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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산의 초입에 위치해 있는 현악문 앞에서 정오에 진산월에게 비무를 신청한 당문의 암기고수 천수나타 당각은 쾌의당의 천살령주였다. 천수관음이 진산월에게 알려준 암기 무공의 여섯 가지 계율은 삼무용과 삼불출인데 진산월이 주목한 것은 상대의 위치를 포착하지 못하면 출수하지 말라는 불착불출이다. 천절뢰 수법은 종남파의 실전된 절학에서 파생된 무공이었다는 걸 알고 진산월은 경요궁에 연락해서 경요궁이 그 사실을 인정하고 종남파의 속문으로 들어갔다. 진산월이 밤이 깊은 시각까지 열두 걸음의 보법에 더욱 매달리고 있는 것은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이었다. 진산월은 다시 한 차례 열두 걸음을 내디뎠다. 이제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물 흐르듯 그의 몸이 허공을 유영해갔다. 하나 이내 다시 걸음을 멈추어야만 했다. 진산월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언제 나타났는지 후원 한편의 유난히 짙은 어둠 속에서 짙은 청삼을 입은 중년인의 시선과 마주쳤다. 중년인이 "정말 멋진 보법이군. 다만 여섯 걸음이 부족한 것이 아쉽지만 말이지."라고 말했다. 진산월이 "어느 파의 고인이시오?" 물으니 중년인이 "잠이 오지 않아서 밤길을 서성이다 들른 야행객이라고 해 두게. 자네의 움직임은 훌륭했지만 몇 걸음이 부족한 것 같았네. 게다가 동작이 너무 크군. 불필요한 허세가 들어가 있는 것 같아 조금 아쉬웠네. 자기 보법이 대단하다고 누구에게 뽐낼 필요라도 있나? 자네의 움직임은 아직 미완 같아 보이네. 적어도 여섯 걸음 정도 더 내디뎌야 비로소 제대로 된 하나의 동작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라고 말하면서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진산월은 그를 향해 포권을 했다. "늦게나마 인사드리겠소. 종남의 진산월이오." 청의 중년인이 "나는 심야의 불면객일세. 나는 남에게 내 이름을 밝힐 용기가 없는 사람일세. 회환 때문이라고 해두지. 아니면 끊지 못한 미련이든지. 혹시라도 자네와의 인연이 이것으로 그치지 않게 되면 그때 종남파에 관한 옛이야기나 보법에 얽힌 사연 같은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이네."라며서 묘한 미소를 지었다. 진산월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거리면서 "본 파에 대해 잘 아시오?" 묻자 중년인이 "듣고 싶으면 살아남게. 아직 자네는 자격이 없네. 내일 비무에서 살아남는다면 비로소 나와 이야기를 나눌 자격이 생길 걸세. 부디 나를 실망시키지 말게." 슬쩍 손을 흔들더니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중년인의 신형이 움직이자 순식간에 연기처럼 모습을 감춰 버렸다. 진산월은 청의 중년인이 떠날 때의 움직임이 이상하게도 마음에 걸렸다. 어딘지 익숙한 듯하면서도 현묘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허세라? 뽐내지 말라는 것 대체 무슨 의미일까?" 무심코 중얼거리던 진산월의 눈에서 갑자기 번쩍하는 신광이 흘러나왔다. 뒤이어 그의 몸이 무언가 거대한 벼락에 관통당한 듯 세차게 흔들렸다. 열두 걸음에 부족한 여섯 걸음을 합치면 모두 열여덟 걸음이다. 뽐내지 않는 열여덟 걸음! 그것은 한때 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보법이며 종남파의 자랑이었던 무염십팔보였다. 철혈홍안이 알려준 열두 걸음은 바로 무염십팔보의 전반부와 중반부였다. 후반부 여섯 걸음이 없었기에 계속 무언가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무염십팔보의 모자란 여섯 걸음을 알고 있는 청삼 중년인의 정체는? 그가 당각과의 생사를 다투는 결전 전날에 자신을 찾아와 그 사실을 알려준 진정한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진산월은 조금 전에 청삼 중년인이 서 있던 곳에 못 박히듯 고정되어 있었다. 청삼 중년인이 머물러 있다가 홀연히 떠난 바닥에 몇 개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흡사 진흙더미를 세게 밟은 것처럼 바닥을 움푹 파고 들어간 선명한 발자국들 그 수는 정확히 여섯 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