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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일러스트까지, 어느새 빡빡해진 나의 일상에 이런 싱그러운 책을 들여도 될까 고민했지만 그녀에 대한 믿음 하나로 자신 있게 주문했다. 여름도 다가오고 하니 녹색 입은 설렘을 장전하는 마음으로.
언젠가 나의 이십 대, 낙엽처럼 휘날리던 시절에 그녀의 첫 에세이를 읽게 됐다. 어딘가 신비롭게 생긴 열쇠를 나도 모르는 사이 밀어 넣고 들어와버린 새로운 세상 같았다. 아주 오묘하면서도 익숙해 편안한 그런 곳. 그 길은 그녀의 두 번째 책 파리 빌라로 이어지고, 훌쩍 시간이 흘러 그녀의 신간이 나와 있는 걸 발견했는데 뭐랄까. 기나긴 여행을 하고 돌아와 어린 시절 신기한 눈으로 별을 올려다보곤 했던 그 옥탑방을 다시 만난 기분. 어떻게 널 잊고 지냈던 거지 스스로 좀 얼떨떨한 마음으로.
한글로 된 책은 언제부턴가 손이 안 갔다. 뭐랄까,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러기엔 한글로 된 책들은 뭔가 내게 이미 익숙한 세상의 이야기만, 이미 알고 있는 뻔한 문장들로 늘어 놓는거 같으니까.. 그토록 어리석은 나를 다시 이곳으로 이끌어준 고마운 작가.
책으로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특별한 일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미디어 플랫폼의 종류가 넘쳐나는 세대엔 더 그렇단 느낌이다. 영상보단 덜 자극적일지 모르나, 글로, 오감을 자극하는 책으로써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그녀의 글을 읽자마자 그 별이 총총 달린 다락방의 내가 다시 돌아와 피어나는걸 보면.
다 안 보여줘야 신비롭다고 하는데 이번 책은 그녀가 바다를 만나 서핑을 하게 된 계기, 영화배우가 된 계기, 결혼의 계기, 제주에 살게 된 계기, 모든 계기를 탈탈 털어 보여주고 있는데도 그마저 참 신비롭다. 내 눈앞에서 이야길 하고 있는 그녀가 언뜻언뜻 떠오르기도 하고. 배우라는 그녀의 첫 번째 업이 주는 고마운 연결성이랄까.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드는 게 여행책이라면, 그녀의 책은 일상을 새롭게 들여다 보게끔 만든다. '일상의 평범한 장면들이 사실은 모두 영화였어..' 하고 매 순간에 특별한 숨을 불어 넣어주는 그녀의 글. 미사여구 없는 단어와 문장들로 어떻게 이런 특별한 감정을 주는지는 몇 번이고 찾아 읽으며 깨우쳐야 할 나의 몫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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