄엔......” 검은 형체의 내레이터는 어둠 속에서 검은 비단 띠가 사선으로 가늘게 처진 액자도 보여준다. 스물넷에 아이를 낳다 죽은 미시즈 에바 로잘바밴스 체니의 사진이다. 이렇게 키냐르는 망자인 시미언을 불러내고, 시미언은 죽은 아내 에바를 목 놓아 부르는 이중의 초혼곡인 셈이다. 그리고 에바가 가꿨던 정원은 에바의 죽음으로 시미언이 가꾸기 시작한다. 물론 시미언이 죽은 이후로는 딸 로즈먼드가 정원을 가꾸어야 했고. 섬세하게 직조된 아름다운 언어로 펼쳐지는 작품 속에서, 작가는 고백한다. 시미언 피즈 체니가 ‘야생 숲의 노트’ 3쪽에 기록한 ‘생명이 없는 사물에게도 나름의 음악이 있다. 수도꼭지에서 반쯤 찬 양동이 속으로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라.’라는 구절을 옮겨 적으며, 이 구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고. 자칫 감옥일 수 있는 사제관 정원이 시미언에게는, 아내와 함께 하는 낙원의 경지가 되기도 하고, 딸 로즈먼드를 쫓아내는 불행한 땅이 된다. 이 작품의 기본 축의 하나인 부녀 갈등은 마치 아담과 이브가 에덴에서 추방되는 상징이, 우리가 사랑했던 에덴으로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도 있다. 그 후 로즈먼드는 사제관으로 돌아와 평화를 찾고. ‘새들의 노래에는 천국의 무엇이 있다. 하느님은 에덴에서 새들에게 형벌을 내리지 않으셨다.’라는 구절을 읽다 보면 저절로, 그랬어, 하며 맞장구를 치게 된다. 새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에덴의 주민이 맞다. ‘커다랗고 하얀 불길 같은 여인의 아름다운 육체가 흘러내린 옷들 위에 서 있다가 옷들을 건너뛰는 소리. 갑자기 잽싸고 어렴풋한 소리를 내다 스러지는 슬리퍼 소리. 불현듯, 한밤중에, 사랑하는 여인이 벽 한구석의 큰 도자기 요강에, 나무 뚜껑을 열고, 오줌 누는 소리.’ 이렇게 끝없을 아내에 대한 사랑을, 시미언은 음악이 지닌 사랑의 속성을 정제된 시적 언어로 여전히 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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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6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파스칼키냐르, 프란츠)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빗소리가 잘 들리지 않지만 결혼 전 주택에 살 때는 비가 오면 빗방울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잘 들렸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릴 때면 엄마는 널어놓은 빨래를 걷기 위해 옥상으로 후다닥 뛰어 올라가시곤 했다. 빗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빗방울의 세기와 속도의 변화에 따라 리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것도 음악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것을 정말 시도한 사람이 있었다. 표지에 적힌 이 한 문장 때문에 이 책을 급히 사 읽었다. “그는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를 기보한 최초의 음악가였다” 새들의 노랫소리를 기보할 생각을 하다니! <옮긴이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듯 시미언 피즈 체니는 새소리를 듣고 ‘야생 숲의 노트, 새소리 음악악보 Wood Notes Wild, Notations of Bird Music’를 썼다(p. 12). 시미언은 자연 그대로의 멜로디를 인간 음계의 임의적 기보에 억지로 편입시켰다고 비난을 받았고, 생전에 그의 원고를 출판해줄 출판사를 찾지 못했지만(p. 204, 205) 그가 기록한 원고가 키냐르에게 영감을 주어 이 책이 나오게 된 것, 그리고 그 책이 멀고 먼 나에게 까지 전달된 것은 놀랍다. 키냐르는 시미언의 ‘야생 숲의 노트’ 3쪽에 적힌 “Even inanimate things have their music. Listen to the water dropping from a faucet into a bucket partially filled 생명이 없는 사물에게도 나름의 음악이 있다. 수도꼭지에서 반쯤 찬 양동이 속으로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라.” 이 구절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한다(p. 13). 사람 소리보다,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던 시미언의 고독이 키냐르에게 전달된 게 아닐까 싶다. 키냐르는 우울증과 겨울을 견딜 수 없어 이 글을 썼다고 한다(p. 201). 그들이 공유했던 고독과 예민함이 느껴져 마음 한 쪽이 시리다. 책에는 시미언, 나레이션, 에바(시미언의 아내), 로즈먼드(시미언의 딸)이 등장하는데 형식이 시 같기도 하고 희곡 같기도 하다. 평소 정원 가꾸기에 몰입했던 아내 에바는 딸 로즈먼드를 낳다가 죽게 되고,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며 시미언은 아내가 가꾸던 정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아버지에게 쫓겨나다 시피해서 타지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던 딸, 로즈먼드는 후에 이 정원으로 돌아온다. 이 책을 다 읽고나니 키냐르가 시미언 같고, 시미언이 키냐르 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면 사람들은 자기와 닮은 사람에게 끌리기 때문이 아닐까? 아픔이 있는 사람은 아픔이 있는 사람을 알아본다고 하지 않던가. 키냐르는 시미언에게 끌렸고, 그에 관한 제한된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시미언을 창조해냈다. 시미언을 통해 몸과 마음의 겨울을 견뎌냈다(p. 201). 이제 막 겨울에 들어선 나는 무엇으로 이 겨울을 견뎌낼까? 슬픈 가운데서도 불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나도, 소위 말하는 마법에 걸렸나 봐. 아내가 사랑했던 이 정원에서, 내가 사랑하는 이 정원에서, 그리고 남아 있는 노래 안에서 나는 행복해(p.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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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이름은 ‘시미언 피즈 체니’였다. 제네시오의 외딴 사제관 - 뉴욕 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 에서 살았고, 1890년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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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사랑했던정원에서 . 파스칼키냐르 . 프란츠
삶속에 깊숙이파고드는 음악
+ 시미언피즈체니 1818 . 4 . 18 - 1890 . 5 . 10 시저귀는새들의노랫소리를기보한 최초의음악가 19 . 새들의모든노랫소리를 몇달 , 몇계절 , 몇년이흐르는동안 옮겨적었습니다 ( 몇달 . 몇계절 . 몇년 ) ( 우와 ! ) ++ 에바 딸로즈먼즈를낳다가 스물네살의나이로사망 아내에대한 사랑과그리움을 음악으로승화 +++ 희곡 함메르쇠이그림같은색감 새들의노래로시작해 침묵과고요로끝나는이야기 아버지를애도하는 딸의첼로연주는환상적 ( 아웅 . 첼로의음색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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