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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사만다는 만나던 남자와 헤어져 혼자 아기를 낳으려고 한다. 아기와 자신의 생활, 병원비 등을 따져보던 그녀는 지금보다 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병원에서 하는 수면 실험의 급여가 제법 괜찮아서 참여하기로 한다. 아직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임신 사실을 숨기고 말이다. 수면 연구실장인 의사 브라이슨은 새로 참여한 사만다의 실험 중 의학 종합 컴퓨터인 MEDIC이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알게 된다. 수면 중 뇌파의 패턴이 다른 피실험자들과 확연히 달랐다. 사만다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태아의 뇌파를 연구할 아주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 본격적으로 실험을 진행한다. 첫 수면 실험을 했을 때부터 사만다에게 호감을 느꼈던 브라이슨은 그녀와 점점 가까워져 깊은 관계가 된다. 허나 그게 실험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사만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을 키우고 있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것은 이미 자신의 아이가 아니었고 그녀를 조종하는 주인이었다. p.168 MEDIC이 태아와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사만다가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전문 의학 지식이 늘어나면서부터였다. 태아의 발육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지식을 줄줄 읊었고 규칙적인 운동을 강박적으로 했으며 영양을 섭취하는데도 사만다는 점점 말라갔다. 검진 결과 태아가 개월 수보다 크다는 것이 밝혀졌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태아가 자라날수록 사만다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누군가가 조종해 움직이는 로봇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모든 행동을 기계적으로 했고 자신이 왜 이러는지 알지 못했다. 가끔 정신이 돌아왔을 때 너무 무서워서 낙태 수술을 잡고 입원까지 하지만, 누가 그녀에게 갑자기 명령이라도 내린 듯 두 번이나 병원을 뛰쳐나온다. 그리고 나중에는 브라이슨과 그의 조수 라트레지가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작가에 소설 리뷰도 없었지만 설정이 좋아서 읽게 된 책이었다. 2개월밖에 되지 않은 뱃속의 아기가 의학 컴퓨터와 정보를 주고받아 자기 자신을 키우고 자신의 행동을 눈치챈 사람들, 심지어는 엄마까지 죽이려고 하는 신선한 설정이 책을 궁금하게 했다. 초중반까지는 진짜 흥미로웠다. 태어나지도 않은 천재 아기와 싸우는 사람들이 과연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사만다는 죽지 않을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읽었다. 하지만 내용이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사만다의 상태가 어떤지 알면서도 때마침 그냥 넘어간 브라이슨의 행동은 후에 등장할 사건을 위한 작위적인 모습이었다. 결말쯤에는 획기적인 일이 일어나길 바랐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정도의 아이라면 뭔가 제대로 사고를 칠 것 같았는데 그냥 그렇게 끝나서 혹시 작가가 후속을 염두에 두고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작가가 실제 산부인과 의사라서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 같지만, 아쉽게도 이 소설이 첫 작품이라 그런지 설정에 비해 아쉬운 점이 상당히 많다. 더 멋진 결말을 낼 수 있었을 텐데 참 안타깝다. 그리고 읽는 동안 책을 더 아쉽게 한 것은 오타와 문체였다. 처음 보는 출판사의 책이라는 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일본어 전문 번역가가 옮긴 책이었다. 작가는 미국인인데 일본어 번역가라니. 영어를 번역한 일본 책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했나 보다. 어쩐지 매끄럽게 읽히지가 않았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상당히 많은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