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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 맺힘] 김현의 산문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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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의 글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는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여태 읽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는 평론이라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선입감도 한몫했지 싶다. 거기에 그의 유고작 [행복한 책읽기]를 읽다가 완독하지 못하고 도중에 그만두기를 여러 번 한지라 선뜻 그의 글에 손이 가지를 않았다. 그러다 김현의 글 중에서 산문을 선정하여 엮었다는 이 책을 만났지만 앞서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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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의 글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는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여태 읽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는 평론이라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선입감도 한몫했지 싶다. 거기에 그의 유고작 [행복한 책읽기]를 읽다가 완독하지 못하고 도중에 그만두기를 여러 번 한지라 선뜻 그의 글에 손이 가지를 않았다. 그러다 김현의 글 중에서 산문을 선정하여 엮었다는 이 책을 만났지만 앞서의 경험이 계속 미적거리게 만든 것 같다.

 

김현의 글쓰기에 대해서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적확하고 면밀한 언어구사, 한국어로 사유한 최초의 한글세대, 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 등등. 다른 책에서 읽었는지, 아니면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마치 김현의 글을 읽지 않고서는 책읽기나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는 듯 들리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문학에 대해서 공부해본 적도, 철학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적도 없는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라 치부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마치 숙제를 하지 못한 아이처럼 편치가 않았다. 그러다 만난 산문이기에 나 혼자만의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총5부로 되어있다. 1부 ‘두꺼운 삶과 얇은 삶’에서는 주거나 식생활과 같은 생활의 변화가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지에 대한 단상으로 이루어져 있고, 2부 ‘즐거운 고통’은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고 있다. 3부 ‘묘지순례’는 저자가 프랑스 유학시절에 했던 여행에 대한 기행문, 4부 ‘사라짐과 맺힘’ 그리고 5부 ‘미술관을 나오면서’는 음악, 미술, 영화와 같은 대중예술에 대한 비평적 성격의 글이라 할 수 있다. 김현의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 한권의 책으로 김현의 글쓰기 모든 부분을 접할 수 있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과연 김현에 대해 얼마나 알게 되었는지 의문스럽기도 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저자의 글 대부분은 60년대 중후반부터 70년대에 쓴 글들이다. 지금부터 사오십년 전의 글이지만 지금 읽어도 그 의미를 이해하는데 별 무리는 없다. 특히 단독주택에서 살다가 아파트로 옮기면서 달라진 주거문화를 경험한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활의 변화가 사회적으로 어떤 문화를 형성하는지에 대해 쓰고 있다. 그는 아파트는 거주공간이 아니라 중산층의 사고양식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혼자 있을 때는 제법 사람 같은 생각을 하다가도 여럿이 있을 때는 금세 달라진다. 남 앞에서는 가능하면 은밀하게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속성이다.’(33쪽)라는 글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움찔하지만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온다.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은 같은 동, 같은 층에 사는 사람이 자기보다 우월한지 아닌지를 탐색한다는 말에 움찔했고, 내가 혼자 있을 때 하는 사람 같은 생각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라면은 아파트, 평준화된 학교, 기성복 따위와 마찬가지로 단순명료한 것을 즐기는, 아니 즐기게 되어 있는 현대사회의 한 상징이다. 그것이 무서운 것은 그것이 평준화된, 획일적인 사고를 만들어낸다는 데에 있다.’(51쪽)는 글에 이르러서는, 지금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처럼 단순명료하게 즐기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게 만들어진 획일적인 사고가 큰 역할을 했으리라 는데 생각이 미친다. 평론가인 김현의 글쓰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것은 삶에 대한 이런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지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 속에 침잠하며 ‘평준화된 학교에서 평준화된 교육을 받고 규격품인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며 기성복을 입고 똑같은 기사만을 내보내는 신문이나 잡지, 텔레비전을 보는, 그러면서도 자기가 자유롭고 평등하다고 믿'지만, 이것은 서구의 합리주의가 가져다 준 얇은 삶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한국 사람의 문화적 두께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김현의 글을 제대로 읽어보는 것은 처음이다. 그러기에 그의 글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가지게 되리라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 많은 글들을 읽어본 연후에야 그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책에 나와 있는 기행문이나 문화비평과 같은 글을 읽으면서 한 가지 얻은 소득이라면 그의 글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내가 제대로 읽었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를 사로잡았던 삶의 문제들에 대한 ‘읽기와 쓰기’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의 글에 대한 나만의 생각이 들 것이다. 전에 읽다 관두기를 거듭한 [행복한 책읽기]를 이번에는 읽을 수 있을지 다시한번 시도해봐야겠다.

k*****1 2019.12.18. 신고 공감 1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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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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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의 여러 산문을 엮은 책.비평가의 역할도 하는 그는 그의 경험을 담아 비평을 쓰며 여기에 쓰인 산문들도 마찬가지다.그가 가지고 있는 공간에 대한 생각, 산업화의 산물인 ‘라면’이 표방하고 있는 사회적 시스템에 의미, 소리 예술에 대한 그의 개성적인 경험과 생각이 이 책에 잘 드러나 있다.저자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좋은 산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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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의 여러 산문을 엮은 책.
비평가의 역할도 하는 그는 그의 경험을 담아 비평을 쓰며 여기에 쓰인 산문들도 마찬가지다.
그가 가지고 있는 공간에 대한 생각, 산업화의 산물인 ‘라면’이 표방하고 있는 사회적 시스템에 의미, 소리 예술에 대한 그의 개성적인 경험과 생각이 이 책에 잘 드러나 있다.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좋은 산문집이었다.
m*****o 2025.05.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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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 맺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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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맺힘 #김현 #문학과지성사 #에세이 #문학과지성사50주년50권읽기 #도서추천 #책블로그 #북블로그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김현의 사유와 단상들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은 문학과 지성사의 창립자이자 동시에 김병익, 김주연, 김치수와 계간 「문학과 지성」을 창간했다. 1962년 비평 활동을 시작한 이래 한국 문학에 그가 던진 수많은 질문과 지성을 바탕으로 한 성실한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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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맺힘 #김현 #문학과지성사 #에세이 #문학과지성사50주년50권읽기 #도서추천 #책블로그 #북블로그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김현의 사유와 단상들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은 문학과 지성사의 창립자이자 동시에 김병익, 김주연, 김치수와 계간 「문학과 지성」을 창간했다. 1962년 비평 활동을 시작한 이래 한국 문학에 그가 던진 수많은 질문과 지성을 바탕으로 한 성실한 비평문은 지금까지도 문학을 공부하는 많은 이들에게 필독해야 할 글로 남아 있다. 

 이 책에 수록된 글은 1993년 완간된 (문학과 지성사, 전 16권) 중 13권 와 14권에서 문학평론가 이광호가 선정했다. 각 글이 씌어진 시기는 1960년대부터 1990년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정확히 특정하기 어려우나, 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후반에 걸친 글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좀 더 일상에 가까운 김현의 산문을 통해 우리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 보았던 한국과 예술, 그리고 삶에 관한 그의 사유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총 5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두꺼운 삶과 얇은 삶’에서는 주거나 식생활과 같은 생활의 변화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한 단상을 담고 있다. 2부 ‘즐거운 고통’은 책 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3부 ‘묘지 순례’는 저자가 프랑스 유학시절에 했던 여행에 대한 기행문, 4부 ‘사라짐과 맺힘’ 그리고 5부 ‘미술관을 나오면서’는 대중예술에 대한 비평적 성격의 글이었다. 한강 작가님의 《빛과 실》이 아니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문지에크리 시리즈로 처음 만나보게 된 김현의 글쓰기가 담긴 책인 《사라짐, 맺힘》은 그의 글을 통해 글을 이해했다기보다는 어려운 존재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 술이 인생의 무상함을 덮어주는 마취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술은 오히려 건조한 삶에 습기를 부여해 주고, 엷은 삶에 두께를 부여해 주는 고양제이어야 한다. p.79

🏷️ 여행은 일종의 정신 치료제이다. 그것은 일상생활 속에 갇혀 자신이 얼마나 노예가 되어있는가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고 있던 자에게 갑자기 그가 그 속에서 편안하게 살고 있던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그것은 그래서 한편으로는 두렵고, 한편으로는 즐겁다. 자신의 달팽이 집을 떠난다는 점에서는 두렵고,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는 점에서는 즐겁다.  p.121
YES마니아 : 골드 j***7 2025.05.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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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 맺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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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책을 먼저 구입하고 두꺼운 일기같은 그의 책을 간간이 꺼내어 읽다가 산문집을 읽고 싶어서 구입했던 책이 왔다. 마침 10년여만에 대학 동기들과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한시간 일찍 약속장소에 나가 <사라짐, 맺힘>을 읽기 시작했는데 목차를 펼치고 내가 궁금한 목차부터 읽어가도 전혀 어색함이 없이 편안하게 읽혀지는 책이었다.    각 산문마다 씌여진 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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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책을 먼저 구입하고 두꺼운 일기같은 그의 책을 간간이 꺼내어 읽다가 산문집을 읽고 싶어서 구입했던 책이 왔다. 마침 10년여만에 대학 동기들과 만나기로 되어 있어서 한시간 일찍 약속장소에 나가 <사라짐, 맺힘>을 읽기 시작했는데 목차를 펼치고 내가 궁금한 목차부터 읽어가도 전혀 어색함이 없이 편안하게 읽혀지는 책이었다. 

 

각 산문마다 씌여진 해가 적혀 있어서 세대차이를 느끼면서도 지금의 시대와 크게 격세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그만의 통찰력이 요즘의 사람들과도 함께 공감할 수 있음이 놀라웠다.  하루에 몇 편의 이야기들을 잠시 잠간 읽고 생각에 잠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만의 힐링이 되어 주는 것 같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c*****g 2024.01.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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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 맺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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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으로 1970년대 작품 위주여셔, 그땐 그랬었지 하는 내용에 지금도 수긍되어지는 내용도 있습니다. 두꺼운 삶과 얇은 삶 : 아파트가 대중 조작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거기에서였다. 직업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얼굴의 형태가 달라도 거주 공간이 같으면 성격이 비슷해지기 마련인 모양이었다. 아파트에 살면서 나는 아파트가 하나의 거주 공간이 아니라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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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적으로 1970년대 작품 위주여셔, 그땐 그랬었지 하는 내용에 지금도 수긍되어지는 내용도 있습니다.

 

두꺼운 삶과 얇은 삶 : 아파트가 대중 조작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거기에서였다. 직업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얼굴의 형태가 달라도 거주 공간이 같으면 성격이 비슷해지기 마련인 모양이었다. 아파트에 살면서 나는 아파트가 하나의 거주 공간이 아니라 사고 양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중간층의 사고 양식이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판단하지 않고 그가 가진 것을 통해 판단하려는 경향이 아파트만의 특유한 현상은 아니겠으나, 아파트에서 그것은 거 어는 곳에서보다 더 첨예하게 나타난다. 왜 그럴까? 그것에 대해 오래 생각하다가 나는 그것이, 아파트에서는 그 아파트의 주인이 가진 것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라면` 문화 생각: 사람의 사람됨은 그 문화적인 두께에서 나온다. 그 두께는 사람이 오랜 시간 동안에 같은 처소에서 살면서 겪은 체험의 두께이다. 나무를 자르면 나이테가 보이듯이 사람의 두께도 조심스럽게 자르면 그 결이 보인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화적인 두께에는 대체로 네 가지의 결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문화적인 두께의 맨 아래층에는 가장 오래된 무속적인 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결이 있다. 그것은 옛사람들이 농경 생활을 하면서 얻은 체험의 총체이다. 자연의 움직임에 민감하고, 그 자연에 한껏 가까이 감으로써 삶의 움직임에 균형을 주려는 삶의 태도가 바로 무속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자연은 달의 이지러짐과 다시 살아남에 의해 이해되는 자연이다. 그 자연 속에서 사람은 자연의 한 구성 요소가 된다. 우리나라 전설의 대부분에는 그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노니는 사람들이 나온다. 자연은 동식물, 하늘의 별이나 구름, 사람에 다같이 작용한다, 자연의 움직임에 비추어보면 사람의 운명까지 판단할 수가 있다. 그 무속적인 태도 위에 노자와 장자로 대표되는 무위, 소요의 삶의 태도나, 불교의 인과율적인 태도가 놓여있다. 그 태도의 바탕에는 사람의 삶이란 무상한 것이며 그 무상함은 죽음으로도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숨어 있다. 그 위에 놓여 있는 것이 사람의 사람됨을 예절에서 찾는 유교적인 태도이다.   

 

돈키호테에 대한 몇 개의 단상 : 돈키호테는 모순의 소산이다. 그는 그가 읽는 중세의 기사담이 담고 있는 중세기적 이념을 ㅡ그대로 지키려고 애를 쓴 인물이다. 그 인물이 모순되게도 중세기의 몰락을 가장 희화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모순의 소산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다. 자신이 지키려고 애를 쓴 이념의 붕괴를 그 자신의 몸으로 보여준다. 그것이 돈키호테의 모순이다.

 

k****6 2019.08.1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