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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보주 초관을 묵묵히 바라보는 서른 명의 인영들은 초관의 가장 충직한 수하들이었다. 초가보가 종남파와의 싸움에서 패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가보의 몰락을 예견하고 모습을 감추었는데 수신대라 불리는 인물들은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모두 초관의 주위에 모여 들었다. 수신대의 대장인 혈화창 우문화룡은 누구보다도 초관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마음속에도 초관과 똑같은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초관의 두 눈은 텅 비어 있었고 모든 의욕이 사라진 사람의 눈으로 물끄러미 우문화룡을 바라보고 있었다. 초관은 우문화룡에게 자신의 아들인 화아를 찾아서 돌보아달라고 부탁을 한 후에 스스로 심맥을 끊었는지 입가로 계속 검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우문화룡은 초관의 몸을 안아들었다. 초관은 힘겹게 눈을 뜨면서 "나를... 예전처럼 불러주지 않겠나?" 조그맣게 속삭였다. 우문화룡은 간신히 "방룡형님....." 입을 열었다. 초관이 "그래... 그 말이 듣고 싶었어. 정말 그리운 이름이야..."라고 마지막 미소를 남기고 죽었다. 우문화룡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악종기는 빠르게 신형을 움직이고 있었다. 종남파 고수들의 행동은 그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종남파 고수들이 삼로에 파견된 고수들을 모두 쓰러뜨린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 여세를 몰아 단 열 명의 인원만으로 직접 초가보로 쳐들어오리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초가보는 대부분의 정예들을 이번에 모두 잃어버려서 본진을 지킬만한 인원이라고는 천왕도 해청과 우문화룡 두 사람 뿐이었다. 물론 본 사의 고수들이 나선다면 아직도 승산은 있지만 그들은 결코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서는 안되었다. 남다른 야망을 가진 자를 포섭해서 그를 전면에 내세워 중원에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계획은 이미 오래전에 세워진 것이었다. 십 년이 넘는 세월동안 악종기는 그 계획을 완수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왔다. 악종기는 초가보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에 위치한 건물의 지하로 가는 중이었다. 지하에는 외부로 통하는 비밀통로가 있었다. 처음 초가보를 지을 때 모든 건물을 악종기가 직접 설계했고 지시했으니 초가보주인 초관은 비밀통로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비밀통로 뿐 아니라 초가보의 곳곳에는 다른 건물로 이동할 수 있는 암로들이 여러 개 있었다. 하나같이 초관은 전혀 알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초관의 가능성을 발견한 사람은 밀주였다. 밀주는 초관에게 악종기를 소개했으며 악종기는 밀주의 지시대로 초관을 절세고수로 둔갑시키기 위해 모진 노력을 기울였다. 완벽한 신분을 만들기 위해서 그의 성과 이름까지 바꾸도록 했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그의 가족을 은밀히 감시했다. 결국 그의 아내는 감시를 피해 도망치다 절벽에서 떨어져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들 또한 초관의 눈을 피해 가출하고 말았다. 하나 초관은 그 모든 일이 벌어져도 눈도 깜빡 안하고 앞으로 달려 나가는 일에만 전력을 기울였다. 악종기는 초관의 그러한 심성을 꿰뚫어 본 밀주의 혜안은 존경스럽다고 생각하면서 비밀통로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통로 앞에는 일곱 구의 시신이 질펀한 피바다 속에 누워 있었는데 모두 자신이 비밀리에 이끌고 있는 부하들이었다. 결국 도망치려던 그들은 진산월의 친우인 조일평에게, 악종기는 진산월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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