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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을 깨부수는 책이 나왔다. 국문학자 간호윤의 《당신, 연암》(푸른역사, 2012)은 연암평전인데 일반적인 자서, 본찬, 논찬의 고루한 사전 형식을 버리고, 연암과 그와 동시대를 산 동료 학자와 가족 그리고 후손을 포함한 11인의 필자를 내세워 연암의 다양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 연암의 입체적인 모습을 크게 문장, 성정, 학문, 미래라는 4개의 얼개로 바라본다. 이 책은 파격적인 형식의 평전으로, 연암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쓰기 힘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1부 '문장'에서는 연암과 평생 등 돌린 유한준(1732-1811)과 문체반정으로 각을 세운 정조, 손자 박규수를 통해 천하의 명문장가 연암의 모습을 조명한다. 2부 '성정'에서는 연암이 이승과 하직한 다음 날 조용히 눈을 감은 청지기 오복, 연암이 평생 사랑한 이씨 부인, 둘째 아들 박종채의 눈에 비친 연암의 성정을 묘사한다. 3부 '학문'에서는 처남인 이재성과 호협한 제자인 백동수 그리고 평생지기 유언호를 통해 연암의 실학사상을 짚어본다. 4부 '미래'에서는 연암 자신과 저자가 등장하여 인간다운 세상을 꿈꾼 연암을 재조명하고 있다.
연암은 시종일관 선비의 길을 걸었다. 선비가 독서를 하면 사요, 벼슬을 하면 대부라 부른다. 연암이 걸었던 길은 '하사'(삼류 선비)의 길이다. 하사는 소중화 사상에 쩔어 있는 상사(일류 선비)와 대의명분을 중시하는 중사(이류 선비)의 길을 부러워하지 않고 외려 혐오한다. 반면에 하사는 이용후생과 정덕을 중시한다. 연암이 정위한 선비는 백성들에게 끊임없이 베풀어 주려는 의식과 바른 사회를 지향하려는 당위성을 지닌 존재다. 또한 짧은 베잠방이에 폐포파립의 백도일망정 선비는 선비라는 꼬장한 기개를 지켜야 한다. 연암은 [방경각외전 자서]에서 선비를 이렇게 말한다.
"선비란 곧 하늘이 내린 벼슬이요, 선비의 마음이 곧 내가 글을 쓰는 뜻이다. 그 뜻이란 무엇인가? 권세와 잇속을 꾀하지 말고 현달해도 선비의 도리를 떠나지 않고 곤궁해도 선비의 도리를 잃지 않아야 한다. 명예와 절개를 닦지 않고 한갓 문벌을 상품으로 삼아 대대로 내려온 아름다운 덕을 판다면 장사치와 무엇이 다를 것인가?"(264쪽)
연암은 사이비 선비인 향원(鄕愿)을 혐오했다. 향원은 대중들에게 덕있는 인물로 칭송받지만 실은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아첨하는 짓거리를 하는 두루뭉술한 이다. 오늘날로 치면 향원이란 행실을 돌보지 않고 행실은 말을 돌보지 않는 겉치레만 능수능란한 유명인사나 사이비 지식인을 말한다. 연암은 [역학대도전](학문을 팔아먹는 큰도둑놈)을 지어 "학문을 내세워 파당을 짓고 자기만 옳다고 여기는 한편, 향원을 미덕으로 여겨 두루뭉술하니 자기의 주견을 밝히지 않고 권력의 주변인 서울의 남산에서 지내는 자들"을 경계하고 비판한 바 있으나, 애석하게도 내용은 유실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