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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 2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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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구봉중 번신봉황 이북해는 줄곧 서장 무림의 동향을 주목하고 있다가 올해 들어와서 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몇명 무림 명숙들에게 새로운 무림집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무림 맹주와 무당파의 장문인이 주도권을 놓고 다투고 있으니 소림사의 장문인인 대방 선사로서는 누구의 편을 들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현령 장문인이 일방적으로 유월 일일에 무당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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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구봉중 번신봉황 이북해는 줄곧 서장 무림의 동향을 주목하고 있다가 올해 들어와서 그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몇명 무림 명숙들에게 새로운 무림집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무림 맹주와 무당파의 장문인이 주도권을 놓고 다투고 있으니 소림사의 장문인인 대방 선사로서는 누구의 편을 들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러다 현령 장문인이 일방적으로 유월 일일에 무당산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선포하는 일이 벌어졌고 극비리에 진행되어야 할 무림집회가 두 세력 간의 알력 때문에 오히려 공개되어 버렸다. 유월 일일 무당에서 개최될 집회에 구대문파가 모두 참석하고 천봉궁이 지지를 표한다면 대세가 기울어지게 될 것이다. 대방 선사가 "그 자리에서 빈승은 종남파의 구대문파 복귀에 대한 안건을 꺼낼 생각이오. 두 가지 이유가 있소. 첫째는 무당의 법회가 현령 장문인의 의도대로 진행되는 것을 막아보려는 것이고, 둘째는 본 사에서 벌어진 과거 기산취악의 빚을 청산하기 위해서요."라고 진산월에게 말했다. 이십여 년 전 소림사에서 벌어진 기산취악은 종남파에서는 잊고 싶은 기억이었다. 또한 소림사에서도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기도 했다. 종남파의 제자라면 누구나 뼈 속 깊숙이 새겨놓은 사건이었지만 그 안의 내막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 소림사의 대방 선사가 "종남파의 구대문파 퇴출을 처음 안건으로 내놓은 사람은 당시의 무당파 장문인이었던 목엽진인이었소."라는 말에 진산월이 "형산파가 먼저 주장한 게 아니라 무당파의 장문인이 발의했단 말입니까?" 황급히 되물었다. 대방선사가 "그렇소. 당시 형산파의 기세가 욱일승천하기는 했으나 목엽진인이 말을 꺼내기 전에는 누구도 구대문파의 한 문파를 퇴출시키고 그들을 그 자리에 집어넣는다는 발상을 하지 못했소." 무림에서 융성했다가 사라지는 문파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때마다 구대문파의 지위를 변경했다면 지금과 같은 유구한 전통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소림사의 장문인은 대방 선사의 스승인 굉요대선사였다. 굉요대선사는 무공 보다는 불심이 깊기로 더욱 유명한 고승이었는데 기산취악 당시의 소림사 장문인이었다는 것 때문에 종남파 고수들에게는 결코 좋게 생각되지 않았다. 대방 선사는 "굉요선사께서는 기산취악 후 그 일에 대해 늘 깊은 번뇌를 느끼셨소. 그리고 원적하시기 얼마 전에 빈승에게 비로소 당시의 일에 대해 설명해 주셨소. 종남파가 구대문파에서 퇴출되고 형산파가 들어온 기산취악 사건은 당시 무당파의 목엽진인이 처음 발의했는데 당사자인 종남파를 제외한 여덟 문파 중 다섯 개의 문파가 찬성을 하고 두 개의 문파가 반대를 그리고 본 사는 찬성도 반대도 표하지 않았소. 목엽진인이 그 발의를 하기 전날에 은밀히 굉요선사를 찾아와 자신이 내일 종남파의 구대문파 퇴출을 안건으로 내놓을 것이니 그 안건에 찬성해 달라고 부탁했소. 목엽진인은 찬성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반대는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고 선사께선 그것을 승낙했소." 진산월이 "목엽진인의 발의에 반대한 문파는 어디입니까?"라고 묻자 대방 선사는 "곤륜과 아미였소. 다른 파는 대부분 목엽진인이 사전에 방문을 하여 동의를 얻었지만 곤륜파는 속세의 명리에 관심이 없고 청정무위를 추구하는 문파답게 목엽진인의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소. 아미파는 종남파와 친분이 두터워서 목엽진인이 찾아가지도 않았고 본 사를 제외한 다섯 문파는 모두 찬성을 했소. 굉요선사께선 그 후에 목엽진인에 대해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두게 되었소. 기산취악 전후 목엽진인의 행동에 얼마쯤의 의문스런 구석이 있었고 목엽진인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소. 목엽진인의 뒤에는 그를 조종하는 자가 있는데 그 사람은 여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소. 기산취악 사건이 있은 후 그 일의 부당함에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굉요선사께서는 목엽진인의 거처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그때 그의 방에서 그가 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소리를 들었소. 선사께서 십여 장 밖에서 여자의 음성을 듣고 귀를 기울였을 때 그들이 기척을 알아차렸는지 말을 멈추었고 잠시 후에 목엽진인의 거처로 안내되었을 때는 목엽진인 혼자만이 앉아 있었소. 생의 마지막 순간이 가까이오자 종남파가 아직 존재하고 형산파와 무당파가 건재하다면 그들 사이의 일은 종결된 게 아니라 잠시 수면 밑으로 잠복된 걸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어 일의 내막을 알려줘야겠다고 결심해서 내게 사건의 전후를 말하게 되었소." 강호의 가장 거대한 문파중 하나의 장문인이 누군가의 지시로 구대문파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일을 벌이고 있다면 어찌 걱정스럽지 않겠는가. 진산월은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숱한 상념에 깊게 침잠해 있었다. 많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당장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진산월로서는 기산취악을 일으킨 당사자가 누구인지 알게 된 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었다.

j*****1 2020.12.2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