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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아니 한 상처는 없다. 이왕이면 건강하게 살고 싶다. 하지만 건강한 와중에도 우리는 두려움을 느낀다. 암이나 치매 등은 필히 피해야 한다며 걱정한다. 세상 일이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면 좋겠지만 뜻하지 않은 불행이 순간순간 다가온다. 한 번도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화상 환자의 삶을 책을 통해 접했다. 교통사고로 팔 다리를 잃은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하루 종일 누워 생활하는 사람도 보았다. 그들의 상처도 끔찍하지만 화상 환자의 보여지는 모습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자꾸만 시선이 간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제어가 안 된다. 어쩌다가 저렇게 끔찍한 몰골이 되었단 말인가. 피부가 녹아내렸고, 땀구멍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가렵고 따가운 실질적인 괴로움은 상상조차 안 된다. 처음부터 그리 태어난 사람은 없다. 한 때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으면서 살았던 적이 분명 있는 사람들이다. 사람으로 그들을 대해야 하는데, 자주 접해 보지 않은 탓인지 뒷걸음질을 치게 된다. 아직 나는 멀었다.
있는 그대로. 경멸하는 눈초리는 물론 안 되겠지만, 지나친 동정도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나를 비롯해 사람들은 상대를 배려한다는 마음에서 힘들었겠다고 말한다. 화상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힘듦은 현재 진행형이다. 어느 연령대에 화상 사고를 겪었느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화상은 오랜 기간 동안 치료를 필요로 한다. 어린 아이의 경우, 피부를 인위적으로 성장 속도에 맞추어 주어야만 한다. 계속되는 수술과 더불어 주변의 따가운 시선 또한 아이들로서는 견디기가 많이 힘들 수밖에 없다. 잘 몰랐는데, 초반의 수술을 제외하고는 모두 미용을 위한 성형수술과 마찬가지로 비급여에 속하는 모양이다. 많게는 10억 혹은 그 이상의 치료비가 들었다고 고백하는데, 나도 모르게 “엌” 소리를 뱉고야 말았다. 예전에 가정에 암 환자가 하나 있으면 그 가정이 무너진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다. 최근에는 본인 부담금이 많이 낮아져 암 환자들의 경우 경제적인 부담감을 많이 덜었다. 화상 환자는 아직 아니다. 하나뿐인 집을 팔고, 보호자는 다니는 직장을 관두기도 한다. 어느 순간 치료가 더는 필요치 않은 순간이 왔으면 좋으련만, 화상 환자에겐 그런 자비(?)가 주어지지 않는다.
모두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예전과 사뭇 달라진 모습에 절로 위축됐고, 우울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은 용기 내어 세상을 향해 나아갔다. 타인이 자신을 위해 목소리 내어 주지 않음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자신보다 앞서 세상에 나선 사람들이 있어 자신도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막연히 이래야 한다는 식의 조언보다는 자신의 몸이 타인에게 힘을 제공하는 증거가 될 수 있음을 그들은 배운 듯했다.
제도가 여러 모로 문제 많음을 느꼈다. 왜 화상 치료는 치료 아닌 미용으로 분류되는 걸까. 가족이 있어서, 그들이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면 그게 오히려 화상 환자의 치료 기회를 앗아사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차라리 아무것도 지닌 게 없어서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야만 하는 현실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심리적지지 또한 부족해 보였다. 그나마 최근에는 몇몇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듯했으나, 국가 차원에서 그들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시도는 아직까지 아니지 싶었다. 화상 경험자들이 스스로 협동조합을 꾸린다거나 각종 체육활동 등을 계획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워낙 개개인이 처한 상황이 어렵다 보니 활동이 지속되기란 아직까지 요원한 듯했다.
남의 고통으로부터 행복을 느낀다고 말하면 참으로 잔인한 일인데, 역설적이게도 이 책은 나에게 삶에 대한 고마움을 선사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행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실은 당연하게 주어지는 게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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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경험자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중증화상을 경험한 이들을 부르는 호칭은 환자, 장애인, 생존자, 경험자 등으로 다양하나, 이 책에서는 화상경험자라고 부르고 있다. 관련하여 한 사람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데, 1) 화상의 범위나 정도가 달라서 과한 경우가 있고, 2) 한때 화상환자였지만 지금은 환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며, 3) 누구나 이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썼다고 한다.
그들은 말한다. 힘들어서 어떡하냐는데 그 말이 전혀 공감이 안 됐다고. 아무리 가족이어도 자기 아픔은 아니어서 '그래, 너희 도움 안 받고도 내 힘으로 잘 살고 말겠어'라는 마음으로 강해지기도 했다고.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는 사람들을 만나서 고마웠고, 스스로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배려해주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면서 치유가 되었다고. 특히 아픈 사람들끼리의 위로가 컸다고 하는데, 나라도 그럴 것 같아서 자조모임과 연대가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이들의 회복과 복귀에는 말그대로 산 너머 산이 존재한다. 화상외과에서 할 수 있는 수술을 하고 그 부위의 기능을 더 좋게 하려면 성형외과로 넘어가는데, 성형외과는 목적이 성형이라는 이유로 치료비 대부분이 비급여다. 한 아니느 초기 1-2년 사이에 2억 가까이 들고 재활 목적 입원은 월 2-3백이다. 어른들은 천만 원까지 나온다고 하니 어정쩡하게 집 있고 차 있는 경우는 지원도 받지 못하고 가산을 다 팔아야 한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는 화상경험자의 조건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성인이 되었다는 이유로 서비스 시간이 줄어든다. 환자가 제일 오래 같이 지내는 게 간병인인데, 10명 중 9명은 자기 몸이 힘들면 환자를 방치하거나 그만둬버린다. 이 치료와 재활 과정에서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듯한 고통은 당연히 수반된다. 따라서 화상 이후 과정에 대한 교육 및 인식 개선과 더불어 정책적 변화가 필요하다. 땀구멍이 없어 여름은 여름대로 덥고 겨울은 겨울대로 건조해진다는 것, 아직 화상장애는 장애 유형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 화상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토대가 필요하다는 것, 이미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알려달라는 것...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살 길을 찾고 삶의 다른 측면을 깨달아간다. 생존자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잘 안 받게 되기도 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흉터라는 필터로 사람을 잘 거르게 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을 무조건 부각시키고 싶지는 않다. 외상후성장은 말 그대로 '외상'을 소화하기 위한 지난한 시간들의 결과이자 과정이다.
화상은 그 아픔도 아픔이지만 더 이상 이전의 외모가 아니라는 점에서 자신과 타인의 시선으로 고통을 낳는다. 그들을 인터뷰한 사람들 또한, 이야기가 된 고통을 들으러 가기 전 고민했다. '내가 더 이상 나 자신이 아니게 되었는데, 지금의 나를 과연 온전히 납득할 수 있을까?' '무엇이 나를 나이게끔 하는가,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가?' 한 사람이 새로 태어난다는 말이 맞다. 낯선 자기 자신과 친해지며, 그간 쌓아올린 얼음이 녹아 생기는 눈물, 봄을 알리는 첫비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이다.
한편, 제목처럼 자기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그리고 어두운 배경 속에 조심스레 처리된 사진들이 좋았다. 아이들과 같이 화상 대처법, 화상 자국이 있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나누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