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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파와 화산파의 회람연의 세칙이 정해졌다. 양쪽에서 다섯 명씩 나오고 방식은 승자가 계속 싸우는 연승식으로 정했다. 종남파에서 내세울 만한 고수가 화산파에 비해 적다는 걸 알고 있는 검단현이 종남파에서 나온 인원 숫자대로 비무를 주장했고 대신 연승식 방식은 노해광이 정했다. 첫 번째 비무는 종남파 응계성과 화산파 북문도의 대결이었다. 한 쪽 다리가 불구인 응계성을 보고 화산파의 일대제자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매화사절 중의 한 사람인 북문도는 마음 속의 긴장감이 자신도 모르게 느슨해졌다. 응계성과 북문도는 처음 싸움이 시작될 때부터 주저하지 않고 상대의 목숨을 노렸고 사파의 무리들이 펼치는 것보다 더욱 흉험하고 살벌한 수법을 주고받고 있었다. 공개적인 비무장소에서 같은 명문 정파의 고수를 향해 서슴없이 목덜미를 찔러가는 살벌한 초식을 펼치는 북문도와 의당 옆으로 몸을 피하거나 뒤로 물러서며 검으로 목덜미를 찔러오는 상대의 검을 쳐 낼 줄 알았는데 응계성은 오히려 앞으로 성큼 다가서며 상대의 미간을 향해 검을 내찔렀다. 네가 내 목을 찌른다면 나는 너의 이마를 꿰뚫어 버리겠다는 의도가 그대로 엿보이는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의 험악하고 무서운 대응이었다. 그 악독한 수법에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거푸 흘러나올 정도였다. 문파의 위신과 체통을 생각해서 가급적이면 화려한 무공을 펼치면서도 상대의 목숨을 직접적으로 노리는 살수는 자제하는 편이 일반적인데 그것은 결코 명문정파 사이의 회람연이 아니었다. 응계성의 얼굴에는 독특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고 두 눈에는 횃불처럼 강렬한 신광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북문도는 자신의 이마가 두 쪽으로 갈라져 버릴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검을 거두며 옆으로 몸을 비틀어 상대의 일검을 피하려 했다. 그 순간 응계성의 신형이 어느새 바짝 북문도의 품으로 안겨 들다시피 했다. 상대의 품안으로 뛰어들어 공격에 유리한 자세를 선점하는 묘용을 지닌 초식이었다. 북문도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옆으로 반쯤 돌려섰던 몸을 그대로 회전시켜 한 바퀴 빠르게 돌았다. 그 바람에 북문도의 품에 뛰어들었던 응계성의 몸이 반대로 북문도의 왼쪽으로 서게 되면서 오히려 몸의 절반이 그대로 노출되어 버렸다. 북문도는 자신의 앞에 그대로 드러난 응계성의 왼쪽 몸을 향해 주저하지 않고 장검을 내찔렀다. 너무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휘두르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취한 임기응변의 조치였으나 그만큼 빠르고 순간적으로 이어진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신법의 절정고수라 해도 완벽히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푹! 북문도의 장검은 응계성의 왼쪽 옆구리를 그대로 관통해 버렸다. 하나 응계성은 쓰러지기는 커녕 오히려 왼쪽 팔을 바짝 오므려 북문도의 장검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오른쪽 발로 왼쪽 발의 발등을 밟으며 몸을 반 바퀴 회전시켰다. 북문도는 수중의 장검이 여전히 응계성의 몸에 꽂혀 있는 상태였기에 순간적으로 갈등에 빠졌다. 화산파에서의 오랜 수련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수중의 검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이 몸에 배어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망설이게 했던 것이다. 그의 망설임은 아주 짧았으나 응계성의 반쯤 회전하는 몸이 그의 코앞으로 다가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북문도는 자신의 실책을 깨닫고 검을 놓고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회전해 들어오는 응계성의 몸이 훨씬 빨았다. 응계성은 왼쪽 팔로 여전히 북문도의 장검을 껴안고 오른 손으로 북문도의 어깻죽지를 잡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이마로 북문도의 머리를 들이받았다. 빠악! 천지가 뒤흔들리는 듯한 굉음이 들렸다. 똑같은 이마끼리 부딪혔음에도 북문도는 머리통이 부서지는 듯한 엄청난 충격과 통증에 입을 딱 벌렸다. 순간적으로 명령진기를 끌어올려 머리를 보호했음에도 말로 형용키 어려운 충격을 느꼈던 것이다. 뜨거운 핏물이 콧등을 타고 주르르 흘러 내렸다. 응계성은 재차 머리를 들이받았다. 빡! 북문도의 몸이 한 차례 휘청거려 뒤로 물러서려고 했으나 어깻죽지를 응계성의 손이 잡고 있는데다 검을 쥔 오른손마저 응계성의 팔뚝 사이에 끼여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응계성은 다시 허리를 뒤로 젖혔다가 있는 힘껏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동작은 얼핏 보기에는 시정잡배들이나 사용하는 박치기 같았으나 사실은 독두관이라는 절학이었다. 독두관은 순간적으로 전신의 기력을 이마에 모아 상대의 머리를 공격하는 무공으로 독특한 만큼이나 강호에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기이한 수법이었다. 노해광은 호천신유의 호천비록을 주고 독두관의 구결을 얻어 얼마 전에 응계성에게 전했다. 응계성은 신법이 약한 신체의 특성상 접근전에 취약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독두관을 익힘으로써 결정적인 한 방을 노릴 수 있었다. 빠악! 다시 한 차례 응계성의 머리가 세차게 북문도의 머리에 내리꽂히듯 강하게 부딪혔다. 두개골과 두개골이 맞부딪히는 광경은 그 음향만으로도 사람들의 모골을 송연하게 하는 것이었다. 응계성이 다섯 번째로 허리를 젖히려 할 때 "그만, 이 일전은 종남파가 승리했소." 화산파의 참관인으로 참석한 유장현이 외쳤다. 소지산이 재빨리 응계성에게 다가갔다. 그때까지도 응계성은 북문도의 어깨를 잡고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소지산이 "계성, 이제 끝났다. 네가 이겼다."라고 말하자 응계성은 그제야 북문도의 어깨를 잡은 손을 놓아주었다. 북문도의 신형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화산파에서 몇 사람이 황급히 달려와 그를 안고 들어갔다. 소지산이 아직도 응계성의 옆구리를 관통해 있는 장검을 뽑고는 재빠른 손길로 그의 몸을 지혈했다. 응계성은 장검이 자신의 몸에서 뽑혀 나오는 것을 보면서도 여전히 소지산을 향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응계성은 독도관을 익힌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기에 그 성취는 그다지 높지 않아 그 또한 북문도가 받은 충격에 못지않은 상처를 입었다. 소지산은 말없이 그의 어깨를 끌어안고 장내를 벗어났다. 채 몇 걸음 걷기도 전에 응계성의 몸이 조금씩 늘어졌으나 소지산은 내색하지 않고 그의 어깨를 안은 채 문밖으로 나갔다. 응계성은 적어도 자신의 발로 문을 벗어난 다음에야 비로소 정신을 잃고 소지산의 품에 쓰러져 버렸다. 유혈낭자한 얼굴에 의식을 잃은 상태임에도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소지산이 "그렇게 웃지 않아도 된다. 이제 본 파는 너를 억지로 웃게 할 만큼 약하지 않으니 말이다." 나지막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종남파 제자들의 처절하고도 절실한 몸부림이었고 여전히 그들은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으며 그들 중 누구 하나 하소연 하거나 힘들다고 어려움을 내보인 사람은 없었다.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려고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