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5)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80%
  • 리뷰 총점8 2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9.0
  • 40대 0.0
  • 50대 10.0

포토/동영상 (2)

리뷰 총점 종이책
〈어느 베를린 달력〉재외동포 증후군
"〈어느 베를린 달력〉재외동포 증후군" 내용보기
박소은의 〈어느 베를린 달력〉을 읽으며   책을 읽는 기간 동안 오롯이 한 도시만을 생각했다.   에세이스트의 수필로 인문학의 지성,   서정적인 감성을 모두 아울러 담았다. 저자가 오래 체류한 경험에 기인한 표현들이 베를린을 성큼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크리스마스 장터에서 흘러오는 구수한 음식물의 내음이나, 과일과 계피 향을 넣어 끓인 따뜻한 포도주인 글뤼바인
"〈어느 베를린 달력〉재외동포 증후군" 내용보기

 

  박소은의 〈어느 베를린 달력〉을 읽으며
  책을 읽는 기간 동안 오롯이 한 도시만을 생각했다.
  에세이스트의 수필로 인문학의 지성,
  서정적인 감성을 모두 아울러 담았다.

저자가 오래 체류한 경험에 기인한 표현들이
베를린을 성큼 가깝게 느껴지게 한다.
크리스마스 장터에서 흘러오는 구수한 음식물의 내음이나, 과일과 계피 향을 넣어 끓인 따뜻한 포도주인 글뤼바인 Gluhwein 술 향기는 한겨울의 어둠과 추위를 잊게 해주는 최고의 유혹이다.』

작가는 독일에서 40년을 산 재독 동포이다.
2012년에 잠깐 서울로 나오셨다가 (본인 표현에 따르면)
적응을 못하고 독일로 돌아갔다.

베를린에서 2013년부터 거주하기 시작하셨다. 작가로서도 베를린은 낯설은 도시였다.
약간 과장하면, 재미있는 지옥인 서울에서 재미없는 천국인 베를린으로 건너왔다.
베를린의 혼란은 잠시. 이내 12월로 들어서면서 익숙한 체험이 되살아났다. 성탄절이라는 독일 최고 명절의 분위기 덕택이다.

저자의 글들은 꾸며낸 것이 아닌, 우러난 표현들임을 금새 알 수 있다.
글에 과장됨이 전혀 없는데,
생생하게 베를린을 묘사하였다.

독일에서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이 지정 공휴일이라고 한다. 사실상 한달이 다 휴가 시즌이어서 왠만한 베를리너는 다른 곳으로 여행, 방문을 떠난다고 한다.
금새 베를린은 인적이 한산해 진다.
안 그래도 습지고 추운 베를린의 그 기간의 풍경이, 작가의 서술을 통하여 눈에 그려질 듯 전해졌다.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설날에 도심에 나갔다가 차도, 사람도 없는 풍경에 비현실적이었던 때가 떠올랐다. 베를린은 그 직전까지는 엄청난 대도시였기 때문에, 그 간극이 상대적으로 더 상당하다고 한다.

성탄절 전구와 장식만이 반짝이고,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거리와 도로는 미처 떠나지 못한 유학생 이나 외국인들이 차지한다.
새해 카운트다운 하면 미국 뉴욕이 떠오른다. 그런데 베를린의 송년 파티도 유명하다고 한다.

연말에 우리들의 인사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독일어에도 관용구 인사말이 있다.
“Guten Rutsch ins neues Jahr!”
직역을 하면
‘새로운 한 해로 썰매를 타듯 무탈히 성공적으로 골인하라’ 라고 한다.

독일과 베를린을 사랑하는 저자이지만, 한국의 그리운 것들에 애틋함도 간직하고 있었다.
독일의 풍습에도 좋은 점이 있고, 우리의 것에도 정겨운 것이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독일에서 살고 있지만, 정신적인 경계 境界에서 살고 있었다.
그 모순됨을 어렴풋이 알 듯도 했다.

『송년과 새해의 갈림길에 오면 늘 제야의 종소리가 그립고, 달력에서만 보았지만 동해 어디선가 불끈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새해 아침은 그 전날에 먹은 치즈며 서양식의 느끼함을 씻어줄 산뜻한 떡국이나 시원한 동치미가 그리워지는 묘한 갈등에 우왕좌왕하게 된다.』

예전에 한때는 유럽에 사는 한국인들을 마냥 동경했던 때가 있었다.
몇 개월 유럽에 살고, 몇 달은 한국에 나와 살고 그러면 참 신날 것 같았다.
이 문화권과 저 문화권을 ‘자유롭게’ 오가며 사는 게 이상적일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산문집을 읽으면서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년을 독일에서 살은 작가조차도, 단 몇 개월을 서울에서 살다가도 한참을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발달했고 마음만 먹으면 모든 곳을 갈 수 있다고 해도,
한국 살기와 독일 살기는 변환 모드가 필요했다.
작가는 섬세하고 통찰이 깊었기에, 더욱 그
적응의 강도와 밀도가 세고 짙었다.

베를린은 역사적 인물로는 두 사람으로 작가에게 각인되었다. 칼 Karl 그리고 로자 Rosa.
독일에서 매해 1월 두 번째 일요일에는 ‘1월 데모’라는 행사가 개최된다. TV로 방영까지 된다니 대중적인 기념일임을 알 수 있다. 바로 로자 룩셈부르크를 기리는 날이라고 한다.

<어느 베를린 달력>의 차별점은 매달로 구성된 점이다. 12월로 시작하여 11월로 맺는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베를린 살이를 풍성히 담았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떤 아픔을 남겼는지는 알고 있다. 그런데 외국 도시에서, 그때를 통과한 동포도 크나큰 아픔을 느꼈다는 걸 알았다.
몸은 먼 땅에 있으셨지만,
깊은 상념과 처절한 고민은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과거 독재시대를 떠올릴 만큼 암울의 늪으로 우리를 몰고 간 세월호의 침몰은 그야말로 모든 희망을 침몰시킨 듯 했다. 독재는 무너뜨리면 민주라는 함수를 암묵적으로 약속해준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은 모든 희망과 신뢰와 용기를 다 함께 끌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있다.』

박소은은 로자 룩셈부르크를 기리는 베를린을 보면서, 역사 속에서 실수와 실패가 있었어도 그것을 단죄하지 않고 소멸하지 않는 독일의 방식을 성찰한다.

통일한 이후 베를린은, 지난 시대의 공산주의와 현재의 체제를 모두 품어 안는 실험장의 역할을 했다.
스탈린의 독재도 한 편에서 비판하지만, 로자로 대변되는 사회주의 운동도 기억하려는 것이다.

베를린은 워낙 크기도 하지만 구역, 동네마다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고 한다. 우선적으로는 동 베를린, 서 베를린에서 차이가 난다.
동네마다 내음과 색깔, 성격이 다르다.

이에 비해 서울은 강북, 강남으로 획일적이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있고, 번화가는 상점가이고, 주택가는 아파트인. 편리하다는 명목으로 도시의 모습이 비슷해져 가는 게 꼭 좋은 걸까.

파리, 런던, 뉴욕 등 유서깊은 대도시들. 이곳들이 모두 영광과 오욕을 거쳐왔다만,
베를린만큼 극명한 교차를 경험한 도시도 없다.
2차대전 시기 나치 전범들이 오욕과 수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베를린에는 박물관, 유적지를 중심으로 일상 공간에서도 이러한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베를린의 중심지 중 하나인 플뢰첸제. 이곳에는 높은 벽돌담으로 둘러싸인 형무소가 한 채 있다. 나치 정권 때 그들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잡아들인 감옥이자, 형 집행장이었다.

1935년~1945년에 3,000명이 처형되었다. 유대인 뿐이 아니었다. 나치에 반대하는 사회주의, 공산주의자들, 평화주의자들, 일반 시민들까지 하찮은 정부 비판으로 밀고를 당하면 끌려갔다. 제대로 된 재판을 받지 못하고 죽임을 당했다. 희생자의 절반이 외국인, 강제로 끌려온 노동자들이었다.

작가는 베를리너 Berliner답게 검소하고,
독일 동포스럽게 진중하지만 재치와 유머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한국식 찜질방을 독일에 도입하면 대박일 텐데 누가 투자를 좀 안 하나 아쉬워한다.

재외동포 증후군이라는 작가만의 표현도 재밌었다.
「하루에 꼭 한 끼는 밥을 먹어야 하고 된장과 풋고추가 있는 식탁을 고수하는 증세」란다.

문학적인 정취를 물씬 느꼈고, 살갑고 정겨운 에세이 본연의 재미가 고루 담긴 책이다.
오랜 독일 경험, 작가만의 예리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했기에 신뢰도가 높다.

자기가 사는 국가에 대한 애정도는
세 가지로 알 수 있다고 한다.
소속감, 동질감, 자부심.

요즘 우리나라 사람과의
동질감이 희석이 되는 기분이 종종 든다.
서울, 수도권,
호남, 영남이 이질적으로 느껴지고

젊은 20대가 무서울 때가 있고,
노인 분들의 생각을 모르겠다 싶다.
서로를 배격하게 하는 주장들이 난무한다.

각자가 다름을 인정하면서,
상대가 다르기에 더 궁금해 할 수 있는 마음.
독일 베를린을 통해 한 수 배웠다.

-- 책 에서 --

『과거 청산은 강력하고 민주적인 사회와 유럽을 이끄는 모터로써 오늘날의 독일을 존재케 하는 근거 이다.

학교에서 역사 교과서는 물론 다양한 시청각 교육과
일반 언론 및 방송에서 끊임없이 방영하는 기록물과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의 인터뷰 등은,
독일인에겐 지울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임을 경각 시킨다.

역사를 깡그리 왜곡하고 희생자들을 모독하는 일본의 태도에 비하면 당연히 우등생이고 본받아 마땅하다. (11월)』
(243쪽)

 


 


 

YES마니아 : 로얄 b********5 2024.01.29. 신고 공감 6 댓글 2
리뷰 총점 종이책
[어느 베를린 달력/박소은] 베를린의 풍경들을 반추하며.
"[어느 베를린 달력/박소은] 베를린의 풍경들을 반추하며." 내용보기
1.Ich bin ein Berliner.나는 베를린 사람(베를리너)입니다. Berlin ist arm, aber sexy.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합니다. 이 두 문장은 베를린과 관련된 말 중에서 가장 유명하며 여전히 자주 인용되고 있다. 첫 번째는 1963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가 베를린 연설 중에 한 말이고, 두 번째는 2003년에 베를린 시장 클라우스 보베라이트가 베를린을 단적으로 정의 내린
"[어느 베를린 달력/박소은] 베를린의 풍경들을 반추하며." 내용보기

1.

Ich bin ein Berliner.

나는 베를린 사람(베를리너)입니다.

 

Berlin ist arm, aber sexy.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합니다.

 

이 두 문장은 베를린과 관련된 말 중에서 가장 유명하며 여전히 자주 인용되고 있다. 첫 번째는 1963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가 베를린 연설 중에 한 말이고, 두 번째는 2003년에 베를린 시장 클라우스 보베라이트가 베를린을 단적으로 정의 내린 말이다. 독일에 사는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을 만큼 널리 알려진, 과거와 현재의 베를린을 응축한 대표적인 표현들이다.

- pp.25~26

 

그렇지만, 베를린이 어떤 곳일지 감은 잘 잡히지 않는다. 동독과 서독이 통일되던 그 당시, 기적이 이루어졌다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며 놀라워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얼른 통일이 될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독일은 독일이고,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독일은 분명 통일 이후, 경제적으로 강국이 되어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하지만, 우리나라도 그러하리란 보장이 있을까. 물론, 독일이 미국과 중국처럼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라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독일의 경제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최고의 경제를 자랑하는 것으로 나는 알고 있으니까.

 

2.

강변에 정박하고 있는 한가한 수송 선박이며, 오래된 녹슨 대형 기중기가 정지된 채 만드는 풍경은 마치 통일 전 서베를린의 모습인 80년대 시계가 그대로 멈추어 있는 듯했다. 이제 베를린 중심부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분단으로 고립되고 정체되었던 노스탤지어의 베를린 모습이랄까. 동네 사람들은 주로 독일인과 나이든 층이 대부분이라서 안정감은 있으나 전혀 활기도 매력도 없는 동네였다. 젊은이들이 가장 섢하지 않는 동네 중 하나이다. 부동산 가격이나 월세가 최근 들어 급상하는 베를린이지만 평균치에 밑돌고 있다.

 

그 매력 마이너스의 동네에서 나의 첫 베를린 살기가 시작된 셈이다.

- p.40

 

『어느 베를린 달력』은 베를린에서 산 12개월의 저자의 삶을 이야기한 책이다. 그러나, 이 12개월이 1년은 아니다. 때로는 2014년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2018년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까, 단위가 1개월이지만, 연도가 한 해가 아닌 것이다. 몇 년 동안의 삶을 응축해 놓은 이 책은 베를린에서 산 풍경들을 담아 놓는다. 통일 이후 베를린의 특성. 그 특성이 잘 나타난다고 보여주는 풍경들이다.

 

 

3.

공산주의, 한떄 그 얼마나 온기를 주던 언어였던가. 힘없는 자, 가난한 자, 억울한 자들에게 무한한 희망과 용기를 주던 언어. 그녀의 속삭임 속에 지난 세기의 투쟁이 꿈결처럼 스쳐 지난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그녀의 늙어진 얼굴처럼 일그러진 모습이다.

 

모두가 한 송이 붉은 카네이션을 손에 들고 '전쟁 대신에 평화를!'이라는, 로자가 거의 100년 전에 주장하던 구호를 사람들은 외친다.

 

이렇게 베를린의 한 해는 시작한다.

- p.71

 

만약, 우리나라가 지금 당장 통일이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도, 기쁨보다는 혼란이 먼저 올 것이다. 공산주의인지 민주주의인지도 모를 애매한 지배 체계가 될 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통일이 아니라, 이 땅에 평화를 외치는 것이다. 전쟁이 불가능한 나라, 외세의 침략이 불가능한 나라, 더 이상 이 땅에 전쟁이 자리잡을 수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 그리고 난 다음에 통일은 천천히, 우리가 우리 힘으로 우리의 정세를 주도할 수 있을 때 그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4.

베를린의 경우는 대도시이기 때문에 대부분 자기가 사는 동네가 자기 세계라고 할 만큼 사는 이의 일상과 의식이 사는 곳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특히 베를린에는 한동네 안에서도 어느 특정한 거리나 골목을 중심으로 매일 매일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 즉 빵집, 카페, 술집, 식품 가게, 극장이나 기타 문화 시설 등을 나름 골고루 갖춘 일종의 섬 같은 소위 '키츠'라 불리는 꼬마 동네를 형성하는 키츠 문화가(골목 문화) 유명하다. 사는 사람들끼리 그 속에 소속감과 동질감을 공유하면서 자신들 특유의 키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생활양식과 문화를 서로 가꾸고 있다. 베를린에서는 동네마다 이런 키츠가 여러 군데 있는데 중심지 동네의 인기 있는 키츠에 사는 것은 사뭇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pp.94~95

 

베를린의 풍경이 그대로 묘사된 듯한 이 느낌. 키츠 문화란 것이 베를린의 미래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지금, 확실히 우리나라와는 문화가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꼬마 동네 문화가 형성되기가 어려운 환경이다. 몇 십 년 전에는 골목에서도 동네 공터에서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나, 그러나 오늘날의 현실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조차 운동선수들이 아닌 한은 노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하물며, 차들이 계속해서 지나다니는 동네 골목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려면, 아주 먼 발걸음을 해야 겨우 볼까 말까다. 그래서 베를린의 키츠 문화가 선망의 대상은 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5.

'얘들아, 다음 생에는 이 땅에서 태어나지 마라'라는 말은 기가 막히다 못해 비극적이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 즉 자기 국가에 대한 최악의 저주이다. 이 저주를 먹으면서 살찌우는 국가야말로 절대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그 땅에 사는 자기 나라 국민이 얼마나 행복하지 못한지를 한마디로 말한다.

 

원한 맺힌 말들은 가슴속으로 거센 물살이 되어 여지없이 파고들며 커다란 구멍을 뚫어놓는다.

- p.124

 

세월호로 아이들을 잃은 어떤 이의 절규는 우리나라에서 사는 것을 불행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은, 이 땅 뿐 아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불안한 미래를 살고 있다. 언제 어느 때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애써 무시하면서 때로는 아주 "잘" 살아가고 있다. 안전을 무시한 나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나라. 그것이 세월호의 비극 속에 있다. 그러고 보면, 삶이란 참 옹졸하기도 한 것이다. 나는 막연하게 안전할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태풍 같은 게 오면, 혹시라도 내게 피해가 오지 않을까 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으니. 먹먹해진 마음은 가끔씩 눈물을 머금게도 한다.

 

 

6.

독일은 전쟁과 더불어 분단이라는 상처를 딛고 1989년 11월 9일, 바로 1938년 11월 포그롬이 있었던 51년 후, 똑같은 날 밤에 동서 냉전의 상징이던 장벽 붕괴되었다. 통일로 넘어가는 대로 훤히 뚫린 것이다. 1989년 11월 9일, 동독 공산당 서기 귄터 샤보브스키는 동베를린에서 전 세계 기자들 앞에서 동독 시민들이 서독을 비롯하여 외국으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다는 새로운 법 규정을 발표하였다. 발표 후 곧이어 봇물 터지는 듯한 환호성과 흥분은 동베를린에서 서베를린의 거리를 향해 휩쓸었다. 수많은 동독인의 물결은 당시 서베를린의 중심 상가인 쿠담으로 흘렀고 사람들은 서로를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 p.244

 

운명이란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오듯, 독일의 통일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독일의 통일이 결코 쉽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정확하게 몰라도 알 수 있다. 독일인들의 눈물은 결코 그들의 통일이 결코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대변해 준다.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일까. 독일의 상황과 우리나라의 상황은 분명 많이 다르지만, 우리도 언젠가는 반드시 통일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역사를 보면, 외세의 침략에 의해서 나라가 망한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았다. 대부분 내부의 분열로 인한 세도정치로 인해 민심이 흉악하게 변하였거나  왕의 잔악한 독재정치가 나라를 망하게 한 경우가 많았다. 아마, 그 진리는 오늘날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라가 망해가는 걸 보는 어느 정치가나 독재 세력이 그런 나라를 볼 수 없다, 고 철저히 자신의 정치를 반성한다면 세계적인 평화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꼭 그리 되기를.

 

 

7.

공항 스캔들, 더러운 길들, 서비스 제로 지점이 주는 불편함과 불쾌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도시에서 돌아올 때의 설명하기 어려운 안도감 내지 안정감, 기차 중앙역에서 내리면 플랫폼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자유의 바람, 가난한 이들끼리 나누는 은밀한 동지애, 각박하게 만들지 않게 하는 느긋함, 그런 느낌들은 여전히 변함없는 베를린의 산소 같은 존재들이다.

- pp.265~266

 

베를린을 떠올리면 여전히 공산주의 시절이던 때의 암울한 풍경이 떠오른다. 독일은 경제대국이라는 나의 말을 취소해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베를린의 풍경은 여전히 가난하고 낯설다. 그러나 그런 풍경들이 있기에 베를린은 어쩌면 아름다운 도시가 되어가지 않을까. 그들의 신선한 바람 같은 느긋함은 한국인이 배워도 괜찮지 않을까. "빨리 빨리"가 아니라 천천히 해도 되요,천천히 가도 돼요, 라는 말을 한국에서 자주 볼 수 있기를. 가난해도 행복한 사람, 느긋해서 포근한 사람, 안전이 최우선인 나라가 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잖은가.

 

 

8.

『어느 베를린 달력』에서 건져올린 삶의 흔적들은 내 마음을 먹먹하게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어느 순간 울림이 전해져오는 그때에, 나는 이 순간을 떠올리며, 그랬지, 베를린의 풍경을 즐기는 여유가 내게도 있었지, 하며 삶을 반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정한책방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h******o 2019.09.08. 신고 공감 4 댓글 8
리뷰 총점 종이책
어느 베를린 달력
"어느 베를린 달력" 내용보기
컴퓨터 백업으로 리뷰가 날라가서 다시 작성하려니 너무 힘들다.어느 베를린 달력처음부터 많이 어려웠다. 내가 생각한 에세이랑 완전 반대로 진지한 삶의 내용이였다. (가보지 않은 낯선 나라의 여행 에서이를 좋아해서(작가님의 색을 볼 수 있는 글구도 좋지만 특히 시각적인 사진들을 좋아해서)     난 저자의 삶을 잘 알기 못해서 중간 중간 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 했을 수도
"어느 베를린 달력" 내용보기

컴퓨터 백업으로 리뷰가 날라가서 다시 작성하려니 너무 힘들다.


어느 베를린 달력

처음부터 많이 어려웠다. 내가 생각한 에세이랑 완전 반대로 진지한 삶의 내용이였다. (가보지 않은 낯선 나라의 여행 에서이를 좋아해서(작가님의 색을 볼 수 있는 글구도 좋지만 특히 시각적인 사진들을 좋아해서)

 

 

난 저자의 삶을 잘 알기 못해서 중간 중간 글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이도 친절하고 긴(어려운?) 추천사들(작가를 알지 못하면 반드시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필히 읽지 않으면 잘 넘어가지 않는다. 달달한 일상이라기보다는 진지한 자아성찰 같은 내용이라서)이 있어서 저자가 이렇게 생각 하는 구나를 넌지시나마 알 수 있었다.

 

추천사1

이제 어느덧 70대에 접어든 그의 눈으로 관찰된 오늘의 베를린, 분단 독일의 상징이자 통일 독일의 현장인 베를린, 독일의 수도이면서도 가장 독일적이지 않은 도시베를린의 열두 달 풍경이 우리에게 남다른 감동과 교훈을 주는 것은 독일과 달리 우리가 여전히 분단의 비극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추천사2

20세기의 최전선은 한반도였고, 분단과 이념의 장벽 때문에 자기의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은 한국인 숫자가 훨씬 많았다. 그리고 그들의 삶은 한반도에서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더욱 쓸쓸하고 처연했다.

2003년에 베를린 시장 클라우스 보베라이트가 했다는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합니다같은 이야기, 또 경계인들이 들려주는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고 독일은 심심한 천국같은 이야기들도 흥미롭지만 내게는 그보다도 먼저, 행간에 숨어 있는, 말로 헤아릴 수 없는 회한 같은 게 안겨 와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지난해 예행연습으로만 끝나버린 서울행을 접고, 이 베를린에서 가장 후지고 불품없는 동네인 베딩으로 이사하고자 한다.

하필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서 촉발된 한일경제 전쟁으로 스산한 시기에 박소은 선생님의 옛 이야기를 듣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베를린은 히틀러의 도시이기도 하지만 로자 룩셈부르크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삽화들이 내게는 불가피하게 이루 말할 수 없는 회한이 감춰진 이야기로 들리지만 한국의 독자들은 이를 베를린을 텍스트로 한 인문학적 에세이로 읽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저 아스라한 곳에 떠 있는 달보다도 그것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것이 더 우선시되는 책이 되었다. 이를 한사코 깊이 읽어가며 그 속에 깔린 회한 가득한 역사의 음악을 느낄 수 있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추천사3

얼마 전 선생님은 하루 한 가지 메뉴로,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만 문을 여는 한식당을 개점해 베를린 청년들에게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돈벌이보다 젊은 베를리너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라지만 지난해 칠순을 맞이한 선생님으로서는 벅찬 일이었겠지요.

그러니 선생님 내외분이 오래 전부터 꿈꾸어 온 베를린 청년을 위한 한국 사랑방도 머잖아 현실화하겠지요.

나이가 들수록 청년들과 잘 어울리려 애쓰며 활기차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선생님이 선 자리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젊은 사람들에게 분노하는 광화문 노인들과 정반대 쪽입니다.

 

책을 내면서

동독 아우토반을 지나서 긴 여행 끝에 놓였던 동독 속의 서방 세계 섬, 그런 배를린은 자유라는 개념의 체현, 그 자체였다.

그 무렵 내 조국은 유신의 철창이 무겁게 내려진 암울한 시대였다. 그래서 긴 동독 아우토반을 지나 나타나는 베를린은 마치 유신독재라는 터널을 건너고 난 다음 기다리고 있을 새 시대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베를린은 통일 전에는 분단의 체험장으로, 통일 이후에는 통독의 생생한 실험장으로 이어지면서 지금 같은 특별한 도시로 형성되어 가고 있다.

m********2 2019.09.22.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어느 베를린 달력 - 박소은
"어느 베를린 달력 - 박소은" 내용보기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합니다."        『어느 베를린 달력』은 다양성과 관용과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이 쓴 책이다. 지은이 박소은은 1948년에 태어났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독일에서 오래 생활하다가 2012년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반년간 서울 생활을 실험했지만 실패하고 다시 돌일로 돌아와 2013년부터 베를린으로 이사하여
"어느 베를린 달력 - 박소은" 내용보기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합니다."

 

 

 

   『어느 베를린 달력』은 다양성과 관용과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이 쓴 책이다. 지은이 박소은은 1948년에 태어났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독일에서 오래 생활하다가 2012년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반년간 서울 생활을 실험했지만 실패하고 다시 돌일로 돌아와 2013년부터 베를린으로 이사하여 현재까지 살고 있다.

   지은이는 왜 서울 생활 적응에 실패했을까? 서울과 베를린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느 베를린 달력』은 베를린으로 상징되는 독일 공간과 서울로 상징되는 우리 삶의 공간을 비교하면서, '지금 여기'에 사는 자기 모습을 성찰하기에 좋은 책이다. 

 

   서울은 화려했으나 이방인에겐 차가웠고, 요란했으나 공허했다. 나이, 성별, 가족 사항, 출신 지역, 동창, 학력, 인맥, 직장 등등 그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이방인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폐쇄된 공간이었다. 특히나 "부자 되세요"라는 징그러운 인사말을 주고받는, 물신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를 과시하는 서울이야말로 없는 자들, 소수자와 약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분단의 장벽이 엄연히 존재하는 듯했다. 

 

   2003년 어느 잡지사와의 인터뷰에서 베를린 시장 보베라이트는 만성적 적자재정과 실업률 20%를 육박하는 상황에 직면한 당시의 베를린을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합니다'라고 변호하였다. 그 문장은 즉각 언론에 회자되어 단연 베를린 제일의 슬로건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그가 '나는 동성애자입니다. 그리고 그것도 좋습니다'라고 커밍아웃한 일은, 부정적으로 파문이 일기는커녕 오히려 솔직함과 용기로 쿨하다며 칭찬을 받았고 그의 인기는 더욱 상승했다.

                                                                                               - 「시작하는 글」에서       

 

   『어느 베를린의 달력』은 계절과 함께 떠오른 잔잔한 사색을 기록한 19편의 글을 겨울(12~2월), 봄(3~5월), 여름(6~8월), 가을(9~11월)로 구성하였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생활이 괴롭고 슬프고 답답하고 억울하면 한강으로 간다. 마음에 쌓인 저주와 울분을 한강에 토해낸다. 독자들도 '지금 여기' 한국의 공간이 압박으로 느껴질 때, 어느 <경계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어보기 바란다. 

   한편 문학평론가 염무웅 선생님은 '분단과 통일'의 시선으로 책을 추천했다.

 

   이제 어느덧 70대에 접어든 그의 눈으로 관찰된 오늘의 베를린, 분단 독일의 상징이자 통일 독일의 현장인 베를린, 독일의 수도이면서도 '가장 독일적이지 않은 도시' 베를린의 열두 달 풍경이 우리에게 남다른 감동과 교훈을 주는 것은 독일과 달리 우리가 여전히 분단의 비극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리뷰 총점 종이책
어느 베를린 달력
"어느 베를린 달력" 내용보기
어릴때부터 독일여행을 가보고 싶어했기 때문에 신혼여행으로 독일을 2주 다녀왔다. 남부만 구경하고 베를린에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안했었다. 분명 독일이라는 나라를 가보고 싶었던 것은 서독 동독에서 통일이 된 나라이고, 부끄러운 역사에 대해 사죄를 하는 모습을 보고 궁금했었다. 하지만 여행계획을 짤 때에는 그저 유럽 고딕양식의 건물들이 보고 싶었고, 빨간지붕의 집들이
"어느 베를린 달력" 내용보기
어릴때부터 독일여행을 가보고 싶어했기 때문에 신혼여행으로 독일을 2주 다녀왔다. 남부만 구경하고 베를린에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안했었다. 분명 독일이라는 나라를 가보고 싶었던 것은 서독 동독에서 통일이 된 나라이고, 부끄러운 역사에 대해 사죄를 하는 모습을 보고 궁금했었다. 하지만 여행계획을 짤 때에는 그저 유럽 고딕양식의 건물들이 보고 싶었고, 빨간지붕의 집들이 궁금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행에서 편한 남부만 돌아본게 아쉽기도 하고 뭔가 부끄러운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나의 추천으로 독일여행을 갔던 언니는 베를린장벽 근처에서 놀음꾼(?)들에게 돈을 뜯겼는데, 그 얘기를 듣고 미안한 생각과 베를린을 가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왜 그런일들이 많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모습들도 다 베를린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다시 베를린이 궁금해졌고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어느 도시이건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잘사는 동네는 편하고 도시적인 대신 수많은 건물들과 차들로 인한 답답함이 있고 그렇지 않은 동네는 불편함이 있는 대신 여유로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다보면 베를린에 대해서 알게되기도 하고.. 대부분의 나라의 수도와는 굉장히 다르지만 그 속에서도 장단점이있고 그럼에도 계속 수도를 베를린으로 남겨놓는 것도 독일의 매력이 아닐까...

독일이라는 나라에, 베를린이라는 도시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n******1 2019.09.20.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