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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이 우거진 드넓은 초원. 단출한 짐 가방 하나를 든 남자가 초원 위를 한참 동안 걸어나간다. 그는 분명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다시 초원이 드넓게 펼쳐진 적막한 화면. 이내 갈매기 한두 마리가 화면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초원을 걷던 그 남자는 바다에 가까워진 것이리라. 그래픽노블 『모비 딕』은 이렇게 시작된다(본문 5~8쪽). 크리스토프 샤부테는 원작소설의 제1장과 2장을 전체 네 페이지, 열세 컷의 화면 속에 연출해냈다. 강렬한 대비를 이루는 검은 초원과 하얀 하늘 위로 한 사람의 고독하고 검은 실루엣만이, 이따금 갈매기 몇 마리만이 등장할 뿐 아무런 서술도 대화도 없다. 그러나 예민한 독자가 행간을 읽어내듯 적막한 그림을 하나하나 읽어갈수록, 오랜 시간 바다와 항구를 찾아 홀로 먼길을 떠나온 사람의 고독은 더욱 진하게 전달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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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페이지가 넘는 원작은 아이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해서 일단 그래픽 노블을 주문해 보았다. 그래픽노블 한 권으로 대략의 스토리는 알 수 있겠지만 원작 자체의 의미를 살리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래픽 노블을 읽고 꼭 원작으로 읽어보았으면 하는 부모의 바램이^^ 국제만화페스티벌의 수상 작가가 그렸다는데 그림들이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특히 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그 사람의 감정을 너무 잘 나타내고 있어 좋았다. 거대한 원작을 마주하기에 앞서 흥미롭게 빠져들기에는 충분한 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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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상의 밑바닥까지 빠져들 듯 가장 넋 놓고 있는 사람을 선택해 두 다리를 땅에 딛고 꼿꼿이 일어서게 한 다음,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나가게 해보라. 그가 반드시 너를 물가로 데려가주리라. - 한번 이루어진 계약은 돌이킬 수 없어.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날 테지. 그래도 어쩌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모든 건 이미 예견되고 정해져 있으니 그와 함께 바닷길을 떠날 선원이 있어야겠지. 그것이 당신들이든, 다른 누구든. 신이시여, 저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 마셔라! 그리고 맹세하라! 죽음의 포경 보드 뱃머리에 설 자들이여! 모비 딕의 죽음을 맹세하라! 모비 딕이 죽음에 이를 때까지 끝까지 추격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신께서 우리 모두를 사냥할 것이다. - 대가리가 하얗고 이마에 주름이 잡히고 아가리가 삐딱한 고래를 발견하는 자… 오른쪽 꼬리지느러미에 구멍이 세 개 뚫린 그놈을… 자네들 중 누구라도 그 놈을 끌어올리는 사람! 이 금화는 바로 그자의 몫이 될 것이다. - 모비 딕, 바다의 삶에 대한 온갖 소문과 공상들이 육지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능가하듯이, 고래잡이에 관한 이야기 또한 다른 바다 생활 이야기를 능가하여, 그 어떤 놀랍고 비극적이고 무시무시한 소문들을 뛰어넘는다. - 물속에 잠긴 존재는 완전히 가라 앉기 전에 두 번 수면에 오르는 법. 모비 딕도 그럴 것이다. 놈은 이틀 연속 물위로 올라왔어. 내일이면 삼일 째다. 그렇게 한번 더 올라올 것이다. 마지막 숨을 몰아 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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