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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 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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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어제 오후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던 동중산과 장승표,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비쩍 마르고 사납게 생긴 늙은이가 독사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진산월을 쏘아보고 있었다. 늙은이는 무언가에 단단히 화가 나 있는지 얼굴 가득 분기탱천한 모습으로 대뜸 욕설을 터뜨렸다. "이 망할 놈들이 사기를 쳐도 유분수지. 뭐 언덕 하나만 넘으면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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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어제 오후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던 동중산과 장승표, 그리고 생전 처음 보는 비쩍 마르고 사납게 생긴 늙은이가 독사처럼 날카로운 눈으로 진산월을 쏘아보고 있었다. 늙은이는 무언가에 단단히 화가 나 있는지 얼굴 가득 분기탱천한 모습으로 대뜸 욕설을 터뜨렸다. "이 망할 놈들이 사기를 쳐도 유분수지. 뭐 언덕 하나만 넘으면 된다고? 그래 놓고 한나절을 끌고 온단 말이냐? 여기가 종남파냐, 사기꾼 소굴이냐?" 듣다 못한 장승표가 한 마디 했다. "갈 노인, 보수는 섭섭지 않게 해드릴테니 제발 고정하십시오. 그리고 일이 끝나면 갈 노인을 댁으로 안전하게 모셔드리겠습니다. 제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습니다." 늙은이는 더욱 기세등등하게 날뛰었다. "시끄럽다, 이 망할 놈! 네 놈의 이름 따위를 어느 짝에다 쓴단 말이냐? 몇 번 거래해 줬다고 오냐오냐 했더니 감히 노부를 속여 이곳까지 끌고 와? 어디 네 놈이 말한 천년설삼인지 만년하수오인지가 있으면 내놓아 봐라. 그럼 노부가 네 놈의 말을 믿어주마." 동중산과 장승표가 오기 싫다는 노인을 사탕발림을 하여 억지로 끌고 온 모양이었다. 동중산이 쓴 웃음을 지으며 "사정이 다급하여 갈 노인께 죄를 저질렀습니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고 우선 저희들의 말씀을 들어보십시오."라고 말하자 노인이 욕설과 고함을 지르면서 "이 빌어먹다 얼어 죽을 애꾸놈아! 기껏 살려줬더니 생명의 은인도 몰라보고 노부를 속여? 네 놈이 뭔데 감히 노부를 갈 노인이라고 부르는 거냐? 노부가 네 놈 친구냐?" 그야말로 좌충우돌, 누구도 그를 제지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어떤 미친 늙은이가 벌건 대낮부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단 말이냐?" 갈 노인의 목소리보다 열 배는 큰 듯한 엄청난 호통소리가 들려왔다. 길길이 날뛰며 발작을 일으키던 갈 노인조차 순간적으로 입을 다물어 버릴 정도로 무서운 위력을 지닌 호통이었다. 갈 노인은 쌍심지를 곤두세우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떤 종자도 알지 못할 망할 놈이...." 고개를 돌리며 욕설을 퍼부으려던 갈 노인이 무엇을 보았는지 갑자기 입을 딱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문 앞에는 전풍개가 두 팔을 팔짱낀 채 눈을 부릅뜨고 우뚝 서 있었다. 전풍개를 본 갈 노인은 웬일인지 안절부절, 쩔쩔매고 있었다. 갈 노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린 전풍개는 "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왠지 어디선가 본 것 같단 말이야." 갈 노인은 움찔 놀라더니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난 당신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소." 중인들은 기세등등하던 갈 노인이 전풍개에게만은 이상하리만치 약세를 보이는 것을 알아차리고 전풍개에게 눈짓을 했다. 전풍개는 갈 노인에게 다가오더니 그의 어깨에 손을 턱 얹고 눈을 부릅뜨면서 "이보게,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앞으로 살면 얼마나 산다고 젊은이들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나?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한 며칠 푹 쉬다 가게."라고 말하니 갈 노인은 엉겁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갈 노인은 속에서 열불이 터져 나오는 듯 했으나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전풍개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소지산의 왼팔을 고치려고 진산월의 지시로 동중산이 어제 장승표와 함께 서십왕촌으로 가서 그를 데려온 것이다. 원래 의술이란 강제로 시킬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이 원해서 해야 효과가 있는 것이므로 진산월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전풍개의 협박과 방취아의 애원에도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던 갈 노인은 의외로 유소응을 보자 태도가 바뀌었다. 그는 유소응을 보더니 그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면서 이것저것을 물어보았지만 유소응의 반응은 묵묵부답이었다. 갈 노인이 소응에게 물어보는 질문은 "부모님은 계시냐? 고향은 어디냐? 나이는 몇 살이냐? 이름은 뭐냐? 할아버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있느냐?" 갈 노인은 세 시진 만에 "네가 원하는 게 뭐냐? 노부의 말에 한 마디라도 대답해 준다면 원하는 걸 모두 들어주겠다."라고 말하자 유소응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갈 노인을 바라보더니 실로 오랜만에 조용한 음성으로 "사부님의 말씀을 따라 주세요." 갈 노인은 기쁘기도 하고 자신의 처지가 한심하기도 해서 멍하니 유소응을 쳐다보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면서 "알았다. 그대로 할 테니 앞으로는 노부의 말에 꼭꼭 대답하도록 해라." 유소응이 "네."하자 갈 노인은 소응을 와락 끌어안고 나서야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산월을 찾아갔다. 종남파를 멸문하기 위한 초가보의 갑작스러운 난입으로 부상을 당해 왼팔의 감각을 잃었던 소지산은 이렇게 갈 노인에게 고칠 수 있었다.

j*****1 2020.12.1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