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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심리의 맹점을 교묘하게 파고 들어 동중산에게 거대한 나무로 뛰어 올라가 가장 위에 있는 나뭇가지를 꺾어서 내려오라, 다시 은밀한 곳에 위치한 동굴로 들어갔다 나와라, 기이한 모양의 바위 주변을 조사하고 오라고 종남파 장문인 진산월이 지시한 일련의 행동들은 고수들에게 동중산이 문제의 기보를 숨기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들의 뒤를 쫓던 삼십 명이 넘었던 고수들 중 대부분은 바로 동중산이 지나갔던 나무와 동굴, 바위 일대를 수색하기 위해 떠나버렸던 것이다. 그때 비로소 상원건은 진산월이 동중산에게 지시한 이상한 행동으로 인해 자신들을 뒤쫓던 고수들의 수가 열 명 남짓으로 줄어들었음을 깨달았다. 진산월이 지금부터는 전력을 다해 동남방향으로 직진한다고 일행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진산월의 지시대로 일행들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신속한 행동으로 앞으로 질주해 가기 시작했다. 지금 주위는 짙은 어둠이 깔려 있는데다 진산월 일행이 전력을 다해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추적을 하는 데는 몹시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과연 일각도 되지 않아 이제는 단지 일곱 명만이 맹렬하게 쫓아오고 있을 뿐이었다. 진산월은 강변이 나오니까 그곳에서 추적을 따돌리자면서 일행들을 인도하여 곧장 이수 강변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곳은 용문석굴에서 이십 여리 떨어진 곳이라 운자추가 말한 운문세가의 구역에서 훨씬 벗어난 지역이었다. 일곱 명의 고수들은 아예 노골적으로 몸을 드러내놓고 그들을 바짝 뒤따르고 있었다. 그들은 오남이녀로 같은 일행이 아닌 듯 서로 상대방의 얼굴을 마주 보며 약간은 놀라고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들이었다. 일곱 명의 고수들은 장성 너머의 소흥안령 일대에서 거의 지옥의 염라대왕처럼 무서운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적동, 섬서성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쾌검의 달인 전광검객 도욱, 두 눈에 푸르스름한 인광을 번뜩이고 살인과 음행을 저지르는 마의 노인 귀곡신조 귀송자 양봉, 눈부신 백의를 걸친 준수한 미남자 심옥당, 검은 새의 깃털로 만든 부채를 들고 있는 흑수사 동방건, 붉은 홍의에 요염한 모습인 혈선자 조채홍, 천봉팔선자 중의 막내인 옥봉 누산산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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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천하를 처음 접했던 게 언제였더라.. 하루에 다섯 권씩 읽어서 삼 일 만에 열 다섯 권을 다 읽고 다음이 없다고 슬퍼했던 기억이 난다. 신간 나오는 텀이 너무 길어지는 바람에 앞의 내용을 잊어버려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다시 읽다가 그만뒀었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읽는 군림천하는 어린 시절에 봤던 것처럼 재미있지 않다. 진산월은 답답하고, 낙일방은 너무 성격이 급하고, 응계성은 무슨 화가 그리 많은지.. 전개도 느리고 여정 중에 겪는 사건도 많아서 이래가지고 도대체 언제 소림사에 가고 언제 군림천하를 하는가 싶을 정도. 하지만 무공으로 싸우는 장면들을 즐기며 인물들의 성장을 보는 데엔 충분했다. 낙일방만 해도 1권에선 할 수 없었던 동작을 2권에선 능숙하게 해내면서 싸움을 승리로 이끌어낼 정도가 되니까. 어쨌건 1권과 2권에서는 그다지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지 않는다. 무림초출한 종남파의 제자들이 겪는 일들을 단순히 나열하고만 있을 뿐이지.. 신목령의 정체도, 운문세가의 꿍꿍이도, 아직은 안개 너머의 어렴풋한 형체로만 보일 뿐이다. 좀 더 읽어야 할 것 같다. 내용을 기억해 내는 건 이번에도 틀린 것 같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