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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힘을 얻는 글읽기--- [산문-연필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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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얻은 세 가지 주제어 : 참혹과 참담, 70세, 젊은이의 키스. 고마운 마음으로 하나씩 써 보려 한다.     1. 참혹과 참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 본 뜻은 다음과 같다.참혹 : 비참하고 끔찍함참담 : 끔찍하고 절망적임    내가 참 좋아하지 않는,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단어들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 단어들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겼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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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얻은 세 가지 주제어 : 참혹과 참담, 70세, 젊은이의 키스. 고마운 마음으로 하나씩 써 보려 한다.  

   

1. 참혹과 참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 본 뜻은 다음과 같다.

참혹 비참하고 끔찍함

참담 끔찍하고 절망적임

   

 내가 참 좋아하지 않는, 도저히 좋아할 수 없는 단어들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이 단어들에 마음을 완전히 빼앗겼다. 이 책이라서, 이 작가라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다른 사람이 쓴 글에서는 이런 적이 없었으니까. 참혹한 일과 참담한 마음을 어쩌자고 이토록 절절하게 그려 놓았는지 모르겠다.

 

 

 

글은 대체로 무겁다.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이 가벼울 수 없어서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재와 과거와 미래를 헤아리는 작가의 시선이 차가웠다가 따스해졌다가 몇 번을 반복하는데 이렇게 바뀌는 온도에 마음이 울렁이기를 몇 차례, 나는 점점 더 빠져들었다.    

 

 

 

이순신을 부르는 작가의 말에서는 내 몸이 굳었다. 세월호를 부르는 작가의 말에서는 내 영혼이 떨렸다. 이국종을 부르는 작가의 말에서는 내 눈이 감겼다. 이승복을 이용한 권력은 한탄스러웠고, 그 권력 뒤에 숨은 권력자들에게는 화가 일어났다. 옛날이고 지금이고 그 권력 때문에 참혹에 빠지는 백성의 처지가 참담했다. 나는 도무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으로 읽었다. 참혹과 참담을 애써 멀리 하고자 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던 모양이다. 남의 것이 아니었던 것, 내 것이었던 참혹과 참담이었다. 피하려고만 해 온 내가 무척 괘씸했다. 꽤 오래 시달릴 듯하다. 그래도 작가의 마음과 다르지 않아 다행스러웠고 또 한편으로는 깊이 서글펐다.       

   

2. 70

 작가의 나이다. 벌써 이렇게 되셨구나. 내가 먹은 나이는 고려하지도 않고 작가의 나이에만 놀란다. 작가가 보여 주는 70세의 정신, 강렬하게 본받고 싶다. 

 

 

 

작가는 늙어서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과 하면 안 될 일을 말해 준다. 내가 앞으로 70세에 이르기까지 어떤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으나 나이를 먹을수록 부끄러울 일은 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몸으로도 태도로도 젊은이들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해를 입히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려면 정확하게 보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3. 젊은이의 키스

작가는 글에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키스하는 모습을 찬양한다. 처음에는 의외라고 여겼는데 글을 읽다 보니 점점 같은 마음이 되어 가는 자신을 느꼈다. 내가 이 대목에서 얼마나 고루한 사람이었던가. 길이나 공공장소에서 서로 끌어안고 있는 젊은이들을 볼 때면 괜히 삐죽이고 눈흘기고 그랬는데. 아마도 내가 못해 봐서 심술이 났던 것이겠지. 

 

 

 

우리의 젊은이들에 대한 작가의 건강한 기대가 좋아 보였다. 기대하는 이 태도는 배워야 할 일이다. 청춘을 나무라고 무시해서 좋을 게 뭐가 있겠나. 아무리 어려워도 아무리 고달파도 청춘은 살아서 우리 기성세대가 걸어온 길을 걸을 것이다.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오라고 하는 대로 오지 않는다고 나무란다면 그 또한 기성세대의 오만이고 착각이다. 청춘은 결코 어리석지 않다. 문제는 늘 기성세대 쪽에 더 많아 보였다. 어린 사람들을 향한 작가의 눈부심이 고스란히 읽혀서 좋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경건해지고 무거워지고 쓸쓸해진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19.04.15. 신고 공감 48 댓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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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은 짧아지고 가루는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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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의 글들을 좋아한다. 그의 글은 중독성을 가진 것 같다. 또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마음이 복잡 해진다. 괜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주눅이 들기도 한다. 처음 김훈을 만난 것은 그의 수필집 [자전거여행] 이었다. 초판이 나올 때는 미처 몰랐고 개정판으로 읽었지만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다. 글이 마치 수채화 같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 읽기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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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의 글들을 좋아한다. 그의 글은 중독성을 가진 것 같다. 또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마음이 복잡 해진다. 괜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주눅이 들기도 한다. 처음 김훈을 만난 것은 그의 수필집 [자전거여행] 이었다. 초판이 나올 때는 미처 몰랐고 개정판으로 읽었지만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다. 글이 마치 수채화 같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의 글을 읽을 때, 나도 모르게 거칠다는 느낌을 받았다. 때로는 그것이 부담스러워 피하기도 하였지만, 마치 중독자처럼 그의 글을 찾아 읽었고, 그렇게 그의 글 속에 함몰되어 갔다. 거칠어서 부담스럽고, 부담스러워서 더 읽게 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김훈, 그는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이메일보다 팩스를 더 좋아하고, 컴퓨터 자판보다 연필과 지우개를 더 좋아한다는 그의 삶이 나는 부럽다. 모든 게 다 디지털화 되어 가면서, 어찌 보면 아날로그적인 것은 낙후된 것으로 터부시 되어가는 세상에서 내 몸으로, 내 정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아날로그적인 삶을 꿈꾸고 있어서 일 게다. 이 책 역시 [연필로 쓰기]란 제목이 그런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시대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지우개 가루가 책상 위에

눈처럼 쌓이면

내 하루는 다 지나갔다.

밤에는 글을 쓰지 말자.

밤에는 밤을 맞자.        (시작 부분)

 

마치 한 편의 시처럼 느껴지는 책 첫 부분을 읽으면서, 밥벌이에 대해 솔직한 그의 심정을 들으면서 나는 경외감을 느낀다. 어느 누가 밥벌이에 대해 이렇게 솔직할 수 있을까 싶어서다. 그 밥벌이에 대해서 씁쓸한 기억이 하나 있다. 예전에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책을 읽다가 일이 생겨 잠시 밖에 나가서 일을 보고 온 적이 있다. 그런데 책상 위 컴퓨터에는 당시 중학생이던 작은놈이 앉아서 신나게 게임 중이었다. 책상 위에 있는 책을 가져다 읽으려니 작은놈이 한마디 한다. “아빠 밥벌이가 그렇게 지겨워?” 순간 할말을 잊었던 것 같다. 너무나 순식간에 얻어맞은 결정타였다. 그 말을 듣고서 나에게 정말 지겨운 게 밥벌이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지금도 밥벌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 때가 생각난다. 김훈은 그런 밥벌이의 지겨움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시도때도 없이 말한다. 아마 그것도 내가 김훈의 글을 찾아 읽는 한 이유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김훈 작가의 나이가 70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마땅히 그 정도는 될거야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작가 스스로가 자신이 노인이 되었다는 글을 읽으니 기분이 묘하다. 나도 그 길을 따라가야 하는 게 순리지만 노인이라는 어감이 왠지 서글픔을 더 해 주는 것 같다. 그럼에도 작가는 자신의 밥벌이 도구를 가지고 여전히 글을 쓴다. 친구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지만 그에게 나이 든다는 것은 회한과 슬픔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늙는다는 것의 즐거움에 대해, 스스로 꼰대라 칭하며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을 보면 말이다.

 

연필은 나의 삽이다’, ‘지우개는 나의 망설임이다’, ‘연필은 짧아지고 가루는 쌓인다의 총3부로 되어있는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유년시절 참혹하고 무서웠던 기억에서부터 노년이 되어서 비로소 보이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또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분노 혹은 기대를 직접적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칼의 노래]에 미처 담을 수 없었던 인간 이순신의 내면에 대한 이야기는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주게 만든다. 그 위에 자꾸 현재의 인물들이 겹쳐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역시 단단하고 거친 글들이어서 부담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마치 중독이 된 것처럼 탐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호수공원의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고, 이런저런 단상을 풀어 놓는 것을 보면 그의 글이 조금은 변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것이 나이 듦의 영향일까 

 

그는 글을 쓰면서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연필은 자꾸만 짧아지고 지우개 가루는 수북하게 쌓여만 갔을 것이다. ‘지우개는 나의 망설임이다라는 글이 그래서 마음에 남는다. 자신이 쓴 글들에 대한 애착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작가인 그 역시도 글쓰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서다. 수다를 떨고 있는 노인들 옆에서 혹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까 싶어 연필로 메모하고 있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다음에는 어떤 글들이 나올까 또 다시 기다림이 시작될 것 같다.

k*****1 2019.04.23. 신고 공감 15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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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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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마포중앙도서관에서 김훈 작가를 만났었다. 그는 책을 많이 읽지만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의 친구 중에는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도 많다며 그들도 덕성을 갖고 살아간다고 했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그들은 사물에서 경험에서 자연에서 배운다.  다음 계획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 지금 수필을 쓰고 있고, 출판사에서 작업중이라고 했다. 무척 기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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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마포중앙도서관에서 김훈 작가를 만났었다. 그는 책을 많이 읽지만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그의 친구 중에는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도 많다며 그들도 덕성을 갖고 살아간다고 했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그들은 사물에서 경험에서 자연에서 배운다. 

다음 계획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 지금 수필을 쓰고 있고, 출판사에서 작업중이라고 했다. 무척 기대가 되었다.

김훈은 '연필로 쓰기'에서 보이는 세상에 대해 썼다. 지금 경기도 일산에 사는데, 일산은 짧은 시간에 인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대도시가 되었으며 그걸 자랑으로 말한다고, 일산 호수공원을 산책하면서 여름을 회상하기도 하고 유치원 다니는 한 아이로부터 산신령 할아버지라는 말을 듣게 된 사연, '밥과 똥'을 통해 이 세상을 음과 양처럼 지배하는 생존과 배설의 순환에 대해 구린내 나는 언어로 풍자와 해학의 굿판을 벌이기도 한다. 왜 태극기는 여전히 가건물 위에서만 펄럭이는가 등 고희에 접어 든 사내의 시선으로 들여다 본 삶의 풍경 안팎을 풀어놓는다.

책을 통해서 인간과 사물을 들여다 보는 것을 해야한다. 책을 통해서 책을 보고 개념에 의지하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인간과 사물을 관찰하고 글로 쓰면서 더 나은 삶을 위한 길을 알려준다. 김훈의 책을 읽으면 간결하다. 단순하다. 뼈가 있다. 아름답다. 감탄이 절로 난다. 그는 글을 쓸 때 수다를 떨지 않고 한 마디로 쓰려고 노력한다. 칼의 노래를 쓸 때 검법서를 많이 읽었단다. 적을 행해 칼을 한 번 휘둘렀는데 만약 적이 피하면 나는 방어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바로 적의 공격을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칼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삶과 죽음이 교차힌다. 그런 간절함으로 예리함으로 글을 쓰기 때문일 것이다.  

g******0 2019.03.30. 신고 공감 1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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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주는 삶
"『연필로 쓰기』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주는 삶" 내용보기
글을 쓸때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린다. 언젠가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노트에 휘갈겨 쓴 적은 있었지만 왠지 정리가 안된 느낌이었다. 노트나 원고지에 글을 쓴다는 건 굉장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글씨를 자주 쓰지 않기 때문에 손목이 아프고 펜에 맞닿은 손가락이 눌려 아프기까지 한다. 그런데 김훈 작가는 모든 글을 연필로 쓴다. 우리가 사랑했던 소설들도 연필로 썼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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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쓸때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린다. 언젠가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노트에 휘갈겨 쓴 적은 있었지만 왠지 정리가 안된 느낌이었다. 노트나 원고지에 글을 쓴다는 건 굉장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 글씨를 자주 쓰지 않기 때문에 손목이 아프고 펜에 맞닿은 손가락이 눌려 아프기까지 한다. 그런데 김훈 작가는 모든 글을 연필로 쓴다. 우리가 사랑했던 소설들도 연필로 썼다. 그래서 양장본 속표지는 작가의 육필 원고를 그대로 사용했다. 그 속에서 꾹꾹 눌러쓴 작가의 노고가 감동이었다.

 

김훈 작가의 산문을 오랜만에 읽게 되었는데, 그의 글에서 삶의 관조가 보였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작가의 경험과 시선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이를테면 일산의 호숫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과 똥에 대한 것, 그리고 세월호 사건과 촛불 집회 등에 대한 것들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11페이지)

 

일산 신도시에서 20년째 사는 작가는 칠십이 되었다. 그는 주로 호수공원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두발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유치원 아이를 구해주었다. 아이는 엄마에게 산신령 할아버지가 구해주었다고 말했다. 어느새 산신령 할아버지를 불린 이야기였다. 꾸미지 않는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져 그 소리를 들었을 작가의 얼굴을 떠올렸다. 배시시 웃고마는 광경들이었다. 

 

작가의 나이 칠십이 넘어서인지 곳곳에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친구의 부모 장례식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이제는 친구의 장례식에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서 죽음은 태어난 시기와 상관없이 가는 것. 작가의 말처럼 죽음은 더 절실하고 절박한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가 말했다. 눈을 기다리는 까닭은 거리에서 연애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더불어 젊은이들의 키스에 대해서도 말하였다. 나이를 먹으면 좀처럼 키스를 하지 않는 것, 연애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 나이 든 사람만이 느끼는 것이 아닐까. 그들을 바라보는 게 노인의 기쁨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 연애라는 감정이 무디어진다. 키스와 연애는 젊은이들의 특권처럼 여겨지는 게 가장 활발한 연애를 하는 시기때문에 아닐까.

 

집집마다 나오는 똥과 그것을 치우는 청소과 직원들. 야미똥꾼에 얽힌 이야기와 건강의 척도를 가늠했던 똥의 역할 들을 말했다. 왕의 변기를 매화틀이라 일컫는다. 왕이 어딘가로 행차했을 때에도 매화틀을 들고 따라오는 이가 있었다 한다. 어릴 적 똥차가 지나가면 코를 막고 피했던 게 생각난다. 그 이전 세대에는 똥을 퍼 나르기도 했다. 야미똥꾼인 아버지를 두었던 친구 병수의 이야기에서 똥에 대해서는 누구나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신분이나 계급, 남녀노소 모두에게 평등하다는 청소2과장의 말을 빌려왔다. 사진 속에서만 보았던 장면들을 글로 보는 느낌이었다.

 

 

내용 속에 '오이지를 먹으며' 라는 게 있다. 오이지를 오이 김치로 받아들였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소금을 이용한 오이장아찌 같았다. 무더운 여름 날 오이지로 달랬다던. 올 여름에 한번 담아볼까 싶었다. 입맛 없을 때 오이지로 입맛을 돋을 수 있을까. 어른의 입맛과 나의 입맛이 다르긴 하겠지만, 어쩌면 비슷한 또래인 아빠가 좋아하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장면들을 보면 그가 나이를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의 생각은 많은 것들을 나타낸다. 어느 한 시기의 생각들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들. 나이가 든 사람만이 느끼는 것들. 이를테면 죽음을 바라보는 것들이다. 아무래도 나이 칠십 정도 되면 죽음이 머잖았다고 생각되는 것일까.

 

#연필로쓰기 #김훈 #문학동네 #산문 #에세이 #책추천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2020.03.23. 신고 공감 12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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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여행을 통해 만난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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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면서, 직접 마주하는 풍경들! 떠올리기만 해도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꿈을 꾸고 있지만, 실천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는 이미 오래 전에 자전거 여행을 실천하고, 그 소회를 담은 두 권의 에세이집을 펴낸 바 있다. 이 책은 과거에 출간했던 두 권의 저서를 묶어 출판사를 옮겨 재출간한 것이라 한다. 저자의 나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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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면서직접 마주하는 풍경들떠올리기만 해도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모습이다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꿈을 꾸고 있지만실천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하지만 저자는 이미 오래 전에 자전거 여행을 실천하고그 소회를 담은 두 권의 에세이집을 펴낸 바 있다이 책은 과거에 출간했던 두 권의 저서를 묶어 출판사를 옮겨 재출간한 것이라 한다저자의 나이도 이제 칠순이 넘었으니다시 이러한 기회를 갖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 책은 내가 사는 곳에서 멀지 않은 여수 돌산도 향일함으로부터 여정을 시작하고 있다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보았던 풍경들과 만났던 이들의 삶을 소개하고 있으며특정 장소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끄집어내기도 한다무엇보다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들을 함께 제시해 놓고 있어여행 관련 책이라는 느낌이 잘 드러나고 있었다나 역시 여행을 좋아하는지라저자가 소개하는 곳의 상당 지역은 한번쯤 방문을 했던 곳이었다물론 그 지역에서 마주친 모습들은저자의 시선과는 다른 나만의 기억에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내 기억에 담긴 장소를 설명할 때면저자의 글과는 다른 나만의 추억에 잠길 수가 있었던 것이다.

   

자전거 여행은 분명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해서 하는 여행과는 다른 묘미가 있을 것이다자전거의 속도에 맞추어 주변을 완상할 수 있으며언제든지 마음이 드는 곳에서 멈출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그래서 저자 역시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고논과 밭에서 일하는 분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낼 수 있었을 것이다그리고 곳곳에서 마주치는 작은 마을의 골목골목을 돌아볼 수 있어사람들의 삶을 몸으로 느껴볼 수도 있었던 것이다비록 자전거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실천에 옮길 수 없을 터이지만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돌아본 지역을 한번쯤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인 중의 하나는 주말이면 항상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그가 자전거를 즐기는 첫 번째 이유는 운동 즉 건강 때문이라고 한다주말에 자전거를 즐기고 간혹 월요일에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자신이 주말에 돌아본 지역을 앱을 통해서 보여주곤 한다간혹 풍경이 아름다운 곳에 내려서 사진을 찍으면앱을 통해 돌아본 곳의 지도가 표시되면서 중간중간 찍어서 저장했던 사진도 함께 보여주었다스마트 시대라 이제는 자신이 움직였던 거리 측정은 물론 여행에 관한 기록도 지도와 함께 사진으로 남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저자가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정하는 모습이 간간히 등장하고 있다만약 지금 시점에서 다시 자전거 여행을 한다면저자 역시 편리한 앱을 사용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문득 들었다그래서 여정이 더 선명하게 남겨지고그에 따라 여행의 기록도 더 풍부하게 꾸밀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저자에게도 이미 지나간 과거의 기록이지만독자인 나로서도 이 책을 통해 주말 여행이라도 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i*****n 2020.02.13. 신고 공감 1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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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글을 쓰는 수고로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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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없던 시절, 글을 쓰기 위해 필기구에 대한 욕심을 부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도 여전히 필기구에 대한 욕심이 채 가시지 않아, 간단한 편지 등 손글씨를 쓸 때는 주로 만년필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전처럼 필기구에 대한 집착은 크지 않지만, 내 손에 익숙한 만년필만큼은 여러 개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문서나 논문들은 대개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작업을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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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가 없던 시절글을 쓰기 위해 필기구에 대한 욕심을 부렸던 기억이 떠오른다지금도 여전히 필기구에 대한 욕심이 채 가시지 않아, 간단한 편지 등 손글씨를 쓸 때는 주로 만년필을 사용하기도 한다예전처럼 필기구에 대한 집착은 크지 않지만내 손에 익숙한 만년필만큼은 여러 개를 소유하고 있다하지만 중요한 문서나 논문들은 대개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작업을 하기에평소에는 손 글씨를 쓸 기회가 많지 않다간혹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구절이나 개인적인 소감 등등을 노트나 수첩에 적어놓는 버릇이 있어그나마 지금도 필기구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연필로 쓰기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여전히 연필로 원고를 쓰는 저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물론 초고를 연필로 쓰지만 그것을 SNS에 올리기 위해서는본인 혹은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 다시 컴퓨터로 작업을 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원고지에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다는 것은 집필 과정에서 쉽게 글을 고칠 수 있는 이점도 포기해야만 할 것이다반면에 수정된 원고의 상태를 통해서 글을 쓰는 동안 생각의 변화 과정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무엇보다 나의 편견과 편애소망과 분노슬픔과 기쁨에 당당하려 한다는 저자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그리고 실제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저자의 진솔한 생각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고 여겨졌다.

   

책의 앞머리에 제시된 일러두기에서 저자는 이 책의 주요 내용들이 출판사 카페의 누항사  후진 거리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연재되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누항사(陋巷詞)’는 조선시대 문인인 박인로의 가사 제목이기도 하며여기에서 누항은 양반이 아닌 민중들이 사는 누추한 거리라는 뜻이다이제 70대에 접어든 저자가 우리 사회의 누항을 거닐면서보고 느꼈던 생각들을 담아낸 글들이라 하겠다연재된 글 이외의 여러 매체에 실렸던 글들에는 말미에 그 출처가 밝혀져 있기도 하다대부분의 글들에는 자신과 이웃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느껴지고 있으며때로는 사회의 기득권과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울분이 토로되기도 한다

   

사람과 동물의 똥 이야기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꼰대스러움에 대한 고백그리고 늦게 한글을 배워 자신의 삶을 시로 남긴 할매들의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정겹게 다가왔다철원의 비무장지대인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견된 총탄 세례를 받은 수통을 보고자신의 군대 경험과 남북 분단에 대한 견해를 드러내기도 한다세월호 유족들이 머물던 동거차도와 목포신항을 찾아유족들을 보면서 느꼈던 착잡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한다때로는 난중일기에 나타난 이순신의 심경을 헤아려 보면서역사를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를 탐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저자는 연필은 나의 삽이다’(1)라는 제목으로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쓰는 자신의 견결함에 대해 자부하고 있다고 느껴진다그리고 다시 지우개는 나의 망설임이다’(2)에서는일단 쓴 글을 수정하고 퇴고하는 어려움을 지우개라는 존재에 비유하여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그러면서 연필은 짧아지고 가루는 쌓인다는 제목의 3부를 통해서, ‘연필로 원고 쓰기의 의미에 대해 자부하고 있는 것이라 이해된다모든 글의 제목을 저자의 연필 글씨로 올린 것도 흥미롭게 생각되었으며아마도 저자의 글쓰기는 이후에도 연필을 이용할 것이라고 짐작되었다비록 책이 출간되어 독자들에게 공개되었지만저자의 적막이 훼손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지켜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i*****n 2019.12.13. 신고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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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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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글의 시작이 중요하고 의미있다면 나름 훌륭한 출발이고 시작이다. 밥벌이의 도구로서 '연필'이 주는 무게감은 묵직하고 과중한 책임이 부여되 있다.분명 선호하는 연필 브랜드가 있고 굵기나 짙음의 농도도 고정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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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글의 시작이 중요하고 의미있다면 나름 훌륭한 출발이고 시작이다.

밥벌이의 도구로서 '연필'이 주는 무게감은 묵직하고 과중한 책임이 부여되 있다.

분명 선호하는 연필 브랜드가 있고 굵기나 짙음의 농도도 고정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들이 쓰는 포켓몬, 공룡메카드 연필은 아닐 것이다.

얼마전 뉴스에 애들이 쓰는 캐릭터용 연필에 많은 유해물질이 들어있어서 절대로 입으로 빨거나 물어 뜯지 말아 달라고 하던데 애들이 쓰는 연필에 그런 몹쓸 장난을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갑자기 우리 아들이 쓰는 연필 브랜드를 말했던 것은 대충 이 책의 이야기가 이렇게 어떤 사소함까지도 포용하고 있다는 얘길 하고 싶어서다. 연필 얘기로 갔다가 연필을 만드는 사람들의 만행과 범죄가 들어나고 그들의 사회적배경과 도덕성 등등 점점 이야기는 확장되는 식으로 맞물려 들어간다.

 

 이번 수필에서 별다를 것 없는 소재였는데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면 현대사를 아우르게 되기도 한다.

 

" 야, 그건 훈이한테 물어봐. 쟤는 머릿속이 나는 걸로 꽉 차 있거던 도루묵알처럼 말이야. 몽땅 아는 거야. 아이구 니미 , 그놈의 책"-해마다 해가 간다에서 김훈 작가님 친구분 말씀

 

 친구분들 끼리 송년회를 하면서 어무이 돌아가셨는데 슬픈데 눈물이 안나온더라는 의문에 한 친구분이 김훈 작가님께 물어보라면서 한말이다. 도루묵알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건지? 나는 개구리알이 송알송알 뭉쳐있는 이미지만 연상이 된다. 그러고 보니 나는 도루묵이 생선인 것도 처음 알았다. 아무래도 농수산물 쪽으로는 많이 무지 한 것 같다.

그래서 준 답은 [동의보감]에 나와있다.

 

" 늙으면 정과 혈이 약해져서 몸에 뚫린 일곱 구멍, 즉 두 눈, 두 귀, 두 콧구멍, 입이 정상을 잃는다. 그래서 슬퍼서 울 때는 눈물이 안 나오는데 웃을 때는 눈물이 나오고, 밥을 먹을 때는 침이 안 나오는데 잘 때는 침을 흘린다. "

 

이번 책에서는 본인이 70이 되어서 새롭게 보이는 것들 혹은 에피소드들이 종종 나오는데 나는 그 나이 때의 느낌들이 벌써 팍팍 공감이 되는 것이 속늙었는지 싶다.

 

예전처럼 문체들이 칼로 벼린 듯 간결함만 담고 있다기 보담은 뭔가 시적으로 변한 것 같기도 하다.

 

" 잠자리가 흔들리면 잠자리 날개 무늬에 내려앉은 가을빛이 흔들린다."

 

그 얇디 얇은 잠자리 날개 무늬에 앚은 가을빛이라 문학소녀인 줄 알았다.

 

일산이 거주지셔서 일산 호수 공원 이야기도 나오는데 공원에 모인 남녀 노인들을 묘사하는 부분에는 유머감각도 읽을 수 있다.

 

" 그들은 생애 전체와 눈에 보이는 것 모두를 수다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 놀라운 언어능력을 지니고 있다. "

 

난 이부분이 그렇게 우수웠다. 전체를 수다로 바꾸어 놓는 언어능력이라니...옆에 앉아서 혹씨 써먹을게 있을까 수다를 메모하고 있는 작가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미소가 흘러나왔다. (투철한 작업정신...)

 

시적이기도 하고 유머감각도 있지만 그래도 현실을 직시하고 콕콕 찌르는 재주는 여전하시다.

 

남한산성에 다녀오는 길에 성남 모란시장을 구경하러 갔을 때 일이란다.

오일장이 섰는데 3인 1조로 만담과 춤을 곁들여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있어서 구경을 했다고 한다.

더벅머리 사내가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했다.

 

" 젊은이들이 컴퓨터와 스마트폰만을 들여다보고 살아서 도무지 연장을 쓸 줄 모르는 동물로 퇴화했으며, 살아 있는 몸의 건강한 기능을 상실했고, 인간성의 영역이 쪼그라드는 현실을 그는 문명비평적으로 개탄했다.

그가 핏대를 올려가며 소리질렀다.

-아, 니미 서울공대를 톱으로 나온 녀석들이 못대가리 하나를 못 박고, 닭모가지를 못 비틀어, 아 , 제미,로스쿨 톱으로 나온 놈들이 펜치를 못쥐고 도라이버를 못 돌려, 이게 사람이냐, 오랑우탄이냐, 몸이 다 썩은 놈들이 밤일을 해서 새끼를 낳는지"

 

무엇을 파는 분들이냐면 도구 연장등을 파는 분들이다.

작가님은 감격해 박수를 치며 삽을 사셨다고 한다.

 

우리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현실의 작은 것을 무언가 이슈가 될 만한 큰 사건들과 엮고 이어 나갈 수 있는 혜안과 글 솜씨가 부러웠던 책이다.

메모!!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어딘가에서 언젠가 써먹을 수 있을 테니 메모장은 필수다.

요즘의 나의 다이어리는 뚫려가는 나의 단기기억들의 보강역할을 할 뿐 액기스가 없다.

아 늙어감에서의 비정상적인 행태들이 정상임을 기억하고 살아야 겠다. 다독다독!!!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s*****7 2019.06.01. 신고 공감 7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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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첫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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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사했다. 질질 끌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뛸 듯이 기뻐야 할 텐데 이건 뭐 영 싱숭생숭한 것이 찌뿌드드하다. 사장이라는 자가 그렇게 쉽게 내 퇴사를 받아줘서 고맙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마지막 날 사직서를 썼다. “일신상의 이유로 퇴사함”이라고 써 놓고 내려와 차에 앉으니 억울하고 분했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이유를 다시 작성했다. “잦은 근무지 변경으로 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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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사했다.

질질 끌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뛸 듯이 기뻐야 할 텐데 이건 뭐 영 싱숭생숭한 것이 찌뿌드드하다. 사장이라는 자가 그렇게 쉽게 내 퇴사를 받아줘서 고맙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마지막 날 사직서를 썼다. “일신상의 이유로 퇴사함이라고 써 놓고 내려와 차에 앉으니 억울하고 분했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이유를 다시 작성했다. “잦은 근무지 변경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이유를 알 수 없는 사장님의 화와 짜증을 견딜 수 없어 퇴사 함이라고 적었다. 적어 놓고 계단을 내려오는 몇 초 동안은 속이 후련하고 뭔가 골탕을 먹인 것같이 통쾌했는데, 그것도 잠시. ‘혹시 사장이 열 받아 퇴직금을 안 주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후회까지는 아니었다.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러나 걱정은 된다. 아이씨, “일신상의 이유로 퇴사함이 더 깔끔하고 단정한데...

 

나는 나의 편견과 편애, 소망과 분노, 슬픔과 기쁨에 당당하려 한다. 나의 이야기가 헐겁고 어수선해도 무방하다.” (p.5)

 

퇴사를 하고 난 후 처음 읽게 된 책이 김훈의 책일 줄이야. 나는 또다시 그의 글과 표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니,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엄청난 위로를 받는다. 치밀하고 빽빽한 그의 단어의 배열과 배치는 숨이 넘어갈 듯 가파르지만 기어코 넘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에세이는 처음이었다. 가볍게 읽고 싶었다. 가볍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가 헐겁고 어수선해도 무방하다.”라는 문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큰 위로가 되었다. “괜찮아, 걱정 말고 좀 쉬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겨울이었다. 하늘이 찢어질 듯이 팽팽했다.” (p.343)

 

한 겨울에 맞는 갑작스러운 팽팽한 하늘.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본 일이다. 본 하늘이다. 하지만 김훈처럼 표현하지는 못한다. 찢어질 듯 팽팽한 겨울 하늘이라는 표현으로 긴장감을 배가 시킨다. 퇴사를 한 후 텅 빈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다. 책은, 글은 그대로 내게 투영된다. 굳이 나를 투사할 수 있는 문장과 단어를 찾지 않아도 눈에 툭 하고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사실, 김훈의 글과 단어는 거의 다 눈에 툭 하고 들어온다. 너무 많아서 탈이다. 위로를 받고 힘을 낸다.

물렁하고 아리송한 문장으로 심령술을 전파하는 힐러healer들의 책이 압도적인 판매량을 누리는 독서풍토에서 외상외과의사 이국종 교수의 저서 골든아워에 모이는 독자들의 호응을 나는 기쁘게 여긴다.” (p.376

 

이국종 교수 이야기가 나와 반가웠다. 골든 아워는 진작 읽었다. 평소 그의 인터뷰나 유튜브 영상을 보며 말을 짧게 하고 단어 선택이 치밀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역시 김훈의 팬이었다. 그의 글에서 김훈의 냄새가 났다. 이국종 교수가 자신의 팬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김훈은 이 책에서 이국종 교수와 그의 책을 소개하고 칭찬한다. 부러웠다.

물렁하고 아리송한 문장으로 심령술을 전파하는 힐러healer들의 책한참을 웃었다. 시원하게 웃었다. 자기계발서 말고는 적절히 표현할만한 것을 찾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명확하게 할 말을 찾았다. ‘물렁하고 아리송한 문장으로 심령술을 전파하는 그런 책 볼 필요 없어. 김훈 작가 알지? 차라리 그 사람 책 읽어~’

 

그는 현실과 사명 사이에 찡겨 있다. 내 눈에는 그가 중증외상환자처럼 보인다.” (p.376)

 

골든아워를 읽고 내내 답답했던 마음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고 출구를 찾지 못하는 무저갱 속에 던져진 그들을 향해 흔한 파이팅 조차 하기가 미안했다. 김훈의 눈에는 그들이 중증외상환자처럼 보였다니. 역시 한 문장으로 해결해 낸다. 글과 표현의 힘이 넘친다. 그래서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도 스며든다. 알게 모르게 그의 것을 따라하게 된다. 가랑이 찢어지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겨우 쓰는 글은 오직 굼벵이 같은 노동의 소산이다.” (p.345)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글을 겨우 쓴다니. 아리송하고 약 올랐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문장 또한 위로가 되었다. 그도 겨우 쓴다는데, 나는 뭐. 이정도면. 겨우 쓴다는 그의 너스레를 흘려 보지 못하는 건 내 초라한 글쓰기를 위로하기 위함이다. 습관이고 취미가 아니라 노동이라 여기고 굼벵이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지만 꾸준하게 이어가야 한다.

퇴사를 하고 이틀이 지났다. 아직은 좋다. 맞지 않는 옷을 5년 동안 입고 있었더니, 원래 뭐가 내게 맞는 옷이었는지조차 잊어버렸다. 잃어버린 것도 많다. 세월은 첫 번째고. 건강도 많이 상했다. 회복하려면 쉬어야 한다. 아내와 충분히 대화한 후 한 달 정도 쉬기로 했다. 근데 분명 1주일만 지나면 또 불안해 할 게 뻔하다.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내가 더 쉬는 게 맞나? 아내가 안 그런 척 하지만 너무 힘들어 하는 거 아닌가?’ 귀 막고 눈 가리고 살아야 한다. 퇴사 후 첫 번째로 읽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천천히, 자세를 낮추고 충분히 나를 위로하고 토닥이면서.

l****h 2020.02.15. 신고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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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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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닮기를 바란다. (후략)" (11쪽) <칼의 노래>도 읽었지만, <남한산성>이 좋았다. <칼의 노래>를 읽을 때는 잘 모르고 읽었고 오래전이라 기억이 나지를 않는데 <남한산성>에서 김훈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라면을 끓이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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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후략)" (11쪽)

 

<칼의 노래>도 읽었지만, <남한산성>이 좋았다. <칼의 노래>를 읽을 때는 잘 모르고 읽었고 오래전이라 기억이 나지를 않는데 <남한산성>에서 김훈 작가를 좋아하게 되었다. <라면을 끓이며>도 읽었는데, <연필로 쓰기>가 좋다. 처음에 실린 '호수공원의 산신령'을 읽기 시작하며 나도 몇 번 가본 곳인데 산신령은 뭘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그림책을 많이 본 꼬마가 자신을 구해준 작가를 엄마에게 산신령이라고 말한 것을 제목에 붙인 것이었다. 이런! 기대가 너무 컸다. 그런데 산신령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들은 점점 무게를 더하고 내 가슴 깊은 곳을 건들어댄다.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미소를 짓는다.

나는 이순신을 잘 모르고 있었더라. 어릴적 어린이를 위한 <난중일기>도 읽었던 것 같고(?) 우선 많이 들어왔는데 이 책에 담긴 이순신은 내가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이야기 형식으로 쓰여진 어린이를 위한 <난중일기>는 제목만 <난중일기>였던 모양이다. 작가가 전하는 이순신이 쓴 <난중일기>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가졌던 환상은 무엇이었을까? 그것도 이젠 잘 모르겠다. 자신의 심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난중일기>로는 이순신을 잘 모르겠다.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 신하들과 임금을 두고 백의종군한 지략이 뛰어난 장군은 목숨을 바쳐 싸웠다. 미움이나 원망은 드러내지를 않는다. 작가를 통해 알게 된 이순신은 위대하지만 처연하다.

"사회 공공성의 문제로 불행을 당한 사람들을 재수없는 소수로 몰아서 고립시키는 공작은 '안보와 경제'가 문제를 회피하는 오래된 방식인데, 세월호 참사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었다."(96쪽)

작가는 세월호를 무심히 흘려보내지 못하는 사람이다. 현장까지 찾아가 이야기를 전한다.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나를 울게 했다. 당시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아무런 연관 없는 나도 그 당시를 떠올리면 괴롭다. 뉴스에서 본 영상이 떠오른다. 너무 슬프고 괴로워서 견딜 수가 없다. 그 일을 직접 겪은 사람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왜 살리지 못했는가. 왜 산 목숨을 수장시켰는가. 답이 없는 질문을 하게 된다. 작가의 세상 봄이 좋다. 마음 아프고 어렵고 힘들고 슬픈 이들을 무심하게 지나치지 못하는 작가의 마음이 좋다.

"나는 내 생애에 별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을 때 글자를 배웠다.(...) 산간마을의 할매들은 한 생애의 신산을 모두 겪고 나서 문자를 배웠다. 나는 이 차이가 엄청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잘 설명하지는 못한다. 대충 말하자면 할매들의 글에는 문자가 인간에게 주는 환상이 없고, 인간의 문자와 문장 안에 이미 들어와서 완강하게 자리잡은 관념이나 추상이 들어 있지 않다. 할매들의 글은 삶을 뒤따라 가면서 추스른다."(266쪽)

작가가 전하는 할매들의 시가 참 곱다. 뛰어난 통찰과 혜안에 놀라게 된다. 미소가 지어진다. 그 고운 시들에 녹여 든 삶은 고달프다. 작가의 글을 읽을 때보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이 더 목이 매여서 이 어설픈 리뷰를 쓰기가 힘들다. "할매들의 글을 읽으면서, 한 문명 전체가 여성의 생명에 가한 야만적 박해와 차별을 성찰하는 일은 참혹하다."(278쪽) 이 어설픈 리뷰 쓰기가 이리 힘든데 작가는 이 글을 우리에게 전하며 어떠했을까. 연필을 꾹꾹 눌러 쓰며 이 글을 전하는 작가의 참혹함을 독자인 내가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산 속에서 근무를 한다. 산에 비가 내리면 산의 나무들 사이에서 구름이 만들어져 하늘로 올라간다. 그 모습이 장관이다. 멋지기도 하지만 신비롭고 신령스러워서 산신령 이야기가 왜 탄생했는지 이해가 된다. 운무가 낮게 깔린 산 속에서 할아버지가 걸어나오면 그리 보일 것이고 상상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 때문이다.

작가는 '내가 산신령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연필로 쓰기>를 시작한다. 물론 그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었다. 호수공원에 모이는 산신령들(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삶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렇게 시작한 작가의 이야기는 그의 마음에서 흘러가지 못하는 많은 것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작가의 글은 목이 매이게 하기도 하고 웃음 짓게도 한다. "나는 겨우 쓴다."고 말하는 작가의 글을 나는 술술 읽어내었다. 

"아마도 황병기 선생은 '영감'을 말씀하신 것 같은데, 나는 사람들이 '영감'이라고 말할 때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내가 겨우 쓰는 글은 오직 굼벵이 같은 노동의 소산이다. 황선생께 음악의 영감을 드렸을 그 별들은 나에게는 어찌할 바를 모르는 설렘을 주었을 뿐, 써먹을 수 있는 단어 하나도 주지 않았다. 염감은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자에게만 오는 모양이다. 나는 가슴에 박힌 별빛을 지니고 서울로 돌아왔다. '자료'는 너무 멀리 있거나 너무 가까이 있었다. 만질 수 없었다. 서울에서는 별이 보이지 않았다."(345쪽)

작가의 굼벵이 같은 노동의 소산을 나는 너무 쉬이 읽어내린 것 같다.

o********o 2019.09.15. 신고 공감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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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연필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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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수고가 묻어날것만 같다.연필은 나의 삽이다.지우개는 나의 망설임이다”김훈의 무기이자 악기, 밥벌이의 연장 ‘연필’소설가 김훈의 신작 산문이 출간되었다. 여전히 원고지에 육필로 원고를 쓰는 우리 시대의 몇 남지 않은 작가, 김훈. 지금까지 작가 김훈은 이순신의 칼과 우륵의 가야금과 밥벌이의 지겨움에 대한 글들을 모두 원고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 써왔다. 이제 그가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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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수고가 묻어날것만 같다.

연필은 나의 삽이다.
지우개는 나의 망설임이다”
김훈의 무기이자 악기, 밥벌이의 연장 ‘연필’

소설가 김훈의 신작 산문이 출간되었다. 여전히 원고지에 육필로 원고를 쓰는 우리 시대의 몇 남지 않은 작가, 김훈. 지금까지 작가 김훈은 이순신의 칼과 우륵의 가야금과 밥벌이의 지겨움에 대한 글들을 모두 원고지에 연필로 꾹꾹 눌러 써왔다. 이제 그가 스스로의 무기이자 악기, 밥벌이의 연장(鍊匠)인 ‘연필’에 대한 이야기로 포문을 여는 신작 산문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책 서두에 이렇게 썼다.?

연필은 내 밥벌이의 도구다.
글자는 나의 실핏줄이다.
연필을 쥐고 글을 쓸 때?
나는 내 연필이 구석기 사내의 주먹도끼,
대장장이의 망치, 뱃사공의 노를
닮기를 바란다.

지우개 가루가 책상 위에
눈처럼 쌓이면
내 하루는 다 지나갔다.
밤에는 글을 쓰지 말자.
밤에는 밤을 맞자.?

그는 요즘도 집필실 칠판에 ‘必日新(필일신, 날마다 새로워져야 한다)’ 세 글자를 써두고 새로운 언어를 퍼올리기 위해 연필을 쥐고 있다. 산문『라면을 끓이며』 이후 3년 반여의 시간, 그의 책상에서 지우개 가루가 산을 이루었다가 빗자루에 쓸려나가고, 무수한 파지들이 쌓였다가 쓰레기통으로 던져진 후에야 200자 원고지 1156매가 쌓였다. 그리고 그 원고들이 이제 468쪽의 두툼한 책이 되어 세상으로 나간다.
지금 “물렁하고 아리송한 문장으로 심령술을 전파하는 힐러(healer)들의 책이 압도적인 판매량을 누리는”(376쪽) 대한민국의 독서풍토에, 언젠가 한 인터뷰어가 칭했던바 ‘몽당연필을 든 무사(武士)’ 김훈이 돌아왔다.
YES마니아 : 골드 v*******k 2019.04.01. 신고 공감 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