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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을 법한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지 않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처럼 환상적인 배경으로 우리를 매료하지도 않고, ‘꼴깍’하는 침 넘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극한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이야기들도 아니다. 이야기의 주제들은 우리 주위의 소박하기 그지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뜻밖이라면 뜻밖이라고나 할까. 무엇 하나도 베스트셀러 축에 낄 수 없을 것 같은 이 책에 있는 이야기들의 경쟁력은 평범함에 있었다. 평범하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평범한 문제들에 대한 서사는 큰 어려움 없이 해당 글에서 제시하는 문제의식에 공감하게 만들었고, 과연 해당 문제를 주인공이 어떻게 끝낼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총각슈퍼 올림>을 읽으면서 대형마트의 등장 및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응해 총각슈퍼 처녀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지 궁금했다. <상인들>을 읽으면서는 주인공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으며, 누드모델을 하면서 어떤 상황과 마주하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전광판 인간>을 읽으면서는 휠체어가 경사진 도로로 밀렸을 때, 주인공이 과연 죽을지 말지가 걱정됐고, 자신을 떠민 사람에 대하여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했다. 물론 떠민 사람 또한 왜 떠 밀었는지 그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평범한 이야기라고 해서 긴장감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고발할 수 없는 것 또한 아니었다. 어쩌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서사와 배경이어서 공감의 여지가 넓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SF판타지와 같은 장르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이 책에 있는 여러 이야기들은 인스턴트식 공감이 아닌 푸짐한 시골 밥상을 먹는 듯한 공감을 안겨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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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원을 수료하고 난 뒤, 지금은 자리를 옮겨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에서 단시간 사서로 일하고 있다. 종종 아침마다 나를 삼켜먹을 듯이 덮쳐오는 졸음을 깨기 위해, 세브란스 쪽으로 발길을 에둘러 편의점 커피도 하나 주문하고, 사과파이도 집어올리며 내가 좋아하는 냄새들로 뇌를 억지로 자극해 깨운다. 커피가 일회용 컵에 내려오는 시간 만큼, 매번 짧게 병원을 구경하게 되는데 3층 본관 로비에는 3층 본관 로비에는 각 의료국 소개 전광판이 있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이제 병원은 인체의 몸을 세포 단위까지 조각내어 치료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띈 것이 "감마 나이프 센터". 절개 없이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쏘아서 두뇌 내의 질병을 치료하는 첨단 방법이라고 한다. 이 센터라는 것이 내 의식 안으로 들어온 날에도 나는 <손바닥 문학상>을 손에 들고 있었다. 문득 우리 삶에도 감마 나이프가 있다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범죄도 없어지고, 고통도 없어지는 생만 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당해고 때문에 철탑 꼭대기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진복연, 노량진의 닭장 같은 고시원 안에서 흰 벌레 때문에 고통 받는 104호, 사탕 껍데기 하나로 우연처럼 찾아든 기나긴 악연, 부동산 투기로 인해 내몰릴 처지에도 끝까지 소중한 '총각슈퍼'를 지키는 지영, 사는 스트레스를 장애인을 괴롭히는 데에 쓰는 사회복지사 보라와 그런 보라에게 살으라던 1급 장애인 은정, 등등 정말 작고 작은 개인이 짊어지고 사는 문제들이 이 작품집 안에서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작은 개미들의 삶의 애로사항들이 사회의 표면으로 떠올랐을 때에는, 이 작은 문제란 이미 감마 나이프가 필요한 종양이고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구조와 크기를 떡하니 형성하고 있다. 고공농성으로 인해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 얼마나 많은 밤을 허공에 매달려 보냈는가(오리 날다). 노량진은 매해 얼마나 많은 고시생들이 드나드는 사람 많은 무인도인가(벌레). 우리는 적당한 돈으로 더 많은 것을 취하는 이들 때문에 내몰림을 회유당하며 사는가(총각슈퍼 올림). 우리는 사회복지사가 어째서 사회복지사가 되었는지, 나는 장애와 비장애, 정상과 비정상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분류되는지 생각해봤는가(전광판 인간). 병든 노모를 간병한 끝에 불화로 이혼하고, 종래에 노모를 헬륨가스로 죽여 보험금을 타야하는 아들의 현실은 남편과 아들이라는 연옥과 지옥 사이를 끝없이 오가는 버림받은 영혼은 아닌가(치킨런). 힘을 빼고 살지 못했다는 암 환자의 이야기(경주에서 1년)는 어떠한가. 내가 회사를 다니며 교육을 받을 때, 한 노무사 선생님이 “여러분, 회사에서 환경 부담금 어쩌구, 환경 가이드 라인 이런 거 지키면 더 피곤해요. 그냥 적당히 법 어기고 벌금 내는 게 이익이지, 그런 거 생각하면 회사 운영 못해요. 정의같은 거 생각하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일 못합니다.”라고 했던 적이 있다. <손바닥 문학상>에 수록된 수상작들은 사회의 큰 장기들이 무시하는 아주 작은 이야기들이다. 회사가 외면하고, 법이 경시하고, 이웃이 도외시하고, 가족이 등돌리는 평범하고도 절실하지만,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우리의 현재다. 그런 점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를 응원한다는 <손바닥 문학상>의 10주년 기념 작품집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10년을 다시 한 번 기대해보게 만든다. 서문의 “진실과 정의는 늘 논픽션인 저널리즘 형식을 띨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대목이 뇌리에서 가시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이창동 감독이 “절망을 하고 나면 할 일이 쓰는 거밖에 없게 돼요.”라는 인터뷰 내용이 손바닥 안에 꼭 맞게 차는 이야기들.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작은 문제를 그냥 두면 더 큰 장기가 손상되거나, 곪게 되지만 이야기가 되면 해결은 못하더라도 숨통은 트인다. 또한 이야기를 읽은 사람은 내가 미처 가보지 못한 그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내가 모르던 삶의 그늘이 얼마나 외롭고 추운, 진 자리인지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거나한 상을 타는 것만이 언제나 예술의 정도(正道)는 아니다. 삶도 길고, 예술도 길다. 이 책을 한 권 더 주문해서 친구네 집으로 보냈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길 바란다. 그늘이 삶의 아픔이 되지 않도록, 감마 나이프가 아닌 더 많은 햇빛이 삶에 스며들도록. * 관련 자료를 추천하고 싶은 책인데, 영화 중에 <아무르>라는 영화가 <치킨런>과 비교해보기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같은 출판사에서 최근 나온 조수경 소설가의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는 안락사라는 독특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이것도 같이 본다면 좋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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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 손바닥 문학상에서 수상했던 작품을 모아놓은 작품집. 얼마 전에 읽은 ‘산자들’과 같은 사건을 모티브로 쓰인 작품도 있고 사회적 내용들이 담긴 작품이 많아 두 책의 내용들이 겹쳐졌다. 내 코도 석자이긴 하지만 문학 작품을 통해서 사회의 여러 이면을 들여다 보고 생각해 볼 수 있어 마음은 조금 불편했지만 유익했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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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많은 작가들의 어떤 흐름의 기운을 물려 받을 수 있었다. 이 책 하나에 담겨져 있는 정체성과 방향은 너무 다양하다. 아주 큰 화로를 들고 피력하는 이도 있고, 벤치 위에 앉아 조용한 필담을 나누는 듯한 글도 많았다. 아무튼 중요한 건 다양한 작가의 묶음으로 이루어져 있어 읽기편헀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이런 문학 작품이 많이 나와 많은 국내 한국 독자들에게 다양한 귀감과 영감을 주었으면 한다. 그럴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도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