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SF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떤 소설은 읽다보면 너무너무 재미있어 책을 놓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고보면 아무리 내 취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소설이 몰입감이 있는지, 재미가 있는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지.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 비슷하다든지 무언가 이유가 있는 법이라는 것이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반하게 된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다른 책들을 다 찾아 읽고 싶을만큼 사랑스러운 인물들을 말한다. 가장 최근에 읽은 작품이 『시선으로부터』였다. 책이 나오자마자 구매하였던 책이기도 하다.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게 『옥상에서 만나요』였다. 그 작품을 읽고나서 『보건교사 안은영』과 『지구에서 한아뿐』을 구매하였던 듯하다. 작가의 전작읽기를 하려고 전자책으로 구매하려던 작품이 꽤 된다.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 호감도가 높아져 작가의 팬덤에 나도 끼고 싶은 마음이랄까. 작가가 책을 내면 무조건 사고 싶은 마음.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 속에 들고 싶은 마음. 어쩐지 무한한 애정을 주고 싶은 작품이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이 책 『지구에서 한아뿐』은 정확히 말하면 SF소설이다. 저 멀리 유성우를 보러갔다가 운석이 떨어지더니 스무 살 때부터 만났던 남자친구 경민이 바뀌어져 온 것 같다는 다소 황당한 스토리였다. 소설을 읽으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떠올랐다. 약간의 상황은 다르지만 아무래도 외계에서 온 사람이 맞으니. 사람이긴 한건가. 껍데기만 경민인데.
'환생-지구를 사랑하는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아. 남자친구 경민과는 스무 살때부터 11년을 알아왔지만 한아는 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고 경민은 늘 어딘가를 떠나고 있었다. 유성우를 보러가겠다는 경민을 말리지 못했다. 경민이 떠난 뒤 캐나다로 운석이 떨어져 같은 시기에 갔던 아폴로는 실종상태가 되었다. 돌아온 경민은 어쩐지 낯설다. 무심하였던 예전의 경민에 비해 지금의 경민은 한아에게 다정하게 대한다. 가게 한쪽에서 그림을 그리는 유리와 경민은 사이가 무척 좋지 않았다. 하지만 유리는 여행에서 돌아온 경민이 어쩐지 싫지 않다. 더군다나 한아에게 어떻게 프로포즈를 할지 물어보는 모양새가 예전의 경민과 다르다.
소설의 등장 인물은 헌 옷을 이용해 새로운 옷으로 만드는 한아와 자유분방한 발명가 경민. 화가인 유리. 연예인 아폴로를 따라다녔던 팬클럽회장인 대학생 주영과 수상한 전화를 받는 국정원 직원 정규다. 한아는 캐나다 여행에서 돌아온 경민이 말을 하거나 음료수를 마실 때 입에서 초록색의 빛이 나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술을 마시고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불량배가 따라왔을때, 한아의 부모에게 결혼승낙을 받으러 왔던 경민이 초록색의 빛을 쏘아 그들을 다치게 했던 것이다. 경민은 지구의 인간이 아니었다. 저 머나먼 행성에서 무지막지한 빚을 내어 경민의 유전자 정보를 빌려 지구로 온 것이었다. 오로지 한아를 만나기 위해
그래도 나는 안 될까. 너를 직접 만나려고 2만 광년을 왔어. 내 별과 모두와 모든 것과 자유 여행권을 버리고. 그걸 너에게 이해해달라거나 보상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아냐. 그냥 고려해달라는 거야. 너한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그냥 내 바람을 말하는 거야. 필요한 만큼 생각해봐도 좋아. 기다릴게. 사실 지금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괜찮은 것 같아. 우주가 아무리 넓어도 직접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으니까. 이거면 됐어. (98페이지)
이런 사랑꾼 같으니라고! 이렇듯 한아에게 고백하는데 어떻게 안넘어갈까. 그가 아무리 인간이 아닌 외계인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지. 그러니까, 이 소설은 SF를 빙자한 연애소설이며 또한 지구 환경을 지키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소설에서 한아가 하는 옷 가게 이름도 '환생 - 지구를 사랑하는 옷 가게'다. 유리와 유리의 남편과 한아와 경민이 함께 갔던 장소도 비건 레스토랑이었다. 그러면서 한 마디 한다. '사람들이 소고기만 안 먹어도 온난화를 늦추는 데 큰 도움이 될 텐데....' 하고 말이다. 기후 변화를 위해 밀웜을 먹어보면 어떨까 싶다는 말까지 한다. 여기에서 밀웜이란 반려동물의 먹이 혹은 식용 곤충이다. 기후 변화도 좋지만(지구 온난화에 대하여 관심이 많긴 하지만) 나는 도저히 먹지 못하겠다. (으웩)
뿐만 아니라 유리의 남편과 경민은 친환경 주택을 위해 태양광 전지와 지열 온수 시스템, 조광 및 환기 문제, 단열재 등에 대하여 심도깊은 토론을 한다. 한아가 결혼을 할 때도 지구 친화적인 음식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야말로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하여 고심하는 한아였다. 즉 작가가 이러한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지구 온난화나 기후 변화에 대응하자고 말해도 듣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소설로 말한 것으로 읽혔다. 여기에서, 외계에서 온 경민은 광물이다. 한아는 재미삼아 돌이라고도 부르는데 그가 연필심을 우걱우걱 씹었다가 뱉으면 다이아몬드 원석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런 멋진 남자를 보았나. 경민이 경민이 아니더라도 반하고 싶게 만든다.
무척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가독성도 좋고, 한아와 경민의 연애가 로맨스 소설처럼 달달하다. 그 외에 지구 온난화에 대하여 여러모로 생각해보면 좋을 내용이다. 정세랑을 읽어보시라! 반하고 말 것이다.아무래도 정세랑 전작 읽기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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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의 책 제목들은 꾸밈없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직관적이라고 해야 하나, 솔직하다고 해야 하나. 문학이라면, 소설이라면 나오는 제목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다. 예를 들어 ‘보건교사 안은영’이라는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청소년소설인가? 할 정도로 무언가 어른스럽지(?) 못한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팟캐스트에서 정세랑 작가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끝까지 사보지 않았을 책 제목이었다. ‘보건교사 안은영’을 읽고 의외의 재미와 한국식 문학의 무게를 덜어내는 것 같은 소설이어서 가슴 한구석에 착 달라붙었다. 그리고 만난 ‘지구에서 한아뿐’. 이번에는 제목과 동시에 책 표지가 정세랑의 두 번째 책을 고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인터뷰에서 등장인물의 이름 정하기에서 주변 인물들의 이름을 쓴다고 했는데 안은영도 그렇고 한아도 그렇고 모두 주변의 인물이다. 한아는 작가가 만난 한아들이 죄다 괜찮은 사람들이어서 주인공 이름으로 쓰고 싶었단다. ‘하나’는 많은데 ‘한아’는 만나보질 못했다. 정세랑은 한 명도 만나보지 못한 나와 달리 여러 명의 ‘한아’를 만났다니!
그 어떤 줄거리나 소개글을 보지 못하고 만난 소설이었다. 외계인이 나올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억지스럽지 않다고 느낀 건 그만큼 작가가 잘 썼다는 것이겠지
내 인스타에 올린 감상평을 여기에 옮긴다. 읽는 동안 몽글몽글한 방울들이 하나씩 불어나더니 나중엔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연애소설이라니! 이렇게 우주적인 사랑 소설이라니! 정세랑 작가의 소설은 현실이라는 경계에 가두지 않는다. 나라면 생각하지 못할 세상에 나를 놀아보게 만든다. 그래서 고맙다. 세상에! 외계인, 그것도 광물 덩어리랑 사랑하다니!!
작가의 가치지향이 드러나는 소설이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고 대안들을 곳곳에 넣어둔 장치들을 통해 느낀다. 한아의 직업이 업사이클링 디자이너, 소박하게 표현하면 옷수선 가게(환생-지구를 사랑하는 옷가게) 주인이라는 점, 한아의 절친 유리의 남편이 패시브 건축사라는 점, 비건 식당에서 식사하는 장면, 결혼식은 스몰웨딩부터 신혼여행 과정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전우주적으로 생명을 연결한 설정 등을 늘어놓으니 무겁기만 할 것 같은데 경쾌한 소설이 완성되었다. 사랑스럽다.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공상과학적지만 결코 어색하지 않고 분홍분홍한 이 느낌!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가는 작가같다.
<옮김>-------------------------------------------------------- 주영의 명치쯤이 관통당한 듯 아팠다. 마음이란 거, 육체의 바로 이 지점에 위치하는구나. 주영은 한숨을 쉬었다. 뼈만 남는다 해도 아폴로라면 아주 특별할 거라고, 아주 특별히 아름다운 뼈일 거라고 생각했다. 뼈를 두드리면 실로폰처럼 소리가 날 거야. (69쪽)
“백날을 생각해봤자 답은 똑같을걸요. 어떤 특별한 사람은 행성 하나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때가 있어요.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저한텐 엄청 분명한 문제예요. 난 따라갈 거야. 내 아티스트.” (118쪽)
날아가지는 마, 그런 생각을 혼자 하고는 다시금 놀라는 한아였다. (1113쪽)
“응, 망설임 농도가 낮은 사람이니까.” (135쪽) _ 경민이 주영에 대해 분석
“다시 여행하고 싶지는 않아? 공항에 오니까 여행 싫어하는 나도 막 그런 기분 드는데.” “네가 내 여행이잖아. 잊지 마.” (137쪽)
“말씀은 감사한데, 전 한아랑 있을 시간이 부족해서요.” (141쪽)
경민이 없는 동안, 한아는 간만의 여유를 즐겼다. 사실 이상한 긴장이 있었다. 외계인을 사귀다니 어쩐지 지구 대표가 된 것 같아서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쓰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길거리를 걷는 다른 연인들도 겉보기와 달리 한쪽이 멀리서 온 존재일 수 있지만, 어쨌든 지역구 정도는 대표하고 있지 않을까 했다. (141쪽)
한아는 이제야 깨닫는 것이었는데, 한아만이 경민을 여기 붙잡아두던 유일한 닻이었는지 몰랐다. 닻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유약하고 가벼운 닻. 가진 게 없어 줄 것도 없었던 경민은 언제나 어디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고 종국에는 지구를 떠나버린 거다. 한아의 사랑, 한아에 대한 사랑만으로는 그 모든 관계와 한 사람을 세계에 얽어매는 다정한 사슬들을 대신할 수 없었다. 역부족이었다. 인정할 수밖에. 닻이 없는 경민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나아가고 있을까 쉬운 과정은 아니었으나 거기까지 이르자, 한아는 떠나버린 경민에 대한 원망을 어느 정도 버릴 수 있었다. 나 때문이 아니었어. 날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던 거야. 다만 오로지 그 사랑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었던 거지. 질량과 질감이 다른 다양한 관계들을 혼자 다 대신할 수는 없었어. 역부족도 그런 역부족이 없었던 거야. (146-147쪽)_
*광막함에 대한 내용. 얼음 혹성에 사는 무당벌레 외계인의 마지막 장면. “우주의 광막함을 견디고 싶지 않고, 긴 여행에 필요한 한정된 자원을 미래 세대에게 양보하고 싶대,” 한아는 이후 채 겪어보지 않은 광막함에 대해 계속 떠올렸고, 우주가 언제나 광막한 곳이어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마음속에도 그것이 일부 녹아들지 않았을까 여기게 되었다. 누군가는 어렴풋하게, 누군가는 살을 찔러오는 강렬함으로 안쪽의 춥고 비어 있는 공간을 더듬는 것이다. 얼음 무당벌레들이 지독하게 느끼는 편이었을 뿐, 우리는 모두 이 어둡고 넓고 차가운 곳에 점점이 던져져 있지 않은가? 부디 탈출한 자들이 더 오래 변하지 않을 보금자리에 잘 도착하기를.(161쪽)
*35장. 지구와 닮은 행성에 사는 광합성인(162-164쪽) 한아에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바라보는 행성.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음. 광합성인들의 특징. 동물성을 일부 포기하는 방향으로 진화. 머리카락은 덩굴 줄기, 열두 개의 발가락들을 흙속에 집어 넣고 머리카락 잎사귀들이 넓게 벌어지면 광합성을 함. 눈만 있음. 말하기 싫어함. 수화나 필담. 방문객 싫어함. 말을 걸거나 각종 사건을 일으킴. 딱히 기록하지 않음.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낙서에 있는 걸 포착하기도 함. 전 우주에 도움이 되기에 저 별은 그대로 보존해주기로 우주 전체가 약속함.
경민은 한아만큼 한아의 신념을 사랑했다. 한아의 안에도 빛나는 암석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이다. (172쪽)
*결혼식 진행 과정
*신혼여행: 몰디브와 베네치아. 물에 잠기면 볼 수 없는 곳. 항공 연료 소비 증가에 기여하고 싶지 않음. 몰디브의 해변에서 한아는 경민의 팔을 베고 누웠다. 사랑스러운 배우자의 얼굴을 보며 원래 그 주인과는 전혀 다른 사람을 보았다. 한아는 그 얼굴이 아니라 얼굴 너머에 있는 존재를 사랑한다고 느꼈다. 이 사랑은 혼란스럽지 않아, 입안으로 말했고 확신했다. 외부 슈트 없이 본연 그대로의 돌덩어리라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경민아” 한아는 익숙한 이름을 불렀지만 부를 때 이름의 주인을 생각하지는 않았다. 한아에게 경민이란 이름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처럼 여겨졌다. 아주 특별한 사랑을 이르는 말. 이제 그 사랑의 온전한 소유권은 이 눈앞의 존재에게 있었다. 경민은 인간처럼 잠이 드는 게 좋았다. 단순히 무의식에 접속하는 게 아니라, 정말 눈꺼풀을 감고 몸을 늘어뜨리는 행위를 모사하는 게 좋았다. 한아가 세상을 슬퍼하거나 아프게 생각하지 않고 편안히 잠들면 그 풀어진 표정을 보는 것도 좋았고, 그럴 때마다 지구에 날아온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안도감 속에서 경민 역시 꿈결에 들어가면, 무의식으로 연결된 먼 곳의 속삭임이 경민의 행운을 축하해주었다. 경민은 오만해질 정도로 행복했다. 부럽지? 그러니까 너희들도 얼른 달려가. 하얗게 타는 발자국을 남기면서 열심히 달려가란 말이다.(180-18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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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얼마전에 <옥상에서 만나요>를 읽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책이라며 인스타에 리뷰를 올렸다. 자신은 다행히 호라고. 정세랑에 호불호가 어딨어ㅠ (물론 있을 수 있다. 개인 취향이니까.) 밝고 명랑한 분위기에, 한국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꼬집으면서도 선한 주인공의 이야기. 매 소설마다 작가가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힘을 얼마나 믿는지 보인다. 다소 무거운 이야기들을 다루면서도 분위기는 전혀 어둡지 않다. 어둡지 않은 한국소설을 쓰는 작가는 몇 없다고. |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전에 정세랑 작가님의 지구에서 한아뿐을 읽고, 나중에 다시 한번 이 책이 보고 싶어 책을 구매하려고 보니 이미 절판되어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작품이 되어버려 참으로 아쉬워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경험이 있던지라 지구에서 한아뿐의 개정판이 예약판매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렇게 기쁠 수가 없더군요. 거기에 더하여 작가님의 넘버링 친필 사인까지 더해지니 그 소장 가치가 훨씬 더 높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와 같이 이 작품을 한 번 읽어보셨던 분들이라면 예전에 읽었을 때의 느낌과 이번에 읽었을 때의 느낌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을 것 같고, 이번에 지구에서 한아뿐을 처음 접하신 분들이라면 정세랑 작가님의 매력에 그저 흠뻑 빠져보시면 될 것 같네요. |
2020. 12월의 두 번째
소설 속의 이야기는 소설이니까.. 라고 치부해버리지만 그게 어느 싯점에서는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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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후로 중고거래가가 치솟고 재판되면서 인쇄를 여러번 찍은 책으로 유명해서 읽어봤습니다. 읽으면서 음...? 깊이가 있는 책인가? 이정도로 유명한 책인가 싶은 의문이 들더군요.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포인트는 다르겠죠. 다만 저한테는 크게 다가오는 점이나 오히려 허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반면 같이 읽은 친구는 가슴따뜻해지는 위로되는 이런 사랑이 부러웠다고 합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던 지점이 한아같은 사랑을 받아보고자 하는 대리만족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
정세랑 작가는 [피프티 피플]로 처음 만났었다. 독특한 구조에 많은 사람들의 소소한 생활상부터 다양한 얽힘이 있어서 관찰력이 띄어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옥상에서 만나요] 내용 보다 표지가 기억에 남는다. 세번째 [지구에서 한아뿐]인데 살짝 단편드라마나 단편영화 느낌이 난다. 작가의 말 끝에 "아마 다시는 이렇게 다디단 이야기를 쓸 수 없겠지만..."이라고 썼는데, 요게 문제였다. 요즘엔 연애사, 달달한 이야기들이 잘 안읽혀진다. 공감도가 떨어지는 거 보니 갱년기인가?ㅠ.ㅠ
지구가 추상적인고 상징적인 의미인지 알았는데 정말 물리적이고 과학적인 지구였다. 외계별에서 온 여행자가 한아의 남친 경민이의 몸을 슈트처럼 입고 그와 계약을 맺고 지구로 날라온거다. 그 댓가로 경민은 우주여행자유이용권을 받게 된다. 몸과 일체인 망원경으로 행성을 보다가 지구에 꽂혔고 하필 지구에서 매우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 있는 한아에게 초점이 맞혀져서 한아를 만나보고 싶어서 지구에 온것이다. 이쯤에서 참신하긴 한데 연령대에 제한이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 우주적인 사랑을 품고 2억만년의 거리를 뚫고 빚까지 지면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온 돌직구 외계인이 상징적인 의미일찌라도 공감대가 팍 떨어졌다. 어차피 이성관계라는 것이 외계인과 지구인만큼의 거리가 있다는게 포인트라면 맞는 얘기긴 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별그대]의 도민준도 외계인이 었는데 그 스토리는 왜이리 급공감이 되었을라나 좀더 어려서 그랬나? 도깨비의 공유는 심지어 도깨비였는데 말이다. 김수현과 공유의 힘이란 말인가?
우주여행을 하면서 우주인을 대상으로 가수를 하는 아폴로도 나오고 메니져를 하는 주영이도 나온다. 한아의 절친 유리는 외계인 경민이의 프로포즈를 도와주기도 한다. 경민이가 프로포즈 다이아몬드를 반지를 자가생산하는 부분에서는 와우~이렇게 까지 상상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아는 경민이가 바뀐걸 금세 눈치 챘고 외계인 경민과 차츰 가까워지다가 진정한 사랑을 느끼고 함께 살게 된다. 평생을...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의 반전도 놀라운 상상력이 숨어 있다.
아주 희귀한 종류의 사랑이야기! 모른다 현실에서는 이보다 더욱 버라이어티하고 놀라운 사랑들이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을지.. |
근데 내용도 간결하고 과장없이 너무 담백한 로맨스에요ㅠㅠ 유치하지도않고, 진짜 너무너무 말이 이뻤어요. 사실 제목이 제 이름과 발음이 비슷해서 끌려서 충동적으로 구매한건데 표지도 맘에 들고, 내용때문에 더 좋았어요! 보통 소설책은 한번 읽으면 또 읽고 싶다는 생각이 잘 안드는데 (시리즈물 제외) 이건 소장하고 싶어서 제 좁은 원룸 책장에 보관중입니다ㅎㅎㅎ |
정세랑 작가님의 책은 한번 펴면 멈추지 못하고 후루룩 읽게 된다. 무겁지 않고 낭만적이며 굉장히 귀여운 소설이다. 너무너무 재미있고 완벽하게 내 스타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행복감을 줄 수 있는 작가가 몇 명이나 될까. 그 어려운걸 정세랑 작가님은 해내신다. 늘 행복함과 따스함 속에서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은연중에라도 생각해보게 된다. 이번에는 '지구'였다. |
외계인과의 러브스토리.. 처음에는 그냥 가벼운 유치한 내용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담없이 읽게되었는데..너무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이제야 안거지만..내가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나보다..
여자 주인공 한아는 ‘환생’이라는 작은 옷 수선집을 운영하며 살고있고 스무 살 때부터 만난 지 11년 된 남자친구 경민이 있다. 늘 익숙한 곳에 머무려 하는 한아와 달리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경민은 이번 여름에도 혼자 유성우를 보러 캐나다로 훌쩍 떠나버린다. 자신의 사정을 고려해주지 않는 경민이 늘 서운했지만 체념이라고 부르는 애정도 있는 것이라 생각하는 한아. 때마침 캐나다에 운석이 떨어져 소동이 벌어졌다는 뉴스에 한아는 걱정이다. 다행히 경민은 무사히 돌아왔지만 어딘지 미묘하게 낯설어졌다. 팔에 있던 커다란 흉터가 사라졌는가 하면 그렇게나 싫어하던 가지무침도 맛있게 먹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아를 늘 기다리게 했던 그였는데 이제는 매순간 한아에게 집중하며 “조금 더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을 준다. 달라진 경민의 모습과 수상한 행동이 의심스러운 한아는 혼란스러워하는데.. 혼란스러움도 잠시..경민의 진짜 정체는 한아를 보기위해 우주에서 2만광년을 달려온 외계인이란 사실을 알게되고 놀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우주로 떠나버린 진짜 경민을 잊고 외계인과 살아가면서 점점 사랑에 빠지게 된다.
기상천외한 상상력..외계인과의 사랑..그리고 다시 돌아온 진짜 경민과의 이별, 늙어서 죽고 나서 벌어질 일들까지.. 끝까지 재미있고 기발해서 다 읽은게 너무나 아쉬웠을만큼 술술 읽히는 책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