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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에서 중간관리자이다. 학교는 교육이라는 일방향의 가치를 갖고 있기에 매우 독특한 일터문화를 가지고 있다.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지만 학생들의 의견은 매우 미세하게 적용되고, 대부분 교육부로부터 정해져 내려오는 정책의 수행기관 같이 느껴진다. 교장,교감이라는 운영자, 관리자 역할이 있지만 대부분 교육활동의 구체적 내용과 방법은 교사들에 의해서 결정이 되고, 설사 학교에서 결정했다 하더라고 교사의 수업권과 평가권의 내부로 들어갈 수 없어, 교사가 어떻게 반영하고 실행해 주는가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많은 회의들은 교장교감이 정해지고, 교육청에서 요구하는 방향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굳이 회의를 해야 하는가? 어차피 그렇게 결정될 거면서 왜 자꾸 모이라는 거지? 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 시간 대비 효율적 결정이라면 조직의 상급자가 정하고, 하급자는 시행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반영조직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나 스스로 업무 수행의 과정, 과정 속에서 담당자가 누리는 재량, 담당자의 마음과 헌신이 들어간 업무 수행의 질적 측면을 스스로 간과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나치게 결과만 따지고 있었기 때문에 효율을 빙자하여 의문, 반항을 했던 것 같다. 반영조직은 구성원의 의견, 생각, 느낌들이 반영이 되는 과정과 그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결론은 하나로 나오지만 논의되는 과정에서 공유되는 많은 것들도 결국 조직의 구성원들이 조직의 신뢰, 충성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아 . . 우리는 회의라는 것을 잘못 배웠구나, 잘못 가르쳤구나" 이다. 학급회의에서 아이들은 생각의 나열, 즉 브레인스토밍 수준에서 회의를 가르쳤다는 생각이다. 의견을 말하는 아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그 생각을 실현하기 위해서 질문과 응답이 이어져야 하는데 그런 과정없이 말하면 되는 것으로 이어져 온 학교 학급회의 절차가 제일 먼저 떠 올랐다. 그리고 회의과정에서 치열하게 논쟁하다가 결국 갈등만 생기고 해결점을 찾지 못한 적이 많았다. 그러면 그저 후회만 하고 그 주제는 추후 피하는 주제로 넘겨 놓았다. 하지만 다양한 구성원의 생각과 의견이 하나의 결정과정으로 나아가 반영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으르렁지대를 통과해야 한다고 한다. 으르렁지대를 평화롭게 통과하는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중간관리자로서 으르렁지대를 평화롭게 통과할 수 있도록 회의의 진행이나 의견 교환의 방법을 알고 이끌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회의에서 말 안하면 말 안한다고, 너무 자기 말만 하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행동양식을 주로 비판, 비난하며 그들을 탓했다. 말 안하면 말하게 유도할 수 있어야하고, 남의 말을 안 들으면 남의 말을 듣도록 절차를 만들어야하는게 진행자의 역할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관리자가 잘해야 참석자도 잘 하는법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의사결정의 방법도 다수결이 궁극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해 오고 있었다. 하지만 원인진단에 따라, 질적 측면으로 다양한 기준에 의해서 결정의 방법도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음도 알게 되었다. 이후 다양한 방법론에 대해서, 활동방법과 절차에 대해서 궁금해 하고 공부하고 있다. 디자인씽킹, 비주얼씽킹, 액션러닝, 창의적 사고기법 등등에 대해서 배우고, 실제 학교 소그룹 회의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용해 보고 있다. 선생님들이 포스트잇이 등장하면 시간이 길어진다고 불편해 했지만, 이제는 회의 끝날 즈음에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즉석에서 알아볼 수 있어서 좋다는 새로운 긍정적 느낌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나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다양한 대안과 원인진단이 있었는지, 우리 구성원은 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를 함께 공유하면서 결정된 내용에 대해서 각자 헌신의 마음으로 집중해주는 새로운 힘이 있다, 민주적 의사결정이 반영되는 조직에게는. 결국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참여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반영조직이 되고, 반영조직속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존재감있게 일하고 자기성장 뿐 아니라 조직의 성장을 함께 경험하게 된다. 덕분에 지금까지 우리학교 구성원들과 크게 심정적 갈등없이 잘 지내고 있다. 새로운 업무와 역할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에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