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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1936~1939년)은 시민의 선택인 총선의 결과에 반대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내전임과 동시에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등 강대국이 개입한 국제전이다. 에스파냐 갈리시아 지방의 주요 항구 코루냐에서 태어난 마누엘 리바스는 『목수의 연필』을 통해 스페인 내전 당시 승자일 수 없는 가해자와 패자일 수 없는 피해자의 이야기를 회상과 환상의 방식으로 그린 소설이다. 처음은 바르카의 현재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대부분은 현재를 사는 에르발이 스무 살 마리아에게 스페인 내전 당시 자신이 겪었던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이다.
위층 거실로 올라가 보세요. 앵무새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계시답니다.(7쪽) 신문기자 소우사는 인터뷰를 하기 위해 임종을 앞둔 다 바르카를 만난다. 첫 문장은 다 바르카의 아내인 마르사가 소우사에게 한 말이다. 소우사는 바르카를 보고 임종을 앞둔 노인이 총기가 살아있는 것에 놀랐다. 생명이 살아있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건 여전히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는 뜻은 아닐까. 사실 바르카는 여러 번의 죽음의 위기를 넘긴 사람이었다. 그는 ‘거짓을 바탕으로 세워진 자유(17쪽)’ 가 아닌 진실을 바탕으로 자유를 세우기 위해 애썼던 사람이었다. 산티아고의 인류학 유적지에는 아직까지도 녹슨 무기가 하나 남아 있을 거요. 집사람이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감옥으로 몰래 가져왔던 권총 말이요.(18쪽) 죽음의 위기에서 다 바르카를 구원했던 것은 경비대원인 에르발이었다. 다 바르카는 에르발이 ‘볼 수 없는 세상에서 본 가장 아름다운 여인’(62쪽)인 마리사 마요의 연인이었다. 그럼에도 에르발이 다 바르카를 구원한 것은 괴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잠재의식 속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르발은 경비대원로서 개미 한 마리 밝아 죽이지 못하는 선량한 화가를 죽였는데 이후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화가의 목소리와 화가의 죽음 이후 얻게 된 목수의 연필은 숨어 있던 그의 선(善)을 밖으로 꺼냈다. 삶이 버거운 것은 선과 악의 싸우기 때문이다. 인생은 언제나 전쟁이다. 에르발에게 화가(善)가 사라지면 ‘강철인간’과 ‘죽음의 신’이 나타났다. 그럴 때마다 그는 연필에게 도움을 청했다. 화가는 에르발에게 눈(雪)을 그리기가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그것은 세상이 온통 쓰레기장이기 깨끗한 눈을 보기 어렵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소설은 빌어먹을 세상을 그리지만 절망을 말하지 않는다. 화가와 바르카의 부활이 그것을 증명한다. 화가는 죽었으나 사람들의 마음에서 살았고 바르카는 죽을 뻔했으나 현실에서 살았다. 세상은 이어진다. 목수의 연필이 전해지고 전해져 화가에게로, 에르발에게로 그리고 성인이 된 마리아에게로 전해지듯이. 또한 목수의 연필은 마누엘 리바스를 통해 나에게도 전해졌다. 지난 토요일에 갑작스레 영화<레이디 채털리>를 봤다. 영화를 본 친구와 나는 아카시아 꽃향기가 진동하는 어둠이 내려앉은 북촌을 걸었다.『목수와 연필』과는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서로 만난다. 영화를 본 이후로 그런지 에르발의 표현으로 ‘물속에서 입을 맞추고 있는 물고기들’ 같았던 마리사 마요와 다 바르카의 코루냐 역 재회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내전으로 에스파냐 사람들의 삶이 정지된 것처럼 코르냐 역 시계도 정지되어 있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에르발에게 스며들어 정지된 에르발의 삶을 흐르게 했다. 환상통을 안고 살아가는 삶일지라도. 『목수의 연필』는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균형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자의 반 타의 반 살게 되는 빌어먹을 삶에 화해의 손을 내미는 이야기이자 빌어먹을 삶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랑의 이야기이자 고통을 안고 살지만 그럼에도 살아내야 하는 우리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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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누엘 리바스의 <목수의 연필>을 읽게 된 이유는 귄터 그라스의 “나는 에스파냐 내전을 역사책이 아닌, 미누엘 리바스의 <목수의 연필>을 통해 더 많이 배웠다.”라는 추천사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패자의 기록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소설을 읽고 나면 스페인 내전 당시의 희생자들이 어떻게 억울한 죽음을 당했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소시민의 역사이고, 교과서에는 다루지 않는 패자의 기록이다.
2. <목수의 연필>은 역사책같은 소설은 아니었다. 즉, 논픽션스럽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렇게 느낀 가장 큰 이유는 <목수의 연필>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소설처럼 비현실적 현상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라던가 <9월의 빛>을 보면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도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 그림자처럼 주인공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감추곤 한다.
<목수의 연필>에서도 이와 마찬가지로 스페인 내전의 잔혹성에 대하여 고백하는 주인공 에르발. 그리고 에르발에 의해 목숨을 잃은 화가(프랑코주의자들의 학살로 희생당한 많은 사람 중 한 사람. 그러나 프랑코주의자 에르발이 유일하게 직접 살해한 사람)의 관계(두 사람의 대화)가 환상적인 느낌으로 서술되고, 그 대화가 내전 이후. 그 당시 에르발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토대로 이 작품을 ‘마술적 사실주의’라고 일컫는다. 현실과 비현실이 적절하게 섞였다는 점을 인정한다.
3. 한편, <목수의 연필>은 독자로 하여금 우회로를 걷도록 배려한다. 작가는 내전 이후. 반대파의 숙청을 직접 서술하기보다는 ‘산책’이라는 단어처럼 그들의 은어로서 사건을 은유하고, 은어를 듣고 난 후의 사람들의 소멸을 통해서 소리 소문도 없이 학살당하는 장면을 상상해야만 했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읽어낸 사회주의의 참혹함과는 정반대의 개념에서 벌어진 민족·국가주의의 참혹함을 읽어낼 수 있었다.
4. <목수의 연필>은 이처럼 전쟁의 기억을 다루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특이하게도 ‘사랑’이 아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한다. 전쟁과 사랑을 다룬 <닥터 지바고>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 다르다.
그것은 에르발이 마리사에게 느낀 짝사랑의 감정이며. 마리사와 의사 다 바르카의 초월적인 사랑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에르발이 털어놓는 이야기에도 그들에 대한 존경심이 묻어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 바르카라는 인물이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로. 그리고 마리사는 매혹적인 인물이지만. 여러 시점이 혼합되고, 이야기가 뒤죽박죽 엉켜버려서 그 인물이 가진 매력의 온전한 부피만큼 주목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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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어쩔 수 없이 승자와 패자로 나누게 된다. 이념과 신념을 가지고 행동했던 사람이나 아무런 생각없이 상황이 이끄는대로 휩쓸려 움직였던 사람이나 다 참혹하고 고통스럽다. '목수의 연필'은 스페인 내전을 중심으로 한 사랑하는 연인과 그들을 바라보는 고통 받는 가해자인 간수 에르발을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스토리가 펼쳐진다.
'목수의 연필'은 에스파냐 내전 이후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 진료를 해 주었던 결핵을 앓고 있는 노인을 취재하러 온 신문기자와의 만남으로부터 시작한다. 노인을 정성껏 돌보는 아름다운 아내 마리사와 만남을 이야기의 시작으로 노인.. 아니 '다 바르카'란 이름의 의사가 이야기와 클럽에서 일하는 마리아란 여인에게 오래전 교도소 간수였던 에르발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군부 쿠데타의 승리로 끝난 에스파냐 내전에서 패자인 인민전선의 편에 섰던 사람들은 전쟁 피해자들이 겪게 되는 온갖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이야기는 주로 다 바르카의사나 마리사 보다는 에르발의 시선으로 전개되고 있다. 에르발은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들을 감시하는 사람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탄탄한 육체와 젊고 잘 생긴 의사 다 바르카를 오래전부터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에르발의 이런 행동은 어린 소년시절 아버지를 따라 한 달에 한번 서는 돼지를 팔러 간 장에서 우연히 보게 된 유지의 딸인 아름다운 소녀 마리사 마요에게 첫 눈에 반하면서 시작되었다. 마리사와 다 바르카 의사와의 사이를 알게 된 에르발은 한시도 의사에게서 시선을 거둘수가 없다.
에르발에게 있어 중요한 또 한 명의 인물은 화가다. 화가의 손에 오게 된 우여곡절을 가진 목수의 연필.... 그는 목수의 연필을 가지고 교도소에 수감된 수감자들의 모습을 그려 나가며 자신에게 닥친 고통을 버티는 인물이다. 어느날 정신병동에 있는 수감자들의 모습을 그려나가던 화가는 유쾌한 농담을 하는 의사와 만나 우정을 시작하게 된다.
에르발은 자신의 손에 죽은 화가를 비롯하여 많은 수감자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으며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일명 환상통을 앓게 된 에르발은 화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리고 그의 말에 따르게 된다. 의사 다 바르카가 에르발이 겪는 환상통으로 인해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에르발은 다 바르카 의사를 자신의 눈에 보이는 곳에 두려고 노력한다. 자신의 손으로 그의 목숨을 없애려하지만 기적적으로 다시 살아난 다 바르카 의사... 그가 다른 교도소로 이송되자 에르발도 상관을 협박아닌 협박으로 다 바르카를 따라간다.
요즘 말로하면 자수성가한 할어버지를 둔 마리사 마요... 아름다운 그녀는 자신의 사랑인 다 바르카 의사와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할아버지의 온갖 수단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쟁취한 여성이다. 다 바르카 의사가 아니면 안되는 그녀는 의사와의 사랑이 벽에 부딪치자 죽음을 불사하며 자신의 손목에 상처를 남기기도하지만 결국 다 바르카가 다른 교도소로 이감 전에 결혼식을 감행한다.
솔직히 잘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허나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에스파냐 문학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소설이고 거기에 초강대국들의 세계2차 대전의 전초적이란 말을 듣는 에스파냐 내전으로 인해 고통 받은 사람들의 심리묘사를 리얼하게 담아낸 소설이란 점에서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전쟁이 주는 고통이 무엇인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목수의 연필' 역시 에스파냐 내전이란 전쟁 뒤에 승자와 패자 모두가 겪게 되는 고통을 은유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을만큼 섬세한 책이다.
저자 마누엘 리바스의 생소한 이름과는 달리 스페인 최고의 인기 작가라고 한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활발한 활동을 하는 마누엘 리바스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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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목수의 연필'은 전쟁소설이다. 에스파냐의 내전으로 인한 역사의 가슴아픈 전쟁상흔이 이 소설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걸 글을 다 읽고 나서야 조금 아주 조금 알수 있었다. 전쟁속에서의 세 남여간의 엇갈린 사랑 그리고 현실과 상상속을 오가는 환타지 같은 느낌이라는 소개글은 단순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전쟁보다는 그 속의 사랑에 더 초점을 두고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에스파냐 내전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초반 책 읽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큰따옴표, 작은따옴표가 없이 줄줄 써내려간 글은 이건 누가 한말이지 또 이건 누구 얘기야를 혼자 수없이 머리속에 되뇌이며 약간의 혼란을 동반하기도 했다. 내용을 파악하기도 전에 글 구성에 익숙해져야 했다. 그러면서도 기존의 형식에 너무 익숙해져버려 이렇게 약간의 변화만 있어도 헤매는 내가 낯설기도 했다. 또한 어떤곳은 현실과 과거의 장면이 섞여 있기도 하고 당시의 전쟁 상황을 모른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다. 어찌됐든 이런 우여곡절의 초반 책읽기는 조금 지나자 곧 익숙해졌고 책의 내용에 점차 몰입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중앙정부의 교도소 간수인 에르발과 지방정부 즉 인민전선진영에서 지도자 역할을 했던 다 바르카 의사, 그리고 그의 아내이자 에르발이 평생 짝사랑했던 마르사 세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폭력적이고 무뚝뚝하고 단순한 아버지 아래에서 어둡고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내던 에르발에게 어느날 우연히 마주치게 된 소녀 마리사는 한줄기 빛이었고 행복이었다. 그 뒤로 그의 마리사바라기는 계속되었고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 다 바르카 의사도 그의 관찰 대상이 되게 된다. 어느날 죄수였던 죽은 화가로부터 얻은 목수의 연필은 그로 하여금 환청에 시달리게 한다. 어느새 에르발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화가의 목소리가 하라는대로 행동하게 되고 그리하여 다 바르카의사를 몇번이나 죽음에서 구하게 된다. 목수의 연필로 인해 생긴 에르발의 환상통은 어쩌면 그의 또다른 하나의 자아로 인한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전쟁이라는 현실속에서 적으로 간주되는 사랑하는 여인의 남편을 보호할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자신의 목소리였던것은 아닐까.. 전쟁은 피상적으로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진정한 승자와 패가 있을까? 전쟁은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가슴아픈 상처를 남긴다. 그것은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야기하는 수많은 아픔과 갈등속에서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하는 전쟁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되었다. 또한 에스파냐 내전에 대해 전혀 아는바가 없었지만 이 소설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되었고, 다시한번 책을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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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라 불리는 모든 것들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단순하게 뜻을 같이 하고 동참하는 경우라도 그 순간, 삶을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사랑도 그렇다. 선택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겁내지 않는 이가 있다.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이 새겨진 붉은 색연필의 표지 『목수의 연필』에서도 그런 사랑을 만난다. 한 치의 균열도 찾을 수 없는 견고한 철옹성같은 사랑이라고 하면 맞을까.
소설은 에스파냐 내전을 배경으로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삶에 대한 것이다. 의사인 다 바르카와 그의 연인 마리사, 그녀를 흠모하는 간수 에르발이 들려주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다. 책은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노인 다 바르카를 취재하기 위해 신문기자가 그를 방문하면서 시작한다. 혁명가이자 의사였던 그의 생은 항시 죽음과 맞닿아 있었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에르발이 감시하게 된 이유는 마리사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마리사를 처음 본 순간부터 에르발은 사랑에 빠졌고 그녀가 다 바르카의 연인이라는 건 그에게 거대한 상심과 분노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다 바르카가 감옥에 있을 때 마리사의 면회나 물건을 전달해주는 일을 거부할 수 없었다.
혁명가를 사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다 바르카와 신념이 달랐던 마리사의 집안에서는 그를 반대했고 그녀는 자살을 시도하면서 사랑을 굽히지 않았다. 함께 한 시간보다는 지켜보는 시간이 더 많았을 사랑이다. 소설은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에브발의 목소리로 담담하게 담아낸다. 다 바르카가 감옥에서 만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에스파냐의 역사와 정치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내게는 조금 지루했고 어려웠다. 감히 내가 감옥이라는 공간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동질감을 알 수 있단 말인가. 그러니 산책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진 생의 마지막 순간을 집행해야하는 에르발에게 환청이 들리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살아남은 자가 된 에르발이 자신이 죽인 화가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내일을 기대할 수 없는 다 바르카와 마리사가 결혼에 이르기까지 에르발의 도움이 있었다. 다 바르카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그랬다. 사랑하는 여자의 남자를 감시하면서 그녀의 행복을 빌어줘야 하는 그 마음은 어땠을까? 세월이 흐른 뒤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들을 기억하고 누군가에게 그들의 사랑을 전하는 일이다.
‘난 그전에도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걸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아무도 그 둘을 떼어놓지 못했어. 내가 마리사 마요와 다니엘 다 바르카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안 건 그때였지. 사실 그때까지 두 사람이 부부가 될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어. 소설에선 그럴 수 있어도 그 시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거든. 그건 마치 향로에다 화약을 뿌려대는 짓이나 다름없었으니까.’ 164쪽
신념대로 살아 온 남자와 그를 지지하며 사랑한 여자가 함께 늙어가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그 여자에 대한 욕망을 멈추지 못해 그들의 주변을 벗어나지 못한 한 남자의 삶은 얼마나 쓸쓸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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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상하게 계속 이 책의 제목을 목수와 연필로 읽게 된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표지그림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스페인작가의 글은 처음이지 싶다. 이상하게 다른나라의 작품을 읽을라치면 문화적 차이때문인지 작가들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잘모르겠다 싶을때가 더러 있어, 이왕이면 머리아프지 않고 바로바로 이해되는 가까운 나라의 작가들 책을 고르게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 작품으로 인해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고 한다. 그래서 관심이 갔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척박한 환경과 쫓기는 듯한 두려움속에서도 사랑은 위대하고, 사랑은 어느 일방적인 질투나 질시로 인해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 바르카 의사와 마리사의 연인관계를 증오하는 에르발. 자신이 제아무리 마리사를 사랑한다 하더라도 이루어질수 없는 관계임을 그누구도 아닌 본인이 더 잘알기에 그 둘을 바라보는 시선이 절대 고울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증오때문에 에스파냐 내전에서 그는 다 바르카를 감옥에 넣고 그를 감시하는 역할을 자처했는지도. 자신의 영혼을 갉아먹는다는 생각을 왜 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에르발은 그안에서 또다른 인물과 만난다. 목수의 연필을 가진채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며 암울한 현실에서 도피하려 노력하는 화가다. 그의 죽음이후 에르발은 환청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이상증세가 있었기에 다 바르카는 살아남았는지도.
책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이야기는 다 바르카와 마리사의 러브스토리일것이다. 마리사의 집안에서 나름 다 바르카와의 사랑이 성사되지 않게 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지만 마리사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마침내 결혼을 강행하기에 이른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그리고 감옥에 갇힌 다 바르카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흔들림없이 사랑이라는 중심을 잡고 있었을 마리사를 생각하니 대단하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사랑이야기가 주축이 되기는 했지만 에스파냐내전을 담고 있고, 전쟁에는 결코 승자와 패자로만 구분될수 없을 보여주는 음울한 내용이 담겨 있어서일까, 아무튼 쉽게 읽히는 느낌은 안든다. 아직은 낯선 나라의 작품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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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은 국민선거에 의해 수립된 좌파 정부를 타도하기 위해 프랑코는 군부, 종교, 자본가의 연합으로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쟁이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지원을 받은 프랑코는 공산주의자, 사회주의자, 아나키스트와 소련의 지원을 받는 좌파 정부와 치열한 내전을 치룬 끝에 스페인을 장악하게 되고 전사자 이외에도 수많은 인명을 처형하게 된다. 스페인 내전이 이렇게 확대된 이유는 강대국들과 주변 이익 세력의 개입 때문이었으며 이는 결국 곧 이어 발발하는 재2차 세계대전의 전초전이 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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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한 토속적인 전쟁문학(역자는 이러한 분류를 썩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이다. 갈리시아로 쓰여졌다.(하지만, 번역에는 카스티야어본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동 내전을 다룬 유명한 소설으로는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가 있다. 작가의 자전적 체험에서 비롯된 소설인 그 책이 의용병들을 비롯한 군인들의 관점에 있다면 이 소설은 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권터 그라스의 추천으로 일약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하는데, 국내에서도 저 홍보가 효과를 발할 지는 의문이다. 어쨋거나, 영상화가 된 적이 있는 듯하다. 유튜브에서 영상이 검색되고 있다. 화가는 목수의 연필을 얻었다. 그 연필을 귀에 꽃은 화가는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 하루하루가 바뀌면서 불길한 기운이 짙게 드리워질수록 화가는 자신의 노트에 더욱 집중했다. 수감자들의 옆모습을, 그들의 특징적인 동작을, 그들의 시선을, 그들의 그늘진 표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42~43p 역자의 말처럼 장편소설치고는 얇지만 가볍게 읽히지는 않았다. 역자는 이 책이 담고 있는 여러 메타포들을 볼 때 이 소설을 단지 전쟁을 기록한 전쟁문학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쟁현장의 기록과 전달으로써의 전쟁문학이라면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가 더 나아보인다. 이해한 것도 있고,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들도 있다.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그 작가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작가라면 한 번 잡아볼만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에르발은 목수의 연필을 손에 쥐고 신문 부고난의 여백에 십자가를 그린다. ... 마리아가 세상을 떠난 자의 이름을 소리 내어 읽는다. 다니엘 다 바르카. 고인의 이름 밑으로 그의 아내 마리사 마요와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223p 사족2 : 들녘의 세계의 작가 시리즈는 이 책까지 총 2권을 읽었다. 먼저 읽은 것은 콩고의 판도라라는 책인데, 이쪽은 굉장히 대중적이다. 그래서, 비슷한 느낌이 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사족3 : 이 책에 마술적 리얼리즘 기법이 사용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 , '조로'에서 읽었던 것이 더 강렬했다. 스페인-포르투칼 어권에서 보이는 마술적 리얼리즘에 관심이 있다면 아옌데의 저작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