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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비는 진산월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나는 자네가 마음에 드네. 그래서 자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려 하네. 자네의 사매를 살릴 방법이 있네. 자네 사매는 태음신맥을 타고났지. 그런데 잘못 격발된 음기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해 전신이 음기로 가득 차서 생명이 위독하게 된 걸세. 태음신맥을 제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칠음진기 같은 뛰어난 음공을 익히는 것일세"라고 말했다. 진산월이 "칠음진기의 구결을 알고 있소?" 물으니 "아쉽게도 전반부의 구결만을 알고 있을 뿐이네. 하지만 이 구결만으로도 칠음진기에 입문할 수 있네."라고 답했다. 다시 진산월이 "단지 입문하는 것만으로 태음신맥을 제어할 수 있단 말이오?"라고 물으니 강일비는 "그건 아니네. 하지만 몸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것은 막을 수가 있네.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길면 열흘, 짧으면 닷새에 불과할 걸세. 하지만 칠음진기에 입문하게 되면 그 기간을 적어도 삼 개월 이상 연장할 수 있지. 그동안 자네는 나머지 구결을 얻으면 되는 것이네."라고 답했다. 진산월은 한동안 강일비를 응시하다가 칠음진기의 나머지 반쪽을 얻을 방법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쑥 입을 열었다. "혹시 신목령의 현음진기가 바로 칠음진기가 아니오?" 물으니 강일비는 고개를 저으면서 "현음진기는 칠음진기가 아닐세.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현음진기는 칠음진기의 변형일세. 칠음진기는 오직 태음신맥의 소유자만이 익힐 수 있네. 우연히 칠음진기의 구결을 얻은 누군가는 이 사실이 못내 원망스러웠지. 그래서 태음신맥을 타고나지 않아도 칠음진기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을 오랫동안 모색해왔네. 그 결과 칠음진기의 몇 가지 요소를 바꾸어 태음신맥의 소유자가 아니어도 익힐 수 있게 만든 걸세. 그게 바로 현음진기일세. 현음진기로는 태음신맥을 제어할 수 없네."라고 말했다. 강일비의 말은 실망스러운 것이었지만 진산월은 한 가닥 기대를 품게 되었다. 그렇다면 현음진기의 주인은 칠음진기의 구결을 알고 있을 것이다. 현음진기는 신목령주의 무공이다. 따라서 신목령주를 추적하면 칠음진기의 나머지 구결을 얻게 될지도 몰랐다. 강일비는 "칠음진기의 전반부 구결을 알려 주는 것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네. 내게 봉황금시를 주게." 그제야 비로소 진산월은 강일비가 말한 제안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조건이 있는 교환인 셈이었다. 진산월은 평소보다 훨씬 창백한 얼굴에 거의 들을 수도 없을 만큼 미약하게 흘러나오는 숨을 쉬면서 아직도 의식을 잃고 있는 임영옥의 맥문을 잡았다. 살짝 기운을 불어 넣자 꽁꽁 얼어붙은 그녀의 진기가 세차게 반발을 해왔다. 진산월은 천천히 태을신공의 진기를 끌어 올렸다. 태음신맥의 음기가 태을신공의 진기를 거부하지 않고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임영옥의 몸을 파고든 태을신공의 진기는 얼어붙어 있는 그녀의 혈맥 속으로 느릿느릿 스며들어 갔다. 진산월은 태을신공을 천단신공의 호심결로 바꾸었다. 호심결은 몸을 보호하고 생명력을 유지하는 데 뛰어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진산월은 맥문을 쥐지 않은 왼손으로 그녀의 머리 위 백회혈을 부드럽게 자극했다. 그러자 그녀의 숨소리가 조금 더 강해지더니 이윽고 굳게 닫혔던 눈꺼풀이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진산월은 그녀의 의식이 돌아오고 있음을 알고 즉시 그녀에게 전음을 보냈다. - 내가 불러주는 구결대로 진기를 움직여 보도록 해. 천부적해 심환이기...... - 진산월은 그녀가 듣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쉴 새없이 구결을 반복해서 암송했다. 단순해 보이는 구결이 보여주는 위력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녀의 몸 전체를 휘감고 있던 냉기가 급속도로 사라져 갔고 그녀의 눈꺼풀이 서서히 올라가며 눈동자가 드러났고 눈동자에는 선명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형산파와의 네번 째 비무인 비성흔과의 싸움 이후 의식을 잃었던 그녀가 마침내 깨어난 것이다. 진산월은 그녀에게 강일비를 만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봉황금시를 조건으로 칠음진기의 전반부 구결을 알려주겠다는 제의를 해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 그녀는 놀라거나 흥분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연스런 동작으로 자신의 머리 위를 만져 봉황 문양의 비녀 하나를 손에 쥐었다. 진산월이 "우선 구결을 받고 물건은 내일 주기로 했어. 우리 것이 아니지만 봉황금시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 필요는 없어. 봉황금시는 정말 이상한 물건이야. 천룡궤의 열쇠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노리는 천하의 기물이 되었지. 모용봉은 사매가 돌려주려는 봉황금시를 돌려받지 않고 우리를 즉시 구궁보 밖으로 나가게 했어. 천룡궤를 열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지척에 있는데도 말이지. 한 마디로 모용봉은 천룡궤가 열리기를 바라지 않았던 거야. 봉황금시를 지닌 사매에게 중추절까지만 천룡궤 안의 미인상이 가짜 모용대협에게 전해지지 않기를 바란거지. 그 뒤의 일은 어찌 되든 좋았던 것이겠지. 결국 봉황금시는 단순히 가짜 모용대협의 시선을 우리에게 돌리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던거야. 그러니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더 이상의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는거지. 그동안 봉황금시를 노려 왔던 세력들은 쾌의당과 신목령인데 이번에는 오래전에 실종되었던 강일비까지 가세를 한거야."라고 말했다. 천룡궤와 봉황금시에 얽힌 수수께끼와 같은 비밀은 언제쯤 확실하게 밝혀질런지 궁금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