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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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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은 이팔 청춘 춘향이와 이몽룡이가 만나 사랑을 나눈 동네라는 정도밖에 알지 못했다. 그런 내 머릿속의 남원 이미지에 한가지를 더 추가하게 됐다. 혼불의 배경인 남원으로서. 처음엔 사촌지간인 강모와 강실이의 아슬아슬 줄타기같은 감정이 어떤 결과를 맺을까에 대해서만 관심이 쏠린게 사실이었다. 지극히 사춘기 소녀같은 감상법이었다..히히^^ 하지만 한 권 한 권 읽어갈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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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은 이팔 청춘 춘향이와 이몽룡이가 만나 사랑을 나눈 동네라는 정도밖에 알지 못했다. 그런 내 머릿속의 남원 이미지에 한가지를 더 추가하게 됐다. 혼불의 배경인 남원으로서. 처음엔 사촌지간인 강모와 강실이의 아슬아슬 줄타기같은 감정이 어떤 결과를 맺을까에 대해서만 관심이 쏠린게 사실이었다. 지극히 사춘기 소녀같은 감상법이었다..히히^^ 하지만 한 권 한 권 읽어갈수록....아! 감탄 감탄 또 감탄. 17년이랬던가? 최명희 선생님이 혼불에 쏟아부은 시간이? 결국 혼불에 온 혼을 다 쏟아 넣으시곤 그렇게 안타깝게 일찍 가셨다지. 우리나라 말이 아름답다는 건 늘 느껴왔었다. 하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말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게다가 전체에 넘쳐 흐르는 역사적 문화적 지식들. 전체적으로 이 책은 기본 줄거리를 이끌어 나가면서 계속 새끼를 친다. 어떻게 보면 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는 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결국엔 원래 시작했던 그 자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돌아와있다. 특히 9권에서의 사천왕에 관한 얘기는 9권 전체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데, 지루하기는 커녕 오히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끔씩 절에 갈 때, 절 입구에 무섭게 서있는 사천왕상이 무서워 옆길로 돌아가거나 사천왕들과 눈을 안마주칠려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잽싸게 뛰어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무섭게만 보였던 사천왕상은 다 이유가 있었던 거고, 사천왕상 하나만 가지고도 책 한권 이상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품고 있었던 것이다. 사천왕 이야기 뿐 아니라 중간중간에 삽입된 우리 민족과 역사와 관련된 여러 풍속사들은 다 흥미있다. 하물며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단군신화마저도 최명희 선생님 손을 거쳐서는 다른 재밌는 이야기로 변해간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결말 부분이 너무 성급하게 맺은 것 같다는 것. 건강이 악화되셨던지, 아님 어떤 이유가 있으셨겠지만, 강실이 강모를 비롯한 주인공들의 결말을 전혀 제시하고 있지 않다. 건방지게 소설의 전개과정을 얘기해본다면, 사건의 발단과 전개, 위기, 절정까지는 완벽한데 결말 부분만 쏙 빼먹은 것 같은 그런 아쉬움이 남았다는 것이다. 어쨌건, 난 조만간 남원엘 가고 싶다. 그 남원엘 가면 강실이와 강모의 허약한 영혼도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고, 청암부인의 호령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명희 선생님의 혼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인상깊은구절]
"하늘정신을 품고 이 몸에 삶을 경영하는 현상도 그와 구도가 꼭 같지 않습니까? 정신은 하늘이요, 한얼이며, 몸은 땅, 하늘이 땅에 깃들어서 그 자식으로 작업을 낳습니다. 수행이나 노력이나 행위나 짓들은 모두 내 몸의 자식들, 나아가 내 생의 자식들이지요." 강호의 뇌벽을 치며 한 생각이 도낏날처럼 뽀개고 들어온다. 그의 몸이 이상한 희열의 충격에 떨린다. 식은땀이 돋는 것 같기도 하다. 인식의 활홀경...
h******1 2000.10.09.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동서남북이 아니라 동남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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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성암 암주(庵主) 도환(道環) 스님이 사천왕(四天王)을 비롯해 불교에 관해 강호한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압권이다. 사천왕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설명하는 거라든가, 관계한 벽암대사와 벚나무에 관한 거라든가, 동서남북이 아니라 동남서북이라든가, 제석신앙과 단군신화를 연결하는 거라든가, 이들을 하나로 관통시키며 지금 여기로 오는 여정에 강호는 충격과 충만함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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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성암 암주(庵主) 도환(道環) 스님이 사천왕(四天王)을 비롯해 불교에 관해 강호한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압권이다. 사천왕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설명하는 거라든가, 관계한 벽암대사와 벚나무에 관한 거라든가, 동서남북이 아니라 동남서북이라든가, 제석신앙과 단군신화를 연결하는 거라든가, 이들을 하나로 관통시키며 지금 여기로 오는 여정에 강호는 충격과 충만함을 겪는다. 둘의 고담준론은 마치 4권에서 동계(東溪)와 남평(藍坪)의 수준 높은 논쟁을 보는 듯하다. 동계 이헌의는 매안 이씨 문중에서 항렬과 연치가 가장 높고도 학덕이 있어 문장으로 받드는 어른이고, 남평 이징의는 이헌의보다 대여섯 살 수하인 재종으로 학덕이 높을뿐더러 특히 풍죽 그림을 잘 그린다. 이들이 청암부인의 상례 형식에 관해 나누는 주장은 꼿꼿한 두 선비의 지조를 감동으로 보여 주었다.


“스님. 각 존위의 방위 서신 위치가 동 서 남 북이 아니고, 동 남 서 북으로 되어 있습니까?”

“예. 이 세상의 방위를 둥그렇게 본 것입니다. 동 서 남 북이 방위를 서로 반대 개념, 즉 대칭으로 짚은 것이라면 동 남 서 북은 원으로 짚은 것이지요. 그러니까 동 서 남 북으로 방위를 보면 해가 뜬다, 해가 진다, 춥다, 덥다, 밝다, 어둡다, 이런 식으로 분류하고 나누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동 남 서 북 방위는 해뜨는 동쪽에서 출발하여 해가 점점 길고 밝아지는 남쪽으로 이동하고, 다음은 해가 지는 서쪽으로 갑니다. 그러고 나면 밤이 오지요. 북방입니다. 그리고 북방은 동방과 나란히 있지요. 어둠이 고요히 우주와 만물을 품어 주면 이윽고 해뜨는 아침이 옵니다. 그래서 동 남 서 북으로 이동하는 것은 우주의 자연이 주는 생체 방위의 평화와 순리가 있지요. 우리의 몸에 맞는 방위 감각이라는 것입니다. 이 방위에는, 모든 것이 옆에 있고 동등하여 끝없이 순환하는 평화가 있습니다.” (70 ? 71쪽)

YES마니아 : 골드 g*******g 2025.01.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