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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구, 인간, 너구리의 신명나는 어울림이 인상적이었던 모리미 토미히코의 '유정천 가족'. 엄청난 상상력과 재기넘치는 입담으로 그의 소설에 반했던 기억이 새롭다. 포복절도할 몽상세계의 문을 열어제꼈단 평가가 다소 과장되긴 하지만 그의 두번쨰 소설'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는 평소 접해보지 못한 이야기 구조와 심히 어렵게만 느껴지는 신조어(?) 등으로 읽는 내내 재미와 긴장, 익살스러운 웃음과 깊어가는 한숨을 동시에 느꼈던 책이다. 사내의 육즙이 진하게 배인 교토의 어느 다다미 넉장 반의 공간 속으로 함께 떠나보자.
교토판 인생극장, 다다미 넉장 반은 무한 반복된다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에는 총 4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이야기 구조가 참 흥미롭다. 주인공인 '나'는 대학 3학년생으로 무의미한 대학생활을 해온 이상야릇한 의식구조의 사내다. 그런 그가 무익하게 2년을 보낸 것을 후회하며, 그 원인이 신입생 시절 잘못 선택한 동아리 탓에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그는 총 4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었다. 영화 동아리 '계', '제자 구함'이란 기상천외한 전단, 소포트볼 동아리 '포그니', 그리고 비밀기관 '복묘반점'이다. 4가지 선택에 따라 각기 달라지는 이야기. 마치 예전 코미디 프로그램의 인생극장 '그래 결심했어'를 보는 듯한 구성이다.
이야기 전개는 저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동일한 이야기가 반복된다. 주인공의 동아리 선택에 따라 사랑의 훼방꾼으로 자학적 대리대리전쟁의 대리인으로, 다다미 넉장 반에서 음울하면서도 달콤했던 남성으로, 마지막엔 끝없이 반복되는 다다미 넉장 반의 80일간의 일주를 떠나는 여행자로 분한다. 결국 돌고 도는 이야기. 배역만 조금 바뀔 뿐 등장인물은 동일하며, 앞 편의 이야기들이 뒷편 이야기에서 녹아들고, 또 다른 뒷편의 암시가 되는, 대단히 복잡다단하면서도 흥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즈와 같은, 음험하고도 독특한 문체에 길을 잃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는 '오즈'를 만났을 것이고, 무익한 2년을 보냈을 것이다. 극중 오즈는 주인공과 같은 학년이며, 사람들의 불행을 반찬 삼아 세공기 밥을 너끈히 해치우는 음험한 사내로 등장한다. 5인의 역할을 하는 듯 학교생활에서 동분서주하며 갖은 말썽과 장난을 일삼는 그. 모든 이야기는 그로 부터 시작되고, 그와 더불어 마무리된다.
흥미로움이 가득한 속에서도 나를 당황스럽게 했던 것은 정체모를 표현이다. 가령 극중 동아리 후배인 아카시가 나방을 보며 놀라는 장면에서 '무늉했어요, 무늉했어요'란 표현이나, 오즈를 타기해야 할 녀석으로 인식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나 이름 모를, 대략적인 의미 파악이 안되는 말들이 많이 등장한다. 평단에선 모리미 도미히코가 오랜 글쓰기 끝에 의고체(擬古體)를 응용한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를 개발했다며 극찬했다. 고풍스러우면서도 세련미가 넘치는 독특한 문체라니. 글쎄다. 역자 후기에서도 모리미 도미히코의 이런 글쓰기를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고백이 실려있다. 그럼에도 그 표현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써먹어볼까 한다. 나의 리뷰는 무늉했어요.
암중전골과도 같은 새로운 맛에 길들다 일본 애니에 열광하는 오타쿠들이 좋아할 만한 그런 소설이다. 아주 경쾌하게 써내려가는 문장 사이사이에도, 교토의 산사나 풍경, 그들의 전통놀이라 할 수 있는 '암중전골'(유정천 가족에선 너구리냄비가 등장했었다)이 등장한다. 깜깜하게 불을 끄고 각자 준비해온(먹을 수 있는 것으로) 재료로 전골을 끓여 하나씩 맛보는 놀이라니. 그래서 전통과 현대적인 감각을 자연스럽게 조화시킨 작가란 평을 받나보다. 아주 유쾌하게, 마치 얽히고 설킨 지난한 미로를 빠져나온 듯한 느낌이 든다. 이러한 소설 말미에 작가는 이런 대화로 마무리한다. 마치 독자를 희롱하듯, 그의 글쓰기가 쉽게 읽히지 않는 미로란 걸 과시라도 하듯.
나는 씩 웃었다. "내 나름의 사랑이다." "그렇게 더러운 것, 필요 없습니다." 그는 대답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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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듯 책에서도 첫인상이라는 것이 있다. 아니 책이라기 보다는 작가에 대한 첫인상이라고 해야 하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를 알게 되는 첫 번째 작품 그 작품에 따라서 그 작가의 책을 계속 읽을 팬이 될지 아니면 두 번 다시 읽지 않을 그런 작가가 될지 결정이 되는 것이다. 물론 무엇이든 단칼에 끊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말이다. 만약 내가 이 책으로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면 나는 조금은 후회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며 거기다 묘한 판타지스러움으로 인해서 이해하는데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었으니 말이다. 이 작가 독특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읽고 나서 그 맛을 알아버렸다. 그래서였을까 [펭귄 하이웨이]도 읽었고 [야행]까지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랬으니 이 작풍이 익숙하다 싶었으면서도 초기작에 속하는 이 작품이 또 낯설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십 대의 삶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나는 언제나 강조한다. 연애든 공부든 일이든 뭐 하나는 진짜 미친듯이 해보라고 말이다. 그때가 아니면 두 번 다시 할 수 없다고 말이다. 세상을 알게 되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앞날을 고민을 하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절대 어느 하나에 미칠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여기 이 친구에게도 그렇게 말해주고 싶지만 대학에 들어가서 3학년까지 연애도 공부도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이 주인공은 나름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있으니 무어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자신이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내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가 하는 뭐 그런 거 말이다. 인생은 한 번 뿐이고 돌릴 수도 없고 무를 수도 없고 다시 살아볼 수도 없으니 약간의 후회도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런 인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듯이 자신이 다른 삶을 선택하면 어떻게 되었다는 형식의 드라마나 영화도 많이 나오고 같은 삶을 다시 살아보는 그런 내용의 영화들도 있다. 여기 이 이야기도 그러하다. 자신이 만약 그때 그 동아리를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인생이 달라졌을까.
그들은 본문 속에서도 기시감이 느껴진다고 하는 등 자기 자신도 이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듯한 암시를 남겨 놓고 있다. 어떤 상황을 거쳐서 반복되어도 같은 상황이 되는 일은 항상 생겨나고 그때마다 내뱉는 대사도 동일하다. 아까 이 문장을 읽었는데 하는 기시감은 나만 가지는 것은 아니리라. 거기다 이 작가 특유의 표현들이나 의태어들이 쓰임으로 인해서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 맛은 무류하다.(167p)거나 하는 표현들은 자주 쓰이는 표현들이 아니라서 낯설다. 번역자의 말에 의하면 일부러 작가가 그렇게 쓴 것이라며 정 궁금하면 찾아보라고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런 단어들이 낯설기도 하지만 무냐무냐, 뽀롱뽀롱, 홍야홍야, 후냐후냐하는 표현들은 말이 재미나서 반복해서 따라 읽어보게 된다. 이 표현을 어디선가 써먹을 곳이 없나 생각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어떤 인생을 선택해도 오즈라는 친구는 따라 붙는다. 정말 그들에게는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가. 참. 어떤 인생을 선택해도 오즈가 다리가 부러지는 설정도 동일히다. 세팅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은 일도 있는 법이다. 이런 판타지스러움은 마지막 장에 들어가서 폭발해버리고 만다. 어디를 가도 계속 나오는 다다미라니. 이러니 세계일주라는 말이 나오는거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런 방이 존재한다면 나 또한 그를 쫓아다니면서 돈을 벌고 싶어지지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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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아, 정말 오랜만에 한판 신나게 웃었다. 어쩐지 시간탐험대라는 유명한 티비 에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였다.(모르겠다구요?) 혹시 돈데크만이라는 이름을 대면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아무튼 엉망진창 대소동.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인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며 꾸려가는 유쾌한 이야기이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뒤죽박죽인 소설은 절대 아니다. 만화적 상상력을 십분 발휘해서 그려낸 패러렐월드는 매우 기발하고 독창적이며,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틀이 잘 잡힌 소설이라는 느낌. 결정적으로, 대박 웃기다. 굳이 표현하자면 묘하게 가슴 설레는 포복절도 청춘 코미디라고나 할까. 이런 스타일의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열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모리미 도미히코라는 작가가 어떤 면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인지 이 한편으로 충분히 잘 알 수 있었다. 일단 추천부터 한방 날리고, 개인적으로는 퓨전 사극을 연상케하는 이 작가의 독특한 문장이 소설과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라면>, <어육완자>, 그리고 <해저 2만리> "대학 3학년 봄까지 2년간을 돌이켜보건데 실익있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노라고 단언해두련다." 대학에 들어오기 직전에는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이성과의 장밋빛 교제에 가볍게 투지를 불태우기도 했었지만, 어느 사이엔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악명 높은, 사랑의 훼방꾼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되어버린것은 모두, 나의 숙적이요 맹우이자, 타기할 한 사내, 오즈의 탓이다. 약자에게 채찍을 휘두르고, 강자에게 알랑거리고, 제멋대로고 오만하고 태만하고 청개구리같고 공부도 하지않고 자존심은 터럭만큼도 없고 타인의 불행을 반찬으로 밥을 세공기 먹을수 있다는 오즈와 얽히는 바람에, 꿈많던 캠퍼스에서의 생활이 모두 꼬여버리는 주인공. 염원하던 검은머리 아가씨와의 로맨스도 물건너간지 오래이다. 처음 대학에 입학하던 때로 돌아가 모든걸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절규하지만, 그러나 또다른 인생에서도 여전히 우울한 회색빛 캠퍼스 생활속에서 우왕좌왕해 버리고 마는 21살 청춘의 이야기.
인기없고 별볼일 없는 남자의 비뚤어진 마음이라고 할까, 그런 음침하고 침울한 소재를, 어떻게 이렇게까지 재미있게(혹은 괴상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주인공은 시종일관 싫다 싫다를 연발하고 있지만, 그 싫어하는 오즈와 함께 벌이는 소동이란 것이 하나같이 시시껄렁하면서도 얼마나 재미있는지.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에게 절실하게 하고 싶어지는 말이 있었다. 바보냐 너! 신선흉내를 내는(흉내인지 진짠지...) 자유인 히구치, 요염하지만 취하면 위험해지는 치과보조사 하누키, 그리고 쿨하고 발랄한 아가씨 아카시등등, 모든 등장 인물이 괴상하다는 표현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개성이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의 숙적이자 맹우인 오즈의 캐릭터는 단연 최고! 그렇지만 절대로 가까이 지내고 싶지는 않다! 남자들의 순진한 마음을 살짝 어루만지는 요소들이 있어서, 혹시 연애 스토리로 이어지는것 아닌가 생각했더니, 이상한 데서 주인공의 자존심이 발동한다. 긍지를 잃지 않는다고나 할까. 결정적인 찬스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친듯 날뛰는 거시기한 친구를 애써 무리하게 억누르는 부분, 정말이지 설마 그 친구와 대화로 타협을 시도하는 장면까지 등장할줄이야.(생각하니까 다시 웃음이 터지네요) 과묵하고 고상한 가오리씨를 앞에 모셔두고 오기로 버텨내는 장면등에서는, 주인공의 그 진지하고 귀여운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만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눈에 띄는 부분은, 각각의 에피소드가 실은 하나의 평행우주 안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라는 설정. 주인공이 대학에 입학하는 부분까지는 동일하지만, 그 곳을 분기점으로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의 상황들이 전개되는데, 그 뒤의 미래가 서로 다르면서도 미묘하게 같은 길을 더듬어 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 기발하면서도 재미있다. 더이상 바보 같을 수 없는 일만 잔뜩 벌이고 있지만, 그 중 어느 길을 선택해도, 결국에는 반드시 오즈와 엮이게 된다는 점에서, 운명론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성취된 사랑의 뒷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아무래도 당사자가 이야기 하기를 꺼리는 것 같아 단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무늉했어요. 무늉했어요."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카시를 부디 행복하게 해주길 바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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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부터 무척 독특한 작품이다. 분홍색과 초록색의 밝은 표지에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으며, 다다미 넉장반으로 세계일주를 한다는 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말 그대로 다다미 넉장반에 앉아 세계일주를 할 수 있을리는 없고, 상징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귀가 솔깃해지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관한 소문을 익히 들었기 때문일까. 이 작품은 그동안의 책들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의태어와 의성어 집합의 최고봉이다. 홍야홍야.
네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 이야기들의 구조 또한 재미있다. 보통 한 작품집에 실린 단편들이라면 주인공이 일상에서 겪게 되는 사건의 나열이거나, 각각 독립된 주제를 갖는 별개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마련이지만 이 작품 속 이야기들은 한 마디로 '인생극장'이다. 우리에게 이바람이라 불리는 연예인이 예~전에 한 프로그램에서 연기했던, 주인공이 선택한 길에 대해 다른 결말을 보여주었던 그 '인생극장' 말이다. 우리의 주인공 앞에는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 가입했거나, 혹은 가입할 수 있었던 네 개의 동아리가 선택지로 주어진다. 영화 동아리 '계'와 '제자 구함'이라는 기상천외한 전단지, 소프트볼 동아리 '포그니'와 비밀기관 '복묘반점'을 선택한 주인공의 인생이 어떤 동아리를 선택했느냐에 따라 재구성된다.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맡은 역할은 다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은 공통적이다. 일단 주인공인 '나'와, 그의 하숙집 윗층에 사는 히구치씨, 열 중에 여덟은 요괴로 착각하는 외모를 갖고 있는 오즈, 치과에서 일하는 하누키씨, 쿨하고 이성적이지만 나방을 두려워하는 아카시, 그리고 그 외 조역을 맡고 있는 아이지마와 조카사키 선배, 그의 러브돌 가오리까지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들이 주인공과 오즈가 펼치는 사랑의 훼방꾼 놀이, 자학적 대리 전쟁, 유쾌한 서신 왕래, 80일간의 다다미 넉장반 일주에 동참하는 것이다. 주인공과 오즈를 제외하고는 매번 새로운 관계가 성립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의 결말은 과연 어떨까나~
주인공과 오즈의 일상은 유쾌하기 그지없다. 어찌보면 한심해 보이는 청춘들이지만, 청춘이기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헤매는 그들을 보면, '아~역시 풋풋할 때가 좋았지'하고 생각하면서 음냐음냐, 후냐후냐, 무늉무늉 등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재미있는 의태어의 바다 속에서 헤엄치게 된다. 게다가 작가의 어법이 기발하다. 예를 들어 -이상하게 친한 척하는 남자가 기분 나쁘게 느껴졌다. 혹시 10년 전에 생이별한 형인가 생각했으나 형과는 생이별한 적이 없었거니와 나에게 형이 있다는 것 자체가 금시초문이었다-같은 웃음이 터져나오는 문체나, -합격을 기원하면 절대로 떨어지고 만다는 신사-같은 역설적인 표현들이 재미있다.
책을 읽으면 작가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특한 문체와 기발한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 작품으로 미루어 보아 왠지 이 작가를 실제로 만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 자신, '오즈'같은 생김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즐거운 이야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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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장 반은 혼자 자취하기에 딱 알맞은 사이즈이다.
두장을 길게 이어서 누을정도는 너무 빈해보이고 6장은 너무 부해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에 있어 언제나 선택을 강요받는다
이책의 주인공 또한 대학 초년생으로 4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영화동아리, 알수없는 스승을 모시는 제자, 소프트볼을 가장한 종교동아리, 대학내 비밀단체
그 어느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전망이 달라질 것인가?
과정은 달라질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운명은 하나의 흐름을 이어간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던것일지도 모른다.
운명의 붉은실과 검은실을 각각 붙들고 있는 두사람은 어느 선택에서든 만나게 되어있다.
괴짜가 넘친다는 말에 교토대학교로 진로를 정학했다는 작가답게 파란만장 화려극치의 대학생활이 보인다.
결론적으로 사랑과 우정은 운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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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미 도미히코의 책은 언제나 유쾌하다. 청춘과 음울함과 외설스러움. 술과 여자와 사내의 육수, 귀여움과 요사스러움과 독특함. 모든게 잘 버무려진 그야말로 비빔밥같은 느낌의 소설이다. 소설의 장르는 젊음일까. 평행세계적인 요소와 판타지적인 요소도 가미되어있지만, 배경은 지극히 평범한 도쿄대와 그곳의 근처이다. 그런 이질적임에서 오는 즐거움도 분명 있을 것이다. 눅눅한 다다미 넉 장 반속에서 일어나는 유쾌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심히 볼만하다. 사랑과 우정, 증오와 우연이 겹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주인공 '나'의 시점에서 장황하게 이끌어나가는 작가의 필력은 책을 끝까지 읽고 덮으면 만족의 한숨을 쉬기 충분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귀군은 버니걸이 될 수 있나? 파일럿이 될 수 있나? 목수가 될 수 있나? 칠대양을 누비는 해적이 될 수 있나? 루브르박물관 소장품을 노리는 세기의 괴도가 될 수 있나? 슈퍼컴퓨터의 개발자가 될 수 있나?' - 156p 가능성이라는 말을 무한정이라고 쓰면 안된다. 라며 주인공의 친구 '오즈'와 '나'에게 스승인 히구치가 해준 말이다. 상당히 유쾌한 말투지만, 꽤 예리하게 현실을 꼬집고 있다. 도미히코의 책이 상당히 재밌게 느껴지는 이유는, 능수능란하게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문체와 어이없고 재밌는 사건이 연달아 터져나와도 그 안의 깊이를 유지하며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가능성이라는 말로 말도 안되는 현실까지 합리화 시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네놈은 네는 놈의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지금 그곳에 있는 네 자신을 질질 끌고 살아야 하느니라. 그 사실을 외면해서는 아니 되느니라. 나는 결단코 외면하지 않을 생각이다. 허나 다소, 보기 괴롭다.' - 304p 주인공의 독백이다. 주인공은 참 말이 많은 인간같은데, 4개의 단편, 평행세계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시작할때마다 주인공은 항상 저렇게 말문을 열곤한다. 내가 어렸을땐 귀엽고 이뻤는데 커보니까 거울을 보며 화가날 정도가 되었다. 세살 버른 여든간다는데 사람이 스물먹고 어떻게 바뀌냐. 그리고 나오는 게 저 대사. 다소 보기 괴로운건 자기가 쌓아온 인생이 보잘것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걸 이렇게 자조적으로 표현한게 웃음이나온다. 주인공의 어딘가 결의에 찬 설명충말투가 더해져서 그럴까. 개인적으로 주인공 1인칭시점의 말투나 표현이 즐거워 계속계속 읽게되는 힘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류 최후의 인간으로서 이 다다미 넉 장 반 세계를 한없이 방황한다. 새로운 시대의 아담과 이브가 되고 싶어도 이브가 없으니 소용없다.' - 351p 마지막 단편'80일간의 다다미 넉 장 반 일주''에서 주인공이 다다미들을 해메이며 독백하는 장면이다. 후에는 최후의 인간인데 번식같은 걸 하고싶은 마음이 있을까? 따위의 독백을 하긴하는데, 아무튼 지금은 이브가 없어서 아쉬운 듯 한 주인공이 귀여워서 메모를 해두었다. 마지막 단편은 앞서 선보인 3개의 단편의 종점같은 것으로, 주인공이 대학 신입생때 선택할 수 있었던 선택지, 영화동호회 '계'에 들어가거나, 시계탑앞에 기묘한 제자모집에 관심을 보이거나, 소프트볼 동호회 '포그니'에 들어가거나, 비밀기관 '복묘기관'에서 활동하거나 하는 여러가지 평행세계를 선보이는 것의 종점. 즉 주인공의 인생에서 펼쳐진 여러가지 선택지 중 최종이라고 해도 좋을 단편이며, 게임으로 치면 진 엔딩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런 엔딩을 향해 80일간 표류하는 주인공. 솔직히 주인공이 등장인물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지라, 주인공의 독백으로만 이루어진 마지막 단편이 가장 내겐 재미있었고 유쾌, 웃음만발한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문체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 기억에 남는다. 시시껄렁 하고 보잘것 없는 이야기도 개성있는 문체를 만나 생기를 얻은 느낌이랄까. 올해 처음 알게된 작가지만 매력이 어마어마해서 앞으로도 계속 찾아 읽어 볼 만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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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서 느껴졌던 그 기분이 이 책에서도 느껴진다. 고즈넉하고 운치 넘치고 옛것만 있을것 같은 교토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일들...교토를 새롭게 보게되기도 하고 이렇게 웃긴 대학생활이 펼쳐진다면 다시한번 돌아가보고 싶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간만에 낄낄대며 웃은 소설책이라고 할까..그녀의 작품은 항상 기대이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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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이 된 당신, 당신 앞에는 몇가지 선택이 있다. 당신의 선택이 가져올 파국적 결말이 궁금하지 않은가? 이 책은 한 명의 주인공이 신입생 시절에 선택한 동아리로 인해 어떠한 대학생활을 보낼지, 가정법에 의거하여 네 갈래로 갈라진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옛날에 유행하던 게임책에서, 절벽에서 뛰어내린다를 선택하면 페이지 21로, 맞서 싸운다를 선택하면 34페이지로 가라는 그런 식인데 선택은 딱 한번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어떤 루트에서는 친한 동료인 자가 다른 루트에서는 3학년때 처음 만나는 식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핵심은 이런 구성상의 묘미가 아니라 어떻게 해도 대책 없이 찌질하고 우울한 대학생활을 보내는 주인공의 황당한 일상을 잘 그려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말도 본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우울하기는커녕 무척 신나는 결론이다. 스스로 잉여를 자처하는 대학생의, 청춘이니까 할 수 있는 인생의 낭비, 누구든 주인공의 과감한 잉여로움을 선택하는 용기를 부러워할 것이다. 게다가 옆에 있는 그 숏커트 여자, 말투가 냉정하고 주인공 보고는 한심하다고 이야기하면서 결정적일때 도움이 된다니 이 정도면 모두의 이상형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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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천재'라는 작가 소개 문구를 보고 '단순히 문체만 특이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주인공은 무의미한 대학 생활을 보냈다고 자책하며 자신의 다른 가능성을 여러모로 생각해보지만
다다미 넉 장 반으로 80일 간 세계일주하는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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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땜에 미치겠다 ” 책을 읽는 내내 샤방샤방 햇살이 내리쬐는 거실에 누워 스머프를 희롱하며 지용군이 했던 말이 계속 아른아른거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고 있는 듯해서. 정말 이 책 땜에 미치는 줄 알았다. 잔뜩 허세가 들어간 어투하며 어디로 튈줄 모르는 이야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하는 인물들까지... 세상 어디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은, 세상 어디에 이런 이야기가 있을까 싶을까... 모든게 새롭고 흥미롭기만 하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통해서도 참, 독특한 작가구나... 싶었는데, 개성만점의 이야기에 푹빠져 한참 웃었다. 책을 읽으며 신나긴 또 오랜만이었다. “ 이거 봐, 나는 나 같은 사람이 이해되는 여성은 싫다. 좀 더 뭐랄까, 샤방샤방하고 섬세 미묘하고 꿈같은, 아름다운 것만으로 머리가 꽉 들어찬 검은머리 아가씨가 좋아. ” (p58) “ 쯧, 그러지 말고. 오즈를 봐. 그 녀석은 확실히 한량없는 얼간이이기는 해도 중심이 잡혀 있지 않나. 중심이 잡히지 않은 수재보다 중심이 잡힌 얼간이가 결국에는 인생을 유의미하게 살 수 있는 법이야. ” (p157) 쓸데없는 이야기에 쓸데없는 소동만 부린다고 생각했던 소설은 가끔 이렇게 마음에 콕 하고 박히는 말을 쏟아낼때가 있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 위로하는 건 아닙니다만, 당신은 어떤 길을 선택했든 저를 만났을걸요. 직감으로 압니다. 그리고 어차피 전력을 다해서 당신을 망쳐놨을 거라고요. 운명에 저항해봤자 무슨 소용입니까?” (p261) 거스를수 없었던 그 운명이었달까. 아, 대체 운명이란 무엇이길래. 어떤 것을 선택했어도 벗어날 수 없었던 운명에 나는 잠시 망연자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뭐 이런 운명이라니!! 운명! 운명! 이 작가.. 이제 나의 주목을 끌었다. 교토를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이 많던데, 이제 하나하나 읽어봐야지 생각하게 된다. 우와,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해댈 수 있는거지? 작가의 무한 상상력에 기대가 몽실몽실 피어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