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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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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이 돌아왔다. 마지막 시집 『천국에 못 가는 이유』 이후 28년 만이자 민음사의 시집으로는 『길안에서의 택시잡기』 이후 31년 만에 출간된 시집, 『눈 속의 구조대』로 시인으로서의 귀환을 알린다. 소설가이자 희곡 작가, 산문가이기 전부터 시인이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시인임을,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증명한다. 그로테스크한 고백체의 문장가이자 도시적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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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이 돌아왔다. 마지막 시집 『천국에 못 가는 이유』 이후 28년 만이자 민음사의 시집으로는 『길안에서의 택시잡기』 이후 31년 만에 출간된 시집, 『눈 속의 구조대』로 시인으로서의 귀환을 알린다. 소설가이자 희곡 작가, 산문가이기 전부터 시인이었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시인임을, 그는 이번 시집을 통해 증명한다. 그로테스크한 고백체의 문장가이자 도시적 감수성의 출발점이자 몰개성의 시대를 뚫고 나온 유니크의 화신으로 불리던 그의 시편이 그간의 세월과 부침을 겪어 어떻게 달라졌을지 혹은 그 모습 그대로일지 궁금해했을 수많은 독자에게 장정일은 에둘러 답하지 않는다. 오로지 시로, 시에서의 정동과 태도로만 말한다. “온통 맥도날드인 세상에서”(「시일야방성대곡」) “살아 돌아온 탕자”(「탕」)가 있다. 반가워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에 있겠나. 장정일이 왔는데. 시인 장정일이 돌아왔다는데.

『눈 속의 구조대』는 30년 전 장정일의 시집들과 마찬가지로 작품해설은 물론 짧은 추천사도 싣지 않았다. 다만 시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답함으로써 시집을 이루는 시집 바깥의 구성을 대신한다. 그리고 K2를 등장시켜 다소 혼란스러운 힌트를 던진다. K2는 대한민국 육군이 주로 쓰는 소총 이름이다. K2는 히말라야의 봉우리이자 등산복 브랜드이기도 하다. K2는 심지어 한 시절 크게 인기 있었던 가수의 예명이기도 하다. 시집 곳곳에서 장정일은 엉뚱하게도 이 모든 K2를 소환하면서도 K2가 시인 장정일임을 숨기지 않는다. 요컨대 K2는 이번 시집에서의 필명이기도 한바, K2는 K1에게 끈질기게 도전적으로 말을 건다. 한국시의 돌격용 소총이나 같았던 시인에게, 바로 김수영에게. 읽는 이에 따라서 장정일의 맞상대는 달라질 수도 있다. 젊은 시인이거나 시인도 아닌 쉬인이거나. 혹은 시를 읽는 당신이거나. 세월이 흘렀다고 하여 장정일에게 고요하고 평화로운 목소리를 기대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누군가의 항문이 새삼 움찔거리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l****w 2020.04.0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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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의구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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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에 있는 '눈속의 구조대'란 시의 발췌문을 보고, 오며 가며 들여다 볼 생각으로 구매했다.  우리가 사는 현대그 잘난 현대가 행방불명이다죽었다는 신이 자꾸 새로 생겨나구조대가 찾지 못하는 것은 현대다소리 없는 경광등이 눈발을 뒤집어쓴다---「눈 속의 구조대」 중에서 평소 좋아하던 분위기의 시집은 아니지만 작가가 명확한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있어서 시의 의미를 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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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정보에 있는 '눈속의 구조대'란 시의 발췌문을 보고, 오며 가며 들여다 볼 생각으로 구매했다.  

우리가 사는 현대
그 잘난 현대가 행방불명이다
죽었다는 신이 자꾸 새로 생겨나
구조대가 찾지 못하는 것은 현대다
소리 없는 경광등이 눈발을 뒤집어쓴다
---「눈 속의 구조대」 중에서

평소 좋아하던 분위기의 시집은 아니지만 작가가 명확한 자기만의 색을 가지고 있어서 시의 의미를 곱씹으며 읽어내려갈 수 있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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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또 흐르기 시작하는... 장정일, 눈 속의 구조대
"삼십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또 흐르기 시작하는... 장정일, 눈 속의 구조대" 내용보기
내가 원래 대학에 입학했어야 하는 해인 1987년 장정일은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출간했다. (이 시집으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음 해인 1988년 나는 대학에 들어갔고 장정일은 《길안에서의 택시잡기》와 《서울에서 보낸 3주일》이라는 두 권의 시집을 냈다. 이후 1989년 《통일주의》, 같은 해 김영승과의 2인 시집인 《심판처럼 두려운 사랑》을 냈고, 1991년 출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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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원래 대학에 입학했어야 하는 해인 1987년 장정일은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출간했다. (이 시집으로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음 해인 1988년 나는 대학에 들어갔고 장정일은 《길안에서의 택시잡기》와 《서울에서 보낸 3주일》이라는 두 권의 시집을 냈다. 이후 1989년 《통일주의》, 같은 해 김영승과의 2인 시집인 《심판처럼 두려운 사랑》을 냈고, 1991년 출간한 《천국에 못 가는 이유》가 그의 마지막 시집이었다. 그로부터 28년이 흘러 장정일의 새 시집 《눈 속의 구조대》가 나왔다.


  “오, 빨리 사라져 버려라 / 나는 사라져 버려라 / 내가 없는 완벽한 세상 / 내가 없으면 더욱 아름다운 세계!” - <내가 없는 세상> 중


  다시 삼십여 년 전으로 돌아가, 나는 이어도라는 학교 앞 사회과학서점에서 최초로 장정일의 책을 구입했다. 그의 시집이 아니라, 그의 짧은 소설이 들어 있는 독립출판물의 형태를 띤 책자였다. 아직 그가 소설 《아담이 눈뜰 때》를 발표하기 전이었다. 책자에는 그의 교도소 시절 경험이 포함되어 있다고 알려진 소설이 한 편 들어 있었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교도소에서 당한 비역질로 시작된 이상한 사랑이 그 내용이었다.


  “아직 내가 남자가 되지 못했던 소년원 시절 / 나의 뒷통수를 두 손으로 지긋이 내리누르는 / 웃음 띤 남자들이 있었다 나는 / 다리 사이의 천사였다” - <얼굴 없는 사랑> 중


  그때 읽은 소설의 내용이 고스란히 <얼굴 없는 사랑>이라는 시에 들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시집에는 이 시를 제외하고도 다수의 시에서 항문, 이라는 시어가 등장한다. 한창 시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였던 시절로부터 28년이 흐른 시점에 새로 발표한 시집에서 삼십여 년 전 내가 읽은 작은 책자 속의 소설 내용이, 그때 작가에게 돌처럼 박힌 트라우마가 발현된 것인가 싶은 시들이 발견되어서 의아해하며 시집을 읽었다.


  


  당신 팬티를 백 번 내리고
  거기에 천 번 입맞춘다


  내 팬티를 천 번 내리고
  당신이 주는 만 번의 매질을 받는다


  독자는 시를 건성으로 읽는다
  그렇지 않다면
  방금 읽은 시에 나오는 숫자의 합을 대 보라


  내가 기억하는 장정일의 재기발랄한 시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이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다. 똑같은 재기발랄함이라고 하더라도 이십대가 발현할만한 재기발랄과 오십대가 발현할만한 재기발랄이 같을 수 없고, 이십대가 발견할만한 재기발랄과 오십대가 발견할만한 재기발랄이 같지는 않을 거다) 시들이어서 처음 시집을 펼칠 때의 두근거림이 빠르게 잦아들었다. 그나마 후반부에 실린 몇 편의 시에서 피식 웃었다.


  “눈이 푹푹 쌓이는 날 / 반쯤 읽은 책을 반납하기 위해 / 도서관으로 향했다 / 파혼한 애인을 평생 사랑하게 될 그는 모르리라 / 교회는 왜 자꾸 마을로 내려오고 / 도서관은 왜 자꾸 산마루로 올라가는지” - <눈 속의 구조대> 중


  《눈 속의 구조대》는 《햄버거에 대한 명상》과 같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햄버거에 대한 명상》이 민음의시 7번 책이었고, 《눈 속의 구조대》는 258번 책이다. 그 사이에 32년의 시간이 있다. 누군가 태어나고 그렇게 태어난 누군가가 다시 또 누군가의 태어남에 이바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그 시간 속의 적지 않은 우여곡절들을, 시인에서 소설가로 다시 산문가로, 어쨌든 쓰는 행위와 함께 작가는 견뎌냈다.

 


장정일 / 눈 속의 구조대 / 민음사 / 123쪽 / 2019 (2019)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9.08.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