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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천리를 간다
"파리는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천리를 간다" 내용보기
이릉을 변호하다 궁형을 당하고 치욕과 고통을 감수하며 살아내던 사마천의 이야기를 자주 꺼내 읽는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사무치게 전해져서 내가 힘들고 견딜 수 없게 되어버릴 때 어떤 말보다 위안이 되곤 한다. 제가 말을 잘못하여 이런 화를 당하여 고향에서 비웃음거리가 되었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욕되게 했으니 무슨 낯으로 다시 부모님의 산소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 이
"파리는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 천리를 간다" 내용보기

이릉을 변호하다 궁형을 당하고 치욕과 고통을 감수하며 살아내던 사마천의 이야기를 자주 꺼내 읽는다. 그 한마디 한마디가 사무치게 전해져서 내가 힘들고 견딜 수 없게 되어버릴 때 어떤 말보다 위안이 되곤 한다. 


제가 말을 잘못하여 이런 화를 당하여 고향에서 비웃음거리가 되었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욕되게 했으니 무슨 낯으로 다시 부모님의 산소를 찾을 수 있겠습니까? ..... 이런 까닭에 하루에도 창자가 아홉 번이나 끊어지는 듯하고 집에 있으면 멍하니 정신을 잃은 듯하며, 집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릅니다. 이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흘러 옷을 적시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사마천이 임안에게 쓴 편지 중)


사마천의 기록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때문에 이 책은 사마천의 평전이지만 절반 정도만 전기이고 나머지는 그의 작품과 사마천에 대한 후대의 평가가 실려있다. 임안에게 쓴 편지글 '보임안서(報任安書)'에서 그나마 그가 궁형을 당하고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유추할 수 있을 정도이다. 생애도 한무제와 비슷했을 정도라고 추정하는 정도이며, '비사불우부'에서 시대를 잘못타고난 선비의 불운을 노래한 것이 유일하게 전해진다. 사마천의 작품으로 부(賦) 8편이 있다고 전해지지만 전해지는 것은 이 한 편이다. 그 내용은 '비록 몸 있으나 세상에 드러낼 수 없고, 헛된 능력 있으되 세상에 펼치지 못한다'는 말로 시작되고, '도리도 믿을 수 없고, 지혜도 믿을 수 없다. / 복 앞에 서지도 말고 화의 시작에도 가까지 가지 말라. 몸을 자연에 맡기고 하나가 되라'며 마무리 된다. 


천도시야비야


사기는 사마천이 단순히 역사만 기록한 서적이 아니다. 사마천이 치욕과 눈물을 곳곳에 숨겨 전하며, 살아서 다하지 못한 말을 하고 있는 책이다. 어떤 말은 중요하지 않으면서도 강조되고, 어떤 인물에 대해서는 크게 비난하면서 무슨말을 하는지 우리로부터 답을 내리라고 한다. 사기의 '백이열전'에서 그 생각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부분이 있다. 하늘은 선한 사람과 함께 한다고 하지만 그렇다면 백이와 숙제처럼 누가 보아도 착한 이들은 왜 굶어 죽었는지 반문한다. 안연처럼 공자의 사랑을 받은 군자는 어찌 요절하였고, 도척처럼 남의 간을 빼먹은 자는 어찌하여 천수를 누렸느냐는 말이다. 마지막에 울분을 토하듯 그는 묻는다. 


"이것이 하늘의 뜻이라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 (天道是耶非耶)"


그의 생과 사기를 연계시켜서 읽다보면 그의 말이 단순히 안연과 백이를 위한 위로의 말이 아님을 알수 있다. 고사성어 중에 '진인사 대천명'이라는 말이 있다. 얼핏 들으면 내가 할 일만 최선을 다한다면 결국 하늘은 그 뜻을 이뤄준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 뜻을 자세히 보면 인간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한 후에 일이 이뤄지고 아니고의 문제는 오직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단순히 모든 것을 운에 맡겨야 한다는 '운명론적' 자세가 아니라, 우발성을 인정하고 그만큼 겸허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기에는 밑바닥의 비참한 삶을 살다가 절치부심 끝에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의 이야기가 특히 많이 나온다. 범저, 소진, 장의, 인상여, 이사 그리고 한신 같은 인물들의 공통점은 웅크린 시간을 극복하고 성공한 위인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의 성공은 때를 기다리며 고통의 시간을 이겨낸 것에 3 정도가 비중있다면, 나머지 7은 적정한 때와 인물을 만나게 해준 7 정도의 운이 작용한 것이다.  


사마천은 자신이 사형을 당한다면 '아홉마리 소에서 터럭하나 빠지는 정도(九牛一毛)'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의 구차한 삶을 끝까지 변호하고자 했다. 그가 '사기'를 남기지 못했다면 그의 죽음은 명예롭지도 못하게 끝난 채 기록조차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기'라는 평생을 걸만큼 절실한 목적이 있었고 이를 끝내 완성하여 이천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있는 사람처럼 우리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가 백이열전에서 밝힌 바와 같이 파리가 천리를 가는 것은 천리마의 꼬리에 붙어서이고, 그도 사기라는 천리마의 힘을 빌어 수천리를 가는 것이다. 그의 삶은 사기의 어떤 인물보다 큰 가르침을 주고 있으며, 그의 생을 생각하며 사기를 읽는다면 단순한 역사서 이상의 그 무엇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평전으로서는 기초자료의 한계가 있어서 다소 부족한 면이 있긴 했지만 그가 남긴 몇 안되는 글로 그의 생을 좇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c****o 2015.12.25. 신고 공감 4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