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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 여든세 살, 덕산 할머니가
오늘따라 자꾸 숨이 가쁘다는데
마을 할머니들 처방은 다 다르다. 밥을 많이 묵우서 그렇다. 밥을 많이 안 묵우서 힘이 없어 그렇다. 숨이 가빠도 밥을 많이 묵우야 낫는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숨이 가쁜데 밥을 우찌 묵노. 죽을 무야지. 야야, 고마 해라. 죽어야 낫는 병이다. 산목숨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노. ** 가만히 들여다보면 서글픈 내용인데. 웃음이 났다. 할머니들이 모여 앉아 서로들 다른 처방을 내리며 손을 내젓는 모습까지 연상될 정도로 생생하게 와 닿는다. 소리를 내어 읽어보니 사투리의 정감이 재미를 더한다. 마지막 할머니의 말씀이 압권이다. "죽어야 낫는 병이다. 산목숨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노." 명쾌한 처방이다.
사랑니 빼는 것이 힘들었는지. 거울속에 비친 얼굴이 핼쑥하다. 꺼칠하다. 보기싫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읊조려 본다. 산목숨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노. 산목숨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노. 40년이 넘도록 써 온 몸, 어디라도 한구석 아프지 않은 게 되려 이상하지.
아픔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살아있음의 반증이 되기도 한다.
*** 농부들이야말로 하느님, 부처님 말씀을 온몸으로 따르는 살아있는 성직자라고 말하는 농부시인 서정홍의 시들. 가난하지만 이웃과 서로 마음을 나누며 사는 사람들의 생활에서, 순박함이 보여주는 아우라가 얼마나 큰지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나도 덩달아 착해지고 싶었다. |