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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섭 ‘가부녀(假父女)’
예나 지금이나 늘그막의 자식없는 홀아비의 초라함은 어디 비할 바가 없다.
강노인은 50대 중늙은이다. 홀아비로 결혼조차 해본 적이 없는 성적 불구인 직장인이다. 평생 직장과 주말에 낚시를 유일한 소일꺼리로 여기며, 돈 모으는 게 유일한 낙이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부녀가 함께 낚시터에 오는 게 가장 부러운 점이다.
그러던 어느날 10대 중반의 강노인이 다니는 회사의 여직원으로 들어온 ‘종숙’을 만나고 나서는 강노인의 삶은 달라진다. 종숙의 야간학교 등록금이며, 가방이며, 등산복이며...갖은 물품을 사주며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종숙을 만나면 자식 같고, 애인같고... 머든지 해주고 싶은 존재이다. 매일 안보면 보고 싶고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소원을 들어주고, 심지어 매일 야간학교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 집까지 배웅하는 것도 즐거움으로 안다. 하지만 종숙은 그저 고마운 아저씨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는 처녀이다.
그러나 이 같은 즐거움도 어느새 남의 이목과 종숙 어머니의 방문으로 인해 멈추고 만다.
그러면서도 세상에서 돈보다도 더 소중한 무언가를 느끼게 했던 종숙에게 전 재산을 넘겨주고 길을 떠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