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동양고전을 접하다보면 춘추전국시대를 다룬 대표적인 사서로 세 권의 책을 꼽는다. 노나라의 역사가 좌구명이 쓴 [춘추좌전]과 [국어] 그리고 전한 말 유향이 쓴 [전국책]이 바로 그것이다. 헌데 우리는 [춘추좌전]이 전(傳)이란 사실을 때때로 잊어버린다. 전(傳)의 기능은 경(經)을 설명하는 것임에도 [춘추좌전]을 마치 [춘추]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별도의 역사서처럼 읽는다. 물론 [춘추좌전]이 [춘추]라는 경(經) 없이도 충분히 사서로써의 그 기능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춘추좌전]을 읽는다면 경과 전을 구태여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또는 [춘추]라는 경이 쓰이지 않았어도 [춘추좌전]이란 전이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만의 인문학자인 양자오가 쓴 이 책 [좌전을 읽다]는 이러한 우리의 의문에 그 답을 주고 있다. 동양고전강의 시리즈의 하나로 내놓은 이 책에서 그는 [춘추좌전]을 읽는 독법(讀法)에 대해 말한다. 독법이란 말 그대로 책을 읽는 방법을 말한다. 독자마다 서로 다른 관점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책을 읽을 수 있지만, 그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이나 어떤 관점에서 쓰였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고전, 특히 동양고전에서의 독법은 고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춘추(春秋)란 춘하추동의 사계절 중 봄과 가을을 뽑아 줄인 말로 시간의 흐름을 뜻하며, 주나라시대 국가의 큰일을 기록하는 고정된 형식으로 연도별 기록양식을 의미하기도 했다. 동주시대 각 제후국은 춘추형식을 따른 자체적인 연도별 기록을 가지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상세하고 보존이 잘 되어 있는 것은 노나라의 기록이었다고 한다. 공자는 그런 노나라의 역사기록과 자료를 산삭수정(刪削修正)하여 [춘추]를 편찬했다. 정확히 말하면 노나라의 [춘추], 즉 [노춘추]에 해당되는 셈이다. 허나 당시 주나라의 왕관학에는 춘추라는 항목이 있었고 그 내용이 [노춘추]가 주가 되면서, 이후 [춘추]는 자연스레 [노춘추]를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춘추]는 노나라 14대 군주인 은공 원년(기원전 722년)부터 27대 군주인 애공 14년(기원전 481년)까지 기록되어 있다. [춘추]의 경문은 기본적으로 춘하추동 계절별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매년 똑같은 구절이 반복된다. 아무런 일이 없는 경우에도 사계절 중의 한 계절이 지나면 반드시 다음 계절의 첫 번째 달을 기록했다. 사계절이 모두 갖춰진 연후에 비로소 한 해가 이뤄진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242년간의 기록임에도 전문이 고작 1만8천자에 불과할 정도로 간략하고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는 쉽지가 않다고 한다. 이는 [춘추]의 핵심기능이 역사서술에 있지 않고, 봉건예교의 이치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당대 사건을 기술해 남기는 정명(正名), 즉 이름을 바로잡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 정명이란 옳은 정의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봉건질서아래 친족의 어떤 명칭이 행위규범상의 어떤 요구와 관계가 있는지, 또 친족의 어떤 명칭을 가지고 있을 때 그 명칭과 실제가 부합하려면 어떤 행위를 해야 옳은지 설명하고 확인하는 것이었다. 즉 [춘추]는 봉건적 친족관계의 틀 안에서 일어난 일들의 의미를 고정하려 했고, 그래서 전혀 다르면서도 명확한 기준을 갖고 특별히 봉건질서와 관계있는 사건만을 부각한 것이다. 따라서 [춘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의 문구에 맞춰 설명을 해주는 전이 필요했다.
[춘추]를 설명하는 전으로 지금까지 전해오는 것은 [좌전]을 비롯하여 [공양전]과 [곡량전]을 들 수가 있다. 저자는 이들 중 [공양전]과 [곡량전]은 전의 기능에 충실하여 경의 문구에 담긴 뜻을 설명하고 왜 그렇게 쓰였는지를 분석한다면, [좌전]은 사건을 통해 경을 설명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좌전]은 이치가 아니라 사건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에 경의 문구에 정확히 대응하지 않으며, 이는 [춘추]가 노애공 14년에 끝나지만 [좌전]은 노애공 27년에 끝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춘추]는 엄격하게 연도별로 서술되어 있지만 [좌전]은 독자가 사건의 전후맥락과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있도록 기사본말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덕분에 우리는 기원전 8세기 말부터 5세기 초까지 동주시대 각국에서 일어난 사건, 흔히 춘추시대라 불리는 이 시기의 역사를 지금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즉, [좌전]은 전(傳)이지만 경(經)인 [춘추] 원문을 읽지 않고서도 그 자체로 중요한 역사서라는 것이다. 그런 [좌전]의 한계는 일반백성의 활동이 전혀 담기지 않은 것이지만, 봉건질서 속에서 의미가 있는 사건에 백성은 주역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좌전]의 기술방법과 배경을 설명한 저자는 [좌전] 읽기에 들어간다. 동주의 역사를 우리는 흔히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로 나눈다. 이는 후대의 사가들이 편의상 붙인 이름이며 역사상 실체를 기준으로 한다면 춘추오패와 전국칠웅이 활약하던 두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저자는 [좌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따로따로 읽지 않고 긴 단락을 통째로 읽음으로써 춘추오패의 형성과 봉건질서의 붕괴과정을 살펴본다. 그가 이 책에서 통째로 읽은 단락은 노나라 16대 군주인 장공 원년부터 시작하여 장공 16년에 이르는 단락이다. 그는 경문과 전문의 내용을 비교 설명하면서 춘추시대 역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는 셈이다.
춘추시대는 전통적인 봉건질서와 약육강식의 논리가 공존하며 서로 힘겨루기를 하던 시기였다. 그러기에 패주의 부상은 봉건질서의 붕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불안해진 구질서를 안정시킬 새 역할의 출현이 필요했지만, 새 역할의 행위는 필연적으로 구질서의 남아있던 기초마저도 파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전쟁이 끊이질 않았고, 각국의 관계는 서로 얽히고설켰다. 저자는 그런 상황에서 봉건질서와 약육강식의 논리가 타협을 이루면서 제환공이 패권을 차지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일전에 [춘추좌전]과 [춘추공양전]을 읽은 적이 있다. 헌데 두 저작의 차이점은 분명했다. 먼저 [춘추공양전]은 경의 한 문구가 나오고 전은 그 문구의 단어가 뜻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의문문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문구의 뜻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면, [춘추좌전]은 한 해의 경을 모두 기록하고 난 다음, 그 해에 일어난 사건에 대한 해설이 길게 이어졌다. 당연히 사건과는 관련이 있지만 경에는 없는 내용들도 포함되어 마치 역사소설을 읽는듯 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당시에는 두 저작이 왜 그런 차이를 보이는지 모르고 읽었지만 이 책을 읽고서 비로소 그 연후를 알게 된다. 저자가 쓴 다른 동양고전도 마찬가지이지만, 역시 이 책은 [춘추좌전]을 읽기에 앞서 읽어야하는 안내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저자가 쓴 ‘동양고전을 읽다’ 시리즈 열 권 중 마지막 책이다. 시리즈를 다 읽었다는 생각에 앞서 아직도 읽어야 할 동양고전은 많은데 길잡이를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그가 다른 동양고전을 가지고 돌아오길 기대해본다. |
|
양자오 시리즈는 초반에 관심을 가지고 보던 시리즈다. 그러다 공자 맹자 이후 뜸하게 관심을 놓고 있다가 이번 좌전을 통하여 다시 한번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저자 양자오에 대한 이야기는 둘째로 치더라도 그의 책은 고전에 다가 서려는 독자들 특히 이제 중국고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독자들에게 안성맞춤의 책을 쓰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너무 앞세우기 보다 될 수 있으면 고전에 집중하는 듯한 자세가 일단 마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