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철저하게 성인을 대상으로 쓰여진 C.S. 루이스의 판타지 소설시리즈
3권중에 첫번째책이다. C.S. 루이스가 영화로 만들어진 나니아 연대기로
너무나 유명해진, 영국출신의 문학교수이자 통쾌한 달변가요 저술자임을
또다시 강조하는 것은 이미 뚱뚱한 사람에게 군살을 붙이는 느낌이 든다.
어쨌거나, 하와이의 어느 큰 서점에서 이 얇디 얇은 책을 집어든 것은
루이스의 다른 책들이 주는 엄청난 매력때문이었다.
어떤 한 저자의 글을 좋아하게 되면 그가 쓴 나머지 책들에 대해서도
궁금해질수 밖에 없나보다. 그의 유명한 The Screwtape Letters와
Mere Christianity 그리고 The Great Divorce는 내게 굉장한 지적 충격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 창조해내는 상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달콤한 고통에 시달리게 했다.
(어쨌거나 그게 상상의 산물이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란 것을
아는 고통이라고나 할까?)
묘하기 짝이없는 제목 Out of The Silent Planet은 바로 지구를 가리킨다.
실제의 화성이나 금성에 또다른 존재가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살고있지 않기
때문에 처음 이 책을 대할때는 (아무리 상상이지만) 소설에 빠져드는데 조금
어려움을 준다. 하지만, 루이스는 그의 우주에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화성을
묘사하기 때문에 금새 그의 상상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정말 그런 곳이 있었더라면!
지구가 침묵의 행성이 된 이유를 알게 되는 이 과정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랜섬이란 중년의 언어학교수이자 여행자는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화성에 납치된다. 납치자들은 인류의 거처를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전체로
확대하고 싶어하는 천재물리학자인 웨스턴박사와
돈에만 눈이 먼, 교활하지만 나름대로 동정심을 자아내는 데빈이라는 자이다.
그들은 먼저번의 화성여행에서 만난 화성 원주민(?)에게 금을 캐내는 허가조건으로 인간제물을 바치려고 한다. 물론, 이것은 그들의 물질에 어두운 마음이 만들어낸
거래의 조건이지, 화성 원주민의 의도가 아니었다. 화성 원주민들은
지구에서 온 인간이라는 생명체에게 왜 지구가 침묵의 행성이 되었는지 그리고
지구를 다스리는 Oyarsa 라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면담을 신청했을
뿐이었다.
인간희생제물을 고르던 웨스턴박사와 데빈은 때마침 데빈과 안면이 있는
랜섬과 마주친다. 그들이 화성 왕복 여행을 준비하던 곳을 우연히 지나가던
랜섬은 영국내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사람인지라 안성마춤인 것이다.
화성에 도착한 후 틈을 타 탈출한 랜섬은 화성의 또다른 원주민들과 함께
거하면서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삶에 적응한다. 훗날 이 시리즈의 두번째 책인
Perelandra에서 다시 한번만 화성, Malacandra의 하늘을 그 땅을
거닐수만 있다면! 하고 동경에 사로잡혀 회고한다. 작가 루이스는 그의
상상속에서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실제가 되어버린 Malacandra에 대해
랜섬의 입을 빌어 고백하는 것이다.이런 세상이 있다면 나또한
그 부드러운 땅을 밟고 그 터쿠아즈 물빛 바다를 마셔보고 싶다.
Malacandra의 원주민들의 의식세계는 침묵하는 행성인 지구출신의
데빈과 웨스턴박사의 모든 사고방식을 너무나도 초라하고 허영스럽고
보잘것 없는 것으로 보여지게 한다. 내가 가장 즐기는 부분은 바로
웨스턴박사의 엄청나게 유식한 연설을 랜섬이 더듬더듬 Malacandra 언어로
통역하는 소설의 마지막부분이다. Malacandra 원주민을 여럿 사살하고
잡혀온 웨스턴박사일당은 그 행성을 다스리는 영인 Oyarsa앞에서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일장연설을 한다. 독자는 언어학자인
랜섬이 원주민 사이에서 배운 언어로 더듬더듬 통역하는 내용을 보고
박장대소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수북하게 쌓인 껍데기에 불과한 지성을 너무나도 통쾌하게 비꼬는 것이다.
나니아연대기에서 강조되는 것이 여기서도 등장한다.
아슬란이 나니아와 세상을 창조하면서 일부 동물들을 선택해서 말, 언어를
선물로 준다. 그들에게 주의를 주는데 그것은 말을 잃어버리는 짐승과 같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은 말을 하면서 영혼을 같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루이스는 이 책에서, 말하는 동물이 말을 잃어버리면
영혼없는 들판의 동물이 서로를 먹고 먹혀도 상관없이 살게 되듯
사람이 온갖 지적이며 고난이도의어휘를 동원하여 기름에 미끄러지듯한
연설을 해대도 그 의미와 의도가 너무나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자기애에서
혹은 잘못된 목적에서 나온다면 말을 잃어버리고 영혼을 잃어버린 짐승 무엇이
다른가를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