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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술’에 관해서 인문학적 성찰을 다룬 책 같지만, 전혀 그런 책은 아니다. 원제를 보면 알 수 있다. “Hungover”. Hangover, 즉 숙취라는 단어에서 나온 말이다. ‘숙취에 시달리는’ 정도가 된다(이 책의 번역가가 그렇게 번역했다). 부제도 전혀 어감이 다르다. 번역본의 부제는 ‘세계사 속 숨은 음주문화를 찾아 떠난 한 저널리스트의 지적 탐사기’라고 되어 있지만, 원서의 부제는 ‘A History of the Morning After and One Man’s Quest for the Cure’다. 술 마신 다음날, 그 치료법에 대한 한 남자의 질문 정도가 될 것 같다. 책 내용이 그렇다. 한 단어로 말하자면 ‘숙취’에 대한 책이고, 조금 늘려 말하면 온갖 숙취 치료법을 찾아 다니는 이야기다(그래서 우리말 제목은 상당 부분 사기다. 그렇다고 고소, 내지는 고발할 수는 없지만).
술에 관한 책이라 그런가, 잘 읽히기가 않는다. 술을 마시고 난 다음날 읽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술이 완전히 깼다고 여겨진 다음에도 책의 문장들이 자꾸 겉돈다. 저자가 직설적으로 쓰지 않고, 많은 비유를 사용하며 조금은 빈정거리는 투로 쓴 탓도 있을 것 같고, 번역 탓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내 술기운 탓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잘 읽히지 않는다.
잘 읽히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거의 비슷한 내용들이 반복된다. 저자는 술 마시고, 숙취에 시달리며, 그 숙취 치료법을 제안하는 사람을 찾아 다닌다. 중간 중간에 숙취에 관한 역사 얘기가 있지만, 그것 역시 그런 내용이고, 저자의 개인 경험 역시 별로 흥미롭지 않다(저자의 여자 친구와 지낸 이야기, 헤어진 이야기가 그렇게 흥미로울 리가 없지 않은가?). 몽롱한 분위기는 끝까지 지속되고,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있다!”가 아니라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아도 충분히 몽롱하다!”가 더 어울린다. 어쨌든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나름 술을 마시는, 특히 마셨다 하면 좀 많이 마시는 나로서는 숙취 해소나 치료에 관심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저자처럼 그 방법을 찾아 헤매지는 않는다. 거의 말도 되지 않는 방법이 대부분인데다가 너무 개인적인 방법인데, 그걸 굳이 알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냥 사라지길 바라고 좀 쉴 뿐이다. 그러니 저자의 행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별 소득도 없는 일을 저자가 하고 있다는 느낌이니. 끝 부분에 저자는 나름 그 방법을 찾은 것 같이 쓰지만 나는 믿지 못한다. 저자도 그걸 명확하게 쓰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술에 취하는 것과 숙취가 절대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건 별로 생각해 보지 못해왔는데, 비로소 인식하게 되었다. 그래서 숙취를 해소하는 가장 결정적인 방법이 술에 취하는 것이라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해장술이라는 게 존재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양에도 그게 나름 인정받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장술을 선호하지는 않아 왔는데, 어쩌면 그게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자, 이래도 이 책이 ‘지적 탐사기’라 할 수 있을까? ‘인문학’이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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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인문학이라는 진지한 제목과 달리 유쾌한 탐험기다. 알고보니 원제는 hungover, 숙취에 찌든..이다. 궁극의 숙취해소법을 찾아나선 술꾼 작가의 모험과 이와 관련된 인문학 배경 지식이 제시되는 구성. 숙취라는 소재 하나로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힘이 대단하다. 숙취해소법이라는 실용적인 목적에도 충실하고. 기대 이상으로 재밌으나, 내용과 제목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별 하나 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